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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아르카나를 봐주세요

Author: 훌리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4 12:56:01

6화

지빌라는 가십지 한 장을 넘기다 말고 손을 멈췄다. 말끝에 담긴 의미를 스스로도 가늠하고 있는 듯, 시선이 멀어졌다.

“…레오노라는 눈치가 빠르니까. 그리고, 프레데리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창밖에, 시선이 머물렀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맑았다. 지빌라는 속으로 되뇌었다.

‘소문 따위야 중요하지 않아. 진짜 중요한 건, 이 바보 같은 제국이 또 무너지는 걸 막는 것. 그리고 프레데리크와 레오노라가… 끝내 서로를 붙잡을 수 있다면— 그건 내게도, 그들에게도… 축복일 테니까.’

그 다짐 끝엔, 묘한 체념과 염원이 뒤섞여 있었다.

한편, 샤를로트는 내심 복잡한 심정이었다. 아버지 후작은 조급하게 혼사를 추진하고 있었고, 그녀는 정작 마음에도 없는 남자들을 마주해야 했다.

‘차라리 나도 레오노라처럼… 황녀 전하에게 시녀 제의를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괜히 속이 쓰렸다.

“그럼, 아르카나를 봐주세요.”

“무엇이 궁금한 거지? 미래의 남편 될 사람?”

“맞아요. 그저 그런 남자랑 결혼하느니… 차라리 황녀 전하의 시녀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 운명을 봐주세요.”

지빌라는 카드를 꺼내기 전, 잠시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회귀한 이후, 그녀 안에 어떤 ‘감각’이 깃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은 황후가 추천한 귀부인들의 모임에서였다. 그날따라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마치 누군가 길을 깔아둔 듯 일이 풀렸다. 그 보이지 않는 이끌림의 끝에서, 그녀는 신전에서 내려온 유물들을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신전 지하에 보관되던 고대 카드 세트.

교황의 특별한 허락으로 일반 귀족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진열대 앞에 섰을 때, 그녀의 손끝이 무심코 카드를 스쳤다. 그 순간, 은은한 빛이 번지며 한 장이 저 홀로 흔들렸다.

“……이건?”

카드가 스스로 황녀를 바라보는 듯했다.

사제가 다가와 대답했다.

“아르카나는 원래 주인을 알아봅니다, 황녀 전하.”

“하지만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사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물러났다. 며칠 뒤, 추기경이 직접 찾아와 고대 카드 세트를 전달했다.

“제가…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요?”

“교황 성하께서는 황녀 전하의 어머님과 깊은 인연이 있으셨습니다.”

“…어머니와요?”

“황녀께서 늘 목에 거는 그 펜던트, 그것 역시 신전의 유물이지요.”

지빌라는 대답하지 못 했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고, 자라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었다. 아무도, 어느 누구도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그날 추기경은 말해주었다. 황녀의 어머니는 ‘성녀’였다고.

신전은 황제와 성녀의 결혼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으며, 그 혼인은 철저한 정치적 합의였다고. 그리고 이 사실을 아는 자는 황제와 신전뿐이라고.

지빌라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했다. 어머니는 성녀였고, 황제는 그 진실을 숨겼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에서야 제 회귀에 이유가 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 후로 지빌라는 신전을 주기적으로 찾았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교황과의 독대는 철저히 비밀이었다.

그녀는 과거의 회상을 지우듯, 천천히 카드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선 은근한 향기가 피어올랐고, 오래된 나무의 결이 손끝에 스쳤다. 카드를 조심스레 섞으며, 지빌라가 낮게 웃었다.

“그래, 네 운명 한번 들여다보자. 후작이 정해준 남편보단 훨씬 흥미로울 테니까.”

샤를로트는 숨을 삼켰다.

“전하, 저도 정말……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운명은 언제나 진짜야. 단, 조건은 알지? 비밀 하나, 내게 털어놓는 것.”

“알고 있어요. 황녀 전하는 귀부인들에게도 꼭 비밀 하나는 얻으시잖아요. 그러면서 친분을 쌓으시고.”

샤를로트의 말처럼, 지빌라는 뜻밖에도 아르카나를 통해 귀족 부인들과 관계를 다져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황녀가 건네는 한마디는 단순한 점괘가 아닌, 신탁과도 같았다.

‘예언’이라는 껍데기를 쓴 위로와 조언은, 때때로 권위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지녔다.

샤를로트가 커튼을 치자 방 안이 어둑해졌다. 지빌라는 조용히 아르카나를 펼쳤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힘은 어둠이 깃들수록 더 또렷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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