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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경옥
오늘의 눈보라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계연수는 방에서 나가자 여전히 추위를 느꼈다.

그녀는 몸에 걸친 여우털 망토를 꽉 여미고 등 위에 쌓인 자욱한 눈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앞길에 자욱한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시어머니 임 씨도 요 며칠 병이 나서, 후원의 사람들이 모두 병문안을 갔다. 계연수가 갔을 때는 이미 방안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계연수는 방으로 들어간 후, 망토를 풀어 용춘의 손에 놓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마마가 그녀를 위해 휘장을 열자, 시끌벅적한 인사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휘장이 열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다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시집온 지 이삼 년 동안, 사 씨 가문의 사람들은 매번 이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녀를 사 씨 집안의 며느리로 여기지 않았고 가까워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계연수는 여전히 평소처럼 시어머니 임 씨에게 다가가 문안을 드렸다.

임 씨는 계연수에게 몇 마디 관심을 하더니 그녀의 병을 물어본 후에야 한쪽에 앉혔다.

또 한 차례의 인사가 오갔고, 아무도 그날 밤 그녀가 홀로 버려진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녀의 일을 외면했고, 오히려 모두 이명유의 혼사를 토론했다.

이때 둘째 부인이 입을 열었다.

“명유가 성인이 된 지도 벌써 1년이 되었고, 여러 가문을 소개해주었는데 옥현이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하니… 명유에게 어떤 부군감을 골라줘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셋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명유는 옥현이가 보고 자랐으니 당연히 부군감을 잘 골라줘야지요.”

이때 어떤 형수가 이명유에게 물었다.

“경성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느냐? 네가 마음에 든다면 대부분의 가문엔 모두 시집갈 수 있단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명유의 아버지는 선주의 지부였고, 한 지역의 부모관으로서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다만 어느 해 선주에서 역병이 발생했을 때, 이명유의 아버지가 직접 방역을 하다 그의 부인과 감염되어 모두 세상을 떠났고 어린 이명유와 그녀의 동생 이명청만 남게 되었다.

그해 이명유는 겨우 다섯 살이었고, 이명청은 세 살이었다. 가문의 재산이 족속에게 빼앗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임 씨는 여동생이 남긴 남매를 데려왔다.

이 씨 가문의 재산이 워낙 적지 않은 데다 조정에서도 위로금을 내렸다. 사 씨 가문에서는 위로금을 건드리지 않고 이명유와 이명청의 명의로 두었다.

그리고 이명유 아버지의 유서에 따라 재산을 남매에게 반반씩 나누어 주고, 서로 의지해야 하며 재산 때문에 싸워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이명유는 고아이긴 하지만 손에 쥔 혼수가 많아 그녀가 평생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백성을 위해 희생을 해서, 그녀와 혼인을 하면 혼수품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계연수도 시집와서야 알았다. 만약 자신이 그 해에 혼서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사 씨 사람들은 사옥현과 이명유의 혼사를 더 기뻐했을 것이었다.

이명유는 형수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께서 골라 주실 것입니다.”

그러자 둘째 부인 옆에 있던 사운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는 사촌 언니를 제일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왜 사촌 언니를 오라버니에게 시집보내지 않는 겁니까?”

사운은 겨우 네다섯 살일 뿐이었고, 둘째 부인이 마흔 살에 낳은 어린 딸이었다.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말을 하니, 다른 사람들도 신경 쓰지 않고 웃음을 자아냈다.

웃음소리가 잠시 멈추자, 임 씨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명유의 혼사는 옥현이가 가장 신경을 쓸 것입니다. 가문과 품성, 그리고 외모는 물론이고 재능도 있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옥현이가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임 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옥현이가 어릴 때부터 명유를 보호해 왔는데, 당연히 명유가 조금의 억울함을 겪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지.”

임 씨는 말을 하면서도 이명유의 손을 꼭 잡고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방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임 씨가 아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임 씨는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이명유의 부드러운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넌 착한 아이이니 네가 이해하거라.”

그 실망스러운 말투와 억울함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의 눈빛은 모두 계연수의 몸에 떨어졌다. 계연수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 씨 가문의 청렴한 명성도 단지 이 정도에 불과하구나.’

이명유의 달콤하면서도 허탈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이모, 저는 조금도 억울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계연수는 임 씨에 의해 남겨졌다. 임 씨는 훌륭한 가문의 여인이라 일거수일투족이 온화하고 적절했으면 말투도 느리고 부드러웠다.

비록 지금 병이 났지만 여전히 온화한 자세로 침대에 기대어 저택의 몇 년 동안 묵은 장부를 정리했다.

계연수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항상 그다지 좋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심한 눈빛으로 변해갔다.

예전에 그녀는 항상 그 혼서가 없었다면 사옥현이 그의 출세를 도울 수 있는 가문의 아가씨와 결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애초에 이 혼사가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잊은 것 같았다.

임 씨는 눈살을 찌푸리며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네가 시집온 지 거의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임 소식이 없는 것이냐? 옥현이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치자. 그렇다고 밤에 그를 붙잡을 줄도 모르는 것이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을 해야지. 너 이러다가 내가 언제 손자를 볼 수 있겠니?”

임 씨의 말에는 피곤함과 엄격함이 배어 있었고, 대놓고 그녀가 무능하다고 하는 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사옥현이 그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고, 사옥현이 좋아하는 사람은 이명유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 그녀가 사옥현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며 그녀를 비난했다.

하지만 계연수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임 씨는 계연수가 말을 하지 않자 골치 아파 이마를 주무르며 말했다.

“정말 옥현이의 마음을 사는 법을 모르겠다면 명유에게 물어보거라. 그녀가 옥현이와 어떻게 지내는지 배우라는 말이다.”

계연수가 임 씨의 방에서 물러날 때까지 이명유는 밖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계연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웃는 얼굴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오라버니께서 왜 날 시집보내지 않으려고 하는지 알아?”

계연수는 이명유의 부드러운 시선과 마주쳤다.

이명유는 웃으며 다가가서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가 날 아껴서 그런 거야. 혹시 그거 알아? 그날 밤, 오라버니께서 날 데려온 후에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매일 나에게 보양품을 보냈다는 거. 방금 기침하는 것 같은데, 오라버니가 널 신경 쓴 적 있어? 사람을 시켜 약을 가져다줬어? 의원도 혼자 부른 거잖아, 불쌍하게.”

계연수는 걸음을 멈칫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옥현이 모든 사람에게 냉담하고 배려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도 겨울밤이 얼마나 추운지 알고 있었다. 다만 그가 걱정하는 사람은 이명유일뿐이었다.

찬바람이 불어오자 계연수는 이명유를 바라보며 여전히 여유로운 자세로 차갑게 말했다.

“넌 자존심도 없어? 매일 다른 사람의 부군에게 매달리다니. 난 사 씨 가문으로 시집을 온 명분이라도 있지, 정말 서로를 흠모한다면 왜 일찍 계씨 가문에 와서 파혼을 상의하지 않고, 이제 와서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 계씨 가문이 지금은 가세가 기울었지만, 당초에 사 씨 가문이 혼인을 취소한다면 아버지도 분명 두말없이 동의하셨을 텐데 말이야.”

“그가 혼인을 취소하지 않은 건 널 좋아하지 않아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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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1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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