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이걸 강준이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약 전부 바꿔. 당장은 병세를 안정시키는 쪽으로 가야 해. N국에서 개발 중인 신약 있지? 거의 막바지라고 했잖아. 네가 계속 체크해. 출시되면 바로 은준이한테 쓰도록 해.”고남훈이 그렇게 손을 대는 바람에, 은준의 몸은 이미 속이 다 비어 버린 상태였다.임신해서 제대혈을 뽑을 때까지 기다릴 여유 같은 건 이제 없었다.설령 강준의 생리 인자를 사용한다 해도,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이 일은 별아한테 말하지 마. 괜히 자기 탓으로 돌릴 수 있으니까.”강준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강준은 결국 별아와 은준을 집으로 데려오는 걸 고집했다.이유는 단순했다. 아빠가 곁에 있으면, 아이는 더 빨리 나아진다는 거였다.아들을 위해서라면 별아는 참을 수 있었다.다만 선은 분명히 그었다. 각자 방에서, 각자 잠을 자는 걸로.강준은 집에 있는 날이면 빠짐없이 제시간에 들어왔다.매일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은준과 게임을 했다.강준은 다리가 좋지 않았다.가끔 분위기에 휩쓸려 놀다 보면, 오히려 은준한테 당하기도 했다.별아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하강준... 한창일 나이인데.’‘저 다리는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그 다리... 평생 절게 되는 거야? 다시 나을 수는 없어?”아들과 장난을 치던 강준은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별아를 힐끗 봤다.“네가 은혜 갚는다고 나 평생 돌봐줄 거면, 난 평생 절어도 괜찮아.”“미쳤어.”별아는 고개를 돌려 마당 쪽을 바라봤다.그때 노숙현이 급하게 들어왔다.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은... 가인이었다.‘하강준의 약혼녀가 왔네.’별아는 은준을 안아 올렸다.“아빠가 할 얘기가 있대. 우리 먼저 방에 가자.”강준은 잠시 멍해졌다. 뒤돌아보는 사이 가인이 이미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대표님, 서 교수님 오셨습니다.”매트에서 일어난 강준이, 살짝 구겨진 셔츠
별아는 선뜻 약을 내주지 않았다. 눈빛부터 거절의 의사였다.“왜 내가 너한테 줘야 하는데?”“너는 아무 생각도 없으니까.”강준은 별아가 진짜로 순진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일반적인 약이 아니라 출처도 불분명한 약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건넨 약을, 그것도 아무 검사도 없이 아이에게 먹이다니. 이건 미련한 걸 넘어서 거의 광기에 가까웠다.“내가 왜 생각이 없다는 건데? 하강준, 너 지금 이러는 거 은준이를 데리고 네 집으로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그래서 이렇게 화풀이하는 거지? 세상이 다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별아는 강준을 똑바로 노려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준의 통제와 간섭에 대한 거부감이 눈빛에 선명하게 배어 있었다.강준도 이성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서 최대한 차분하게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별아는 이미 고남훈에게 완전히 말려든 상태였다.강준이 말을 할수록, 별아의 반발은 점점 더 거세졌다.“약 줘. 내가 전문가한테 맡겨서 검사해볼게. 진짜 문제가 없으면, 그때 은준이한테 먹여.”별아는 고개를 홱 돌린 채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강준이 결국 목소리를 낮췄다.“나 정도면... 고남훈보단 믿을 수 있지 않겠어?”그래도 별아는 반응이 없었다.그녀는 강준이 약을 가져간 뒤 다시는 돌려주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손끝에 쥔 약병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줘.”강준의 목소리가 단호해지면서 굳어졌다.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별아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뭘 그렇게 소리를 질러? 내가 왜 너를 믿어야 하는데? 너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별아는 눈물이 쉽게 터지는 체질이었다. 독한 말보다 눈물이 항상 먼저 나왔다.강준은 그 눈물을 보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나 화낸 거 아니야.”별아는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쉴 새 없이 눈물을 닦을 뿐이었다.손수건을 내민 강준이 어느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거의 달래듯이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연구 책임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공포에 잠긴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빠르게 말을 하느라 숨까지 찼다.