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6

Author: 어우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2-23 11:01:27

“츱, 대충들 하지.”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서야 덩치 큰 남자가 차장으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엇, 형님. 벌써 나오셨습니까?”

“그러게 키 주고 가라고 그랬지? 새끼가 말도 안 쳐듣더니.”

“제이 그년이 어지간히 앵겨들어야 말이지요, 형님. 그래도 그것이 아니다, 어떻게 형님을 혼자 집에 보내 드리냐, 놓아라, 바짓가랭이 찢어진다 탁 뿌리치고 왔지요. 헤헤.”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운전석으로 향하는 근식의 뒷덜미를 잡은 성진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시끄럽고. 차 키 내놓고 넌 다시 들어가.”

머뭇거리며 주머니에서 꺼내는 열쇠를 낚아챈 성진은 근식의 등을 슬쩍 떠밀었다.

“그래도요, 형님 어떻게…….”

“시끄럽다 그랬지? 그만하고 꺼져.”

머뭇거리는 근식을 뒤로하고 성진은 운전석에 올랐다.

“그럼 들어가십시오, 형님!”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근식을 본 성진이 피식 웃었다. 사내새끼들은 죄다 말끝마다 형님, 형님 거리고, 계집년들은 오빠, 오빠 거리는 게 희극적으로 느껴져서였다.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새벽의 도로에 차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 말없이 차를 몰던 그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방금 지나친 사람의 실루엣이 지나치게 눈에 익었다. 후진을 해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도로 한 복판에 서 있는 그를 향해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는 다른 차들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무슨 상관인가 싶어 그냥 출발하려다 츱, 가볍게 혀를 찬 성진이 차를 갓길에다 주차했다. 차에서 내려서 오던 길을 되돌아 달렸다.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는 도로 위로 내려선 여자가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돌아온 이유가 이것이었다. 죽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금방이라도 달리는 차 앞으로 뛰어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천천히 차도 위로 걸음을 옮기는 여자의 팔을 잡아채 뒤로 당겼다. 여자는 너무도 쉽게 뒤로 끌려와 성진의 가슴 위로 쓰러졌다.

“미쳤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씨발!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놀란 마음에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던 성진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희붐하게 밝아오는 빛 속에서 보인 여자의 얼굴이 엉망이었다.

“아…….”

성진을 알아본 건지 여자가 작게 소리를 냈다. 역시나 그 바텐더였다. 이것저것 자꾸 말을 걸어오는 다른 곳의 바텐더와는 달리 그를 조용히 내버려둘 줄 아는 바텐더. 그는 여자의 팔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서서 그녀를 훑어보았다. 얼굴뿐 아니라 편안한 복장 아래 드러난 피부가 울긋불긋했다.

“뭡니까?”

그의 질문에 여자가 당황한 모습으로 머리를 쓸고 옷매무새를 챙겼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고개를 깊이 숙였다.

“죄송합니다, 손님. 죄송합니다.”

“츱, 뭐가 죄송합니까?”

못마땅한 그의 목소리에 여자는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노, 놀라게 해드려…….”

“시끄럽고. ……집이 어딥니까?”

시계를 들여다보며 질문을 던졌지만, 여자는 답이 없었다. 성진은 슬슬 짜증이 나려는 걸 누르며 다시 물었다.

“집이 어디냐고요.”

“……지, 집은 안돼요. 집으로 갈 수 없어요!”

도리질까지 치며 뒤로 물러나는 여자의 팔을 다시 잡았다.

“그냥 가세요. 이제 안 그럴 거예요. 신경 쓰지 마시고…….”

성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의 몰골을 보니 집에 그 때의 그 호로 잡놈의 새끼가 있는 것 같았다. 여자의 몰골을 이 모양으로 만든 것도 그 놈이겠지. 가게 주변을 얼씬대지 말랬더니 집으로 찾아간 모양이었다. 세상 그 누구도 그의 탓이라 하지 않을 테지만 그는 죄책감이 들었다.

