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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황녀를 둘러싼 기묘한 소문

Penulis: 훌리아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4 12:55:24

5화

레오노라가 동부에서 수도까지 올라온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저 소문을 확인하려던 게 아니었다. 프레데리크가 정말로 황녀와 결혼한다면, 그 사실을 두 눈으로 보며, 자기 마음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던 것이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돌아가자. 깨끗하게… 끝내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황녀의 제안은, 마치 그녀가 일구어 온 모든 것을 단숨에 삼켜버릴 괴물 같았다.

“……황녀 전하.”

레오노라는 숨을 들이켠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말조차 무너질 듯, 휘청이는 감정의 끝자락에서 꺼낸 것이었다.

지빌라는 한 걸음, 물러나는 듯한 거리감으로 말을 건넸다.

“오늘은 돌아가요. 그리고―잘 생각해요.”

그 말은 간결했지만, 명령이었다. 거역할 수 없는 힘이 거기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빌라는 천천히, 결정적인 말을 덧붙였다.

“내 시녀가 되겠다면…… 북부로 함께 가요. 프레데리크 곁이 아니라, 내 곁에서 살아가도록 해요.”

황녀가 떠나자, 방 안은 숨을 멈춘 듯 고요해졌다. 그 적막 속에, 레오노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심장이—속이—머릿속이 요동쳤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이, 비명처럼 가슴을 긁고 있었다.

‘왜 그랬나요, 프레데리크… 왜 단 한 번도, 나를…… 보아주지 않았나요!’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천천히, 조심스레 말아쥐는 손 안에 억눌린 감정이 고였다. 눈물이 맺히는 줄도 몰랐다. 그녀는 그저, 입술을 깨문 채, 무너지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그를 미워하고 싶었다.

모든 걸 모른 척했던 그의 무심함, 말 한마디 없이 황녀의 손을 잡아버린 그 비정함이 지독하게, 참을 수 없을 만큼 미웠다. 하지만 그의 가문, 그의 등에 얹힌 운명을 생각하면 그 미움조차 어디로 향해야 할지 잃어버렸다.

‘당신은… 나를 지키기 위해, 나를 놓은 걸까요.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까요.’

그녀는 그렇게라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야, 그녀가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녀도 여전히 그를 포기할 수 없었다.

황녀의 시녀가 된다는 것. 그건 굴욕일까, 기회일까. 그의 곁에 머무르기 위한 결심일까, 아니면…… 버리지 못한 어리석은 미련일까. 모든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분노와 슬픔, 자책과 희망이 얽혀 가슴 한복판에서 소리 없이 격돌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이 있었다.

‘나는 아직… 그를 버릴 수 없어.’

레오노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얼룩진 눈앞으로, 잊히지 않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위로, 희미하지만 단단한 결심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일주일이 지나자, 수도에는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황녀가 대공 프레데리크와 레오노라 백작 영애의 사이를 의심해, 그녀를 시녀로 들이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대공의 후사를 서두르려 황녀가 그를 직접 침실로 불렀다는, 낯 뜨거운 말까지 퍼졌다. 사교계는 두 사람의 밤을 제멋대로 그려내며 즐거워했다.

그날 이른 아침, 샤를로트 델보 후작영애가 황녀의 궁을 찾았다. 익숙한 얼굴로 문턱을 넘은 그녀는 들어서자마자 소문부터 꺼냈다.

“침실로 불렀다는 건 좀 심하네요.”

“그러게.”

샤를로트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어제 황녀에게 직접 전해 들은 정원에서의 대화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 와전되어 소문이 된 거라 해도, 그 근원이 지빌라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냥, 내가 이 결혼에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지빌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샤를로트는 그 말에 어딘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듣고 있자니, 대공 각하께서 황태녀로 지지해주시겠다고 한 게… 좀 아깝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빌라는 피식 웃었다. 샤를로트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와 천진한 의심이, 오히려 지빌라의 신뢰를 굳건하게 해주었다.

제왕학을 접은 뒤 처음으로 곁에 둔 친구들이었지만, 샤를로트와 에르나는 늘 기대 이상이었다.

“에르나도, 너도… 나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거 아냐?”

“그건…….”

샤를로트는 말끝을 흐렸다. 황녀 지빌라의 선택이 단순한 질투심이나 연애 감정 때문이 아니라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 모든 언행이 결국 황후와 일황자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도. 그걸 알아도, 입 밖으로 꺼내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때로는 안타까웠다.

“죄송해요, 황녀 전하. 쓸데없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로 레오노라 영애가 시녀를 하겠다고 나설까요? 혹시 저 몰래 협박이라도 하신 건 아니고요?”

지빌라는 긴 소파에 다리를 뻗은 채, 가십지를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샤를로트의 엉뚱한 말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샤를로트, 설마 진짜로 내가 협박이라도 한 줄 알고 그런 말 하는 거야?”

그녀는 장난기 어린 눈으로 샤를로트를 흘겨보았다.

“아니…! 친분도 없고, 대공 각하를 사모하는 영애를 시녀로 들이시다니요. 저도 있는데!”

샤를로트는 억울하다는 듯 투덜댔다. 지빌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샤를로트, 넌 내 눈과 귀가 되어야 하잖아. 내가 북부에 있더라도 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아야 하니까.”

샤를로트가 입을 삐죽였다.

“그래도… 레오노라가 시녀라면 불편하실 수도 있잖아요.”

“아니.”

지빌라는 짧게 잘랐다. 곧 덧붙였다.

“레오노라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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