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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완벽한 연기

Author: 연화령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6 00:00:17

천지그룹 본채의 거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지안이 내민 것은 빳빳하게 코팅된 대학교 졸업장이었다.

예상치 못한 증거물 앞에 천 회장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 뭐?”

“그 어려운 역경 속에서 제가 대학을 무사히 마쳤다는 겁니다.”

지안은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당당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마주 보았다.

천 회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류를 훑어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떻게?”

“…”

지안은 대답 대신 깊은 생각에 잠겼다.

4년 전, 차가운 병실 벽에 갇혀 절망 대신 기회를 찾았던 그 치열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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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복도는 새벽 특유의 가라앉고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기계음만이 정적을 깨뜨리는 가운데 수술실의 붉은 등은 마치 멈추지 않는 상처처럼 복도 바닥을 길게 물들이고 있었다.그 붉은 빛이 마침내 꺼졌다.지안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조차 못한 채 굳어 있었다.율은 벽에 기대어 수술실 문을 응시하고 있었고 보롬은 남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잘게 떨고 있었다. 셋 중 누구도 먼저 입을 떼지 못했다.붉은 빛이 사라진 자리엔 서늘한 정적만이 남았고 그 정적이 선고일지 구원일지 몰라 모두가 숨을 멈췄다.잠시 후, 육중한 자동문이 열리며 푸른 수술복 차림의 주치의 김 박사가 걸어 나왔다.땀방울이 맺힌 이마와 퀭한 눈등에서 수술의 난이도가 고스란히 느껴졌다.지안은 비틀거리며 김 박사에게 달려갔고 율과 보롬 역시 자석에 이끌리듯 뒤따랐다.지안의 입술은 바짝 말라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박사님.” 지안이 간신히 내뱉은 한마디에 김 박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비는 넘겼습니다, 도련님. 다행히 출혈이 잡혔고, 수술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지안은 버티고 있던 무릎에 힘이 풀려 벽을 짚고 그대로 주저앉았다.안도감은 파도처럼 밀려와 그의 온몸을 덮쳤고 억눌러왔던 숨이 짐승 같은 신음이 되어 터져 나왔다.옆에 서 있던 율이 지안의 어깨를 묵직하게 움켜쥐었다.친구의 손길이 닿자 그제야 지안은 자신이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보롬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지안의 소매를 꼭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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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안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서렸다. 준휘였다.그 역시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은 간데없이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친 채 창고 안쪽을 살피고 있었다.지안을 발견한 준휘의 미간이 깊게 일그러졌다. “천지안, 네가 왜 여길…” “별이 어디 있어. 형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지안이 쏘아붙이며 다가갔다.준휘는 서희가 저지른 미친 짓을 수습하기 위해 혹은 그 뒤틀린 집착의 끝을 막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온 듯했다.준휘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서희가 기어이 사고를 쳤더군. 강 회장 쪽 라인으로 위치 따서 온 거니까 넌 나서지마. 내가 알아서 수습할 테니까.” 준휘의 말에 지안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빗줄기보다 더 서늘한 냉소가 지안의 입가에 머물렀다. “수습? 별이가 저 안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형한테 맡기라고?” 지안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그는 준휘를 벌레 보듯 밀쳐내며 창고 문을 향해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준휘 역시 지안을 막아서는 대신, 죄책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복잡한 눈빛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콰앙—!철문이 비명 같은 굉음을 내며 열리고 지안이 창고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런데 지안의 바로 뒤, 서늘한 그림자 하나가 더 따라붙었다.칼날을 만지작거리며 지안의 절망을 감상할 준비를 하던 서희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준휘 오빠?” 칼을 쥔 서희의 손등이 파르르 떨렸다.지안에게 분명 혼자 오라고 못 박았고 이 장소는 아무

  • 최상의 포식자의 장난감   [제145화] 예상밖의 그림자

    지안의 안색이 순식간에 귀신처럼 창백해졌다.26세의 냉철한 이성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순간 지안의 휴대폰으로 발신번호 표시 제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 “여보세요? 부총지배인님? 지금쯤이면 사라진 비서님 찾느라 아주 정신이 없겠네?” “강서희.” 지안의 목소리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 “어머, 목소리 무서워라. 지금 네 개인 메일로 아주 재미있는 사진 하나 보냈는데, 확인해 봐.” 지안이 확인한 메일함에는 어두운 차 안 입이 테이프로 막힌 채 겁에 질린 별이의 사진이 있었다. - “한 비서, 지금 내 옆에서 아주 벌벌 떨고 있어. 부총이 우리 아버지 장부로 장난질만 안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장부 들고 혼자 와. 장소는 문자로 보낼게.” 뚝, 전화가 끊겼다. 지안은 박살 낼 듯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지안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의 장부 가방을 낚아채듯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채 핏발이 서 있었고 전신에서는 6년 전 망나니 시절보다 훨씬 더 서늘하고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안아!” 율이 불렀지만 지안은 들리지 않는 듯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쾅, 문이 부서질 듯 닫히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율은 지안이 나간 문을 잠시 응시하다가 곧바로 책상 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지안이 시키지 않아도 율은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그의 눈빛 역시 친구의 분노에 동조하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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