“달리 갈 데가 있습니까?”

“이, 있어요. 신경 쓰지 마시고…….”

“데려다 드리죠. 거기가 어디입니까?”

여자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입만 우물거렸다.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며 성진은 여자의 팔을 잡아끌었다.

“갑시다.”

“아니예요. 그냥 가세요. 제가 알아서 갈 수 있어요.”

“갈 데도 없잖습니까! 방금 죽으려 했던 거잖아요! 사람을 바보로 압니까? 시끄러우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얌전히 갑시다!”

그가 소리 지를 때마다 움찔거리는 것이 잡은 손을 통해 느껴졌다. 다시 한숨을 쉬고 싶어졌다. 말없이 쳐다보고 있자 망설이던 여자가 성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그녀를 차 보조석에 태웠다. 가타부타 설명 없이 차를 출발시켰지만 여자는 어떤 항의도 물음도 없이 잠자코 앉아있었다.

여자의 침묵은 성진의 아파트 현관 앞에 이를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물어보지도 않는데 주절주절 떠드는 취미는 없는지라, 성진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현관문을 열기 전에 설명은 해주어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내 집이고, 아무도 없습니다. 당장 갈 데 없어보여서 데려온 거지 딴 생각하고 데려온 거 아니니까 겁먹지 맙시다.”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를 보며 성진은 결국 한숨을 크게 내쉬고 말았다.

일찍 찾아온 아침에 밖은 제법 밝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아파트 안은 어두컴컴했다. 현관에 멀뚱히 선 여자를 뒤로하고 뚜벅뚜벅 안으로 들어선 성진이 커튼을 젖히자 집 내부가 조금 밝아졌다. 제법 넓은 거실에 소파 하나 덜렁 놓인 퀭한 공간이었다.

겁먹은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그녀에게 다가오는 성진의 모습이 보였다. 괜히 움츠러드는데, 여자를 지나쳐 주방으로 간 그는 냉장고를 열어 생수병을 꺼내 그녀에게 휙 던졌다. 반사적으로 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물병은 현관 바닥을 딩굴었다.

츱, 짧게 혀를 찬 성진은 다른 병을 꺼내 마셨다. 반쯤 남은 물을 다시 냉장고에 넣고 문을 닫으려는데, 생수병과 맥주캔으로만 속을 채운 냉장고 안이 눈에 들어왔다.

츱, 신경 쓰이네. 뭐, 알아서 하겠지.

성진은 아직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쭈뼛거리고 서 있는 여자에게 못마땅한 척 한 마디 던졌다.

“신발, 벗겨드려야 합니까?”

“아니에요. 드, 들어갈게요.”

여자는 후다닥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소파 기니까 거기서 자요. 이불 필요합니까?”

“아니요.”

찢기고 부어오른 여자의 얼굴이 그를 향했다. 저대로 두기엔 뭔가 찝찝한데. 집에 약이나 반창고 같은 것들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봤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다치고 찢어지는 경우는 많았지만, 웬만한 것들은 그냥 내버려뒀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단골 병원으로 가서 처치했기에, 집에서 뭔가 했던 기억이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요.”

그는 방에서 티셔츠와 반바지, 필요 없다던 이불까지 들고 와 소파 위에 툭 던졌다.

“화장실은 저 쪽.”

그의 손짓에 따라 고개를 돌리는 걸 보고 성진은 ‘그럼 쉬시길.’ 짧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딸린 작은 욕실에서 대충 씻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방 밖에서 조심조심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괜한 짓을 한 것 같았다. 언제부터 자기가 남의 사정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고? 맞고 사는 여자들은 많았다. 굳이 과거의 기억을 들추지 않더라도 말이다. 관리하는 계집년들 중에서도 손님한테 맞고 징징거리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던가. 물론 그런 손님은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 받지 않고 있지만.

