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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서 들려온 이름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2 18:34:41
같은 날 조선에서는 도겸이 돌아터의 오래된 나루 기둥에 남은 수위 자국을 확인하고 있었다.

며칠 전보다 물이 조금 빠져 있었지만 최근 관측 범위 안의 변화였다. 강무진은 흰 돌이 지난번보다 더 많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도겸은 새 표식과 기록을 비교해 자연스러운 수위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날은 한 가지가 달랐다.

나루 기둥 가까이에서 물살이 한 차례 이상하게 갈라졌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

처음 발견한 사람은 나룻배를 정리하던 젊은 일꾼이었다. 그는 물이 빠지는 방향과 다르게 짧은 소용돌이가 생겼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강무진은 곧바로 그 자리를 확인했으나, 이미 물살은 평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도겸은 먼저 일꾼을 불러 정확히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다. 일꾼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와 물결이 갈라진 위치를 가리켰다. 물이 역류했다고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평소처럼 흘러가던 물줄기가 한순간 양쪽으로 나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때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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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문 앞에서 들려온 이름

    같은 날 조선에서는 도겸이 돌아터의 오래된 나루 기둥에 남은 수위 자국을 확인하고 있었다.며칠 전보다 물이 조금 빠져 있었지만 최근 관측 범위 안의 변화였다. 강무진은 흰 돌이 지난번보다 더 많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도겸은 새 표식과 기록을 비교해 자연스러운 수위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러나 그날은 한 가지가 달랐다.나루 기둥 가까이에서 물살이 한 차례 이상하게 갈라졌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처음 발견한 사람은 나룻배를 정리하던 젊은 일꾼이었다. 그는 물이 빠지는 방향과 다르게 짧은 소용돌이가 생겼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강무진은 곧바로 그 자리를 확인했으나, 이미 물살은 평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도겸은 먼저 일꾼을 불러 정확히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다. 일꾼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와 물결이 갈라진 위치를 가리켰다. 물이 역류했다고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평소처럼 흘러가던 물줄기가 한순간 양쪽으로 나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그때 흰 돌에도 변화가 있었느냐?”도겸의 질문에 일꾼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못 봤습니다. 저는 기둥 쪽을 보고 있었으니까요.”“빛은?”“모르겠습니다.”“소리는?”“물소리 말고는 못 들었습니다.”도겸은 그의 말을 그대로 기록했다.한연화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물었다.“이상한 일이니?”도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바닥에 잠긴 돌이나 나루 기둥 때문에 물살이 갈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같은 자리에서 다른 물때에도 나타나는지 봐야겠습니다.”“흰 돌하고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볼 근거가 없어요.”한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물가로 더 가까이 가지 않았다.나루 기둥과 기존 표식의 위치를 확인한 뒤, 다음 수위 변화에서 같은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지만 살피기로 했다.그날의 기록에는 새로운 길도, 특별한 빛도 없었다.다만 짧은 물살의 변화 하나가 남았다.북부성에 돌아온 뒤 서화는 헤르만에게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문 앞에서 들려온 이름

    서화는 일정한 속도로 걸었다. 이전처럼 걸음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지 못했고, 옥의 온기도 처음 보고한 수준을 유지했다. 발밑의 작은 돌을 피하기 위해 잠깐 보폭을 줄였지만, 그 외에는 통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열네 번째 걸음에서 그녀는 빛 안쪽의 명암이 달라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두운 선 하나가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그 옆으로 조금 더 낮은 형태가 보였다. 지난 관측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했지만 그것이 같은 물체인지 알 수 없었다.“빛 안에 어두운 것 둘. 잠깐 보였다.”에드윈이 기록했다.다른 관측자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기록을 남겼다.서화는 기다리지 않고 걸음을 이어갔다.열여덟 걸음.열아홉 걸음.그리고 스물한 번째 걸음.지난번 자신이 멈췄던 위치였다.서화는 바로 앞에 그려진 작은 점을 보았다.발끝이 잠시 멈췄다.그날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었다고 느꼈다. 익숙한 목소리 때문에 남은 세 걸음이 한없이 가까워졌고, 동시에 더없이 멀어졌다. 서화는 그 기억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가슴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손끝도 조금 차가웠다.그러나 어지럽지 않았다.통증도 없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왜 멈추었는지 알고 있었다.“여기 지난번 멈춘 자리다.”헤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지금 소리 없다. 몸 괜찮다. 계속 가고 싶다.”아드리안은 에드윈의 수치를 확인했다.급격한 변화는 없었다.빛도 유지되고 있었다.“계속 이동 가능.”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한 걸음.두 걸음.그리고 세 번째 걸음.발끝이 붉은 표시선에 닿았다.“두 번째 선 도착.”그녀가 말했다.아드리안은 즉시 시간을 확인했다.“제2거리선 도착. 추가 접근 없음.”그 말이 기록되는 동안 서화는 움직이지 않았다.드디어 두 번째 선에 섰다.그러나 눈앞의 빛은 갑자기 넓어지지 않았고, 조선의 풍경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 안쪽은 여전히 희미하게 밝았으며, 어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문 앞에서 들려온 이름

