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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4 13:46:15

3화 다시 눈을 뜬 지옥, 그리고 핏빛 맹세(1)

“헉……! 허억, 헉……!”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마치 거친 사포로 기도를 박박 긁어내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입을 쩍 벌리고 물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물고기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 아아……!”

전신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끔찍한 파열통.

차가운 강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허파에 물이 차오르던 그 생생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지안은 비명을 지르며 제 목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손끝에 닿은 것은 차갑고 날카로운 계곡의 암초가 아니었다.

부드럽고 푹신한 최고급 구스다운 이불의 촉감이었다.

귓가를 때리던 미친듯한 폭우와 천둥소리도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짹짹거리는 평화로운 새소리와 함께, 커튼 틈새로 눈이 부실 만큼 따스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 어디야.”

지안은 덜덜 떨리는 양손을 들어 허공을 더듬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손톱이 다 빠져버렸던 손가락이 멀쩡했다.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하얀 두 손.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연한 크림색의 실크 벽지.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캐노피 침대.

그리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고풍스러운 화장대와 수많은 향수병들.

이곳은 가평의 별장이 아니었다.

결혼 전, 자신이 평생을 살아왔던 한남동 서 회장 저택의 본가, 바로 자신의 방이었다.

강민우와 결혼하면서 신혼집으로 분가한 이후로는 명절에만 가끔 들르던 곳.

지안은 홀린 듯이 침대에서 벗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카펫 위로 맥없이 쓰러졌지만,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녀는 네 발로 기다시피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화장대 거울 속에 비친 여자는 지안이 아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결혼 후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치여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던 피곤한 30대의 서지안이 아니었다.

생기가 돌고, 볼살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나던 20대 후반의 앳된 모습.

“말도 안 돼…….”

환상인가? 죽기 직전에 보는 주마등이라는 건가?

지안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짝!

얼얼한 통증과 함께 하얀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고통이 느껴진다.

꿈이 아니었다. 주마등도 아니었다.

지안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침대 협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민우가 제 발로 짓밟아 산산조각 내버렸던 그 최신형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썼던, 지금은 구형이 되어버린 모델이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액정을 두드렸다.

[202X년 8월 18일 금요일]

[오전 7시 30분]

날짜를 확인한 순간, 지안의 숨이 턱 막혔다.

결혼식 날짜는 11월 18일.

지금은 강민우와 결혼하기 정확히 3개월 전이었다.

“내가…… 돌아왔다고? 과거로?”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다리가 다시 한번 꺾였다.

바닥에 주저앉은 지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절벽에서 밀려 떨어지던 순간.

자신을 내려다보며 비열하게 웃던 강민우와 서유라의 얼굴.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 있는데, 눈을 떠보니 가장 행복하다고 믿었던 3년 전의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신이 그녀의 마지막 절규를 듣고 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우욱……!”

갑자기 속에서부터 지독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지안은 입을 틀어막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변기를 부여잡고 위액이 섞인 쓴 물을 토해냈다.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해서 헛구역질이 났다.

강민우. 그리고 서유라.

그 두 사람의 이름만 떠올려도 오물이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것처럼 끔찍한 혐오감이 몰려왔다.

자신은 지난 3년 동안, 제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살인마와 한 침대를 쓰고, 저를 파멸시키려는 악마를 친동생처럼 품어 안고 살았던 것이다.

바보처럼 웃으며, 그들이 건네는 독배를 달콤한 사랑이라 착각하며 마셨다.

그 결과가 바로 비참한 추락사였다.

“하아, 하아…….”

찬물로 입을 헹구고 세면대 거울을 노려보았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 위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억울함. 분노. 그리고 자신을 향한 지독한 혐오.

모든 감정이 뒤섞여 폭발할 것 같았다.

똑똑똑.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안아, 일어났어?”

순간, 지안의 전신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욕실 거울을 짚고 있던 두 손에 핏대가 터질 듯 솟아올랐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내를 사랑하는 척 연기했던 그 역겨운 목소리.

강민우였다.

“아직 자? 들어가도 될까?”

이 시기의 강민우는 매일 아침 서 회장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한남동 본가로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다.

예비 처가에 아침부터 찾아와 예비 신부를 챙기는 다정한 남자.

그것이 강민우가 서 회장과 지안을 속이기 위해 뒤집어쓴 완벽한 가면이었다.

지안은 이를 악물었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 피가 배어 나왔다.

지금 당장 문을 열고 뛰쳐나가, 저 개만도 못한 자식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네가 감히 날 죽여? 네가 감히 내 회사를 뺏고 내 할아버지를 죽이려 들어?

주방으로 달려가 식칼이라도 가져와 저 목구멍에 쑤셔 박고 싶은 살의가 펄펄 끓어올랐다.

하지만 지안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떨리는 손을 꽉 쥐어 주먹을 만들고, 눈을 감았다.

여기서 이성을 잃고 날뛰어봤자 미친 여자 취급만 받을 뿐이다.

강민우는 아직 겉으로는 서그룹 후계자의 마음을 얻은 완벽한 약혼자였고, 자신에게는 그들의 죄를 입증할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과거의 그녀는 철저하게 속아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의 진짜 얼굴을, 그들의 추악한 계획을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다.

“……들어와.”

지안은 찬물로 세수를 한 번 더 하고 욕실을 나섰다.

얼굴의 물기를 수건으로 대충 닦아내며 방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강민우가 들어왔다.

“지안아,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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