죽겠다 악쓰는 사람들도 많았다. 빌려간 돈을 못 갚겠다며 차라리 죽이라고 대갈통을 들이밀던 놈들이 얼마던가. 목 메고 죽은 놈들도 여럿이고, 한강으로 뛰어든 놈도 몇 있었다. 일이 터질 때는 직접 죽기 직전까지 사람을 두드려 패기도 했다.

그런 주제에 안면 좀 있다고 죽으려는 사람을 주워서 집까지 데려오다니. 이 무슨 안 어울리는 짓이람.

일상의 피로감과 정사 후의 노곤함, 오랜만에 직접 운전한 데에서 오는 피로 덕분에 생각이 많았지만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 2시가 되자 핸드폰 알람이 울었다. 손으로 몇 번 더듬어 핸드폰을 뒤집어 알람을 끈 성진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숨을 두어 번 내쉬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잠기운을 떨칠 틈도 없이 문을 열고 화장실로 향하려던 그가 걸음을 멈췄다. 생각 없이 나왔다가 평소와 달리 환한 거실이 눈부셔서 당황한 것이다. 늘 쳐놓았던 암막커튼이 왜……. 얼굴을 있는 대로 찡그린 채 커튼을 치러 움직이다 다시 멈췄다. 소파 위에 얇은 이불을 덮고 웅크려 누운 여자가 보였다. 아, 짧게 소리를 낸 그가 조용히 뒤돌아 방으로 돌아갔다.

“츱, 성가시네.”

혼자 사는 집에서 속옷 따위를 챙겨 입는 습관 같은 걸 들인 적이 없는 그였다. 때문에 잠들기 전 씻고 벗은 채로 잠들었기에, 현재 그는 알몸이었다. 여자가 깨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랄까? 여자를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이, 싫다던 그녀를 강제로 데려온 게 그였지 않나. 옷장을 뒤적여 속옷과 셔츠를 꺼내 입고 바지도 입었다.

다시 나간 거실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엉망이던 얼굴에서 그나마 핏자국이 없었다. 붓기도 제법 가라앉은 듯했다. 그가 갈아입으라고 건넸던 옷은 그대로 소파 귀퉁이에 얌전히 개어져 있었다.

혹시라도 깨울까 싶어 걸음을 옮기려는데 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었다. 서둘러 수신거절을 누르고 살피는데, 천천히 눈을 뜨는 여자가 보였다. 흐릿한 눈빛이었지만 몇 번 깜빡이더니 또렷해졌다. 시선이 마주쳤다.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성진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전화를 받았다.

“왜?”

-언제 나오십니까요, 형님? 집 앞입니다.

여자가 눈을 몇 번 더 깜빡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고 옷차림을 확인하고 머리를 매만지고 얼굴을 쓸어내리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알아서 갈 테니까 먼저 가 있어.”

-어제 가실 때도 혼자 운전해 가셨지 말입니다요, 형님. 어떻게 제가 또 형님께 운전하시라고 그러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천천히 내려오십쇼, 형님.

“츱, 가라고.”

짧게 혀 차는 소리에 전화기 너머 근식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눈앞의 여자가 움찔거리더니 덮고 있던 이불을 주섬주섬 개는 모습도 보였다. 일타이피. 피식 웃음이 났다.

-예, 형님. 이따 뵙겠습니다.

대꾸 없이 핸드폰을 내렸더니 여자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제…… 아니 오늘 감사했습니다. 신세는 조만간 갚을 게요. 그럼…….”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잔뜩 겁을 집어먹은 강아지 같았다.

“어떻게 가려고?”

“네?”

“여기 닥산동입니다. 어제 거기까지 걸어가긴 무리일 텐데요.”

“아…….”

곤란한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여자를 지나쳐 화장실로 향하며 성진은 아까부터 하려던 말을 꺼냈다.

“기다려요.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씻고 나왔더니 여자는 기를 쓰고 성진을 말리려 들었다. 차비만 빌려주면 나중에 갚겠다며 여기서 더 신세를 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차 키를 들고 신발을 신었다.

“뭐합니까?”

