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백 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아가 다시 한번 날카로운 발차기를 날리려던 찰나였다.
수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백 현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광채를 발하며 굳어졌다.
방금 전 수아가 보여준 하프 스텝의 매끄러운 회피 동작,
그리고 상대를 무리하게 타격하기보다
급소와 신경을 정확히 파고들어 무력화시키는 그 궤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과의 완력 싸움에서 불리해지자마자
곧바로 급소를 노리던 그 잔인하리만치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전 격투의 흔적들.
'이 여자……!'
백 현의 심장이 쿵 하고 크게 내려앉았다.
일반인은커녕, 어지간한 특수부대 출신 군인들이나
동네 양아치들을 상대하는 거친 조폭들 수준과는 차원이 달랐다.
십수 년간 어둠의 세계에서 수많은 산전수전을 겪으며 살아남은
백 현의 동물적인 감각이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경고음을 울렸다.
이 여자는 평범한 청원경찰이 아니었다.
국가의 은밀한 비밀을 품고 죽음의 문턱을 자신의 집처럼 드나들던,
뼈속까지 철저하게 단련된 인간 살인 병기였다.
백 현은 흠칫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수아의 손목을 쥐었던 힘을 살짝 풀었다.
그녀를 자극하면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반면, 공격을 퍼붓던 수아의 입장에서는
백 현의 태도가 너무나 황당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폭 보스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거칠고 무자비하게 자신을 압박해 오던 남자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자신은 지금 백 현의 허점을 노려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백 현은 반격을 하기는커녕
철저하게 자신의 주먹과 발길질을 방어만하고 흘려내는 데만 급급했다.
어설픈 방어가 아니었다.
완벽하게 타격을 흡수하고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정교하고 똑똑한 방어였다.
조폭 보스라는 작자가 자신을 상대로
주먹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방어만 일관하고 있으니,
수아의 머릿속에는 의문의 조각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혼란이 가중되었다.
'왜 반격을 안 하지? 칼이나 흉기를 꺼내지도 않고……
설마 진짜 복수하러 온 게 아니란 말인가?
아니야, 조폭 놈들은 믿으면 안돼.
그들의 이중 플레이에 속아 넘어가면 안 돼.
사람 심리를 흔들려는 비열한 수작일지도 모르니까.
절대 흔들리지마, 차수아.'
수아는 의아함과 불쾌함을 참아내며
더욱 거칠게 허를 찌르는 연속 공격을 퍼부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주먹과 발차기가
백 현의 급소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백 현은 끝내 그녀를 상대로 주먹을 쥐지 않았다.
맞서 싸우면 그만인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이 휘두르는 주먹에 수아가 다칠까 봐 걱정이라도 하듯
철저하게 방어만 하는 그의 모습은
수아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 찰나의 공백 속에서,
두 사람의 거친 호흡만이 좁은 골목길의 공기를 팽팽하게 채우고 있었다.
오해와 경계,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긴장감이 교차하는 그 순간,
두 사람의 운명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궤도에 올라타 있었다.
학교에서 거칠 것이 없던 백진혁의 세상이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날 이후부터였다.조직의 보스이자 아버지인 백 현이 민우의 엄마에게 흥미를 갖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모르는 백진혁은,오늘도 어깨에 힘을 주고 등교하여 학교 복도를 당당하게 누비고 다녔다.거대 조폭 조직 '백호파' 보스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은여전히 그에게 거칠 것 없는 무기이자 갑옷이었고,일진의 우두머리인 자신을 학생은 눈을 나래깔고 슬금슬금 피하기 바빴다.하지만 그 평화롭고 오만한 등굣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우연히 학교 식당 앞 복도에서,진혁은 눈에 익은 뒷모습과 마주쳤다.강민우였다.그리고 민우의 곁에는 지난번 민우의 엄마에게 톡톡히 도움을 받았던그 부잣집 도련님 찬서가 마치 보디가드처럼 딱 붙어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민우에게 아부하듯 장난을 치고 있었다.그 부잣집 아들 녀석의 얼굴을 보는 순간,
더 이상 이 불필요한 몸싸움을 이어가거나 말 섞을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 수아는단호하게 백현을 강하게 밀쳐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녀의 눈빛에는 조금 전의 당황스러움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만큼,여전히 얼어붙은 강물처럼 차가운 경계심과 살기가 서려 있었다.백 현은 숨을 고르며 어떻게든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다시 한 걸음 다가서려 했다.하지만 수아는 손바닥을 번쩍 들어 그의 접근을 엄격하고 단호하게 차단했다."거기서 단 한 걸음도 더 다가오지 마."수아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지만,그 속에는 상대방의 뼈를 시리게 만드는 압도적인 경고가 차갑게 담겨 있었다."내 아들이 잘못한 것을 안다,믿기진 않겠지만 나도 그 놈의 못된 짓거리를 고쳐보려 애를 쓰고 있다……엄마 없이 혼자 키워 더 엄히 대한 것이 오히려 그 놈의 반항심만 키운 꼴이 되었지……."백 현이 진땀을 흘리며 최대한 낮춘 목소리로 변명하듯 덧붙였다.하지만 수아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백 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수아가 다시 한번 날카로운 발차기를 날리려던 찰나였다.수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백 현의 눈빛이순식간에 날카로운 광채를 발하며 굳어졌다.방금 전 수아가 보여준 하프 스텝의 매끄러운 회피 동작,그리고 상대를 무리하게 타격하기보다급소와 신경을 정확히 파고들어 무력화시키는 그 궤도.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과의 완력 싸움에서 불리해지자마자곧바로 급소를 노리던 그 잔인하리만치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실전 격투의 흔적들.'이 여자……!'백 현의 심장이 쿵 하고 크게 내려앉았다.일반인은커녕, 어지간한 특수부대 출신 군인들이나
