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 #56. 상일까, 벌일까.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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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상일까, 벌일까. 이런 젠장

مؤلف: silver구슬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6-09 12:05:14

왜 지금 차진철 회장이 여기에 나타난 것일까. 나는 똑바로 선 채 고개부터 정중히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차진철 회장의 매서운 눈빛이 내게 닿으며 천천히 내려앉았다. 내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차진철 회장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집요하게 훑어내렸다.

“단정하게 입었는데 옷 타령은. 쯧!”

아버지나 아들이나 똑같았다. 나는 어깨가 짓눌리는 듯한 중압감에 숨이 막혀 고개를 아래로 더 떨구었다. 그때 차진철 회장이 내게로 한 걸음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신 비서, 들어와. 할 말이 있으니.”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머릿속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렸다. 할 말이라니. 

식은땀이 순식간에 손바닥을 적셨다. 예전에도 차진철 회장이 대표실로 찾아와 나를 은밀히 호출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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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3. 유리구두가 그녀에게 선사될지도

    차진철 회장은 2월 달력이 넘어가자마자 CC그룹의 임원단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정신없이 회의를 끝내고 회장실로 돌아와 무거운 의자에 깊숙이 앉아 있어도, 가슴을 짓누르는 갑갑한 잡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동안 고미주로 인해 차준호가 쓰러진 게 아닌지 골머리를 앓느라, 허송세월만 덧없이 보낸 꼴이었다.결국 고미주를 내보내고 난 저택은 텅 빈 고요함만이 맴돌았다.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술독에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다. 고미주와 가까워진 것도 딱 그 무렵이었기에, 차진철은 그때의 방종했던 자신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자신을 느닷없이 떠났던 고미주가 3년 전 갑자기 나타나, 차진아가 아프니 제발 도와달라며 눈물로 매달렸을 때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 모든 사정을 차준호에게 털어놓자마자,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가 호텔로 가버렸었다.차진철은 고미주와 차진아에게는 평생의 죄인이었고, 차준호에게는 더없이 못난 아버지였다. 텅 빈 거실 주방에서 홀로 식사할 때마다, 녀석의 빈자리가 뼈아프게 실감 나곤 했다.집안 분위기가 이토록 흉흉해진 것도 벌써 3년째였다. 그 무뚝뚝하던 녀석이 올해 들어 뜬금없이 연예인과 열애설이 터지질 않나, 교통사고에 이어 식사 도중 발작 증세까지 보이니 말이다.이 모든 비극이 전부 제 업보 같아, 요즘 들어 빳빳하게 당겨오는 목덜미를 짚어내는 날이 부쩍 늘었다.“회장님, 약은 드셨습니까.”“그래. 날 이리 챙겨주는 사람은 선우현 실장밖에 없군. 그나저나 우리 준호 건강도 걱정이고.”선우현은 차진철의 깊은 고뇌를 이미 꿰뚫고 있었다는 듯,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약과 물을 대령했다.오랫동안 곁을 지키며 알아서 제 도리를 다해내는 선우현이야말로, 이 무거운 속내를 유일하게 털어놓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2. 폭군의 선물이 쏟아져 내려

    차준호는 신하늘에게 잘 먹었냐고 말을 하려다 그냥 멈추었다.도국에게 비호를 받고 그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를 터.차준호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마치 안갯속에 잠긴 미로처럼 느껴졌다.익숙한 것들마저 낯설게 느껴져 그의 판단을 주저하게 만들었다.“허 실장, 내가 지금 과부하가 걸릴 것 같아.”지금도 제 관자놀이를 누르며 차준호는 미간을 좁혔다.허기찬은 입을 한번 삐죽거리더니 설마- 하는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그리고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듯 노트북에 있는 다른 영상을 클릭하면서 잘 들여다보게 각도를 맞춰 주었다.“어휴, 대표님.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호수처럼 고요해 보이시네요. 저 같으면 드러누웠을 것 같은데요. 이건 시작도 아닙니다. 각오하세요. 몸도 멘탈도 관리를 잘하셔야 합니다.”말은 단호하게 했지만, 허기찬의 눈빛엔 차준호가 충격을 받을까 걱정이 스쳤다.뭘 시작도 안 했다니.차준호의 어깨는 마치 세상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듯 축 늘어졌다.당장이라도 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그 욕망을 땅속 깊이 묻어버렸다.“우리 회사 CCTV 몇 대 더 설치해.”그때 허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메모를 했다.“네, 알겠습니다. 참 이건 다른 회사 영상입니다.”차준호는 다른 화면으로 시선을 보낸 다음 허기찬의 설명을 들었다.어지간히도 하나에게 실망스러운지 허기찬은 입을 삐죽거렸다.“여기는 JW 소속사라고 하네요. 하나 그것이 참 엉큼한 애였더라고요. 요즘 그곳도 드나든다고 하네요.”차준호는 팔짱을 낀 채 입술을 비틀었다.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1. 내 감정이 머리를 배반할 때