성진의 재촉에 여자는 마지못한 듯 그를 따라 나왔다.

“도와주신 건 정말 감사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성진은 슬슬 짜증이 나려던 참이었다. 뭐하러 오지랖을 부려서 이런 귀찮음을 자초했는지! 그렇다고 여자 말대로 그냥 보냈다가는 뒤가 찜찜해서 내내 신경이 쓰일 터였다. 적어도 그 빌어 쳐먹을 호로잡놈의 새끼가 집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 들여보내야 할 게 아닌가.

“그 새끼한테도 그렇게 똑 부러지게 거절하지 그러셨습니까.”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비난하는 말투가 튀어나왔다. 여자는 움찔하더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제 좀 조용히 가겠군. 그의 입가에 미미하게 웃음이 서렸다.

어우야

작가입니다. 남주야. 쫌!

| 12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조폭이 사랑할 때   53

    민서는 대답 대신 손등을 입에 물고 신음을 참았다. 그런 민망한 말은 안 듣고 싶었다. 그럴 리가 없잖은가. 부끄럽고 민망해서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그 은밀한 곳을 문지르고 핥고 빠는 성진의 행위가 주는 쾌감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는 이제 그 곳에 입술을 바짝 밀착시킨 채로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그녀가 흘리는 물은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마시겠다는 그의 의지가 읽혔다. 입을 틀어막았는데도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원치 않았는데도 그녀의 몸은 자꾸만 물을 흘려댔다. 왈칵왈칵 쏟아내는 느낌이 났다. 그 곳에 밀착한 상태로 그의 혀와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쭙쭙거리며 빠는 소리 가운데서도 꿀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았다. 민서는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성진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으로 밀려날 성진이 아니었다. 오히려 혀를 구멍에 꽂은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그녀를 더욱 자극했다.“허읍!”민서는 억눌린 신음을 뱉으며 그를 밀어내던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았다. 자극이 너무 강했다.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머릿속이 쭈뼛했다. 눈물이 났다.성진은 쏟아지는 민서의 애액을 정신없이 빨아 마시며 그녀가 가볍게 절정한 것을 눈치 챘다. 정말이지 감도가 좋은 몸이었다. 그가 좆을 쑤셔박은 채였다면 그곳은 그의 것을 쭉 빨아 당겼을 것이었다. 한 발 빼고 왔음에도 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혀를 길게 내어 그 곳을 핥아 올리면서 그의 곤두선 기둥을 잡았다.“좋다고 해줘요.”“하읏.”“나를 원해줘요.”그녀의 대답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모든 몸짓과 반응이 그를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얼굴을 그곳에 푹 파묻은 채로 그는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뒷골을 저릿하게 만드는 쾌감에 성진은 몸을 떨었다.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흐읍!”“아윽!”성진의 성기가 꿀렁거리며 사정을 시작했다. 민서도 경련하듯 몸을 떨며 두

  • 조폭이 사랑할 때   52

    성진이 느릿하게 입술을 맞붙인 채로 민서의 입술을 빨았다. 혀로 문지르는가 싶더니 혀 끝을 세워 민서의 입술 사이로 찔러 넣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그의 혀를 맞이하러 그녀의 혀가 나왔다. 그녀는 파고드는 성진의 혀를 휘감아 빨아들였다. 넘어오는 타액을 삼키면서 팔을 들어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하지 않겠다 했더라도 그가 요구하면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을 눌러오는 성진의 무게가 싫지 않았다. 맞닿아 비벼지는 피부의 감촉이 좋았다.그의 입술이 옆으로 미끄러져 그녀의 귀를 물었다. 그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 몸이 떨렸다. 뜨겁고 축축한 것이 귓구멍으로 파고들어 먹먹해졌다. 그녀는 신음했다.“다 먹을 겁니다. 어느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맛볼 거예요.”“흐읏.”혀가 귓바퀴를 핥았고 입술이 귓불을 물고 빨았다. 이를 세워 가볍게 물고 당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멈추지 않을 겁니다. 울어도 안 봐줄 거예요.”귓불을 놓아준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쇄골을 빨고 움푹한 곳을 핥았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강하게 빨아들이기도 했다.어깨를 쓸어내린 성진의 손이 그녀의 동그란 가슴을 쥐었다. 손끝으로 유두를 갉작이며 앙가슴을 핥았다.“흑.”그녀의 손가락이 성진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릿속이 뜨거워져서 신음소리를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아프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만 반응해줘요.”그의 입술이 풍만한 가슴의 살점을 한가득 물고 빨았다. 그의 손아귀 힘에 가슴이 출렁였다. 민서는 다리 사이로 뭔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 다리를 오므렸다. 축축하고 미끄덩거리는 감각이 민망해 오므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허벅지를 비볐다. 성진은 이제 그녀의 젖꼭지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녀의 가장 예민한 곳이었다. 절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성진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로 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그의 얼굴이 가슴살에 묻혔다.“아으읏…….