    남쪽 바다에서 다시 빛이 관측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온 것은 서화가 두 번째 거리선 접근 절차를 재검토한 지 엿새째 되는 날이었다. 이번에는 새벽부터 현상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광은 삼십여 초 만에 사라졌지만, 두 번째에는 세로로 형성된 빛이 일 분 가까이 유지되었고, 세 번째에는 가운데가 벌어진 상태에서 내부의 밝기가 여러 차례 달라졌다. 관측자 네 명은 서로의 기록을 확인하기 전에 각각 보고서를 작성했다. 빛의 높이와 폭에 관한 기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으나, 그 안쪽에 이전보다 뚜렷한 명암이 나타났다는 점에서는 세 명의 진술이 일치했다. 그러나 반대편의 풍경이 보였다는 사람은 없었다. 에드윈은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서화에게 알렸다. “이전보다 형태가 분명해진 것은 맞아. 하지만 아직 무엇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 서화는 보고서를 받아들고 끝까지 읽었다. 마지막 관측에서 들었던 자신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는 보고서의 청각 기록부터 찾지 않았다. 먼저 수위와 지속 시간, 관측자들의 위치를 확인했고, 현상이 나타났던 시각 사이의 간격을 살폈다. 그제야 마지막 장을 넘겨 소리에 관한 항목을 읽었다. 특이 음성 보고 없음. 서화는 그 문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 조건은?” “충족했어. 다만 현장에 도착해서 같은 규모의 현상이 다시 나타나야 접근할 수 있어.” “알겠다.” 그녀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두 번째 선까지 가고 싶다.” 에드윈은 서화의 얼굴을 살폈다.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해서 그날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 “안다. 그런데 가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 말에 에드윈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럼 준비하자.” 남쪽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서화는 유난히 말이 없었다. 지난 관측 이후 그녀는 자신의 몸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여러 번 돌아보았다. 옥이 따뜻해지는 순간보다 더 위험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날 들은 짧은 부름이었다.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세 걸음 앞에 남겨둔 것

    두 번째 거리선까지 세 걸음을 남겨두고 돌아온 날부터, 서화는 한동안 자신의 이름을 듣는 일이 조금 낯설어졌다. 복도를 지나던 마리엘이 그녀를 부르거나 에드윈이 연구실 문밖에서 이름을 외칠 때면, 평소처럼 고개를 돌리면서도 아주 짧은 순간 남쪽 바다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누군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소리가 들리거나,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불안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름이란 것이 얼마나 많은 기억을 품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된 것 같았다. 조선에서는 아버지가 부르는 서화와 어머니가 부르는 서화, 도겸이 장난스럽게 부르는 서화가 조금씩 달랐고, 아르데시아에서도 카시안과 에드윈이 그녀의 이름을 발음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결국 같은 두 글자였는데도 누구의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떠오르는 얼굴과 풍경이 달랐다.그러니 남쪽에서 들었다고 느낀 그 짧은 부름이 도겸의 목소리처럼 기억되는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기억이 실제로 어디에서 비롯되었느냐는 것이었다. 서화는 관측을 마친 뒤 며칠 동안 그 차이를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자신이 느낀 것을 거짓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지만, 바다가 들려준 소리에 오라버니의 이름을 붙여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두 가지 마음은 서로 충돌했고, 그럴 때마다 서화는 마지막으로 남겨놓았던 세 걸음을 떠올렸다.그런데 나흘째 되는 날, 서화는 조금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에드윈이 연구실로 그녀를 부른 것이다. 그곳에는 아드리안과 헤르만이 함께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남쪽 관측지의 지도는 펼쳐져 있지 않았다. 대신 탁자 위에는 두 장의 기록과 짧은 질문지가 놓여 있었다. 서화가 의자에 앉자 에드윈은 먼저 그동안 현장에서 수집한 청각 기록을 다시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측자가 서화의 이름을 들었다고 적은 사례는 없었으며, 여러 차례 보고된 짧은 소리 역시 서로 같은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새로 확인된 마력 변화도 없었다.“그러니까 아직도 모른다는 거다?”서화가 묻자 에드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두 번째 선에 서는 날

