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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or: 희나리K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22 01:19:47

그땐 몰랐다. 남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설득이 아니라, 지독한 가스라이팅이라는걸.

그리고 그 가스라이팅에 길들여져 스스로를 놓아버린 순간, 가축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걸 알지 못했다.

'왜... 갑자기 왜 또....'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분명 서우암인데, 자꾸만 겹쳐 보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예쁘다”는 말을 내뱉던 그 남자의 얼굴이 꼭 현실 같았다.

방울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우암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은방울 씨, 뭡니까? 무슨 일입니까?”

“가까이 오지 마... 나한테 손 대지 마...”

우암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내디디려다 이내 멈췄다.

방울의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꼭 자신의 뒤에 있는 누군가를 보는 것 같은, 불안하고도 공허한 눈빛이었다.

‘설마, 공황...?’

그동안 이런 눈들은 적지 않게 마주했었다. 회사에 소속된 아티스트 중, 적어도 30%는 정신과 약에 의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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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제14화

    그땐 몰랐다. 남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설득이 아니라, 지독한 가스라이팅이라는걸. 그리고 그 가스라이팅에 길들여져 스스로를 놓아버린 순간, 가축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걸 알지 못했다. '왜... 갑자기 왜 또....'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분명 서우암인데, 자꾸만 겹쳐 보였다.아무렇지도 않게 “예쁘다”는 말을 내뱉던 그 남자의 얼굴이 꼭 현실 같았다.방울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우암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은방울 씨, 뭡니까? 무슨 일입니까?”“가까이 오지 마... 나한테 손 대지 마...”우암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내디디려다 이내 멈췄다.방울의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꼭 자신의 뒤에 있는 누군가를 보는 것 같은, 불안하고도 공허한 눈빛이었다.‘설마, 공황...?’그동안 이런 눈들은 적지 않게 마주했었다. 회사에 소속된 아티스트 중, 적어도 30%는 정신과 약에 의존한 좀비들이니까.아무래도 공황이 맞는 것 같았다. 눈동자가 가장 이상했지만 숨도 지나치게 빨랐고, 가느다란 어깨마저 잘게 떨리고 있었다.우암은 양손을 천천히 들어 보였다. 덩달아 그의 목소리도 확실히 낮아졌다.“알겠습니다. 안 갑니다.”“...”“여기서 더 안 다가갈게요. 그러니까 정신 차려요. 현실로 돌아와요 은방울 씨.”하지만 방울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뒷걸음질만 쳤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암의 눈빛이 갑자기 흔들렸다. “어? 거, 거긴...”한 발자국만 더 디디면 계단인데, 대체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마음은 급해 죽겠는데 아무래도 방법은 없어보였고, 가능하다면 시간이라도 멈춰버리고 싶은 순간이었다.툭.결국 방울의 뒤꿈치가 현관 돌계단 턱에 걸려버렸다. 걸리는 느낌이 들면 멈출 줄 알았는데, 두려움에 질려 회피를 택한 뇌는 장애물 따위를 파악할 정신이 남아 있지 않았다. 칠호산에 온 뒤로 환청과 환시 증상은 눈

  •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제13화

    배를 든든히 채운 우암은 냄비와 젓가락까지 깨끗하게 설거지했다.이 정도는 너무나도 당연한 최소한의 예의였고, 솔직히 라면 맛도 꿀맛이었다.‘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두고, 쫄딱 망할 수는 없는 거잖아?’마음속에선 독기와 복수심이 활활 타올랐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일은 이미 벌어졌고, 그렇다면 그 벌어진 일을 수습할 방법을 도모하는 게 우선이니까.‘하, 씨발... 근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하냐고.’아마 집 앞에는 기자들이 쫙 깔려 있을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니다. 이 산을 내려가는 순간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질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아영이는 왜 그런 비겁한 새끼 말에 넘어갔을까?내년에 데뷔도 앞두고 있고, 집안 사정도 넉넉지 않아 그동안 얼마나 챙겨줬는데. 돌아오는 건 이런 말도 안 되는 배신과 모함이라고? ‘뻔하지 뭐, 그놈의 돈, 돈, 돈.’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밤새 내린 비 덕분에 공기가 한층 맑아져 있었다.“하아, 살 것 같네. 씨발... 이참에 그냥 다 때려치우고 자연인으로 살아봐?”변덕스러운 마음을 누르며 크게 기지개를 켜던 그때, 저 멀리 산길 끝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작은 나무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반가운 여자. 멀리서 봐도 겁나게 예쁜 생명의 은인.우암은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흔들었다.“어이~ 생명의 은인 씨!”방울이 걸음을 멈추고 집 쪽을 바라봤다.우암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종이처럼 구겨지는 미간과 뒤틀리는 입술까지. 기분이 상당이 언짢다는 걸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아무 말 없이 코앞까지 다가온 방울은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냈다.“아직도 안 가셨어요? 신고가 되게 마려운데요?”“그게요, 어쩔 수 없이 라면 하나를 빚졌습니다.”이 와중에 라면까지 끓여 먹었다니, 한숨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하... 그럼 이제 좀 가시라고요!”“이름이 뭡니까? 아, 저는 ‘서우암’입니다.”관심 없었다. 이름이 뭐든, 누구한테 어떤 미움을 샀든 제 알빠가 아니었다.목숨을