  • 조폭이 사랑할 때   51

    민서는 지금 화를 내는 중이었다. 어쩜 이렇게 고집이 센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리라도 빽 질러볼까 싶었지만, 상대가 성진이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부담스러우면서 어려운 사람이라 감히 실행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기에 표정으로 자신이 화났음을 알리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붓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부어있는 눈으로 노려보고 흘겨보고 째려보아도 티가 나지 않았다.“이쪽 팔을 들어요.”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테다. 민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양 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슥 쳐다본 성진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들어 올리자 팔이 힘없이 들렸다. 그는 거품이 풍성한 샤워볼로 그녀의 옆구리와 겨드랑이를 문질렀다.“혼자 씻겠다고요.”“안된다고 했습니다.”그가 다른 쪽 팔을 들라고 했지만, 그녀는 반항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의 힘에 의해 팔을 들린 채 거품칠을 당했다.“혼자 할 수 있어요.”지영이 극구 말려서 그렇지, 샤워 정도는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심한 타박상을 많이 입은 것이지 어디가 부러지거나 내상을 입어 수술을 한 게 아니었으니까. 좀 끙끙거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압니다.”성진은 민서의 양쪽 팔과 옆구리에 거품이 잘 묻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입에 군침이 돌았다.민서는 한숨을 폭 내쉰 후 보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토라진 모습이 꽤 귀여웠다. 달래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지금 매우 즐거웠고, 흥분한 상태였다.조금 전 민서의 목에 묻혀놓았던 거품이 그녀의 앙가슴으로 흘러내려 있었다. 시선을 그쪽으로 옮긴 그는 입맛을 다시며 샤워볼의 거품을 자신의 손에 쥐어짰다. 그리고 흘러내린 거품 위에 두 손을 올렸다. 둥글게 원을 점점 크게 그렸다. 그의 손바닥에 그녀의 가슴이 눌렀다. 젖꼭지가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그가 검지와 중지

  • 조폭이 사랑할 때   50

    꼼짝도 못하고 옆구리에 들러붙은 커다란 남자의 존재에 긴장하고 있던 민서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성진을 보았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자세 그대로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저기요.”조심스럽게 불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민서는 성진의 눈앞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았다. 훅, 입바람으로 그의 앞머리를 날려보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금방 잠들었네.”피곤하다더니, 정말 그랬던 모양이었다. 근식의 말로는 지방에 일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했었다. 깡패가 출장도 가냐고 혼자 생각했던 게 생각나서 민서는 혼자 슬쩍 웃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이 많았겠다고 속으로 위로를 건네고는 손을 들어 성진의 어깨를 도닥였다.여전히 미동도 않는 성진의 정수리를 잠시 내려다보던 민서가 슬쩍 엉덩이를 밖으로 뺐다. 허리를 잡고 있던 성진의 손이 스르륵 미끄러졌다.정말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이제 상체만 빼내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성진의 옆에서 자는 것이 싫은 건 아니었다. 좋아하게 된 남자였고, 섹스도 한 사이였다. 아직 몸이 많이 아팠지만, 그가 요구한다면 기꺼이 응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의 옆에서 도망가지 못해 안달이냐면, 아직 어색하고 부끄러워서였다.성진이 기대고 있는 어깨를 조심조심 빼는데, 그의 손이 휙 뻗어와 다시 민서의 허리를 강하게 당겨 안았다. 아파서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겨우 참고는 성진을 살폈다. 그는 얼굴을 두어 번 그녀의 어깨에 부빌 뿐, 깨어난 기색은 아니었다.민서는 조심스럽게 몸을 성진 쪽으로 돌려 누웠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렇게 해도 그가 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불편하잖아요. 피곤하니까 편히 자라고 그런 건데…….”타이르듯 작은 소리로 말해본 민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가슴에 안았다. 잠결에라도 놔줄 수 없을 만큼 그녀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정 불편하면 밀어내겠지. 그녀는 성진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

