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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질문이었지만 확신이 담긴 말투였다.

“오빠...”

“추연 이모가 너 좀 설득해 보라더라.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네가 바보도 아니고. 그 사람과 함께해서 행복할 수 없다는 건 너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쉽게 놓을 수 없는 게 사랑이잖아.”

고주혁의 따뜻한 목소리에도 조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 괜히 나 때문에 걱정만 끼치고. 미안해...”

다시 고개를 든 조연아의 볼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미안하다는 말 빼고 그녀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이혼 사실이 기사화되었다는 걸 안 순간 가슴이 미어지고... 정말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민지훈이 좋구나...’

“바보야, 네가 왜 사과를 해.”

고주혁이 따뜻한 손길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 민지훈 그 사람도 참 너무한다. 네가 묵묵히 내조해 준 덕분에 지금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헌신짝 버리듯 널 버릴 수 있어?”

결혼 초기 민하그룹이 재정위기에 빠졌을 때 조연아가 친정의 힘을 빌려 600억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었고 그 덕분에 큰 고비를 넘긴 건 사실이었다.

물론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씁쓸한 것도 사실이었다.

“지훈 씨는 잘못한 거 없어. 억지로 시킨 일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한 건데 뭐.”

“바보야, 이 세상에 남자가 민지훈 그 사람 하나인 것도 아니고. 차라리 잘됐어. 이제 너도 새 인생 살아야지.”

민지훈은 알고 있을까? 그가 그토록 경멸하는 조연아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사람이 있다는걸. 누군가에게 조연아는 평생 아끼고 사랑해 줘도 부족한 귀한 사람이라는걸.

안쓰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한참 동안 조연아를 바라보던 고주혁이 손수건을 건넸다.

“울지 마. 눈 부으면 더 못생겨져. 그리고... 사실 오늘 회장님이 너한테 남기신 걸 전하려고 온 거야.”

“엄마가?”

조연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고주혁이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추현 한 사람뿐이었다. 조인주업, 추산그룹을 정상으로 이끈 천재적인 사업가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조연아를 사랑했던 사람,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흐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고주혁이 조연아에게 파일을 건넸다.

“조인주업 지분 20%, 스타엔터 지분 30%? 이게 다 뭐야?”

파일 내용을 확인한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다들 조인주업 지분은 남편인 조학찬 대표가 물려받았다고 생각하지만 회장님께서 미리 유언장을 써두신 덕분에 이 부분은 지켜낼 수 있었어. 조인주업 지분은 연준이한테 스타엔터 지분은 너한테 양도하기로 하셨어.”

말없이 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조연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에서야 너한테 말해 줘서 미안한데 이것도 회장님 뜻이었어. 네가 언젠가 민지훈 대표와 이혼하면 그때 전해 주라고 하시더라. 엄마로서 딸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엄마...”

‘엄마는 예상하고 계셨던 거야.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 내가 그 집안에서 비참하게 쫓겨나게 될 거란걸...’

“흑흑...”

조연아의 여린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참다못한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지분 양도서를 적셨다.

“그리고 이건... 회장님이 네게 남긴 편지야.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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