[로렌프 교수님이... 최근에 실종됐습니다. 연구실도, 가족도 전부 연락이 끊겼습니다.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써서 겨우 조금 알아냈는데요... 그, 그 사람이... 고남훈 쪽으로 붙은 것 같습니다.]말이 끝나자 전화기 양쪽에는 숨을 죽인 침묵만이 남았다.‘고남훈에게 붙었다고?’‘배신...?’강준의 눈에 살기가 서렸다. 핏빛이 스며든 듯한 눈빛이었다.“쓸모없는 놈.”그 약물은 강준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직접 준비하던 것이었다.그런데 중간에 이런 변수가 터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자기 목숨을 내놓고 아들의 목숨을 바꾸는 것과, 프로젝트 성과가 고남훈 손에 넘어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전제는 단 하나였다.모든 결과는 반드시 강준의 손 안에 있어야 했다.책임자는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보완책을 마련했습니다. 신약이 곧 완성될 예정이고, 효과도 기존보다 더 좋을 겁니다.]“서둘러.”[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 강준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고남훈은 이미 미완성된 약을 손에 넣었고, 그걸로 별아와 어떤 거래를 했을 거야.’‘나와 별아가 함께 정리해 온 모든 계획이... 전부 무의미해졌네.’‘별아가 나와 아이를 갖지 않아도 좋아. 약으로 은준을 살릴 수만 있다면...’‘하지만 고남훈에게 이용당해선 안 돼!’‘고남훈 그 사생아 새끼는... 속이 얼마나 음흉한지 모를 인간이야. 별아가 다칠 수 있어.’...별아는 은준을 데리고 유명하지 않은 한 리조트로 향했다.부모님에게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약은 이미 검사를 마쳤다.독성도 없었고, 은준의 병에 실제로 반응하는 유효 성분이 확인됐다.몇 번이고 확인한 뒤, 별아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은준에게 약 한 알을 먹였다.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보름이 지나자 은준의 수치는 눈에 띄게 정상
남훈은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저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 팀이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난치병은, 솔직히 말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남훈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송별아 씨 아드님의 병도요. 쉽게 말하면 ‘해독’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그는 약병을 가볍게 두드렸다.“이 약 한 병이면 됩니다. 30일이면 완전히 회복됩니다.”“임신할 필요도 없고, 굳이 어떤 생리 인자니 뭐니 할 것도 없습니다. 모든 위험 요소를 전부 제거할 수 있습니다.”너무도 가볍게 내뱉는 말투였다.별아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들었다.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지는 호의는 대개 위험했다.특히 하씨 가문 사람들.그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속을 알 수 없었다.남훈이 사생아라고 해도 다를 리가 없었다.“저를 돕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본인을 돕고 싶은 건가요?”별아가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시면서 물었다.“고남훈 씨,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이잖아요. 저는 당신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그녀의 시선이 남훈을 곧게 꿰뚫었다.“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당신의 목적이 뭔지...”남훈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담담하게 말했다.“사생아로 태어난 사람이 가장 바라는 건, 결국 하나입니다.”그리고 눈빛이 잠시 깊어졌다.“인정받는 것... 하씨 가문의 일원이 되는 것... 하강준과 동등한 기회... 그걸 원합니다. 그래서 송별아 씨께 부탁드리고 싶은 겁니다.”별아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나를 너무 대단하게 보는 거 아닌가? 그저... 강준의 전처일 뿐인데.’‘하씨 가문 사람도 아니고 내 말 한마디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어?’“사람을 잘못 찾으신 것 같네요.”별아는 단호하게 말했다.고개를 저은 남훈이 약병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이 약 하나로 송별아 씨가 하태산 어르신 앞에서 제 얘기 몇 마디만 해 주시면 됩니다.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죠.”그는 말을 이었다.“물론, 먼저 약을
