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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파란별1001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17:25:36

1층에 그가 내려왔는지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소파 뒤로 가서 숨어들어, 신고 있던 신발부터 벗었다. 신발을 곁에 끌어안고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헉헉대는 거친 숨을 바짝 억눌렀다. 

달깍.

손잡이가 돌아갔다.

문이 열리자, 나는 숨을 죽인 채 간절히 기도든 애원이든 뭐든지 누구에게든지 속으로 빌었다.

‘저 미친놈 좀 그냥 지나가게 해주세요.’

토벌이 왜 이리 일찍 끝나?

분명 1년 이상 아니었어?’

마물의 씨가 말랐나. 이렇게 빨리 끝났다고?

‘설마 미친놈이 탈영했나?’

충분히 할 수 있지.

탁.

문이 닫혔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구두 소리에 침조차 삼키지 못하고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그런데 심장이 너무 크게 뛰었다.

이 소리 때문에 들키는 거 아냐?

***

방에 들어선 순간, 로이드는 쉽게 알아챘다.

자신의 은색 고양이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저 소파 뒤겠지.’

그래도 그는 모른척했다.

‘바로 찾으면 의미 없잖아.’

기껏 도망치는 중이었으니, 이번에도 도망칠 수 있다고 믿는 게 훨씬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덫 인줄도 모르고 저 스스로 케이지로 들어오도록. 

로이드는 소파 뒤를 힐끗 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창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구두 소리가 소파에서 점점 멀어졌다.

***

​​

처음엔 들킨 줄 알았다. 그런데 구두 소리가 다행히도 점점 멀어졌다.

‘창가로 가는 건가?’

아까 열어 둔 창문 두 개가 떠올랐다. 

다행이다

‘창문을 열어두어서.’

나는 소파 끝으로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로이드가 창가 쪽에 서서 밖을 보고 있었다.

지금이다.

신발을 한 손에 쥐고 몸을 낮춘 채 살금살금 소파 뒤를 빠져나왔다.

심장이 튀어 나갈 듯 미치게 뛰었지만, 조용히 움직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얌체 고양이가 문을 열었나?”

움찔. 순간 몸이 굳었다. 이를 악물고 다시 움직였다.

“ 내 허락 없인 밖으로 향할 수 없을 텐데.”

문이 가까워졌다. 조금만 더.

손끝이 손잡이를 닿자, 등 뒤에서 들리던 소리가 뚝 끊겼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여지자, 오히려 소름이 돋았다. 손잡이를 움켜쥔 채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창가에 기대선 로이드가 정확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붉은 눈이 휘었다. 무섭도록 느릿하게.

“얼마든지 숨어 봐.”

‘처음부터….알고 있었던 거야?!’

미친 새끼가! 또 나 놀렸어!

“ 이제 봐주는 거 없어.”

나는 곧장 손잡이를 돌려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튀어나오자마자 문을 쾅 닫았다.

손이 달달 떨렸지만, 시간이 없었다.

다행히 문 바로 옆에 작은 테이블이 보이자, 문 앞으로 밀었다.

‘이 정도면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겠지.’

곧장 옆 방의 문을 조심스레 열고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빠르게 방 안을 훑었다.

‘숨을 데! 숨을 데가 어디지?’

소파, 옷장….

옷장?

‘여기에 웬 옷장이지?’

응접실에 보통 옷장이 없잖아.

소파와 옷장이 전부인 방에서 도망칠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옷장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몸을 밀어 넣었다. 문을 살며시 닫자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제야 참았던 숨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제발….조용히 지나가자.’

쾅!!

움찔하며 온몸이 긴장했다.

‘테이블이 쓰러졌나 봐!. 벌써 나온 거야?’

놀란 나는 숨소리라도 들리면 들킬 것만 같아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 저렇게 눈 돌아갈 때는 진짜 쉴 새 없이 박을 텐데.

난 살고 싶다고!!

밤새 네 좆을 물기에는 힘들다고!

***

​문 앞에 쓰러진 테이블을 내려다보던 로이드가 낮게 웃었다.

‘어쩐지 문이 잘 안 열린다더니.’

“우와. 이런 깜찍한 짓도 할 줄 알고.”

로이드는 손가락질을 한 번 튕겼다.

탁.

문 앞을 가로막던 테이블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랬으니 내가 토벌 갈 때 도망친 거지. 그렇지?”

그는 턱을 가볍게 두드리다 엘리가 달아난 복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그러길래 결혼한다고 해.”

잠시 뒤, 로이드는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없는 소꿉친구까지 만들어서.”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나한테서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어?”

***

누가 들으면 감미로운 목소리가 맞다. 홀딱 반할만큼, 그저 눈이 풀릴 만큼.

하지만 맹독이 담긴 꽃이 예쁜 법.

저 목소리의 진짜 정체를 충분히 봤기에 다정하게 들리지 않고, 긴장되어 죽을 것만 같았다.

로이드는 흥분할 때와 미친 듯이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딱 저 목소리로 나른하게 갈구었다. 죽고 싶다고 빌 때까지.

“엘, 리~.”

저벅.

그의 구두 소리가 복도를 따라 가까워졌다. 나는 옷장 안에서 숨소리도 누르고 입도 틀어막은 채 꼼짝도 안 했다.

살기 위해.

저벅. 그리고 발소리가 내가 숨어 있는 방 앞에서 딱 멎었다.

‘아니 1층에 방이 몇 갠데!!’

달칵.

야속하게도 손잡이가 부드럽게 돌아갔다.

“왜 없는 소꿉친구까지 들먹이고, 결혼한다고? ”

문이 열렸다.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오는 구둣발 소리가 꿈에도 나올까 봐 겁이 났다.

“그 몸으로?”

그가 낮게 웃었다.

​“넌 내 좆 아니면 만족 못하는 몸이잖아.”

구두 소리가 방안을 천천히 훑듯 움직였다.

나는 옷장 깊숙한 곳에 등을 바짝 붙였다.

‘제발…제발 지나가라고.’

그는 즐겁다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첫사랑이 동정이면 얼마나 무식하게 하겠어.”

저벅.

그의 구두 소리가 가까워졌다. 

“ 그러니 내가 소중히 써야지.”

그의 말을 들을수록 욕이 치밀었다. 

아 진짜!! 무식한 건 매한가지거든!

네 좆은 몽둥이 같다고!!

처음에 죽을 것 같은 걸 겨우 적응시킨 게 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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