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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Author: 숲속의사슴
시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병실로 돌아갔다.

빛나와 장순영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시유는 여준의 말을 애써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저 보호자 침대에 누운 채 잠시 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밤중, 시유는 희미하게 누군가 자신의 몸 위에 무언가를 덮어주는 감각을 느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담요를 덮어준 것 같았다.

그날 밤은 시유가 빛나를 데리고 병원에 온 뒤 처음으로 푹 잔 밤이었다.

밤새 빛나가 우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

옆 병실.

새나는 전혀 잠들지 못했다.

보호자 침대에 누운 채 밤새 뒤척였고, 가끔씩 눈물을 흘리며 서러운 마음을 달랬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진지원은 결국 힘들어 집으로 돌아갔고, 급하게 새나를 위해 간병인을 구해 주었다.

진명화도 병원에 오겠다고 했지만 집안일이 생기는 바람에 발이 묶여 오지 못했다.

결국 그날 밤 리오 곁을 지킨 건 새나와 간병인 둘뿐이었다.

리오의 몸속에 남아 있던 수면제 성분은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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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진짜 별 지저분한것들 다 보겠네 소설이 아주 쓰레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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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82화

    이 집에 다시 들어선 순간, 과거에 당했던 모든 모욕이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그리고 이제야 깨달았다.자신은 여준 하나 때문에 부씨 집안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걸.그때의 시유가 겁이 많았던 건 아니었다.자신에게 맞설 힘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모든 일을 마음속에 묻어 뒀을 뿐이었다.지난 5년 동안 설계 일에 그토록 죽을힘을 다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마음 한구석에는 늘 오기가 남아 있었다.반드시 성공하고 싶었다.언젠가는 여준과 나란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자기 힘으로 당당히 일어선 뒤, 그때 가서 이 사람들과 지난 일을 하나씩 제대로 따져 보고 싶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강해져 돌아온 오빠가 시유에게 누구에게도 짓눌리지 않을 힘을 안겨줬고, 그동안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시유가 지난 일을 하나씩 꺼내 놓자 진명화와 유미, 유란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당시에는 시유에게 그런 짓을 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시유가 좋은 집안에 시집왔으니 그 정도 고생쯤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여겼다.그런데 시유가 그 모든 일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 하나하나 들춰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여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게... 전부 사실이야? 왜 아무도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여준이 가족들을 바라봤다.“다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시유를 이렇게까지 괴롭혔다고?”시유가 참지 못하고 코웃음을 쳤다.“정말 몰랐던 거야?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한 거야?”“당신 엄마랑 세 누나가 당신 보는 앞에서 나한테 막말하고 괴롭힌 적이 한두 번이야? 그때마다 당신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시유는 여준을 똑바로 바라봤다.“말은 좀 심하게 해도 속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고 했잖아. 내가 조금 참고 양보하라고. 어차피 한 가족이니까 조금만 참으면 지나갈 일이라고.”“당신이 한 말 맞지?”“...”여준은 아무 말도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81화

    시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피할 생각조차 없었다.바로 곁에 언제든 자신을 지켜 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역시나 부인걸의 지팡이가 시유에게 닿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부인걸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지팡이가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이어 그의 팔이 그대로 뒤로 꺾였다.“아악!”부인걸이 비명을 질렀고 고통에 얼굴이 새빨개졌다.“여보!”“인걸아!”“아빠!”조금 전까지 부인걸과 함께 걸어 나오던 여자들이 일제히 소리쳤다.진명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시유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지만,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했다.“임시유, 너... 대체 무슨 짓이야? 빨리 놓으라고 해!”최선희도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주름진 뺨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시유야, 왜 이러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한 가족끼리 무슨 일이든 말로 하면 되지, 어떻게 사람들을 데리고 집에 쳐들어와서 시아버지한테 저럴 수 있어?”시유는 연로한 최선희를 바라보자 마음이 약해졌다.하지만 그 마음은 금세 가슴 깊이 쌓인 원망에 묻혀 버렸다.부씨 집안에서 자신에게 잘해 준 사람은 최선희뿐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진심으로 자신을 아끼고 도와준 건 아니었다.진명화가 자신을 혼내고 모욕하고 괴롭힐 때 옆에서 몇 마디 말리는 게 전부였다.최선희 역시 시유를 제대로 보호해 준 적은 없었다.지난 5년 동안 이 집에서 살얼음판을 걷듯 살았지만, 누구도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 주거나 존중해 준 적이 없었다.그러니 이제 와서 누구 하나 봐줄 이유가 없었다.시유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저도 예전에는 이 집 사람들과 좋게 얘기해서 해결해 보려고 했어요.”“당신들이 끝까지 절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제 딸까지 붙잡아 협박하면서 절 굴복시키려 들지 않았으면 저도 다시는 이 집에 들어올 생각 없었어요.”시유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집 안의 모습은 기억 속 그대로였다.이곳에서 당했던 모욕과 괴롭힘의 흔적이 아직도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80화

