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준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지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준휘를 쏘아보았다.서희가 그토록 갈구했던 남자, 그리고 그 집착 때문에 별이가 피를 흘리게 만든 장본인.지안의 눈에 서린 건 혐오에 가까운 증오였다.“형이 수습하려고 들지 마. 이번엔 절대 그냥 안 넘어가. 강서희가 저지른 짓, 내가 내 방식대로 되돌려줄 거니까.”지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선언은 명확했다.후계 싸움이고 뭐고 이번 일을 빌미로 준휘를 아예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위협이었다.“한 번만 더 내 눈앞에 나타나서 상황 덮으려고 들면… 내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해서 형부터 무너뜨려 버릴 거야.”지안의 서늘한 눈동자가 준휘의 시선을 짓눌렀다.“그동안은 돌준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지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준휘를 쏘아보았다.서희가 그토록 갈구했던 남자, 그리고 그 집착 때문에 별이가 피를 흘리게 만든 장본인.지안의 눈에 서린 건 혐오에 가까운 증오였다. “형이 수습하려고 들지 마. 이번엔 절대 그냥 안 넘어가. 강서희가 저지른 짓, 내가 내 방식대로 되돌려줄 거니까.” 지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선언은 명확했다.후계 싸움이고 뭐고 이번 일을 빌미로 준휘를 아예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위협이었다. “한 번만 더 내 눈앞에 나타나서 상황 덮으려고 들면… 내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해서 형부터 무너뜨려 버릴 거야.” 지안의 서늘한 눈동자가 준휘의 시선을 짓눌렀다. “그동안은 돌아가신 큰아버지 봐서라도 선은 안 넘으려고 했어. 형이 형편없이 굴어도 그게 내 마지막 예우였으니까. 근데 이제 그딴 거 없어. 내 눈엔 형도 그냥 강서희랑 똑같은 공범일 뿐이야.” 준휘는 반박할 수 없었다.중학교 시절부터 지안을 발밑에 두려 했던 오만함도, 천지그룹의 적통이라는 자부심도, 자신과 한배를 탔던 강서희가 별이를 사지로 몰았다는 사실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결국 서희의 폭주를 방치한 건 자신의 방심이었고 그것이 자신이 연모하던 별이의 생명을 갉아먹었다는 자책감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준휘를 베어냈다.준휘는 벽에 몸을 기댄 채, 처음으로 지안 앞에서 처참하게 고개를 숙였다. “…알아. 수습하러 온 거 아니야. 수습할 수도 없는 일이고.” 준휘가 억지로 마른 침을 삼키며 비릿한 갈증을 삼켰다.
“안 돼!!” 지안의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6년 전처럼 또다시 눈앞에서 소중한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지안이 제 몸이 부서지는 것조차 잊은 채 바닥을 박차고 서희를 향해 몸을 날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챙그랑—!정적을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머리 위 환기구 창문이 박살 났다.깨진 유리 파편들이 달빛을 머금고 사방으로 흩날렸고 그 파편의 비를 뚫고 검은 그림자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지안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창고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가운 살기로 치환되었다. “강서희, 멈춰!” 낮게 깔리는 단호한 명령과 함께 별이의 숨통을 조이려던 서희의 손목을 억센 손길이 낚아챘다. 율의 조직원들이었다.그들은 지안의 신호 따위는 기다리지 않았다.오직 제 주인의 명령에 따라 상황이 임계점에 도달하자마자 기계적으로 개입해 판을 짓눌러버렸다. “아악! 놓으라고! 이거 놔! 죽여버릴 거야, 다 죽여버릴 거라고!” 서희가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르며 발악했지만 이미 건장한 사내들이 그녀의 팔다리를 무자비하게 꺾어 시멘트 바닥에 메친 뒤였다.바닥에 처박힌 서희의 얼굴 위로 먼지가 내려앉았고 광기에 번들거리던 눈동자는 경악과 수치심으로 일그러졌다.그 난장판 속에서 지안은 구르듯 별이에게 달려갔다.지안의 시야는 온통 결박된 채 창백하게 질린 별이로 가득 찼다.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별이를 의자째로 감싸 안았다. “별아, 한별...!” 지안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지안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서렸다. 준휘였다.그 역시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은 간데없이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친 채 창고 안쪽을 살피고 있었다.지안을 발견한 준휘의 미간이 깊게 일그러졌다. “천지안, 네가 왜 여길…” “별이 어디 있어. 형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지안이 쏘아붙이며 다가갔다.준휘는 서희가 저지른 미친 짓을 수습하기 위해 혹은 그 뒤틀린 집착의 끝을 막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온 듯했다.준휘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서희가 기어이 사고를 쳤더군. 강 회장 쪽 라인으로 위치 따서 온 거니까 넌 나서지마. 내가 알아서 수습할 테니까.” 준휘의 말에 지안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빗줄기보다 더 서늘한 냉소가 지안의 입가에 머물렀다. “수습? 별이가 저 안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형한테 맡기라고?” 지안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그는 준휘를 벌레 보듯 밀쳐내며 창고 문을 향해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준휘 역시 지안을 막아서는 대신, 죄책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복잡한 눈빛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콰앙—!철문이 비명 같은 굉음을 내며 열리고 지안이 창고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런데 지안의 바로 뒤, 서늘한 그림자 하나가 더 따라붙었다.칼날을 만지작거리며 지안의 절망을 감상할 준비를 하던 서희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준휘 오빠?” 칼을 쥔 서희의 손등이 파르르 떨렸다.지안에게 분명 혼자 오라고 못 박았고 이 장소는 아무