  •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제12화

    우암은 천천히 숨을 내쉬더니, 대자로 누워 천장을 올려다봤다.“저, 저기요..! 왜 또 눕냐고요!”“저 아직 아픕니다. 환자라고요.”방울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분명 죽다 살아난 사람인데도, 이상하리만치 태평한 모습이 이해되질 않았다. 게다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실까지도 다 아는 것 같은데.나는 설마, 죽을 짓이나 하고 다니는 파렴치한 인간을 살려놓은 건가?“저기요, 하숙집도 기가 막힌데 여기가 무슨 병원 입원실인 줄 아세요?”“살려놨으면 책임은 지셔야죠, 배도 좀 고픈 것 같고.”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버렸다. 창밖을 보니 날은 화창하게 개었고, 이런 날은 운 좋은 수확을 하기에 딱 좋은 날이란 말이지.'오늘은 좋은 버섯을 겟 할 수 있으려나?'방울은 겁도 없이 식탁 가까이로 다가가서는, 우암의 손목에 묶인 케이블 타이를 가위로 톡 끊어냈다. 우암은 그 희고 고운 손가락에 시선이 고정된 채 중얼거렸다.“근데, 왜 한쪽 팔만 묶었습니까?”“그게 왜요? 이번에는 그게 또 불만이세요?”“아니요, 딱히 의미 없는 짓을 하신 것 같아서요. 묶으려면 양쪽을 다 묶어야죠.”방울은 그대로 등을 홱 돌렸다.“저는 무지하게 바빠서요, 하산을 하시든 또 뱀한테 물리시든 알아서 하세요.”“제 옷은 어디 있습니까? 팬티 바람으로 어떻게 하산을 합니까?”아, 그게 가장 문제이긴 했다.셔츠는 다 찢어져서 버려버렸고, 바지도 엉망이라 빨아놓긴 했는데 아직은 말랐을 리 만무했고. 결국 옷장에 들어찬 옷들 중, 가장 크고 넉넉한 옷을 꺼내 우암의 옆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돌아왔을 때도 이 집에 계시면, 그때는 진짜로 신고합니다.”쿵!그대로 현관문을 박차고 나간 방울은 창고에서 바구니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집 쪽을 향해 눈을 흘겼다.“생각할수록 어이없네? 고맙다는 소리 하나 못 들었잖아.”빗길을 뚫고 의사를 데려오고, 밤새 열을 재며 간호하고, 꼭 감긴 눈을 뜨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돌아오는 건 폴더폰을

  •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제11화

    이내 이성을 찾은 우암이 손을 덥석 내밀었다.“경찰은 됐고, 핸드폰 좀 빌려주시죠.”“되기는 뭐가 됐어요? 그쪽 뱀한테 물린 거 아니잖아요. 누가 상처를 일부러 내고, 거기다 뱀독을─”“압니다. 그러니까 핸드폰이요.”참나, 맡겨놓은 듯 당당한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방울은 최대한 거리를 둔 채 핸드폰을 건네주었다.핸드폰을 받아든 우암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예쁘장한 얼굴과 달리 국사 선생님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인 옷차림도 기가 찼는데, 손에 들린 건 스마트폰과는 영 거리가 먼 폴더폰이었다.“무전기입니까?”누가 봐도 놀리는 듯한 말투에 방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핸드폰이거든요?”“제가 마지막으로 본 폴더폰보다 두 세대는 더 오래된 것 같은데요.”아, 놀리는 게 아니라 무시하는 건가? 이번에는 방울이 덥석 손바닥을 내밀었다.“전화만 되면 됐죠. 싫으면 이리 주시던가요.”우암은 하여간 별난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폴더폰을 펼쳤다. 하지만 쉽사리 번호를 누르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믿을만한 사람이 누가 있던가.비서, 임원, 변호사, 가족.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구의 얼굴도 마주할 수 없는 상황.‘젠장... 더럽게 엿 같네.’TY 엔터테인먼트는 수많은 아이돌을 배출하며 승승장구하던 회사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함께 일궈온 사람, 가장 믿었던 친구이자 공동대표인 고준영. 그놈은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다. 수면제가 든 술, 정신을 잃은 자신, 그리고 벌거벗은 채 옆에 누워 있던 연습생 아영이까지.지금쯤 여자 연습생 하나를 강간한 파렴치한으로 몰려있겠지. 아, 그래서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까지 뜨게 하려고 이딴 짓을 벌인 것인가?그 자식이라면 아마 준비해 둔 증거들을 전부 다 풀었을 것이다. 술자리 CCTV, 거짓 증언, 조작된 메시지 같은 건 껌일 테고. “전화 안 하세요?”방울의 물음에, 우암은 그대로 폴더폰을 접어버렸다.비참하고 너저분한 기분이 몰려들었다.“못 합니다.”“왜요?”“믿을 인간이 없어서요.

