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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어디 한번 하얀 거짓말을 파헤쳐 볼까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6 00:05:33

세나는 잘게 떨리는 손으로 최기범의 SNS 게시물을 살피고 또 살폈다.

소외된 세종동 판자촌을 배경으로 좋은 일을 해놓고, 정작 일반인 여성의 집 거실에서 도국과 함께 발그스레 취기가 오른 모습이라니. 

대중과 언론이 그냥 넘어갈 리 없는 대단한 파격이었다. 일단 발단은 이 눈부신 눈 오는 날의 봉사 활동이 우선이었고, 그 끝은 은밀한 뒤풀이였다.

하지만 본론은 따로 있었다.

‘설마··· 게임 홍보를 하려고 짠 판인가?’

새로이 출시될 게임에 관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다는 기범의 코멘트 때문에 온라인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멤버들 역시 온통 게임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도국 오빠, 우리 회사 게임 데모 버전 벌써 만렙 유저래!”

두나의 말에 가만히 입술을 다물고 있던 세나는 눈을 깜빡이며, 유독 게임을 좋아하는 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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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준호는 기가 차다 못해 황당하다는 얼굴로 강소희를 노려보았다.자신을 살리겠다고, 여배우가 제 몸에 칼을 대는 수술 따위를 운운하다니. 이식 수술이라는 게 말처럼 쉬울 리 없었다.매끄러운 몸에 지워지지 않을 커다란 흉터가 남을 것이며, 빡빡한 스케줄 역시 수개월간 엉망으로 비틀어질 게 뻔했다.설사 수술이 성공한다 해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고, 실패하면 일상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터였다.“강소희, 너 진짜 왜 이러는 거야?”차준호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에 강소희는 억울한 듯 입술을 경련하듯 삐죽이며 눈을 깜빡였다. 이미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에는 붉게 물기가 들어차고 있었다.“너 잃기 싫으니까 그렇지! 나 진짜 너 하나만 바라보면서 내 청춘도, 인생도 전부 다 바쳤단 말이야!”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내는 강소희를 바라보며, 차준호는 그녀의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 줄까 하다가 그 마음을 거두었다. 섣부른 다정함은 더 큰 독이 될 뿐이었다.“······네 감정 나한테 강요하지 마.”차갑고 냉정하게 칼같이 잘라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부딪쳐 오는 그녀의 지독한 순정이 아주 가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무엇보다 철없던 어린 시절부터 오직 '차준호'라는 이름 세 글자만 바라보고 쫓아다닌 오랜 친구였기에, 남은 양심상 그 이상 함부로 짓밟기엔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오랫동안 곁에서 널 진심으로 사랑해 줄 좋은 남자 만나. 주원형 같은 사람으로.”그 나지막하고 아득한 단념의 말을 끝으로, 차준호는 미련 없이 대표실 문고리를 훤히 열어젖혔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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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중순.본격적인 한여름이 시작되면서 남들은 다들 휴가다, 여행이다 하여 한껏 들떠 있는 시기가 돌아왔다.나 역시 그들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크게 웃을 일 없었던 내 인생에서도 제법 들뜬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해외 출장이라니. 차준호와 복잡 미묘한 사이라고는 해도, 별개로 일본 방문은 생애 처음이라 마냥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때 외근에서 돌아온 허기찬 실장이 나를 보며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슬쩍 말을 건넸다.“완전 좋겠다, 신 비서. 아주 제대로 호강하겠어. 오늘 인트라넷 공지 떴던 걸?”국내에서도 차준호와 근사한 곳에서 밥을 먹고, 좋은 공연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는데. 나는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 비행기 이번에 태어나서 처음 타봐요.”그 말에 허기찬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진짜? 거짓말! 그럼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도 안 가봤어?”“사정상 못 갔어요.”이런 게 뭐라고. 막상 말을 하려니 좀 부끄러웠다. 하지만 안 가본 걸 가봤다고 거짓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머쓱하게 고개를 숙이자, 때마침 대표실 문이 열리며 차준호가 걸어 나왔다.“허 실장, 신 비서 괴롭힌 거야? 왜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지?”갑작스러운 차준호의 등장에 허기찬은 당황해서 싱겁게 하하 웃으며 얼버무렸다.“아, 아닙니다! 괴롭히긴요! 신 비서가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고 하길래 그냥 놀라서요.”내 말을 들은 차준호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허기찬을 다시 찌릿 노려보았다.“허 실장이 제주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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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327. [토끼지만 여우를 잡아 먹고 싶어]

