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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작가: 금붕어
‘아직 이혼하기 전인데도 함께 살고 싶어 안달이 났나 보지?’

이럴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데도 최수빈은 마음이 꼭 물에 잠긴 것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다시 끄라니까 왜 가만히 있어?”

박하린이 불빛을 가리던 손을 치우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최수빈과 눈이 딱 마주친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일 시후 등원시켜야 해서 여기서 자기로 했어요. 괜찮죠?”

최수빈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 없이 시선을 돌려 방을 훑어보았다.

머리맡 위에 있던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녀가 고심 끝에 골랐던 침대도 어느새 다른 침대로 바뀌어 있었다.

박하린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다급하게 해명했다.

“언니가 떠난 뒤에 오빠가 이 방을 내가 좋아하는 대로 꾸며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오빠랑 나는 거의 친남매나 다름없는 사이니까 오해하지 말아요. 그나저나 언니는 다시 돌아오기로 한 거예요? 그러면 여기서 다 같이 자요.”

최수빈은 개방적이다 못해 다른 차원에서 사는 것 같은 그녀의 발언에 자신의 귀를 다 의심했다.

“방 전체를 뜯어고치든 뭘 하든 상관없으니까 마음대로 해요. 나는 내 물건 찾으러 온 것뿐이니까.”

최수빈은 빈정거리듯 말을 내뱉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화장대로 가 두 번째 서랍을 열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다른 서랍에 있는 건가 싶어 전부 다 확인해봤지만 브로치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협탁 쪽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야에 뜯어진 콘돔이 들어왔다.

최수빈의 심장이 또다시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의문도 들었다. 왜 잠자리까지 함께하는 사이면서 이혼합의서에 아직도 사인을 안 하고 있는지. 왜 박하린을 정부인 채로 내버려두고 있는지.

최수빈이 가만히 서 있자 박하린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협탁 위를 바라보았다.

“언니,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시후가 장난감인 줄 알고 멋대로 뜯어놓은 것뿐이에요.”

최수빈이 차갑게 웃었다.

너무나도 허접한 변명이었다.

그때, 최수빈의 눈에 또 익숙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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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12화

    최수빈은 그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그날, 분명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말해 두었기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주민혁은 최수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 들렀어. 수술이 잘 되길 바라서.”“고마워요.”말투는 차가웠지만 그렇다고 그를 쫓아내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복도에 나란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간호사가 이성민의 병상을 밀고 나와 수술실로 향하자 이혜정이 급히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무서워하지 마.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이성민은 이혜정과 최수빈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난 괜찮아. 두 사람도 걱정하지 마.”주민혁에게도 잠시 시선이 머물렀지만 이성민은 복잡한 눈빛만 남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수술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최수빈과 이혜정은 복도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다.주민혁도 한쪽에 서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최수빈은 알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일 분, 일 초가 모두 고역처럼 느껴졌다. 이혜정은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최수빈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낮게 말했다.“엄마, 괜찮을 거예요. 삼촌, 꼭 잘 버텨내실 거예요.”그때 수술실의 불이 꺼졌고 의사가 문을 열고 나오자 최수빈과 이혜정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의사를 바라봤다.마스크를 벗은 의사는 미소를 지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현재 생체 징후도 안정적이고요. 수술 후 관찰 기간만 잘 넘기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눈가가 붉어지며 기쁨에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민혁 역시 길게 숨을 내쉬었다.곧 이성민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경과 관찰에 들어갔고 최수빈과 이혜정은 줄곧 침대 곁을 지켰다.해 질 무렵, 눈을 뜬 이성민은 두 사람을 보곤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이제... 괜찮아.”“삼촌, 정말 다행이에요!”최수빈은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이혜정도 눈물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11화