    붕어빵과 바닐라 라떼라니.최기범의 뜻밖의 센스에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봉투 안에서 따스한 붕어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텅 빈 위장을 자극하자,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며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내가 통화를 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편히 전화를 나누라며 세심하게 배려해 주고 간 그의 뒷모습에 새삼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때, 수화기 건너편에서 도국이 빠르게 말을 이어 붙였다.- 하늘아, 제대로 챙겨 먹고 일해.역시 오랜 친구는 달랐다. 먹을 것을 눈앞에 두고 침을 삼키던 찰나였는데, 녀석의 천리안은 거의 수준급이었다.“알았어. 고마워.”혼자 산 지 오래되다 보니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게 어느새 나쁜 습관으로 굳어졌다. 게다가 비서실에서 일할 때는 늘 흐트러짐 없는 옷 태만 신경 쓰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식사에는 소홀하곤 했었다.내가 직장 생활이 힘들어서 살이 빠진 건 아닐까 염려하며, 친구들은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마다 양손 가득 먹을 것부터 사 들고 오곤 했었는데.-이따 저녁에 뭐 좀 배달 시켜 줄까?멀리서도 이리저리 신경을 써주는 다정함이 그리 감사할 수가 없었다.“와, 우리 도국이가 애인인 사람은 참 좋겠다. 진짜 매일이 행복할 것 같아.”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진심이었다.하지만 아차 싶은 순간 이미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내 몸은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친구 사이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건드린 것 같았다.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도국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수화기 너머에선 한참 동안 서늘한 침묵만이 돌아왔다.나는 잠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0.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회사에 출근한 뒤, 나는 기묘할 정도로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오전 내내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고 흔한 메신저 하나 오지 않아, 오롯이 내게 주어진 업무에만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그리고, 메신저 이름에 불이 계속 꺼져 있는 차준호 덕분이기도 했다.어차피 그와 내가 머무는 층수부터가 달랐고, 일개 과장급인 내가 회사의 최고 머리인 대표와 사적으로 마주칠 일 따위는 없었으니 자연스레 거리감이 생겼다.차라리 잘된 일이었다.그렇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는 미련 따윈 정말 단 1도 없었다. 더 정이 들면 나만 힘들어질 뿐이고, 그가 아무리 잘해준다 한들 결국엔 잔인한 희망 고문이 될 터였다.‘언젠가 흐지부지되겠지.’시간의 힘을 믿어보기로 하며 묵묵히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에 점심시간을 알리는 시각이 되었다.***회사 생활의 꿀맛 같은 점심시간.일단 무료로 제공해 주는 카페테리아지만, 매일 두유만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회사 1층 편의점이나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며 휴대전화를 챙겨 일어났다.혹시나 하고 기사나 검색할까 하며 화면을 켜자마자 단연 눈에 띄는 핫이슈는 역시나 강소희와 차준호의 이야기였다. 인터넷 여론은 이미 두 사람이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그래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강소희가 방송에서 그런 뉘앙스로 말하진 않았을 텐데.’여론의 반박 기사에도 불구하고 차준호의 이름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계 인사의 딸과 정략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자극적인 추측성 기사들까지 우후죽순 쏟아지는 상태였다.가슴 한구석이 쿡쿡 찌르듯 아려왔다. 차준호에 대한 생각을 끊어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것 자체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89. 욕망과 반항의 온도 차

    관계가 시작되기 전, 강소희의 옷을 벗기던 주원형은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흉흉하게 말을 뱉었다.“너의 그 가벼운 입방정 때문에 오늘 아침 날아간 주가가 얼마인지 감이나 잡아?”결국 또 돈.강소희는 속으로 냉소했다.이 바닥에서 구른 지 10년이 넘어가니, 어느새 자신은 배우가 아니라 그저 움직이는 매물에 불과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JW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던 자신은 도국에게 서서히 밀려났고, 최근 이렇다 할 흥행작도 없으니 당연한 취급이었다.주원형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몸을 탐하려 들자, 강소희는 천천히 단추를 풀며 감정 없는 밀랍 인형처럼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머, 대표님. 제가 인터뷰에서 누구라고 정확히 밝힌 것도 아니잖아요? 차준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가 있으니까 CH 주가는 건재한 거 아니겠어요?”“······제발 그 입 좀 조심해.”기다리지 못했는지 슬슬 옷자락을 난폭하게 헤집는 주원형의 손길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강소희 역시 이미 각오한 바였기에, 오히려 그의 목덜미를 유연하게 끌어안으며 귓가에 대고 달콤한 교태를 부렸다.“도국이 스캔들 터졌을 때 대표님 톡톡히 이득 보셨잖아요. 이번에 하락장 온 김에 재투자하셔서 다시 메우면 되죠, 안 그래요?”돈, 그리고 돈.그가 목숨보다 사랑하는 돈 이야기를 미끼로 던지면 개처럼 누그러질 것을 알았다.과연 주원형은 그 파렴치한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거칠게 짓누르던 손길의 악력을 은근히 늦췄다. 고압적이던 방 안의 공기가 기묘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ldqu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88. 그대를 벗어날 수 있을까?

