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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Author: 리치 사랑
겉보기에 그들은 한 가족처럼 화목했다.

허종혁도 줄곧 안소현의 기분을 살피며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을 챙겨주었다.

허종혁의 부모님도 틈틈이 농담을 던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정부는 지금 이대로가 참 예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전에 있었던 일들은 모른 척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자신과 크게 상관있는 일도 아니니 자신은 그저 본분만 다하면 되었다.

괜히 끼어들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니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안소현도 그 분위기에 물들어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

허종혁과 위층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두 분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마음이 불안했는데 막상 보니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너그럽게 대해주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어머님, 아주머니가 해주신 제육볶음이 정말 맛있어요.”

허종혁의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편하게 많이 먹어. 곧 한 식구 될 텐데.”

말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안소현 목덜미에 남은 흔적으로 향했다.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안소현도 알아들었다.

안소현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머님, 이 일은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희 엄마와도 상의드려야 해서요.”

“알지. 서두르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

“네, 어머님의 뜻을 잘 압니다. 사실 저도 급할 건 없거든요.”

안소현의 말에 허종혁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급할 게 없는 건 안소현 쪽이었다.

요즘 태안 그룹은 그야말로 날로 번창하고 있으니 그녀는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

반면 허씨 가문은 나날이 기울고 있었다.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을 멈춘 상태라 태안 그룹과 빨리 혼인을 맺어야 한다는 압박만 커지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두 가문은 애초에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허종혁의 아버지는 차라리 당장이라도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괜히 늦추다 변수가 생길까 두려웠다.

게다가 아들이 저지른 일도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안소현이 눈치채고 모든 게 틀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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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종혁의 어머니도 재촉하듯 말했다.“소현아, 이 제육볶음이 맛있다며?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 매일 먹을 수 있을 거야.”허종혁의 어머니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자신 있는 부드러운 태도를 내보였다.안소현은 처음엔 조금 감동하기도 했지만,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이 집 사람들이 하나같이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그 순간, 안소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게다가 아까 허종혁이 한 말에도 아직 답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안소현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저도 여러분이 제가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기를 바라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 문제는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희 엄마도 계시잖아요. 만약 제가 오늘 여기서 대답을 드렸다가 저희 엄마가 반대하시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죠?”그 말에 식탁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맞는 말이었다. 결혼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렇게 되면 그동안 안소현에게 보였던 온갖 정성과 열정이 다 허사로 돌아갈 것이다.허종혁의 어머니는 속이 더 답답해졌다. 남편이 자신을 쏘아보자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허종혁은 안소현의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분명 그동안 모든 걸 나눈 사인데 이제 와서 이렇게 단호하게 얘기하는 게 못마땅했다.두 사람은 이미 모든 걸 나눴다. 한나절 동안 서로를 탐했는데 지금 식탁에 앉아서 이렇게 말하며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허종혁은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고 안소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소현아, 우리 사이에 아직도 그렇게 따져야 할 게 많아?”그러나 안소현은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그래도 혼사는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하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저는 당연히 저희 엄마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혹시 불만이 있으시다면 저희 엄마와 직접 말씀해 보세요.”말을 마친 안소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그리고 나가기 전 식탁 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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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보기에 그들은 한 가족처럼 화목했다.허종혁도 줄곧 안소현의 기분을 살피며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을 챙겨주었다.허종혁의 부모님도 틈틈이 농담을 던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정부는 지금 이대로가 참 예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하여 전에 있었던 일들은 모른 척하기로 마음먹었다.어차피 자신과 크게 상관있는 일도 아니니 자신은 그저 본분만 다하면 되었다.괜히 끼어들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니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안소현도 그 분위기에 물들어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허종혁과 위층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두 분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마음이 불안했는데 막상 보니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오히려 너그럽게 대해주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어머님, 아주머니가 해주신 제육볶음이 정말 맛있어요.”허종혁의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편하게 많이 먹어. 곧 한 식구 될 텐데.”말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은 안소현 목덜미에 남은 흔적으로 향했다.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안소현도 알아들었다.안소현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어머님, 이 일은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희 엄마와도 상의드려야 해서요.”“알지. 서두르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네, 어머님의 뜻을 잘 압니다. 사실 저도 급할 건 없거든요.”안소현의 말에 허종혁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졌다.급할 게 없는 건 안소현 쪽이었다.요즘 태안 그룹은 그야말로 날로 번창하고 있으니 그녀는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반면 허씨 가문은 나날이 기울고 있었다.여러 프로젝트도 진행을 멈춘 상태라 태안 그룹과 빨리 혼인을 맺어야 한다는 압박만 커지고 있었다.지금 상황에서 두 가문은 애초에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가능하다면 허종혁의 아버지는 차라리 당장이라도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괜히 늦추다 변수가 생길까 두려웠다.게다가 아들이 저지른 일도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안소현이 눈치채고 모든 게 틀어질 수도 있었다.그런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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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가 되면 김미진이 설령 태도를 바꾸고 싶어도 불가능할 것이다.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허종혁과 안소현은 아주 잘 맞았다.그날 오후, 안소현이 집에 온 뒤로 두 사람은 방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안소현조차도 이 상황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졌다.그녀는 몸 위에 엎드려 있는 허종혁을 밀어내며 말했다.“이제 그만 해요.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알아요? 이러다 아버님이랑 어머님께서 제가 버릇없다고 하실 거예요.”“그럴 리 없어.”허종혁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오히려 부모님은 두 사람의 시간이 길어지는 걸 더 바라실 테니, 안소현을 붙잡아두길 원할지도 몰랐다.하지만 안소현은 영 마음이 불편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됐어요, 오늘은 이만해요. 이미 한나절이나 지났어요.”허리가 마치 차에 치인 듯 욱신거렸다. 원래 피부가 약한데 허종혁의 손길에 멍이 곳곳에 들어 흉하게 보였다.그 모습을 본 허종혁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안소현이 매혹적이라는 걸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지금 보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도대체 요즘 어디에 있었던 걸까?’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어쨌든 허종혁은 지금의 안소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시계를 보니 그녀가 온 지 벌써 다섯 시간이 흘러 있었다.부모님도 슬슬 기다리는 게 지겨워질 때였다.“종혁 씨, 왜 멍하니 있어요? 내가 말하는 거 못 들었어요?”“어?”허종혁은 흠칫 놀라며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 소현아, 방금 뭐라고 했어? 한 번 더 말해줄래? 내가 딴생각하느라 못 들었어.”안소현은 이상한 기색을 느끼지 못했고 말을 한 번 더 반복했다.“이제 내려가자고요. 이렇게 오래 있으면 아버님, 어머님께서 분명 속으로 저를 뭐라 하실 거예요. 저도 민망하다고요.”안소현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자 허종혁도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정말 내려갈 때가 된 것 같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역시나 안소현이 내려갔을 때 두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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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416화