    죽을 다 먹고 나자 이성민은 기운이 빠진 듯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이혜정은 보온통을 정리한 뒤 최수빈의 손을 잡고 병실을 나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수빈아, 네 삼촌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러신 거야.”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엄마. 삼촌이 저 생각해서 그러신 거라는 거. 민혁 씨와의 관계도 제가 알아서 정리할게요. 삼촌 치료에 영향 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래.”이혜정은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미소 지었다. 그 눈빛에는 안도하는 기색과 믿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네가 그렇게 생각해 주니까 엄마도 마음이 놓인다.”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아, 변호사 쪽은 연락 왔니?”“네. 업계에서 꽤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래요. 내일 자료 들고 직접 찾아가서 상담하기로 했어요.”이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엄마한테 말해.”모녀는 복도에 서서 오가는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자리 잡았다.그 시각, 복도 끝 비상계단 안쪽에서 주민혁은 벽에 등을 기댄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변호사와 주고받은 대화 기록이 떠 있었다.멀어져 가는 최수빈과 이혜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에 아주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잠시 후, 주민혁은 휴대폰을 거두고 낮게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를 떠났다.다음 날, 최수빈은 약속대로 변호사를 만났다.변호사는 그녀가 가져온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수빈 씨,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최진식 씨가 이씨 가문의 재산 분할을 주장하는 건 법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다만 문제는... 아마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소송이 꽤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이미 각오하고 있던 최수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요. 그래도 그 사람 뜻대로는 못 하게 할 거예요. 얼마나 걸리던 끝까지 버틸 생각입니다.”“그 정도 각오라면 충분합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10화

    “삼촌의 건강은 또 다른 문제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일단 건강해야 하는 거지 건강을 걸고 감정적으로 버티시면 안 돼요.”이성민은 깊게 한 번 숨을 고른 뒤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건강이 중요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나 때문에 네가 그 사람하고 다시 애매하게 얽히는 건 더 못 보겠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최수빈을 바라보며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덧붙였다.“사실 잠들어 있을 때도 어렴풋이 느꼈어. 그 사람이 여러 번 왔다는 걸. 매번 문밖에만 서 있다가 돌아갔지, 안으로 들어온 적은 없고.”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이성민의 등을 짚고 있던 최수빈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그녀는 주민혁이 뒤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생각했었기에 그가 병원까지 와서 외삼촌의 병실 앞에 머물렀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최수빈이 알지 못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 주민혁은 문밖에 서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생각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이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눈빛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짙게 서려 있었다.“수빈아, 삼촌 말 좀 들어. 그 사람이랑 감정적으로 얽히지 마.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섞이면 안 돼. 내가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된 것도 결국 네가 그 사람과 엮여 있기 때문이잖아. 그건 네가 빚을 진 거나 다름없어. 주민혁이 어떤 사람인지는 나도 잘 알아. 만만한 상대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이 일로 너한테 부담을 주거나 뭔가를 요구한 적은 없었니?”최수빈은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손끝을 말아 쥐었다.그러고는 그동안의 시간을 차분히 되짚어 보았다. 주민혁은 때때로 복잡한 감정을 내비치긴 했지만 삼촌의 일을 이유로 그녀를 압박한 적도, 무리한 요구를 한 적도 없었다.사전 검사부터 전문가 협진, 쉽게 구할 수 없는 약품까지...모든 건 그가 조용히 정리해 둔 일이었고 최수빈이 따로 신경 쓸 일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걱정으로 가득한 이성민의 눈을 마주 보며 낮게 말했다.“삼촌, 그 사람 저한테 부담 준 적 없어요. 이런 일들, 다 그 사람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09화

    회의실의 형광등은 차가운 빛을 쏟아내며 주민혁의 곧은 실루엣을 유난히 가냘파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정장 소매의 단추를 매만지며 잔뜩 굳어 있는 최수빈의 옆얼굴에 시선을 두었다. 목젖이 크게 한 번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입은 열리지 않았다.그러다 최수빈이 먼저 시선을 들었는데 맑은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입술을 가볍게 다물더니 곧 그녀가 다시 담담하게 말했다.“생각 정리되면 그때 다시 와서 얘기해요. 우리 사이에 해야 할 말들은 분명히 해야지, 지금처럼 애매하게 흘려보낼 일이 아니에요.”미움이든 오해든, 무엇이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말을 마치자 그녀는 주민혁의 반응을 더 이상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주민혁은 그 자리에 굳어 선 채 손끝에 점점 더 힘을 주었다. 단추 가장자리가 손가락을 파고들어 통증이 느껴질 때쯤에서야 그는 천천히 손을 풀었다. 그리고 복도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최수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눈빛 깊은 곳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다음 날 아침.병실 창으로 스며든 첫 햇살이 하얀 침대 시트를 비췄다.최수빈이 보온통을 들고 병실로 들어섰을 때, 어머니 이혜정은 침대 옆에 앉아 누워 있는 이성민의 이불을 조심스럽게 정리해 주고 있었다. 이성민의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했고 한때 단단하던 몸은 큰 병을 앓아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심지어 숨을 쉬는 것마저 힘에 부쳐 보였다.“삼촌, 삼촌 좋아하시는 계란죽 가져왔어요.”최수빈은 침대 옆 탁자에 보온통을 내려놓고 조심히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따뜻한 김과 함께 은은한 향이 퍼졌다. 그녀는 그릇에 죽을 담아 이성민의 앞에 내밀며 목소리를 한층 낮췄다.곧 천천히 눈을 뜬 이성민은 눈앞에 선 외조카와 누나를 보자 눈가가 붉어지더니 입술을 달싹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다들 고생하네... 이 병이 참 사람 잡는다.”이혜정은 그의 손을 꼭 잡고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을 애써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고생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08화

