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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불쑥, 마음이 들쑤셔져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3 12:05:52

세나는 입술을 말아 물며 머릿속에는 신하늘을 떠올렸다.

차준호가 풍기는 그 느낌은 영락 없이 좋아하는 여자를 감싸는 분위기였는데.

그렇게 몸만 즐기고 결혼은 다른 여자랑 한다고? 잠시 검색해 보니 이미 차준호를 올해 안으로 결혼시킨다는 뉘앙스로 기사가 도배되어 있었다.

심지어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총선도 다가오는 봄이기에 이미 정치 뉴스는 선거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어쩌지······.’

차준호의 정략결혼 소식을 도국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하나 세나는 이 짧은 시간에 수백 번도 더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당분간은 함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괜히 그 사실을 전했다가 도국의 마음만 사납게 들쑤셔질까 봐 두려웠던 탓이다.

그와 딱 50일만 사귀기로 약속했던 기한은 다가오는 봄이 되면 끝이 난다. 한시적인 연애라는 걸 알기에 하루하루 감질나게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깝고 또 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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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203. 요부가 건네는 속삭임

    둘만의 고요가 가라앉은 시간.나는 차분하게 차준호의 깊은 눈동자를 응시했다.그는 본래 자신의 가장 깊은 진심은 절대 드러내지 않는 남자였다.그에 관한 결정적인 이야기들을 매번 타인의 입을 통해 들어야 했던 나로서는, 오늘 밤 그가 과연 얼마나 솔직한 속내를 꺼내놓을지 깊은 의구심이 들었다.“신하늘, 선거는 나갈 거야?”처음부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그의 단정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정작 내 마음조차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사실 아직 결정 전이에요. 대표님은······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차준호는 내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 넘기며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나는 안 나갔으면 좋겠어. 정치,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니까. 붙어도 걱정이고, 떨어져도 후폭풍이 클 거야. 일단 회사는 그만두는 건가?”사실 나 역시 평생 정치가를 꿈꿔본 적은 없었다. 도의를 저버린 행동과 말을 한 김희주에게 철퇴를 내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으니, 이미 절반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차준호의 말에 일리가 없지 않았기에, 나는 고개를 나지막이 끄덕였다.“참고는 할게요. 그리고······ 회사는 그만둘 생각이에요.”“왜? 좋아하는 일이잖아.”“일단은 좀 쉬고 싶어요. 전 누구 때문에 1월 1일부터 너무 힘들었거든요.”차준호는 싱겁게 웃어 보이더니, 순순히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고생시킨 건 사실이니 할 말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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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소롭게, 감히 나를 어떻게 하려고?’위험이라니. 상황이 이쯤에 이르자 오기를 넘어 허탈한 헛웃음마저 흘러나왔다.“김희주가 그 정도로 치졸하게 나오는 거야?”-김희주가 아니야. 그리고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네 생명까지 위협하려는 정황이 포착됐어. 심각한 수준이야. 부디 조심해.이아준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분노가 서늘하게 서려 있었다.나는 휴대폰을 귀에 더욱 밀착시킨 채,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누가 나를?”악플이나 저열한 기사로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수준이라면 충분히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선을 넘다 못해 목숨까지 위협하려 든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어. 하지만 아군이 늘어날수록 적군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법이니까. 경찰에 정식으로 조사를 의뢰했고, 김정규도 사력을 다해 추적 중이야. 조금만 기다려 줘. 곧 정체를 밝혀낼 테니까.이아준의 음성은 얼음 조각처럼 날이 서 있었다.김희주 말고 대체 그 적군이라는 존재가 누구란 말인가. 살면서 타인에게 손가락질받을 짓은 한 번도 하지 않으며 살아왔는데.나라는 존재가 탐탁지 않을 수는 있어도, 물리적인 폭력으로 위협하려 들다니. 내가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무서운 세상 한복판에 서 있는지 비로소 현실로 와닿았다.-일단 너를 향해 지속적으로 비방글을 유포하거나, 악의적인 기사만 쏟아내는 기자를 추적 중이야.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 물리력을 행하려는 세력은 김희주 측 소행은 아니라는 점이야.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순간 귓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이명에 세상이 뚝 멈춰 선 듯했다.-일단 혼자 다니는 건 절대 금물이야.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삼키며, 나는 유리창에 비친 차준호를 물끄러미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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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199. D-Day-1,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3선 중진 김희주, 당 노선 불일치 및 막말 논란으로 전격 공천 탈락 수모!][지역 민심 외면한 결과? 김희주 컷오프 충격··· 세종동 물갈이 신호탄 되나][‘새 술은 새 잔에’… 지지 세력 몰락에 무너진 중진, 2030 신진 세력 급부상][XX당 공천 기습 발표 후 여론 촉각··· 경합 지역 속전속결 선거 체제 돌입][‘대어’ 신하늘의 행보는? XX당 영입설 솔솔, 전격 공천 받게 되려나]김희주의 몰락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대한민국의 정치부 헤드라인은 김희주의 추락과, 그 반사이익의 중심에 선 신하늘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잠실 L그룹 회장실.블라인드 사이로 비쳐 드는 창백한 햇살 아래, 이아준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정계 전체를 요동치게 만든 김희주의 컷오프 소식은 김희주에게 줄을 댔던 이아정의 코를 납작하게 누를 완벽한 호재였다.“할아버지, 김희주는 이제 완전히 끝났네요.”이아준이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건넸어도 이왕춘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마치 거대한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식어가는 찻잔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년도 넘게 당에 공헌했는데, 공천조차 못 받다니······.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이왕춘의 목소리에는 환희가 아닌, 깊은 충격과 묘한 허탈감이 짙게 묻어났다.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198. 이제 시작인데, 왜 그래?