    ‘그 녀석은 얼굴이 종혁 씨 보다 못생겼잖아.’그렇게 생각하니 허종혁을 바라보는 안소현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기 허리에 갖다 댔다.“알겠어요. 그래서 나 이렇게 당신이랑 시간 보내러 왔잖아요.”안소현의 행동에 맞춰 시선을 옮긴 허종혁은 그 의미를 곧장 알아차렸다.남자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혈기 왕성한 나이에 이런 유혹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그는 안소현에게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그의 손길은 점점 거칠어졌다.안소현은 얕은 숨을 몰아쉬며 그의 품에 몸을 밀착시켰다.두 사람은 더 격렬하게 입을 맞추며 점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안소현은 그의 애정과 집착을 느끼며 속으로 만족스러워했다.사랑이 오래가려면 남자가 자신에게 아무런 욕심도 품지 않는 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그 점에서만큼은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그러나 곧 머릿속을 스친 건, 며칠 전 식당에서 본 장면이었다.이번에 찾아온 것도 사실 그 일을 따져 묻기 위해서였다.“그러니까 그날 당신은 왜 다혜랑 같이 있었던 거예요?”안소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행동을 멈추었다.“두 사람 약속이라도 한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요.”그 말을 듣고 허종혁은 순간 머뭇거렸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날 사실은 안다혜에게 고백하려 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그런 말이 나오면 앞으로 며칠은커녕, 안소현과의 관계 자체가 영영 끝장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그걸 너무도 잘 아는 그였기에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안소현은 그런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지켜봤다.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미 눈으로 다 확인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오늘 찾아온 건 단지 그의 입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허종혁은 점점 더 당황했다.“소현아, 오늘 나를 찾아온 게 나랑...”뒷말은 채 잇지 못했지만, 뜻은 충분히 드러났다.안소현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제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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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쩌겠어? 분명 당신 아들이 저지른 짓이잖아.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좀 해봐.”허종혁의 아버지는 아내를 향해 눈을 흘겼고 두 사람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다투기 시작했다.“됐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당신 아들 문제나 수습해.”허종혁의 아버지는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며 아내를 노려보았다. 대체 왜 자기한테 이런 아들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 모습을 보면서 허종혁의 어머니도 안소현에게 괜히 불만이 쌓였다.애초에 그녀가 갑자기 들이닥치지만 않았어도 집안에 이런 소동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전혀 일어나지 않아도 될 다툼이었다.게다가 차라리 조용히 아들이랑 잘 지냈더라면 이런 일들이 뒤따라 일어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허종혁의 어머니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참 재수 없네, 이런 가정을 망치는 여자를 들이다니.”그 말에 허종혁의 아버지는 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그만해. 분명 당신 아들 문제인데 왜 자꾸 남 탓을 하는 거야? 이래저래 떠들어봤자 결국 당신 아들 뒤처리는 우리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허종혁의 아버지가 먼저 앞장서서 내려갔고 어쩔 수 없이 허종혁의 어머니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나란히 지하실로 향했다.그 장면을 본 가정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며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방금 들은 두 사람의 대화가 귀에 생생히 맴돌았다. 그녀가 전에 우연히 들었던 소리는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이 집엔 분명 뭔가 감춰둔 비밀이 있었다. 그게 아니면 저렇게까지 은밀히 이야기를 나눌 리가 없었다.이 집에서 오래 일했지만, 도련님한테 이상한 버릇이 있다는 얘기는 그저 농담처럼 흘려들었었다. 그런데 요즘 밤마다 지하실 쪽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음에 점점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처음엔 그냥 착각이려니 했지만 며칠째 이어지자 분명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게다가 오늘 두 사람의 대화까지 듣고 나니, 지하실에는 틀림없이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될 것이 감춰져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그건 도련님과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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