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호위들의 절반이 떠나자 뜰이 한결 휑해졌다. 문지기들과 관사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산파 둘 중 하나는 겁에 질려 주저앉았고, 다른 하나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악귀처럼 보였다.계연수의 시선이 다시 이 산파에게 향했다.“왜 아이를 바꿨느냐? 바꿔 놓은 아이는 누구 집 아이고, 어떻게 데려왔느냐?”이 산파는 이제 무엇 하나 감출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이를 바꾼 건… 태후마마께서 주신 독침으로는 부인의 몸을 쇠약하게 만들 수 있을 뿐, 뱃속의 아이에게는 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태후마마께서는 심 후작의 대를 끊으려 하셨습니다.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바꿔치기하라고 하시면서, 누군가 준비한 아이를 바구니에 넣어 둘 거라고 하셨습니다. 바구니는 누군가 문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어수선한 틈에 제가 안으로 들여왔습니다.”“원래 태후마마께서는 바꿔 놓을 아이에게 독을 먹여 숨만 겨우 붙어 있게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는 며칠 뒤에야 죽을 테니 부인께서도 바로 눈치채지 못하실 거라고도 하셨죠. 그렇게 되면 저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 아이가 벌써 죽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이 산파가 울부짖었다.“심씨 부인,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전부 태후마마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제가 어찌 감히 이런 짓을 하겠습니까!”아이가 바로 숨을 거두지 않았다면, 산파가 출산 직후 그 얼굴을 계연수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면, 정말 속아 넘어갔을지도 몰랐다.하지만 태후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 있었다. 쌍둥이라 해도 생김새가 꼭 같을 수는 없으나, 갓 태어난 두 아이가 그토록 달라 보일 리도 없었다. 계연수 앞에 데려온 아이는 딸과 얼굴이 너무도 달랐다. 조금만 더 들여다봤어도 알아차렸을 것이다.다만 태후는 계연수가 죽으리라 여겼다. 그렇다면 아이가 바뀐 사실도 끝내 감출 수 있었을 터였다.계연수는 손을 꽉 쥐고 다시 물었다.“태후마마의 지시였다고 했지. 증거가 있느
안에서 거들어 준 자가 없었다면 어떻게 아이를 바꿔치기할 수 있었겠는가. 그자가 누구인지 계연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검게 가라앉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찬바람이 뺨을 스쳤다. 오늘 밤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았다.문득 심서준이 떠올랐다. 그가 지금 곁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무엇부터 했을까.방 어멈은 그런 계연수를 보는 마음이 아팠다. 후작은 조정을 위해 일하다 변을 당했고, 부인은 홀로 아이를 낳는 와중에 태후의 손에 해를 입을 뻔했다. 태후의 짓은 참으로 천인공노할 일이었다.계연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호위에게 명했다.“지금 당장 관사를 불러오고, 오늘 밤 문을 지키는 사람들도 모두 데려오거라.”머릿속을 서둘러 정리하던 그녀는 그제야 용춘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곧 다른 호위에게 하인들을 데리고 용춘을 찾으라고 일렀다.관사와 문지기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뜰에 들어섰다. 계연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이 산파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얼굴의 살갗이 반쪽이나 벗겨진 끔찍한 모습에 하인들은 겁에 질려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관사도 털썩 주저앉았다.지금의 부인은 흡사 무서운 살기를 품은 사람 같았다.계연수는 먼저 문지기들에게 오늘 밤 누가 밖으로 나갔는지 물었다. 아이가 아직 부저 안에 있다면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심씨 부저에서는 밤마다 통행을 금했다. 해시가 지나면 주인의 특별한 분부가 없는 한 하인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바깥채도 호위들이 번갈아 지키고 있어, 도적이 한밤중에 담을 넘어 들어올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뜰에는 피비린내가 짙게 배어 있었다. 문지기들은 산파의 얼굴이 두려워 고개를 숙였지만, 땅바닥에도 피 섞인 물이 흥건했다. 몇몇 문지기는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때 서쪽 쪽문을 지키던 하인 하나가 몸을 떨며 입을 열었다.“오늘 초경 무렵에 노부인 처소의 시녀 하나가 나갔습니다. 노부인께서 깨어나실 듯하여 의
