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은서는 케이크를 바로 입에 넣지 않았다. 포크로 위에 장식된 작은 망고 조각 두 개를 찍은 뒤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윤모의 입가에 내밀었다.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렀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 달아요?”윤모는 눈에 띄게 멈칫했다. 입술 앞에 놓인 포크를 내려다봤다가 기대가 가득한 은서의 눈을 다시 바라봤다.윤모는 입을 벌려 망고 두 조각을 받아먹었다.‘이제 남자 꼬시는 법도 아네.’은서의 머릿속에서는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먹었어!’‘내가 먹여 준 걸 진짜 먹다니! 분명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야!’‘갑
“이 꽃도 심 대표님께서 하은서 씨에게 보내신 겁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민찬이 눈짓하자 여섯 부하가 일제히 은서 앞으로 꽃다발을 내밀었다.“좋아요, 좋아요! 무척 마음에 들어요!”은서는 들뜬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지만 서둘러 손을 뻗었다.커다란 꽃다발 여섯 개를 혼자서는 도저히 안을 수 없었다. 뒤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나서 네 다발을 대신 받아 들었다.경서는 화려하게 핀 튤립 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그중에서도 검은 튤립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미친놈.’‘여섯 가지 색을 다 모았네. 정성도 대단
봉정이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윤혜니가 낳은 그 아이만큼은 절대로 한명창에게 존재를 들켜서는 안 돼!’‘적당한 때가 오면 아무도 모르게 정리할 거야.’“여사님.” 백조라가 참지 못하고 마음속 의문을 물었다. “그런데... 왜 기안 씨를 그렇게까지 챙기세요?”봉정이는 경고하듯 백조라를 흘겨봤다.“네가 그것까지 알 것 없어.”“어쨌든 기안이 널 사랑하게 만들어. 그래야 앞으로 기댈 데가 생겨. 몸도 빨리 회복하고.”“네.” 백조라는 고개를 숙여 속내를 감췄다.그때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기안이 긴 다리로 성
오후, 점심을 먹고 돌아온 혜니는 휴게실에 숨어 들어가 푹 낮잠이나 잘 생각이었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혜니는 멍해졌다.“내 침대 어디 갔어?”원래 작은 침대 세 개가 놓여 있던 휴게실은 휑했다. 이제 침대가 두 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새연이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대표님이 사람 시켜서 치웠어.”“어디로 옮겼는데?” 혜니의 가슴이 철렁했다.“위층.” 새연이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이라도 말하듯 속삭였다. “세 명이 한방 쓰기 너무 좁다면서... 너는 대표님이랑 같이 쓰면 된대.”새연이 혜니에게 눈을 찡긋거리며 웃
이곳은 경서가 어릴 때 살던 집이었다. 할머니는 손주들 가운데서도 유독 경서를 예뻐했다.차에서 내리기도 전, 경서는 집 앞에 세워진 요란한 노란색 스포츠카부터 발견했다.하은서의 차였다.은서는 경서 작은아버지의 딸이었다. 회사에서는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키는 신세였고, 매일 재벌가로 시집가는 꿈만 꾸고 살았다.얼마 전에는 윤모에게 제재를 풀어 달라고 부탁하러 몰래 찾아갔다가 윤모의 얼굴도 못 보고 돌아왔다는 말도 들었다.경서는 집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속에서 불이 확 치밀었다.거실에서 은서가 경서의 소중한 바이올린을 들고
윤모는 붉어진 혜니의 뺨과 귓불을 보고 혀를 두 번 찼다.‘재밌네.’‘역시 가까이 붙어 있으니 먼저 차지하는군.’‘나도 하경서를 어떻게든 내 옆으로 데려와야겠어.’인우는 잔뜩 언짢은 표정으로 책상 뒤에 앉아 넥타이를 다시 정리했다.“아침부터 왜 올라왔어. 할 말 있으면 빨리 해.”“야, 내가 좋은 시간 방해했냐?”윤모는 안으로 들어와 제집처럼 소파에 털썩 앉았다.“윤 비서가 부럽긴 하네. 낮에는 대표님 곁을 지키고, 밤에는 또 다른 자리까지 차지하잖아.”“할 말 없으면 꺼져.” 인우는 기분이 완전히 상해 있었다.
혜니는 기분이 확 상해 곧바로 말했다.“대표님, 비서가 세 명이나 있잖아요. 박 비서에게 동행하라고 하셔도...”‘아무리 그래도 나만 붙잡고 끝까지 갈아 넣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인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한마디를 던졌다.“윤 비서가 대표야, 내가 대표야?”“그야 당연히 대표님이십니다.”혜니는 이를 악물고 두 글자를 짜냈다.‘악덕 자본가.’“47분 남았어.”인우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덧붙였다.혜니는 토끼보다 빠르게 뛰쳐나갔다.‘젠장...’집까지 가는 데 30분.화장하고 옷 갈아입는 데 17분.목을
게다가 혜니를 따로 태그까지 해 두었다.주소 하나.연락처 하나.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쓸데없는 말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혜니는 체념한 듯 가방을 움켜쥐고, 곧장 택시를 잡아 그 주소로 향했다.차 안에서도 머릿속은 계속 윙윙거렸다.반년 전 재계약한 근로계약서에 경업금지 약정이 끼어 있었을 줄은 몰랐다.일방적으로 퇴사하면 회사에 43억 원대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했다.혜니의 평생을 갈아 넣어도 갚을 수 있을지 모를 돈이었다.혜니는 지금 미칠 듯이 울적했다.어렵게 도착한 곳은 수리 옥션이었다.이름만 들어도 숨이 턱
혜니는 그 순간 생각했다.인우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이제 이 남자는 깨끗하지 않다고.인우가 돌아왔을 때, 인우는 그저 일이 바빴다고만 말했다.그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혜니는 이혼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혜니의 눈가는 무섭도록 붉어져 있었다.하지만 이를 악물고 끝내 눈물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한인우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다음 날, 혜니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인우의 호출이 내려왔다.혜니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문이
“아!”혜니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떴다.시야가 뒤집히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인우가 혜니를 단번에 어깨에 둘러멘 것이다.단단한 어깨가 몸을 눌러 와 아플 정도였다.“뭐 하는 거야! 내려놔, 한인우!”혜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공중에 뜬 두 다리가 허둥지둥 버둥거렸다.우진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러다 혜니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서야, 온몸이 움찔 굳었다.한인우.소문으로만 듣던 A국 금융계의 거물.수십 조 원대 자산을 손에 쥔 남자였다....혜니는 끌려가는 내내 버둥거렸다.하이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