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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작가: 말린땅콩
“아니야.”

이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하지만 수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걷잡을 수 없는 아픔이 담겨 있었다.

“할머니 병은 원래 위중했어. 우리가 결혼했다고 해서 무조건 나아질 병이 아니었지. 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 우리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야. 미안해. 당신이 상처받게 해서.”

수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당신네 가족은 내가 당신 할머니를 잡아먹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그럼 앞으로 두 집안이 사업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없겠지. 사실... 우리가 이렇게 정리하는 게 제일 나아.”

어차피 시작부터 계산된 결혼이었다.

이익이 사라지고 감정적인 앙금까지 더해졌다면, 이 결혼은 이미 가치가 없었다.

수지는 늘 현실적이고 냉정한 쪽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밀려나듯 돌아가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씨 집안에서 쫓겨나서 돌아간다면, 배씨 집안의 체면은 어떻게 되겠는가?

“나 억지부리는 거 아니야.”

수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만큼은 단단했다.

“내 명예? 그깟 거야 얼마든지 버릴 수 있어. K시 최악의 재앙이라는 낙인도 감당할 수 있고. 하지만... 우리 집안에 설명할 건 설명해야지...”

그 의미를... 이겸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당신이 무슨 재앙이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이겸이 수지의 손을 꽉 잡았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쉽게 했다가 쉽게 끝내는 게 아니라고. 우리... 아직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

수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어, 뭐??”

‘뭐야... 혹시 돈을 주기 싫어서 시간을 끌려는 건가?’

“내 말은...”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이겸이 단호하게 끊었다.

“알아야 할 건 하나뿐이야. 오늘 결혼한 지 갓 몇 시간 됐고, 혼인신고 한 지도 3일밖에 안 됐는데, 당신이 벌써 날 버리겠다고 하는 건... 난 허락 못해.”

“이, 이겸 씨... 그렇게 말하면... 난 우리 집안에 뭐라고 설명해... 당신네 가족이 날 쫓아내려고 한 거잖아.”

“당신이 결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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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와 이겸이 그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차는 조용히 장례식장으로 향했다.유씨 집안과 오래 알고 지내온 인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배씨 집안 사람들도 보였다.강준은 호민과 짧게 몇 마디 나눈 뒤 먼저 조문을 드렸다.별아는 수지를 찾고 싶었지만 이런 엄숙한 자리에서 이겸에게 직접 묻는 것도 민망한 터라, 조문을 마친 뒤 강준을 따라 조용히 빈소 밖으로 나왔다.밖에는 호민이 서 있었다.별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수지 어떻게 지내요? 아까 문자 넣었는데 답도 없고... 오늘도 못 봤어요.”호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걱정할 필요 없어. 그 성격 알잖아. 수지가 억울한 거 참을 타입이 아니야. 누가 건드리면 바로 받아치지, 그냥 당하고만 있진 않아.”하지만 호민의 눈빛은 어두웠다.수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배성그룹의 향후 방향을 걱정한 것이다.“다만... 유씨 집안에서 밀어붙여서 결혼하는 날 장례를 치르게 된 거니까, 괜히 배씨 집안에 책임 돌릴 수도 있지.”“유씨 집안이 그렇게까지 어리석진 않겠지.”강준이 낮게 말했다.“진짜 그런 식이면, 앞으로 같이 일할 필요도 없고.”별아는 두 사람의 대화에 깊게 끼어들 수 없었다.배씨와 유씨 집안 사이의 줄다리기는 별아가 알 수 없는 분야였다.그저 갑작스러운 일에 수지가 더 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강준은 새로 세운 회사로 정신없이 바빴고, 별아는 다가오는 새해 신제품 발표로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그래서 주말마다 은준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남정이 맡게 됐다.남정은 그 시간이 의외로 행복했다. 남선애와 함께 은준을 데리고 백화점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서로의 사는 얘기를 나누며 어느새 친구처럼 가까워졌다.처음엔 두 집안의 체면 때문에 시작된 관계였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마음이 통했다....작업실.밤 8시.별아는 여전히 새 디자인을 수정하고 있었다.도설이 조용히 들어와 커피 한 잔을 책상 앞에 내려놓았다.“사장님,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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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이 이렇게 앞당겨질 줄은 몰랐어. 나도... 조금 긴장되네.”수지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별아를 바라보았다.“와줄 거지?”“당연하지. 꼭 갈 거야.”수지의 손을 꽉 잡은 별아의 눈빛에는 축복이 가득 담겨 있었다.“네가 예쁘게 시집가는 모습, 꼭 보고 싶거든. 오늘은 네가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는 날이야. 걱정하지 마. 유 변호사님이 잘해줄 거야.”수지가 웃었다. 자신은 애초에 사랑을 기대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갑작스럽게 낯선 집안에 들어가는 일이 낯설었다.그래서 별아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남을 걱정시키지 않은 건... 수지의 성향이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수지가 전통혼례를 치르고 유씨 집안 본가에 들어온 바로 그날 밤, 유씨 집안의 큰 사모님, 바로 이겸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원래 수지와 이겸의 결혼식은 할머니의 기력을 복돋우기 위한 일종의 ‘목적’이었다. 이겸의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더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결혼식이었다.그런데, 결혼식이 그대로 장례식이 되어버렸다.수지와 이겸은 첫날밤은커녕 신혼방 문턱도 넘지 못했다.그런 와중에 유씨 집안에서는 수지를 내쫓으려 들었다.수지가 그 황당함을 그대로 삼킬 리 없었다.“혼인신고도 했고, 결혼식도 치렀습니다. 지금 K시 사람들 전부가 제가 유씨 집안에 들어간 걸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니요?”“곱게 자란 처녀로 들어온 제가, 첫밤도 안 치른 채 쫓겨나면 뭐가 됩니까? 제가 하루 만에 중고가 됐다고 말이라도 해줄 겁니까?”예복을 입은 채 유씨 집안 사람들 앞에 단호하게 선 수지가 손가락으로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할머니 수명이 거기까지였던 건데, 제가 뭘 어쨌다는 겁니까? 제가 사람을 해칠 수 있다면, 여기서 저한테 손가락질하는 여러분부터 다 쓰러졌겠죠? 아직도 멀쩡히 살아 있으면서 저를 재앙이라고 욕할 수 있겠습니까?”소매를 걷어붙인 수지는 의자를 하나 끌어오더니 그 위에 한쪽 발을 올리고 계속 따졌다.“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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