  • 조폭이 사랑할 때   49

    “내가 지금부터 네 몸에서 서른여덟 개의 살점을 도려낼 거야. 네놈이 내 여자 몸에 낸 상처가 딱 그 숫자 만큼이거든. 정말 공평하지? 멍들거나 부은 건 개수에서 뺐다. 씨발, 그러니까 네놈의 새끼가 허리띠를 휘둘러서 생긴 상처만 서른여덟 개라고, 이 개새끼야.”“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시는 그럴 기회가 없을 거야, 이 병신 새끼야. 바닥에 이 방수포 보이지? 난 여기서 네놈의 피를 모조리 쏟아낼 생각이거든. 그런 다음 발목에 쇳덩이를 매달아 바다에 던질 거야. 물고기들 뜯어먹기 좋게 너덜너덜 난도질도 할 생각이야. 어때, 기대되지?”성진은 벌벌 떨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근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역수로 쥔 나이프를 들어 칼등을 근태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어디부터 시작해야 네놈의 새끼가 더 오래 버티면서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 얘기해줄까? 주요 혈관이 지나지 않는 심장에서 먼 부위. 그러면서 신경은 밀집해 있는, 이를테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게 되겠지.”차가운 나이프가 관자놀이를 훑고 내려갔다.“형님. 그 새끼 오줌 싸는데요?”“냅둬.”“냄새나잖습니까.”웃음기가 섞인 사내의 말에 성진이 코웃음쳤다.“어차피 피 냄새에 묻혀.”“제발…… 살려주세요.”“아니지, 병신 새끼야. 이게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하네. ‘살려주세요’가 아니라 ‘단번에 죽여주세요’ 하고 빌어야지.”근태는 이제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제대로 인지했다. 그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있다 한들 제 목줄기에 닿아있는 칼날보다 빠를 리가 없었다.“내 여자를 짓밟고 걷어찰 때는 좋았지? 아주 신나게 두드려 패셨더군. 씨발, 경찰한테 하는 진술을 옆에서 듣는데 피가 부글부글 끓더라고. 네놈을 어떻게 죽여야 씨발, 이 분이 풀릴까, 너무 화가나니까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라, 새끼야.”“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남자가 성진 옆으로 다가와 넌지시 말해왔다.“이 새끼 좆부터

