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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약.혼.자

Author: 은울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30 18:42:08

순간 라임은 온몸에 힘이 빠지고 휘청거리는 다리를 애써 꽉 붙잡고 섰다.

구경 중이던 직원들도 놀랐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라임은,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떠난 사람, 다시 나타났다고 한들 처음부터 달라질 건 없었는데..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면 그만이었는데.. 어제 새벽까지 안서후 때문에 감정 낭비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여기 직원이나 임원은 아니시라는 거네요? 그럼 닦으세요"

"뭐...뭐? "

"당신이 여사님한테 월급 주는 거 아니잖아! 근데 왜 여사님한테 닦으라 마라 명령질이지? 당신이 일부러 저렇게 만들어 놓고는!"

"이게 진짜.."

"그리고! 핸드폰 보면서 걷지 마세요. 여사님한테 부딪혀서 망정이지 여기 베너나 벽에 부딪혔으면 쪽팔림은 오롯이 당신 몫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죠?"

그때, 무리의 밖에서 들리는 또렷한 목소리에 모든 시선들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오빠~ 서후오빠~"

좀 전까지 반말로 버럭버럭 막말을 쏟아 내던 여성의 목소리가 희한하게 변하며 서후에게 달려가 팔짱을 낀다.

서후는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라임에게만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박샤론의 막무가내 행동이 괜찮아서가 아니었다. 박샤론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라임에게 집중해 있던 탓이었다.

라임은, 여성의 팔짱을 그대로 받아주는 서후의 모습에 다시 한번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다.

그리곤 아무도 알 수 없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충분히 알겠다는 의미었다. 안서후는 더 이상 진호가 아님을, 자신의 머릿속에 이제 진호의 존재는 완전히 덜어내야 함을 스스로에게 다짐시키는 끄덕임이었다.

직원들이 일순간 길을 트며 당황스러워하고, 무슨 일이냐 물었던 남비서가 라임의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서후에게서 시선을 거둔 라임이 남비서를 바라본다.

"부사장님 약.혼.자. 분이 핸드폰 보시며 걸으시다 일하고 계시는 여사님과 부딪혔고, 그러면서 본인이 들고 있던 커피가 옷에 묻었고, 본인이 잘못 해 놓고 여사님에게 버럭버럭 막말하며 옷 값이 어쩌고 저쩌고 갑질 하시다가, 급기야 본인이 들고 있던 커피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신 후 여사님께 닦으라고 하셨는데요? 잘못한 게 없으신 여사님은 딸 뻘 되는 부사장님 약.혼.자. 분께 화도 못 내시고 계셔서 제가 대신 좀 나섰습니다. 제가 이런 걸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여사님은 전혀 잘못 없으시고요. 큰 목소리 낸 건 저 부사장님의 약.혼.자. 분과 저 두 사람이니,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랑또랑 빠른 속도로 제 할 말을 잘도 내뱉고 있는 라임의 모습에 남비서 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얼굴이 벙쪄 버렸다.

"징계 주시려면, 저 분은 뭐.. 부사장님 약.혼.자.라고 하니 저만 받으면 되겠네요. 디자인 1팀 이라임 과장입니다. 부르실 일 있으시면 1팀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는 지금 많이 늦어서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라임은 꾸벅 인사를 하고, 여사님에게도 인사를 한 후 그대로 몸을 돌려 게이트로 들어가 버렸다.

쫓아오던 2팀 김대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과장님~ 좀만 참으시지... 어쩌시려고 그러셨어요"

"그럼. 여사님이 그런 일을 당하고 계시는데 보고만 있어? 김대리 부모님이라고 생각해봐 피가 거꾸로 솟지 않겠니? 난 우리 아빠한테 누가 저런 갑질하면 진짜 바닥에 꽂아버릴 거야“

"워워~~~ 과장님 진짜 물불 안 가리는 거 아는데... 그래도 부사장님 약혼자 분이시잖아요"

"응. 그래서 징계 내리면 받을 각오 하고있어“

김대리는 김과장의 고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라임은 1팀에 도착하자마자 사직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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