    시유는 활짝 열린 부씨 본가 대문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손을 들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곧 여준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검은색 마이바흐 십여 대가 부씨 본가 양쪽에서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차량들은 일사불란하게 본가 앞 공터에 줄지어 들어서며 날카로운 마찰음을 냈다.곧 모든 문이 동시에 열렸다.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쓰고 키가 모두 180센티미터가 넘는 건장한 경호원 수십 명이 차에서 일제히 내렸다.선두에는 변항이 서 있었다.변항이 짧게 지시하자 모두 즉시 두 줄로 정렬해 그의 뒤에 섰다.순식간에 수십 명의 경호원이 시유의 뒤를 빼곡하게 채웠다.여준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유를 바라봤다.“지금... 뭐 하는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가까지 데려와서 대체 뭘 하려고?”시유는 팔짱을 끼고 입꼬리를 올렸다.“보면 모르겠어? 뭘 굳이 물어봐.”시유가 변항에게 고개를 까딱했다.그 즉시 변항이 사람들을 이끌고 부씨 본가 안으로 들어갔다.집사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비명을 질렀다.“사람 불러요! 빨리 나와요! 사모님이 사람들을 데리고 쳐들어왔어요! 전부 내보내요!”소식을 들은 본가 보안 요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하지만 변항이 데려온 사람들은 실력부터 차원이 달랐다.달려든 본가 경호원들은 순식간에 제압당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 빠진 사람도 있었고, 얻어맞아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일방적인 승부였다.시유는 만족스럽게 변항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변항은 눈을 살짝 깜빡였다. 늘 얼음장 같던 얼굴에 보기 드물게 뿌듯한 기색이 잠깐 스쳤다.신분을 완전히 드러낸 뒤 변항이 이번에 데려온 사람들은 MR그룹에서도 손꼽히는 최정예 경호팀이었다.전원이 용병 출신으로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원래라면 국가 원수나 세계적인 거물급 인사의 경호가 아니면 쉽게 투입되지 않는 인력들이었다.하지만 시유를 곁에서 지켜본 동안 변항은 이 여자의 시원시원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9화

    시유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조수석에 던졌다.더는 망설이지 않았다.액셀을 끝까지 밟자 흰색 마세라티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가 부씨 본가로 향했다.여준도 서둘러 차를 몰고 돌아왔다.오는 내내 머릿속은 엉망이었다.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만 계속 생각했다.아무리 따져 봐도 핵심은 결국 시유였다.여준은 주가를 되살리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투자팀까지 고용한 상태였다.이미 막대한 자금도 쏟아부었다.부강그룹은 앞으로 현금 흐름이 크게 빠듯해질 것이다.무슨 일이 있어도 최대한 빨리 상황을 안정시켜야 했다.시유가 현실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서 준다면 가장 이상적이었다.그렇다면 빛나의 백일잔치를 성대하게 열어 부강그룹이 여전히 건재하고 집안도 화목하다는 모습을 외부에 보여 줄 수 있었다.주가를 안정시키고 집안의 명예도 되찾을 기회였다.그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시유였다.시유만 잘 협조한다면 모든 일이 훨씬 수월해질 터였다.여준은 백일잔치를 계기로 시유가 부강그룹 사모님이라는 사실도 대대적으로 공개할 생각이었다.거기에 시유가 디자이너 ‘바람’이라는 점까지 활용하면 업계에서 부강그룹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반응이 좋다면 머지않아 시유와 성대한 결혼식도 열 생각이었다.이번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화려하게 다시 맞아들일 것이다.그러면 부강그룹도 빠르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고 시유의 마음도 다시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여준은 여전히 시유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이유가 부씨 집안이 자신과 빛나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제는 빛나의 백일잔치도 크게 열어 줄 생각이었고 시유와 결혼식도 할 의향이 있었다.그 밖에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 뭐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단, 시유가 라움디자인 지분을 정리하고 회사를 그만둘 것.영우와 거리를 두고 다시 부강그룹으로 돌아올 것.예전처럼 순순히 자신의 말에 맞춰 주면서 세오름타워 프로젝트를 함께 성공시키고, 앞으로도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8화

    여준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한쪽 불을 겨우 끄면 다른 쪽에서 또 불길이 치솟았다.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불안과 분노에 시달렸다.결국 저녁이 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너무나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시유는 벌써 이틀째 빛나를 보지 못했다.이틀 내내 왼쪽 눈꺼풀이 계속 떨렸고 가슴에는 커다란 돌덩이라도 얹힌 것처럼 답답했다.시유는 마음을 굳혔다.오늘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빛나를 봐야 했다.여준이 또 돌려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데리고 부씨 본가로 쳐들어갈 생각이었다.강제로라도 빛나를 데려올 것이다.핸드폰이 진동했다.화면에는 부여준의 이름이 떠 있었다.시유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생각 좀 바뀌었어?”여준은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목소리는 낮고 쉬어 있었다.[시유야, 부강그룹 주가가 무너진 거... 당신이 한 짓이야?]시유가 가볍게 웃었다.대수롭지 않은 말투였다.“당신 생각은 어떤데?”쾅!여준이 책상을 거세게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내가 알아봤어. 우리 주식을 공매도한 곳은 A국 1위 투자사인 블랙스톤캐피털이야. 실제로 자금을 움직인 사람도 웬만한 재벌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금융계 거물 빌이고.]여준의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모르는 척하지 마. 당신이 며칠 만에 빌 같은 사람과 연이 닿았을 리가 없어!][전부 우연이지? 해외 자본이 마침 부강그룹을 노리고 있었는데 당신이 그 상황을 이용한 것뿐이잖아. 그런 거지?]시유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여준의 오만함은 뼛속까지 배어 있었다.회사가 무너질 지경인데도 시유가 자신을 몰아붙일 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그렇다면 조금 더 그렇게 믿게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고집을 부리는 대가는 부강그룹 전체가 치르게 될 것이다.시유는 웃음을 억누르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그러게. 내가 뭐라고 세계적인 금융 거물 빌까지 움직이겠어.”“당신 말이 맞아.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77화