    강소희는 요즘 들어 차준호 생각만 하면 심장이 찌릿하게 아파와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지금도 몸이 안 좋을 텐데, 계속 저렇게 과로하고 있는 거 아니야?’자신이 잘 아는 성형외과 원장을 차준호의 동생에게 소개했을 때만 해도 일이 이 지경까지 치달을 줄은 몰랐다.동생을 위해 제 살을 떼어주는 피부 이식을 단행하질 않나, 급기야 췌장이 굳어가는 시한부 판정까지 받질 않나. 차준호를 둘러싼 모든 잔혹한 현실이 강소희의 목을 서서히 죄어오고 있었다.어린 시절부터 차준호는 그녀 인생의 전부였다. 바라보기만 해도 눈부시게 빛나는 그 남자를 온전히 가슴에 품고 싶어서, 유복한 집안으로 입양까지 갔다. 대한민국 최고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피눈물 나는 독기를 품고 살았고, 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답게 뜯어고쳤다.그런데 왜. 대체 왜 그리도 차준호는 자신을 혐오하며 피하기만 하는 걸까.전 국민이 다 아름답고 도도하다며 칭송해도, 차준호의 눈에는 아직도 자신이 서쪽 동네 가난한 판자촌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그 허접하고 못난 어린아이로만 보이는 걸까. 서러움과 독기가 핏빛처럼 치밀어 올랐다.“나랑 얘기해. 안 그러면 여기서 다 터뜨리든가.”“너랑 할 이야기 없어. 불여우 강소희 씨.”불여우라니. 속으로 기가 차 코웃음을 치며 대표실 문을 넘어서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대표님, 일정 브리핑은 어떻게 할까요.”차갑고 서늘하게 떨어지는 여자의 목소리에 강소희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닿았다.배우라고 해도 믿을 법한 단아하고 고운 얼굴.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억 원을 들여 뜯어고친 자신과 달리,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에 타고난 이목구비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다니.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326. [왜 당신이 내 눈앞에 있는 거지?]

    6월의 무더위 속, 차준호와 묘하게 어수선한 주말을 보내고 맞이한 월요일 아침.허기찬도 자리를 비운 터라 나는 한층 더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토요일에 그와 정갈하게 식사를 마쳤지만, 개운치 않은 만남이라 도무지 잔상이 지워지지 않았다.아무리 연애에 둔한 나라도, 지금 그와 나 사이를 흐르는 공기가 단순한 대표와 비서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다.오늘은 그가 따로 옷을 보내주지 않았다. 토요일에 미리 건네주었던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서니, 아침부터 작렬하는 태양이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CH-컴퍼니 사옥에 도착해 탁 트인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절로 탄식이 새어 나왔다.땀을 식히며 한숨을 돌리던 바로 그때, 로비 저편에서 우르르 발소리가 들려왔다. 회사에서 다시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걸그룹 연습생 네 명이 로비를 가로질러 뛰어가는 중이었다.“어?”역시나 네 명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 단연 세나였다. 세나는 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지 서둘러 일반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세나가 잘되어야 차준호도 마음을 놓을 텐데. 걸그룹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차준호는 회사 주력인 게임 사업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아부을 터였다.나는 세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응원하듯 불끈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격려를 건네고 돌아서는데, 등 뒤에서 사원들의 나직한 수군거림이 밀려왔다.“어머나, 오늘도 저 비서님 스타일 완벽하다.”“집도 세종동이래. 대박, 완전 금수저인가 봐.”“잘생긴 대표님도 매일 가까이에서 보고, 진짜 출근할 맛 나겠다.”엉뚱하게 부풀려진 소문에 괜히 귀끝이 화끈거리며 뜨거워졌다.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1. 사람 미치게 하는 거짓말 같은 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정적을 깨우는 밤 11시 반 무렵.창밖으로는 하얀 눈꽃이 송이송이 흩날리며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고 있었지만, 강남 C 호텔 25층 로열 스위트룸 내부는 숨 막힐 듯 팽팽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도를 최대한 낮춘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차준호라는 거대한 포식자에게 온전히 잠식당한 채, 밤을 녹여내는 은밀하고도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다.내 몸의 지도를 그보다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었다. 귓가를 어지럽히는 그의 뜨겁고도 습한 숨결이 예민한 목덜미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 빌런을 좋아한 건가. 이런 망할.

    난 차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오전에 회사에 들른 뒤 자료를 챙겨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버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진창에 처박힌 내 마음처럼 흐릿했다.가던 중에 벨이 울려 확인하니 반가운 도국이었다.-하늘아, 어디야?요즘 부쩍 날 챙겨 주는 도국과 이아준이었다. 회사 일로 바쁜 날 염려해 주는 동시에 고민이 있는 엉망인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여러모로 신경 써주니 고맙기만 했다.“바쁜데, 뭘 또 전화까지. 난 병원 가는 길.”-어제도 밤새 게임같이 해 놓고 피곤하겠네.“오늘 3시 출근이라 늦잠 잤어. 참,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8. 내가 미쳤지.

    무슨 그런 거짓말을.내 머릿속에선 운명 교향곡이 요동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수면 부족과 카페인의 부작용일까. 평소 차분함과 다혈질이 공존하던 내 감정은 이미 균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화살은 이미 날아갔고 물은 엎질러졌다.“재미있네. 나는 신 비서를 좋아하지도, 사귈 리도 없을 텐데?”차준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는지 코웃음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목에 닿은 펜던트를 무의식적으로 만지다가, 그의 손길이 닿았던 순간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이걸 그가 크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2. 비밀의 밤, 잔인한 선물

    ‘이 나쁜 자식!’지난 3년간 내게 보인 그 모든 다정함은 한낱 유희였을까? 차준호에 대한 배신감에 속이 문드러져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부서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자존심을 끌어모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도도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대표님은 그동안 절 어찌 보셨는데요?”나는 유리창 너머로 썰물처럼 번지는 화려한 야경을 사납게 응시하며, 심장에 박힐 날 선 말을 뱉어냈다.“네 주변에 남자가 들끓어 보였거든.”뻔질나게 전화를 걸어오는 남사친 둘을 두고 한 오해였을까. 설령 그렇다 해도,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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