이 산파의 말이 끝나자 뜰에 있던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태후가 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토록 잔인한 짓을 꾸몄을 줄은 몰랐다.방 어멈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난번 태후의 생신 연회에서도 둘째 부인을 해치려 들더니,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는 부인과 뱃속의 아이까지 함께 죽이려 했다.곁의 호위 하나가 더는 듣고 있지 못하고 이 산파를 걷어찼다. 땅바닥을 구른 그녀 앞에서 호위가 장검을 뽑아 들었다.“부인, 소인이 이 늙은이를 베겠습니다.”어두운 뜰에 번뜩인 은빛 검날이 섬뜩했다. 장 산파는 자신까지 이 산파에게 휘말릴까 두려워 울며 계연수에게 빌었다.“부인, 저는 태후마마께 매수되지 않았습니다. 노비는 결백합니다! 제발 믿어 주십시오. 저는 이런 천인공노할 짓은 못 합니다. 전부 저 여자가 한 짓입니다!”계연수가 손을 들어 소란을 잠재웠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이 산파를 응시했다.“계속 말하거라.”“태후마마 쪽에서 처음 내린 명은 그랬습니다. 헌데 저도 무서웠습니다. 제가 부인께 약을 써서 부인이 잘못되시면, 저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게 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태후마마께서 독이 묻은 은침을 주셨습니다. 산실이 어수선할 때 부인을 찌르기만 하면 된다고요. 먹이는 독이 아니라 처음에는 알아채기 어렵고, 당장 죽지도 않고 서서히 쇠약해질 테니 제가 한 짓인 줄 모를 거라고 하셨습니다. 헌데 산실에 들어가기 전에 방 어멈이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게 해서 은침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이 산파는 숨을 떨며 말을 이었다.“은침은 못 가져갔지만, 미리 엄지손톱 밑에 마취약을 숨겨 두었습니다. 그 엄지만 물에 적시지 않았다가 부인께 드릴 인삼탕에 약을 탔습니다. 그 약도 태후마마께서 주신 겁니다. 서역에서 들여온 약이라 태의가 살펴도 알아내지 못한다고 하셔서… 그제야 감히 썼습니다.”이 산파가 울먹였다.“제가 부인을 해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태후마마께서 명을 따르지 않으면 제 온 식구를 죽이겠다고 하셨습니다. 일개 백성인
그 호위들은 심서준이 계연수에게 남겨 준 정예들이었다. 아무리 잔혹한 명령이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따를 사람들이었다.계연수는 이 산파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그 낯에 떠오르는 공포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살갗이 조금씩 벗겨지자 곁에 있던 유모와 시녀들은 눈을 가렸고, 방 어멈마저 차마 고개를 돌렸다. 장 산파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했다.하지만 계연수만은 미동도 없었다.얼굴 반쪽의 살갗이 벗겨지고 칼끝이 목덜미로 내려갔다. 이 산파는 고통에 정신을 잃었지만, 소금물을 끼얹자 곧 깨어나 비명을 질렀다.계연수는 몸을 숙여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들여다보며 낮게 말했다.“이 일이 끝나면 네 몸에는 발바닥까지 살갗 한 점 남지 않을 것이다. 걸음을 뗄 때마다 아프겠지. 그래도 죽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 손톱을 뽑고 쇠사슬에 묶어 두마. 날마다 억지로 먹을 것을 넘겨서, 살아 있는 밤낮이 모두 고통이 되게 해 줄 것이다.”계연수는 자신이 이런 말을 입에 담을 날은 영영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도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더 잔인해져야 할 것만 같았다.지금 자신이 겪는 일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잔혹했으므로.이 산파의 얼굴에는 살갗이 반쪽밖에 남지 않았다. 피와 소금물이 뒤섞여 흘러내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차마 손을 대지 못했다. 입에는 헝겊이 물려 있어 혀를 깨물고 죽을 수도 없었다.누구라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러나 남의 아이를 하찮게 여기고 바꿔치기한 일을 끝까지 숨기려 했다면, 그에 따른 대가도 치러야 했다.계연수가 다시 명했다.“옷을 벗기고 몸의 살갗도 벗겨라. 아들과 손자가 와서도 제 어미를 알아보는지 궁금하구나.”그녀는 이 산파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내 아이를 바꿔 놓으면 내가 몰라볼 줄 알았느냐? 어미는 제 아이를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다. 네 아들과 손자가 오면 그들에게도 똑같이 해 주마.”이 산파는 계연수를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호위들은 오직 계연수의 명만 따랐다. 