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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휴일은 공작님의 것이 아닙니다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2 07:50:02

초콜릿은 예언보다 믿을 만했다. 적어도 돈을 내면 그 자리에서 행복해질 수 있었다.

나는 작은 상자를 품에 안고 과자점을 나왔다. 조금 전까지 점쟁이가 앉아 있던 골목은 텅 비어 있었다. 나무 상자도, 낡은 돗자리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언제 다 치우고 간 거지. 오 실버를 받고 나서의 움직임만큼은 제법 신속한 모양이었다.

마차가 서 있던 곳에는 짐수레 두 대가 들어와 있었다. 우리 마부는 과자점의 하인이 나를 향해 손을 들기도 전에 길 건너에서 신호를 보냈다. 뒤쪽 분수대 옆에 세워두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보행로를 따라 걸었다. 상자 속에서 달콤한 냄새가 올라왔다. 집에 도착하면 데인과 나눠 먹고, 남은 것은 책을 읽으면서 먹을 생각이었다.

그때 말의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터졌다.

“비켜요!”

검은 마차 한 대가 모퉁이를 크게 돌아 들어왔다. 바퀴가 보행로의 낮은 경계석을 타고 넘어왔다가 튕겼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굽 낮은 구두가 돌바닥을 미끄러졌고, 분수대의 가장자리를 짚고서야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손에 들고 있던 상자가 기울었다. 마차는 고삐를 당기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서 멈췄다.

“거기 서 있으면 어떡합니까!”

마부가 먼저 고함을 질렀다. 나는 아직 분수대를 짚고 있던 손을 떼고 그를 바라봤다. 그는 마부석에서 내려오자마자 말의 상태부터 살폈다. 그러고는 내가 다쳤는지 묻는 대신, 마차가 긁힌 자리를 손으로 문질렀다.

“지금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세요?”

“갑자기 튀어나오면 나더러 어쩌라고…….”

“저는 보행로에 있었고, 마차가 올라왔는데요.”

내가 경계석을 가리키자 그의 시선이 잠깐 그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인정하는 대신 내 차림을 훑었다. 손목을 덮는 블라우스와 조끼, 먼지 묻은 바지. 드레스와 보석으로 신분을 알리는 영애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의 턱이 조금 올라갔다.

“마차 안에 어떤 분이 계시는지는 압니까?”

“운전 속도를 결정할 때는 그분의 성함보다 도로 표지판을 보셨어야죠.”

“이게 어디서 감히…….”

“사과를 먼저 하시는 편이 좋겠어요. 서로 오후를 더 망치지 말고.”

그 순간 마차 문이 열렸다. 마부는 마치 구원자를 본 것처럼 몸을 돌렸다. 나는 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얼굴을 보고 눈을 감고 싶어졌다. 머리를 넘기는 손짓, 입꼬리에 걸린 웃음, 기름을 너무 많이 바른 초록빛 머리카락. 좋지 않은 기억이 아주 빠르게 돌아왔다.

“샤를?”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백작은 내가 반가워서 거리를 벌린다고 생각하는지 더 환하게 웃었다. 한때는 저 웃음도 친절하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사람 보는 눈이란 경험으로 늘기도 하지만, 그 경험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었다.

“오랜만이네. 여전히 아름다워. 그런데 이런 차림으로 어디를 가는 거야?”

“집으로 가던 길입니다. 마차의 주인이 백작님이셨군요.”

“내 마부가 실수를 했나 보네. 다친 데는 없어?”

뒤늦은 질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지만 잡지 않았다. 백작은 빈손을 자연스럽게 옷깃으로 옮겨 브로치를 고쳐 달았다. 은으로 둘러싼 검은 보석이 햇빛을 잠깐 받았다. 이상하게도 빛이 반사되는 대신 그 안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백작님께서 마부에게 보행로에서는 속도를 줄이라고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잠깐. 모처럼 만났는데 이렇게 가려고?”

돌아서려는 순간 손목이 잡혔다. 오른손이었다. 손가락이 피부에 닿는 감각이 먼저 오고, 기분 나쁜 익숙함이 그다음에 왔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그의 손을 봤다가 얼굴을 들었다.

“놓아주세요.”

“샤를, 전에 보낸 편지는 받았어?”

“받았습니다. 답장도 드렸고요.”

“너무 냉정하더군. 우리가 남은 아니잖아.”

“남입니다. 백작님께는 부인이 계시고요.”

그의 웃음이 조금 굳었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에게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나는 초콜릿 상자를 든 왼손으로 그가 더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잡히고 싶지 않은 손목을 잡힌 상태에서 그의 체면까지 살펴줄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

“그럼 손을 놓으세요. 대화도 끝나니까.”

“오해를 풀고 싶은 것뿐이야. 너도 그때는…….”

“제가 뭘 했든 지금 놓으라고 말했습니다.”

손을 빼려 하자 그의 손가락이 더 세게 조였다. 아픔이 손목 안쪽을 따라 번졌다. 나는 숨을 짧게 들이쉬었다. 우리 호위기사 리노에게 배운 동작이 떠올랐다. 엄지손가락이 있는 방향으로 틀어 빼고, 어려우면 발등부터 밟는다. 구두 굽은 낮았지만 체중을 싣기에는 충분했다.

“그 손부터 놓지.”

낮은 목소리가 백작의 뒤에서 들렸다. 나는 발을 움직이려던 자세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회색 눈, 짙은 색 외투 위에 달린 헤레이스가의 문장. 프레드릭 공작이 서 있었다. 뒤에는 호위기사 둘이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그의 마차가 보였다.

백작의 손가락이 느슨해졌다. 그러나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았다. 공작은 그 손을 보고 한 걸음 다가왔다. 평소 집무실에서는 서류 사이로 얼굴만 볼 때가 많아서 잊곤 했다. 이 사람은 가까이 서면 꽤 위압적이었다.

“제가 먼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공작님. 타르로 백작입니다. 샤를과는 오래전부터…….”

“놓으라는 말도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나?”

“샤를레아. 이 대화를 계속하고 싶은가?”

“아니요.”

“들었겠지.”

백작이 손을 놓자 나는 즉시 물러났다. 공작이 두 사람 사이에 섰다.

“오해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만 반가운 마음에…….”

“반가움은 상대가 물러서면 멈추는 게 좋겠군.”

그제야 우리 마부가 도착했다. 나는 백작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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