    ·주말의 잔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잔인하리만치 무심한 월요일 아침이 찾아왔다.청바지에 투박한 롱패딩. 지극히 평범하고 대수롭지 않은 차림으로 출근길에 올랐다.버스를 타고 회사로 가는 동안 거리 곳곳 거대한 빌딩 전광판마다 걸려 있는 강소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와 마음이 절로 심란해졌다.지난 토요일, 차준호와 최기범이 불쑥 집으로 찾아왔던 기억.그리고 그들이 떠난 뒤 멍하니 지켜보았던 강소희의 인터뷰 프로그램이 자꾸만 뇌리를 스쳤다.텔레비전 속에서 생글생글 웃던 강소희의 집요한 눈빛은 마치 차준호의 서늘한 뒷모습만을 좇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내 코가 석 자지.’실소 가벼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 오만하고 도도한 남자가 내 비좁은 집에 드나들며 수제비나 얻어먹을 위인은 아니지 않은가.조만간 이 나라 경제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설 차준호였다. 그의 곁에는 그에 걸맞은 정치계 뒷배를 둔 대단한 여자가 서게 될 터.그러니 나와는 애초에 상관이 없어야 했고, 앞으로도 상관없을 일이었다.문제는 마음이었다. 머리로는 명확히 아는 사실이 가슴에는 통 닿지 않았다.신호등을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어제 내내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던 사진 한 장.우리 세 사람이 어색하게 모여 찍은 사진이 갤러리 한구석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화면 속 차준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며, 그가 남긴 잔인한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었다.늘 끝내야 한다고, 이 관계는 가짜일 뿐이라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노래를 불렀건만, 막상 그의 기습적인 선언으로 마침표를 마주하니 이별은 생각보다 훨씬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68. 잔혹한 현실 속에서 버텨야 하는데

    월요일 늦은 밤.주원형은 그 시각 급하게 대표실로 강소희와 김훈을 불렀다.오랜만에 대작 영화에 강소희가 여자 주인공이 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강소희는 무조건 싫다고 발버둥치는 중이었기에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최근 다른 영화 시상식 참여 때문에 다이어트 중인 강소희는 얼굴이 까칠해진 상태였다. 요즘 매사에 시큰둥한 강소희의 행동이 맘에 안 드는 주원형은 입을 다물고 김훈에게 눈짓만 보냈다.어렵사리 발로 뛰어다니다 드디어 건수를 물어온 김훈은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47. 기사 등장, 랜선에서 판이 뒤집혀

    하얀 입김을 뿜어내면서도 내 앞에 다가선 최기범은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민이 아주 많아 보이는데. 슬슬 내가 필요해진 거 아닙니까?” “날이 추워요. 실장님, 어서 돌아가세요.”나는 손사래를 치려 했지만, 최기범은 그저 사람 좋게 환하게 웃으며 가로등을 등지고 흉물스러운 내 대문을 물끄러미 살폈다. 붉은 래커 칠이 가득한 대문을 바라보는 그의 안경 너머 눈빛에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났다.“여기 CCTV도 없네, 민원 넣어서 달아주겠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서쪽 동네 재개발 조합 사람들이 압력 넣은 건가 보군요.”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34. 이젠 움직일 때야. 맞지?

    1월도 중순에 접어들어 겨울의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한낮인데도 내뱉는 숨결마다 허얗게 부서져 내릴 정도로 오늘따라 날씨가 매서웠다.“하늘이 너 코끝이 아주 빨갛다. 빨리 갈비탕부터 끓여야겠어.”도국의 말에 손을 올려 얼굴을 문질러 보니, 뺨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안 그래도 집에서 학교 운동장까지의 거리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벌써 몸이 안팎으로 얼어붙는 기분이었다.“그나저나 김희주 의원은 너 쫓아내려고 아직도 난리야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1. 사람 미치게 하는 거짓말 같은 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정적을 깨우는 밤 11시 반 무렵.창밖으로는 하얀 눈꽃이 송이송이 흩날리며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고 있었지만, 강남 C 호텔 25층 로열 스위트룸 내부는 숨 막힐 듯 팽팽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도를 최대한 낮춘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차준호라는 거대한 포식자에게 온전히 잠식당한 채, 밤을 녹여내는 은밀하고도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다.내 몸의 지도를 그보다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었다. 귓가를 어지럽히는 그의 뜨겁고도 습한 숨결이 예민한 목덜미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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