백씨의 손이 유모 품의 아이에게 닿기도 전에, 건장한 호위 둘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꼼짝 못 하게 했다.백씨의 낯빛이 변했다.“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계연수는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제가 무얼 하든 형수님께서 간섭하실 일입니까? 서두르지 마십시오. 형수님 차례는 아직 아닙니다. 지금은 제 아이부터 찾아야겠습니다.”“그게 무슨 뜻이냐?”계연수는 더 대꾸하지 않았다. 호위에게 백씨와 그녀를 모시는 어멈을 옆뜰로 데려가라고 명했다. 그곳은 계연수가 두 아이가 놀고 공부할 수 있도록 미리 꾸며 둔 뜰로, 안에는 아이들 물건이 가득했다.백씨는 계연수가 감히 자신을 붙잡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가 목청을 높였다.“계연수! 내가 네 형수인데, 감히 나를 잡아 가느냐?”계연수가 호위를 바라보자, 호위는 백씨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를 끌고 나갔다. 뜰에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다.계연수는 눈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이 산파를 내려다보았다.“그 바구니에는 처음부터 바꿔치기할 아이가 들어 있었지? 그동안 너를 내 뜰에 머물게 하면서 다른 사람은 만나지 못하게 했다. 오늘 내가 쓰러져 뜰이 어수선한 틈에 누가 바구니를 들여놓았느냐? 누가 네게 건넸어? 누구와 짜고 이런 짓을 했느냐? 그리고 내 아이는 누구에게 넘긴 것이냐?”곁에서 듣던 방 어멈도 그제야 계연수가 왜 호위들을 불러들이고 두 산파를 심문하는지 알았다. 자신의 아이가 바뀌었다면, 그녀 역시 부인보다 천배 만배는 더 모진 말을 쏟아냈을 터였다.이 산파의 눈이 공포로 커졌다. 빈틈없이 해냈다고 믿은 일을 계연수가 하나하나 짚어 내고 있었다. 연약해 보이던 이 둘째 부인은 큰 부인인 백씨의 체면조차 봐주지 않았다. 심씨 가문의 큰 부인도 명 한마디로 끌고 가는데, 자신 같은 것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그래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온 식구의 목숨이 태후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 산파는 온몸을 떨며 머리만 조아렸다.“소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
두 산파는 무장한 호위들이 늘어선 광경에 질려 바닥에 엎드려 살려 달라고 빌었다.계연수는 지친 몸으로 머리를 괴었다. 처마 밑에 앉아 있는데도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서 땀이 흘렀고, 의자 팔걸이에 올려놓은 손마저 가늘게 떨렸다.그녀가 다른 산파, 장씨에게 물었다.“아이를 다시 보아라. 네가 처음 보았던 아이가 맞느냐?”호위가 아이를 장 산파 앞으로 데려왔다. 자세히 들여다본 장 산파의 얼굴에 의혹이 번졌다. 누런빛이 도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조금 전 자신이 받아 낸 세자는 분홍빛이 돌 만큼 뽀얗고, 이목구비도 고왔는데.장 산파가 넋을 잃고 말을 못 하자, 그녀를 붙잡은 호위가 어깨를 세게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통증에 그녀가 황급히 빌었다.“부인, 저는… 저도 어쩌다 아이가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계연수는 장 산파를 더 보지 않았다. 곁에 무릎 꿇은 이 산파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너는 이 아이가 내가 낳은 아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겁에 질린 이 산파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소인이 본 세자는 정말 이렇게 생겼습니다…”계연수는 차갑게 웃었다. 눈물은 찬바람에 이미 말라 있었다. 그녀는 망토 자락을 쥐고 비틀거리며 이 산파 앞으로 걸어가, 가느다란 손으로 산파의 얼굴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늘 온화하던 눈에 이제는 살을 에는 듯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세자가 숨을 거둔 건 알고 있느냐? 네가 아이를 안고 나갔다. 내 아이가 숨을 거뒀으니, 나도 너를 죽일 수 있어.”이 산파의 낯빛이 변했다. 독을 먹인 아이는 며칠이 지나야 숨을 거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벌써 죽었다니.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계연수를 바라보았다.“소인이 안고 나갈 때만 해도 세자는 살아 있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계연수의 입가에 서늘한 웃음이 걸렸다.“지금 내 아이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말하면 목숨은 살려 주마. 입을 다물겠다면 당장 네 가죽을 벗기라 할 것이다. 그래도 숨은 끊어지지 못하게 하겠다. 내 아이가 돌아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