    “외삼촌 보러 왔어요.”최수빈은 그의 눈을 피한 채 권우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아주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권 선생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권우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주민혁을 한 번 보고는 다시 최수빈을 향해 가볍게 웃어 보였다.“별일 아니에요.”강지안은 두 사람의 표정을 훑어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정리했다.“가족분들께 수술 전 안내사항 전달하고 올게요. 편하게 이야기 나누세요.”그녀는 최수빈의 옆을 지나며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하지 못한 말들을 눈빛에 담아둔 채 말이다.그렇게 곧 회의실에는 최수빈과 주민혁, 그리고 권우진만 남았다.주민혁은 의자에 기대앉아 컵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천천히 문지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에게 시간을 내주는 모습이었다.그러다 권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보다는 표정이 한결 진지해져 있었다.“수빈 씨, 민혁 씨가 말 안 한 게 하나 있는데 그래도 이건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최수빈이 심장이 빠르게 뛰어 옷자락을 꽉 쥐고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외삼촌분 병...”권우진이 말을 이어갔다.“세 달 전에 이미 적합한 공여자를 찾았어요. 다만 상대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수술이 미뤄졌고요. 그 뒤로 민혁 씨가 직접 지방을 세 번이나 오가면서 여기저기 부탁해서 다시 동의를 받아냈어요. 괜히 걱정할까 봐, 민혁 씨가 수빈 씨한테는 말 안 했던 거예요.”한마디 한마디가 돌처럼 가슴에 떨어졌다. 놀라움, 미안함,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묵직한 감정이 겹겹이 퍼졌다.최수빈은 고개를 돌려 주민혁을 봤다. 그는 여전히 의자에 기대앉아 있었는데 시선을 내리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무지 읽히지 않았다.“왜... 왜 나한테는 말을 안 한 거예요?”최수빈의 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다.“내가 얼마나...”그녀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얼마나 민혁 씨를 미워했는데... 왜 민혁 씨는 미움받을 짓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날 위해 움직였던 거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07화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시계 초침 소리만이 또각또각 울리는 것이 마치 무언가를 위해 카운트다운하는 듯했다.햇빛이 조금씩 자리를 옮기며 무릎 위까지 스며들었지만 어둠이 깔린 주민혁의 눈빛만큼은 끝내 비추지 못했다.강지안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말로는 그를 돌려세울 수 없다는 걸.최수빈 모녀를 위해 길을 닦아주겠다고 마음먹은 그 날부터 주민혁은 이미 자신의 생사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그의 세계에는 ‘나’가 없었고 오직 ‘그녀들’만 있을 뿐이었다.강지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의 병력 기록을 집어 들며 조용히 말했다.“다음 주에 있을 최수빈 씨 외삼촌분의 수술은 내가 직접 챙길 거야.”주민혁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짧게‘응’하고 답할 뿐이었다.그렇게 강지안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문이 닫히는 순간, 서재 안에서 아주 미세한 한숨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깃털 하나가 심장 위에 내려앉듯 가벼운 소리였는데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구름이 낮게 깔려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문득 조금 전 주민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사랑은 포물선이고 결혼이 최고점이며 그 이후는 내리막이라는 말 말이다.그렇다면 최수빈과 그는 애초부터 최고점이 존재하지 않는, 시작부터 아래로 향해 결국은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질 포물선이었던 건 아닐까?강지안은 그 답을 알지 못했으나 이것만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주민혁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최수빈은 아마 영원히 모를 거라는 것, 또 그녀가 그토록 미워하던 남자가 자신의 생을 대가로 그녀의 앞길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다음 날 아침.최수빈이 잠에서 깨어나 집 안을 둘러봤으나 주민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러다 어젯밤 잠들기 전, 그의 왼팔 붕대에 피가 조금 배어 있던 게 생각나 무의식적으로 손끝을 말아 쥐었다.휴대폰 화면에 뜬 ‘주민혁’이라는 이름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녀는 끝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나서야 전화는 연결되었다.수화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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