백 현은 어떻게든 차수아의 오해를 풀고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려 했다.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혹은 머릿속이 복잡했던 탓인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릴 만큼 엉뚱하고 잘못되어 있었다."그…… 나는 정말 대화를 하려고 온 거였는데……."백 현이 험악한 인상을 조금 풀고 목소리를 낮추려 했지만, 이미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한 수아의 귀에는 그저 비열한 협박으로 들릴 뿐이었다."당신, 당신이 정말... 내 아들을 팼나?"아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자신의 아들이 수아의 아들을 다치게 한 것을 사과하려던 백 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은, 수아를 더욱 분노의 화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해의 파도는 이미 수아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완전히 집어삼키고도 남았다.백현이 '아차!' 하고 속으로 경악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아……!대화 좀 하자더니, 결국 이거였군!! 당신 아들이 맞아서 지금 나한테 복수라는 걸 하러 온 모양이지?"수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비틀렸다. 그녀는 손목에 남아 있는 붉은 핏자국을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곧바로 전투 태세로 자세를 낮췄다."그래, 어디 한 번 실력 발휘해 보시지? 대신 내가 이기면 다신 우리 모자 앞에 얼씬도 하지 마. 당신의 그 거창한 조직의 깡패들까지 다 끌고 와도 상관없으니까.""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봐!"백 현은 당황하여 손을 내저았지만,수아는 이미 대화로 풀 단계가 지났다고 판단했다.눈앞의 남자는 조폭 보스였고,자신은 아들을 지켜야 하는 엄마이자 전직 요원이었다.당장 말이 통하지 않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백 현은 일단 이 무모한 난동을 멈추기 위해살짝 기선만 제압하려는 의도로수아의 두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며 앞으로 확 밀어붙였다.으득—."크윽……!"수아는 벽 쪽으로 밀려났다.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묵직한 조폭 보스의 압박에,조금 전, 간부들과 싸우다 칼에 베였던 수아의 손목 상처 부위가
다음 날 이른 저녁,공공기관의 업무가 끝나고 퇴근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릴 무렵이었다.정문 앞 너른 도로변에는 눈에 띌 정도로 위압적인 광채를 내뿜는검은 세단 두 대가 엔진 시동을 켠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지나가는 시민들과 동료 청경들조차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차를 보며저마다 힐끔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건물 안에서 정복 차림의 모자를 단정하게 고쳐 쓰며 걸어 나오던 차수아의 눈에도그 검은 세단이 들어왔다. 그녀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그러졌다.시이익—.수아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앞 차량의 뒷좌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그 안에는 얼굴에 옅은 상처 자국이 남은,험악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백호파의 수장, 백 현이었다.백 현은 사뭇 진중하고 무거운 눈빛으로 수아를 응시하며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차수아 씨."수아는 멈춰 서서 차 안의 남자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어제 골목길에서 부하들을 보내 자신을 시험하려 들었던조폭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것이 한눈에 느껴졌다."……?""차수아 씨, 저는 백진혁의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잠시 대화하고 싶은데, 차에 좀 타시겠습니까?"정중한 척 격식을 차리려 하지만,그 기저에 깔린 오만함과 압박감은 감추어지지 않았다.수아의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렸다.그녀는 조폭이라는 존재 자체를 치를 떨 정도로 경멸했다.남편을 앗아간 세상의 부조리와 맞닿아 있는 어둠의 세력들이,어디서 감히 애 아빠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것인가."아…… 그 깡패 무리 우두머리.....!"수아가 팔짱을 낀 채 차창을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왜 그 차에 타야 하죠? 그리고…… 적어도 사람을 불러내어 그런 무례한 부탁을 하실 때는 차에서 내려서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거 아닌가요?내가 당신, 그 깡패조직의 똘마니라도 됩니까?"백 현과 수아의 첫 대면.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공기 중에 날카로운 번개처럼 스파크가 튀었다
거대 조직 백호파의 수장, 백 현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곧 그 지역 일대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을 의미했다.조직의 이권이 걸린 거대한 이권 다툼이나숙적 조직과의 피튀기는 세력 싸움 때나 볼 수 있던 검은 세단 수십 대의 행렬.그 위압적인 차들이 공공기관 청사 앞 도로를 길게 메우며장관을 연출했고 사람들은 슬금슬금 차들을 피해 도망치듯 걸었다.조폭 보스의 자존심과 내 핏줄을 건드린 자를 향한응징의 의지가 도로 위를 짓누르는 듯했다.하지만 세상 일은 언제나 예상을 비껴가는 법이었다."보스……."앞좌석에 앉아 있던 오른팔 태현이 룸미러를 힐끗 바라보며난처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출동 준비는 완벽하게 마쳤고…… 차수아의 직장도 이 곳이 맞지만.....그게.... 정작 당사자인 그 차수아는 이미 퇴근하고 자리에 없다고 합니다.오늘 근무가 일찍 끝났 모양입니다.""……뭐?"백 현은 뒤로 젖혀진 가죽 시트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