    밤 10시 반.어둠이 짙게 내린 프라이빗 공간 안, 차준호는 나지막한 클래식 음률 대신 최기범과의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켜둔 채 움직이고 있었다.신하늘이 도착하면 걸쳐 입을 포근한 로브를 정갈하게 정돈하고, 출출할 그녀를 위해 준비한 가벼운 야식을 보기 좋게 세팅하는 손길에는 기묘할 정도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신 과장, 얼른 퇴근시켜. 저러다 쓰러져.스피커폰 너머로 들려오는 최기범의 건조한 목소리에 차준호가 입꼬리를 얇게 말아 올렸다. 폭신한 거위털 이불의 날을 세워 정리하며 그가 넌지시 쏘아붙였다.“내 여자는 내가 알아서 챙겨. 상하이까지 출장 가서 나한테 전화 하다니.”―그냥 메신저로 또 보고서를 보냈기에 하는 말이야.“그나저나 신하늘 지지자 모임은 또 뭐야?”― ‘스카이 블루’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서.차준호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며 손을 털었다.은밀한 공간 내부의 온도계를 체크해 적정 온도를 맞추고, 건조하지 않도록 은은한 아로마 향이 퍼지는 가습기를 가동시켰다.정숙한 움직임 속에서도 그의 물음은 묵직하게 최기범을 향했다.“넌 너희 어머니랑 두 번 다시 안 볼 생각이야?”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최기범의 나른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니. 나라도 나서서 여론을 희석시켜야 하니까. 이슈를 분산하기 위해서랄까.차준호는 피식 콧웃음을 흘렸다. 신하늘을 위한 최선의 환경을 갖추면서도, 그의 이성은 최기범이 쌓은 주춧돌의 진짜 의도를 정교하게 계산하고 있었다.“그런데 네가 대중의 관심을 신하늘에게 더 쏠리게 만들었잖아.”―맞아, 난 지금 신하늘의 역량을 시험하고 있어.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6. 천하의 나쁜 남자

    기자를 상대하는 동안 나 자신도 성장하고 있었다.카메라 앞에서 당당해지고, 브리핑하거나 질문에 응답하는 순간에도 능숙 능란해져 있었다.차분한 척, 완벽한 듯, 긴장감이 첫날보다는 옅어졌다. 사람은 역시 학습의 동물이라고 무슨 아나운서가 된 양 나는 그리 기자들을 상대했다. -차준호 대표님이 대화가 가능하다던데. 확실히 강소희와 사귀는 사이가 맞는지 확인하셨습니까? 답변 부탁드립니다!“차준호 대표님께서는 일체 사생활에 대하여 언급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회사 측에서도 이번 사건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언제 CH에서는 공식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 빌런을 좋아한 건가. 이런 망할.

    난 차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오전에 회사에 들른 뒤 자료를 챙겨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버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진창에 처박힌 내 마음처럼 흐릿했다.가던 중에 벨이 울려 확인하니 반가운 도국이었다.-하늘아, 어디야?요즘 부쩍 날 챙겨 주는 도국과 이아준이었다. 회사 일로 바쁜 날 염려해 주는 동시에 고민이 있는 엉망인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여러모로 신경 써주니 고맙기만 했다.“바쁜데, 뭘 또 전화까지. 난 병원 가는 길.”-어제도 밤새 게임같이 해 놓고 피곤하겠네.“오늘 3시 출근이라 늦잠 잤어. 참,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8. 내가 미쳤지.

    무슨 그런 거짓말을.내 머릿속에선 운명 교향곡이 요동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수면 부족과 카페인의 부작용일까. 평소 차분함과 다혈질이 공존하던 내 감정은 이미 균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화살은 이미 날아갔고 물은 엎질러졌다.“재미있네. 나는 신 비서를 좋아하지도, 사귈 리도 없을 텐데?”차준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는지 코웃음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목에 닿은 펜던트를 무의식적으로 만지다가, 그의 손길이 닿았던 순간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이걸 그가 크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7. 완벽한 타인의 숨결

    사람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유령처럼 떠돌던 이름의 실체.신하늘, 신 비서. 차준호는 누워 있는 내내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울리던 그 이름이 내심 신경 쓰였다.하지만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실체를 마주한 순간, 관자놀이가 끊어질 듯 욱신거리며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다.그녀의 이름 세 글자가 왜 이토록 심장 가장 깊은 곳을 거슬리게 긁어내리는 걸까. 기묘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졸졸 쫓아다녀 철벽만 치기 바빴던 강소희랑 같이 사고가 났다니. 하지만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한 톨의 아쉬움도 일지 않았다.대신 눈앞의 신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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