별아에게 강준과의 재결합은 아주 길고도 험한 길이었다.강준은 더이상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당장 법적으로 묶이지 않아도 괜찮았다.그녀가 다시 자기 곁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조금 늦어도, 조금 돌아가도, 무슨 상관이겠는가?강준은 한 걸음 다가와 별아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그럼, 조건 하나만 들어줘.”“말해.”별아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에 잠겨 있었다.“너랑 은준이, 다시 집으로 들어와.”숨을 고른 강준이 말을 이었다.“시험관은 안 해. 자연 임신으로 가자.”“우리 아직 젊잖아. 임신은... 금방 될 거야.”강준은 말을 낮췄다.“은준이를 위해서야.”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이 요구가 얼마나 비열한지.하지만 별아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잘못일까?별아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배란기만 맞춰서 하고, 평소에는... 안 하면 안 될까?”강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짧게 답했다.“그래.”그날로 수술 계획은 취소됐다.자연 임신이든, 시험관이든... 어쨌든 시간은 없었다.모든 건 최대한 빠르게 진행돼야 했다.장대규 교수는 말했다.약물로 은준의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으니까,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편이 아이에게는 오히려 더 좋을 거라고.결국 별아는 은준을 데리고 강준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은준은 눈에 띄게 들떠 있었다.자기 물건을 하나씩 챙기느라 혼자서도 바빴다.반면, 남선애의 얼굴은 내내 무거웠다.딸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희생할 필요는 없는데...아픈 건... 별아의 아이였지만, 남선애도 손수 키운 딸이 아프지 않을 리 없었다.“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거니?”남선애의 물음에 별아는 고개를 저었다.“엄마, 없어요.”남선애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은준의 장난감을 하나씩 캐리어에 담아 주었다....한편, 아침 일찍, 노숙현에게서 전화가 왔다.안방 침구를 전부 새것으로 바꿔 두었다며, 들뜬 목소리로 별아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럼 그 생각부터 접어.”강준은 더 이상 별아를 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들린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별아는 그 태도에 완전히 화가 났다. 강준이 ‘재결합’이라는 선택지를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가장 아픈 말을 골라 쏟아냈다.“하강준, 나랑 재결합해서 네가 나한테 뭘 줄 수 있는데?”별아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이 서 있었다.“지금 네 몸 상태 좀 봐. 허리도 제대로 못 굽히잖아. 솔직히 말해서... 그쪽 일도 제대로 안 될 것 같고.”강준의 손이 멈췄다.“그리고 다리도 저렇게 절뚝거리는데, 난 그런 거 싫어해. 시력 안 좋은 것도 싫고.”별아는 숨도 고르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넌 지금 어디 하나 멀쩡한 데가 없어. 이런 상태인데 내가 왜 너랑 재혼을 해?”천천히 펜을 내려놓은 강준이 고개를 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차가운 기운이 주변 공기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별아는 순간 목을 움츠렸지만, 물러서지 않고 그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내 말 틀렸어? 지금 네 모습... 서 교수님 같은 사람이나 받아 주지. 난 절대 못 봐.”별아는 알고 있었다.강준이라는 사람은 자존심이 무엇보다 강한 남자라는 걸.사람이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자기 자신의 결함을 마주하는 순간이다.특히 강준 같은 남자라면 더더욱.별아는 그걸 알았기에 정확하게 그 부분을 찔렀다.자리에서 일어난 강준이 단숨에 별아 앞까지 다가왔다.그리고 큰 손으로 별아의 목을 움켜쥔 뒤 가볍게 끌어당겼다.별아는 순식간에 강준의 바로 앞에 서게 됐다.“허리는 안 좋아도...”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는 거칠었다.“네가 위에 있으면 전혀 문제없어.”고개를 숙인 강준이 별아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눈은 수술하면 되고, 다리는... 시간이 걸리겠지.”말소리 사이로 이를 악문 숨소리가 섞였다.“이런 말로 날 깎아내린다고 내가 원칙을 버릴 줄 알아?”강준의 숨결이 별아의 귓가를 스쳤다.“다시 혼인신고 하든가, 아니면... 나가.”그는 별아를 거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