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만약에 심윤모가...”경서는 차마 그 뒤를 잇지 못했다.“분명히 깨어날 거야. 널 두고 떠날 리가 없잖아.”혜니가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그렇게 모질게 굴면, 그때는 그냥 쓰레기처럼 버려. 차 버리면 돼.”경서는 웃고 싶었는데 눈물부터 흘렀다.병실로 돌아오니 문 앞에 어느새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네댓 명이 서 있었다. 다들 체격이 건장했고 표정이 없었다.병실 안에서 누군가 뛰쳐나왔다. 은은한 향이 스치더니 경서를 꽉 끌어안았다.“경서 선배!”아인이 울음을 터뜨렸다.“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세요? 선배가 그대로
경서는 잠시 생각하다 곧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을 발견했다.“아니에요. 나중에 ‘달님’을 삭제했잖아요. ‘달님’을 사랑한 게 아니야. 심심할 때 갖고 노는 장난감으로 생각했을 뿐이지.”경서의 눈에 차가운 조소가 어렸다.“아닙니다!”민찬은 멈칫했다가 경서가 무엇을 오해했는지 알아차리고 서둘러 설명했다.“그 계정을 삭제한 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배신감 때문이었습니다!”“하동테크 창립 기념 행사에서 하은서 씨의 나체 사진과 영상이 갑자기 공개됐습니다. 심 대표님은 ‘달님 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고 생각하셔서 몹시
경서가 멈칫했다.‘사람을 잘못 알아봤다고? 무슨 소리야?’아무리 그렇다 해도 다 큰 남자가 제 앞에 꼿꼿이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일어나서 다시 말씀하세요.”경서는 차갑게 말하고 몸을 돌려 옆의 긴 의자로 갔다. 그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혜니가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팔을 뻗어 여윈 어깨를 감쌌다.민찬이 일어나 빠르게 따라왔다. 심판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경서 앞에 똑바로 섰다.입을 열었다. 목울대가 몇 번 움직인 뒤에야 힘겹게 말이 나왔다.“그날 대표님께서 온라인 경매
장환이 민찬의 어깨를 두드렸다.“당분간 제가 여기를 지킬 겁니다. 심 대표님이 깨어나실 때까지 같이 기다리죠.”민찬이 목이 메어 고개를 끄덕였다.윤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인우는 돌아서 VIP 병실로 갔다.혜니는 침대 곁에 앉아 경서를 지키고 있었다.인우가 들어서자마자 침대 위의 경서가 움직였다.속눈썹이 떨리더니 눈을 천천히 떴다. 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경서야!” 혜니가 놀랍고 기뻐서 불렀다.경서가 얼굴을 돌려 혜니를 봤다. 머리가 몹시 아팠다.‘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지?’애써 기억을 더듬자 마지막 기
병원.VIP 병실에 들어선 혜니는 침대에 누운 경서를 바로 봤다.얼굴은 창백했고 생기가 없었다.혜니의 가슴이 거세게 움츠러들었다. 심하게 아팠다.자책과 후회가 마음속을 뒤덮었다.‘내가 J시에서 기다려 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경서에게 이런 일도 없었을까?’혜니는 다가가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고 수건을 적셔 짰다.그리고 경서의 뺨에 묻은 얼룩을 살살 닦았다. 혜니의 몸 전체가 바들바들 떨렸다.경서에게 납치범이 폭탄을 달았고 해체할 방법도 없었다고 들었다. 마지막에는 윤모가 경서를 안고 함께 죽음을 맞으려 했다고 했다.
윤모가 손을 펴서 경서의 눈물 두 방울을 받았다. 따뜻한 눈물이 독처럼 몸으로 스며들어 심장을 아프게 했다.“하경서, 사랑해.”윤모는 경서를 꼭 안고 뜨거운 입술을 맞댔다. 입술을 포개고 천천히 비볐다.타이머의 숫자는 이미 마지막 60초에 들어섰다.경서의 몸이 굳었다. 눈물이 더 거세게 흘렀다. 경서도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윤모를 힘껏 밀었다.“빨리 가. 나 놓고.”윤모는 오히려 더 꽉 안았다. 뼈가 아플 만큼 단단한 포옹이었다.“안 놔.”“여긴 위험해.” 경서는 윤모를 힘껏 밀며 흐느꼈다. “나 대신 살아..
“아!”혜니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떴다.시야가 뒤집히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인우가 혜니를 단번에 어깨에 둘러멘 것이다.단단한 어깨가 몸을 눌러 와 아플 정도였다.“뭐 하는 거야! 내려놔, 한인우!”혜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공중에 뜬 두 다리가 허둥지둥 버둥거렸다.우진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러다 혜니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서야, 온몸이 움찔 굳었다.한인우.소문으로만 듣던 A국 금융계의 거물.수십 조 원대 자산을 손에 쥔 남자였다....혜니는 끌려가는 내내 버둥거렸다.하이힐
혜니는 이를 악물고 보고서를 다시 확인했다.한 번으로는 부족해 두 번이나 더 들여다보았다.그렇게 시계가 밤 9시 반을 가리킬 때가 되어서야, 겨우 보고서 검토를 끝낼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결과는 같았다.오류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혜니는 보고서를 챙겨 다시 대표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보고서를 정중히 올려놓았다.“검토 끝났습니다.”인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고서를 한 번 훑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미안해. 윤 비서. 내가 잘못 본 것 같다.”혜니는 할 말을 잃었다.‘
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아이는?”“없습니다.”“좋군.”인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혜니는 그런 인우를 한 번 바라보았다.‘좋긴 뭐가 좋아.’‘그때 남겨 놓은 네 ‘보물’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어!’“됐어. 회의 있습니다.”인우가 새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소 비서, 따라와.”“네, 대표님.”새연은 기쁜 얼굴로 회의록을 적을 노트를 챙기러 갔다....결국 회의는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새연의 키보드는 불꽃이라도 튈 듯 쉴 새 없이 두드려졌다.‘우리 새 대표님... 확실히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그대로 굳어 버린 듯했다.사실 혜니는 어젯밤에도 인우의 꿈을 꾸었다....은행나무 아래, 매트, 별빛, 이혼하던 날의 마지막 작별. 혜니가 울부짖었고, 인우는 뜨거운 숨을 귓가에 뿌리며 끝을 정하는 건 자신이라고 했다. “한인우, 이제 그만해.”혜니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마음까지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인우는 낮게 숨을 내쉬며 혜니를 내려다보았다.뜨거운 기운이 가까이 닿았지만, 인우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렇게 소리칠 힘은 남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