  • 조폭이 사랑할 때   48

    늦은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커피까지 한잔씩 마신 성진과 남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 보니, 세 대의 승용차가 헤드라이트로 공장 안을 비추고 있었다. 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던 남자 두 명이 성진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해 왔다.“조용히 달아 온 거겠지?”“네, 형님. 주변 차량 번호도 알아놨습니다. 나중에 블랙박스 영상 확인할 수 있도록 연락처도 같이 파악했습니다.”“그래, 잘 했다.”성진의 시선이 공장 안으로 향했다. 안에서 둔탁한 소리와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이 새끼들, 내가 누군지 알고…….”“안 궁금하다고, 새꺄. 우리 형님이 여자 패는 새끼들 극혐하시는 이유를 너 때문에 알았다. 이 개좆만도 못한 새끼.”“어이, 살살 하라고 했잖아. 형님 몫이라고.”“아는데, 이 새끼가 자꾸 주둥이를 나불대잖아.”“내 전화 한 통이면 늬들 다 죽은 목숨…….”“이거 봐. 이 주둥이가 자꾸 매를 벌잖아.”“그래도 적당히 해.”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표정을 굳힌 성진이 공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깔아놓은 방수포 한 가운데에 근태가 꿇어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남자들이 둘러싸고 서 있었다. 근태 앞에 쪼그려 앉은 남자는 민서가 납치되었을 때, 모텔 문을 부쉈던 남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근태의 따귀를 연거푸 때리고 있었다.“오셨습니까, 형님!”누군가 성진을 발견하고는 큰소리로 외치며 허리를 숙였고, 이내 모든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같은 인사를 외쳤다. 고개를 끄덕인 성진이 근식 앞으로 걸어갔다.“이렇게 만나네, 씨발 개새끼야.”근태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성진을 보았다. 그의 양볼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있던 남자의 작품이었다.“너, 이 깡패 새끼! 내가 누군지 알고…….”근태가 몸을 일으키려 들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그의 오금을 걷어찼다. 근태는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누구긴 누구야. 그 나이 처먹도록 백수로 지내면서 내 여자를 납치 감금 강간 폭행한 개호로잡놈의 씨발 새끼지.”“

  • 조폭이 사랑할 때   7

    주차장에서 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근식이 서 있었다. 가라고 했건만 말도 안 듣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근식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려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꾸만 몸을 빼려는 여자의 허리를 뒤쪽에서 밀고 있었는데, 그게 보였나 보다.성진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구부린 채 어버버 말도 못하는 근식을 지나쳐 그의 차에 여자를 태웠다.“집이 어딥니까?”“저기…….”“주소.”딱 떨어진 그의 목소리에 여자가 머뭇거리며 주소를 말했다. 시동을 걸고 불러주는 대로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성진이 고개를 들었다. 룸미러로 여전히

  • 조폭이 사랑할 때   5

    부딪친 무릎의 통증을 자각할 틈도 없이 머리채를 잡혔다. 그리고 문 닫히는 소리와 잠금 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민서의 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그 깡패새끼랑 여태 같이 있다 온 거야?”근태의 목소리도 떨리는 듯했다. 민서는 머리카락을 휘어잡은 근태의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이거 놔.”“전화도 안 받고, 집에도 없고, 한 시간이나 늦게 들어와?”“이거 놓으라고!”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애를 써보았지만 그의 손은 너무 단단했다.“어쩐지 그 새끼, 가게 근처에 못 오게 하더니……. 가게서 딩굴었냐?

  • 조폭이 사랑할 때   4

    평소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었지만, 자정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새 손님이 들어왔다.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민서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아는 척을 하는 남자는 제법 낯이 익었다. 일행과 뭐라 말을 주고받으며 테이블이 아닌 바에 자리 잡고 앉았다.“가게도 작고 바텐더도 하나뿐이고…….”남자의 일행은 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신통찮은 표정이었다.“가게는 작아도 칵테일이 괜찮아. 바텐더 아가씨도 예쁘고 조용하니 좋기만 하구만 괜히 궁시렁거리긴.”남자는 메뉴판을 받아들며 민서에게 슬쩍 윙크를 날렸다. 마주 웃어주는 민서의 얼

  • 조폭이 사랑할 때   3

    다시 요란하게 몸을 떨어대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민서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정말 받고싶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사과부터 할 테지.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느니, 너 없인 못 산다느니, 앞으로 정말 잘 하겠다느니 온갖 사탕발림을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매달릴 것이었다. 알았다고, 용서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었다.어떻게 이런 남자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남자 보는 눈을 기르라던 손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난 남자 보는 눈이 정말 거지같았던 거야.전화는 잠깐 끊어지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