    남쪽 관측지에서 빛이 다시 나타났다는 보고가 올라온 것은 두 번째 거리선 접근을 허가한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서화는 세 차례나 남쪽에서 작은 발광 현상이 관측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어느 것도 출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첫 번째는 수면 위에서 잠깐 번졌다가 사라졌고, 두 번째는 가느다란 세로선을 만들었으나 가운데가 벌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는 조금 더 오래 유지되었지만 관측자마다 형태에 대한 기록이 달랐다. 에드윈은 그 자료를 기존 기록에 덧붙였고, 아드리안은 추가 인력을 보내지 않았다. 서화 역시 남쪽으로 가지 않았다.그러나 네 번째 날의 보고는 달랐다. 세 명의 관측자가 독립적으로 세로선과 가운데 벌어진 형태를 확인했고, 현상은 일 분이 넘도록 유지되었다. 사라진 뒤에도 같은 규모의 현상이 다시 나타났으며, 두 번째 현상에서는 폭과 높이가 이전 관측의 범위 안에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반대편 공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전에 정한 출발 조건에는 해당했다.에드윈이 보고서를 들고 찾아왔을 때 서화는 창가에서 아르데시아어 문장을 읽고 있었다. 그는 서화를 보자마자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먼저 기록을 건넸고, 서화가 시간과 관측자 수, 현상 지속 시간을 직접 확인하도록 기다렸다. 서화는 마지막 줄까지 읽은 뒤 책을 덮었다.“오늘 두 번째 선까지 가다?”“현장에서 같은 조건이 다시 확인되면. 지금은 출발만 허가된 거야.”“알다.”서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동안 머릿속으로 수없이 걸었던 길이었지만, 막상 출발이 결정되자 다리가 조금 무거워졌다. 첫 번째 거리선까지는 이미 두 번 걸어봤다. 그곳에서 흰 옥이 따뜻해지는 것도 경험했고, 빛 안쪽에 어두운 형태가 나타나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두 번째 선은 달랐다. 자신이 그곳에서 무엇을 느낄지, 경로와 닮은 현상이 어떻게 보일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서화는 책상 위에 놓인 개인 기록표를 펼쳤다. 수면 상태와 통증 여부를 적고, 마지막에 긴장 많음. 접근 의사 있음이라고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같은 자리에서 한 번 더

    첫 번째 거리선까지 접근한 관측이 끝난 뒤, 에드윈은 곧바로 다음 날짜를 잡지 않았다.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단순했지만, 그 단순한 사실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서화가 외곽선에서 첫 번째 거리선까지 이동하는 동안 흰 옥에 미세한 열감이 생겼고, 첫 번째 선에 도착한 뒤에도 다른 신체 이상은 없었다. 그 시기에 경로와 닮은 빛의 폭이 조금 넓어졌으며, 서화가 물러난 뒤 옥의 온도는 다시 내려갔다. 그뿐이었다. 서화의 접근 때문에 빛이 넓어졌다고도, 빛 때문에 옥이 따뜻해졌다고도 아직 말할 수 없었다.그래서 그들이 다음으로 확인하기로 한 것은 새로운 거리가 아니었다. 같은 거리였다.첫 번째 거리선.같은 조건에서 한 번 더.그 결정 이후 사흘 동안 남쪽에서는 크고 작은 빛이 네 차례 관측되었다. 두 차례는 수면 위에 옅은 밝음만 나타났고, 한 차례는 세로선까지 형성되었으나 십여 초 만에 사라졌다. 나머지 한 차례는 가운데가 조금 벌어졌지만 지속 시간이 짧았다. 서화를 부를 기준에는 어느 것도 미치지 못했다. 관측자들은 정해진 위치에서 그것을 기록했고, 성에서는 보고서를 받아 날짜별로 정리했다.서화는 그 사흘 동안 남쪽으로 가지 않았다.이번에는 그것이 전보다 어려웠다.한 번 첫 번째 거리선까지 가봤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남쪽에서 빛이 나타난다는 보고를 받으면 그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달랐다. 외곽선에서 첫 번째 선까지 몇 걸음인지 몸이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빛이 어떻게 보였는지도 기억했다. 첫 번째 선보다 앞에 두 번째 선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으니, 보고가 올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었다.그래도 가지 않았다.네 번째 날 아침, 에드윈이 연구실에서 서화를 보자마자 말했다.“오늘 가능성이 있어.”서화는 들고 있던 기록지를 내려놓았다. “남쪽?”“새벽부터 세로 형태가 두 번 나타났어. 두 번째는 거의 일 분 유지됐고.”“가운데 벌어지다?”“응. 하지만 아직 출발 기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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