  •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제10화

    태식은 늘 방울에게 살자, 살어야지. 그런 말을 건네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방울은 괜스레 말을 돌리며 눈길을 피했다.“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살인미수잖아요! 살인미수!”“비 그치면 혀, 일단 사람부터 살려 놓고.”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할아버지의 말대로라면 누군가 주삿바늘로 피부를 뚫고, 거기에 진짜 뱀독이라도 주입했다는 뜻이잖아. 미치지 않고서야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벌일 수가 있는 거지?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아니, 샀길래?‘하긴, 내 주변에도 그런 인간들 천지였는데 뭘.’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던 그때, 태식이 가방을 정리하며 방울을 쏘아보았다.이제야 폭우를 뚫고 산길을 달린 게 억울한 모양이었다.“항독소가 듣기 시작하면 열이 조금씩 떨어질 거여, 그라니까 이제 다시 좀 데려다주지?”그의 뜻은 분명했다. 제 할 일은 끝냈으니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방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저만 두고 가시려고요? 이 사람이 깨어나서 허튼짓이라도 하면 어떡해요..!”태식의 눈이 다시 한번 남자를 살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어 뵈는디 뭐, 날 밝으믄 경찰 부르고 내는 잠은 집에서 자야 혀.”비록 시간은 늦었지만, 적어도 환자가 깨어나는 건 봐야 하는 게 참된 의료인의 도리가 아니던가? 오늘따라 할아버지가 유난히 미웠다.허구한날 내 걱정은 엄청 하더니,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잠이 더 우선인 것 같아서.“그래도 무섭단 말이에요...! 모르는 사람이잖아요!”“허튼짓할 기운이 있으믄 그게 기적이여. 정 그르믄 팔다리라도 묶어놓든가.”결국 방울은 태식과 함께 다시 집을 나서며, 거실 한가운데에 맥없이 누워있는 남자를 향해 중얼거렸다.‘아침까지만. 딱 아침까지만 재워드리는 겁니다.’***다음날 아침.“윽...”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귓가에는 빗소리 대신 낯선 새소리가 들려왔다.우암은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이를 악물고

  •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제9화

    최대한 시선을 돌린 채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두꺼운 이불을 덮었다. 그러고는 주방으로 달렸다.희고 고운 손이 말린 약초를 정리해 놓은 통을 정신없이 뒤지기 시작했다.해열에 쓰이는 약초,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초, 독을 빼는 데 사용하는 약초까지. 물론 뱀독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간을 벌 수는 있을 테니까.약초를 절구에 넣고 있는 힘껏 찧기 시작했다.쿵, 쿵, 쿵.숨소리와 절굿공이 소리가 정신없이 뒤섞였다.잠시 후, 걸쭉하게 빻은 약초를 들고 다시 남자에게 다가갔다.낑낑거리며 고개를 받치곤 물에 갠 약초를 조심스레 흘려 넣었다."제발, 제발 넘기라고요.... 제발..."목젖이 움직이는 모습이 얼마나 반갑던지.방울은 그제야 조금은 안심이 된 듯,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잠깐만 계세요! 남의 집에서 죽지는 마시고요! 죽기만 해! 진짜 죽기만 해 봐요!”황급히 노란 우비를 꺼내입은 방울은 신발장에 걸린 헬멧을 눌러쓴 뒤, 호다닥 집을 나서 산악용 바이크에 올랐다.부르르르릉─“버텨요. 조금만 버티고 있으라고요.”앞바퀴가 진흙탕을 걷어차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비에 젖은 산길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바퀴가 미끄러질 때마다 핸들이 크게 흔들렸고, 작은 계곡을 건널 때마다 흙탕물이 허벅지까지 튀어 올랐다.10분쯤 달렸을 때, 희미한 불빛이 빗속에서 흔들렸다.산 아래 외딴 집, 그곳은 은퇴한 외과 의사 윤태식의 집이다. 지금은 텃밭이나 가꾸며 살고 있지만, 한때는 꽤나 이름을 날렸던 사람이자 산에 들어온 뒤 가장 많이 의지한 어른이기도 했다.끼익─!바이크에서 뛰어내린 방울이 대문을 사정없이 두드렸다.“할아버지! 문 좀 열어주세요!”쾅! 쾅!“저 방울이에요! 방울이라고요오!” 잠시 후 집 안의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이 미친 계집애가!”익숙한 욕설과 함께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할아버지...!”“이런 날씨에 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거여? 정신이 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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