지안의 안색이 순식간에 귀신처럼 창백해졌다.26세의 냉철한 이성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순간 지안의 휴대폰으로 발신번호 표시 제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 “여보세요? 부총지배인님? 지금쯤이면 사라진 비서님 찾느라 아주 정신이 없겠네?” “강서희.” 지안의 목소리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 “어머, 목소리 무서워라. 지금 네 개인 메일로 아주 재미있는 사진 하나 보냈는데, 확인해 봐.” 지안이 확인한 메일함에는 어두운 차 안 입이 테이프로 막힌 채 겁에 질린 별이의 사진이 있었다. - “한 비서, 지금 내 옆에서 아주 벌벌 떨고 있어. 부총이 우리 아버지 장부로 장난질만 안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장부 들고 혼자 와. 장소는 문자로 보낼게.” 뚝, 전화가 끊겼다. 지안은 박살 낼 듯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지안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의 장부 가방을 낚아채듯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채 핏발이 서 있었고 전신에서는 6년 전 망나니 시절보다 훨씬 더 서늘하고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안아!” 율이 불렀지만 지안은 들리지 않는 듯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쾅, 문이 부서질 듯 닫히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율은 지안이 나간 문을 잠시 응시하다가 곧바로 책상 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지안이 시키지 않아도 율은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그의 눈빛 역시 친구의 분노에 동조하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
“별아, 오늘 저녁에 간만에 데이트 좀 할까? 내가 근사한 곳 예약해 뒀는데.” 지안이 서류를 덮으며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6개월간의 피 말리는 일정을 마치고 비자금 장부까지 손에 넣은 참이었다.이제 별이와 오붓하게 승전보를 나누고 싶었다.하지만 돌아온 별이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어… 지안 선배, 정말 미안해요. 어쩌죠? 저 오늘 보롬이랑 선약이 있어서요.보롬이가 안 좋은 일이 있다고 꼭 좀 와달라고 해서 일찍 퇴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보롬이랑?” 별이가 안절부절못하며 지안의 눈치를 살폈다. 지안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6개월 만에 공들여 잡은 데이트가 친구와의 약속에 밀리다니.지안의 미간이 좁아지는 걸 본 별이가 얼른 그의 책상 앞으로 다가와 지안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많이 기다렸을 텐데 정말 미안해요. 오늘 지안 씨 진짜 고생 많았잖아요. 내일은 제가 지안 씨 좋아하는 거 다 해줄게요. 알았죠?” 지안은 별이의 다정한 위로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후다닥 가방을 챙기면서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던 별이가 집무실을 나갔다. 지안은 허탈한 듯 헛웃음을 삼켰다. “누구는 목숨 걸고 장부 따왔더니… 하, 내가 보롬이한테 밀리다니.” 지안은 투덜대면서도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는 곧장 자켓을 챙겨 들고 휴대폰을 꺼내 율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율아. 지금 회사지?” - “응. 아직 서류 볼
지안이 호텔로 오게 되었을 때 물려받을 곳이 빚더미뿐인 껍데기 회사가 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준휘가 선택한 비뚤어진 복수였다.그래서 그는 지난 5년 동안 강 의원과 손잡고 야금야금 호텔 돈을 빼돌리며 비자금을 만들었다.지안에게는 망해가는 호텔만 남겨주려 했던 것이다.그런데 그 5년치 범죄 기록들이 오히려 지안이 쳐놓은 덫에 한꺼번에 걸려들고 말았다. “강 의원이… 끝났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지안이 밖으로 돌던 시절에도 준휘는 묵묵히 이 자리를 지켰다.나중에 지안이 돌아오면 터뜨리려고 준비했던 비장의 카드들이 거꾸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에 준휘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정신 차려, 준휘 오빠! 이건 천지안이 지난 6개월 동안 작정하고 우리를 낚은 거라고! 밀키트 사업을 미끼로 던져서 우리 아버지 비자금 장부를 통째로 털어간 거야!” 서희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아버지가 구속될 위기라는 사실보다 한때 무시했던 지안과 그 옆의 하찮은 비서에게 완벽하게 당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함정…? 아니, 이건 확인사살이야. 천지안 그 자식이 아예 내 숨통을 끊으려고 작정했다고! 이제 너희 아버지조차 날 지켜줄 수가 없게 됐어! 내가 어떻게 만든 판인데… 어떻게!” 준휘가 책상 위의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렸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집무실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서희는 그 난장판 속에서 넋이 나간 준휘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인생이 무너지고 있고 자신의 아버지는 감옥 문턱에 서 있다.이 모든 비극의 시작. 지안이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