    부인걸은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낚아채 실시간 주가 화면을 열었다.모니터 속 부강그룹 차트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듯 곤두박질치고 있었다.완만하던 그래프는 순식간에 수직으로 꺾였고, 쏟아지는 매도 물량이 매수세를 완전히 집어삼켰다.화면에는 ‘-9.8%’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여준아! 이리 와서 네 눈으로 봐!”부인걸이 홱 고개를 들었다.가슴은 크게 들썩였고 모니터를 가리키는 손가락까지 떨렸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봐! 은행, 협력사, 이사회까지 지금 전부 우리를 주시하고 있어!”“늘 모든 걸 손안에 쥐고 있다고 자신하더니 어떻게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부인걸의 목소리가 폭발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가를 다시 올려! 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 안 그러면 내가 평생 키워 온 부강그룹이 너 때문에 끝장나게 생겼어!”말을 끝낸 부인걸은 힘이 빠진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갑자기 천식 발작까지 일어나 몸을 웅크렸다.얼굴이 검붉게 달아오르고 목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쌕쌕 새어 나왔다.여준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아버지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황급히 서랍을 뒤져 흡입기를 꺼내 부인걸에게 건넸다.숨소리가 조금 가라앉자 부인걸은 여준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손톱이 살에 박힐 정도였다.“빨리 가서 누가 한 짓인지 당장 알아내! 지금 당장!”여준은 몇 초 동안 침묵했다.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곧 몸을 돌려 무거운 걸음으로 서재를 나갔다.상황이 이 지경까지 벌어졌는데도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예전에는 자기 앞에서 늘 참고 따르기만 하던 시유가 이 모든 일을 벌일 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다니.여준은 가장 먼저 영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영우의 목소리는 낯설 만큼 차가웠다.인사조차 없었다.[말해.]여준의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목소리가 날카롭게 가라앉았다.“부강그룹 주가 공매도당한 거, 네가 월가 쪽 사람들 움직인 거야? 강영우, 경고하는데 여자 하나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6화

    마리는 시유가 더 상처받을까 봐, 여준이 메시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시유가 퇴원하는 날까지도 여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퇴원 후, 시유와 마리는 젖먹이 빛나와 장순영을 데리고 시유가 반년 전 ‘태양파크’ 아파트단지에 사 둔 집으로 들어갔다.마리의 집은 바로 맞은편이었다. 서로 마주 보는 앞집에 살자는 건 대학 시절부터 두 사람이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으로 꿈꿔 왔던 일이었다.그래서 반년 전 마리의 맞은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유는 망설임 없이 그 집을 계약했다.집에는 기본 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5화

    “환자분은 출산 후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대량 출혈로 응급 처치까지 받으셨고요.”“이런 상태에서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기 쉽습니다. 영양 보충 꼭 잘 하셔야 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도 피하셔야 합니다.”검사가 끝난 뒤에도 시유는 병실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병실 안에서 마리에게 시유의 상태를 차분히 설명했다.장순영이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사모님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셨어요. 첫 보름은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음식도 마음대로 못 드셨고, 그 다음엔 아기가 소화를 잘 못 시켜서 밤마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4화

    유민자가 허둥지둥 방에서 뛰쳐나오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지진이에요? 지금 지진 난 거예요?”장순영은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안고 있다가, 요란한 소리에 놀라 맨발로 가방부터 움켜쥐고 현관 쪽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심지어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었다.유민자와 장순영이 거실로 뛰어들었을 때,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늘 차분하고 이성적이던 시유가 미친 사람처럼, 한때 그토록 아끼던 장식품들을 하나씩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유민자는 다급히 시유에게 달려가 말렸다.“사모님, 그만하세요! 제발 그만하세요! 무슨 일이든 차분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화

    시유는 액셀을 깊게 밟아, 두 사람의 신혼집이 있는 단독주택 단지 ‘그림빌’로 차를 몰았다.현관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이 집에서 오래 일한 가사도우미 유민자와 시유가 따로 고용한 시터 장순영이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시유의 새하얗게 질린 낯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모님, 어디 편찮으세요?”시유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괜찮아요. 배가 좀 고파서요. 따뜻하게 닭칼국수 한 그릇만 해 주세요.”장순영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든 시유의 복잡하게 뒤엉킨 마음은, 보드랍고 발그레한 아기 얼굴을 보자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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