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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Author: 오월이
승아가 눈을 깜빡이더니,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해인아, 이제 인정해. 너 진짜 한 대표를 많이 좋아하잖아.”

좋아한다는 말에 해인은 잠시 말이 막혔다.

‘사랑이라니... 정말 그런 걸까?’

해인과 유호는 어디까지나 계약결혼으로 묶인 사이였다.

처음 그 결혼을 택한 이유도 유호의 힘을 빌려 YD그룹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때 해인은 태겸의 배신을 막 겪은 뒤였다.

속이 무너질 만큼 괴로웠지만, 해인은 스스로를 억눌러야 했다.

감정에 끌려가면 안 된다고, 어떻게든 이성을 붙잡아야 한다고 해인은 자신을 몰아세웠다.

유호와의 결혼은 뜻밖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해인과 유호는 어느새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아온 지 거의 석 달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석 달 동안 적지 않은 일이 있었다.

해인은 자기도 모르게 너무 깊이 그 안으로 들어와 버린 것 같았다.

정말로 자신이 유호의 아내 자리에 앉아서 사는 듯했다.

틈만 나면 유호에게 밥을 해 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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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솜사탕 먹고 싶어. 가서 사 와!”조우가 데리러 온 김 집사에게 말했다. “제일 큰 걸로 두 개!”김 집사가 고개를 숙였다.“네, 도련님. 먼저 차에 가 계십시오.”김 집사가 줄을 서러 돌아갔지만 조우는 차로 가지 않았다.조우의 시선은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가 있었다.“하늘아! 김 집사한테 솜사탕 두 개 사 오라고 했어. 하나 너 줄게!”여자아이는 말총머리를 흔들며 조우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괜찮아. 나 지금 이 갈이하는 중이라 엄마가 단 거 먹지 말랬어.”아이는 몸을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조우야, 안녕!”조우의 눈에 잠깐 서운함이 스쳤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거절당해서인지, 하늘에게는 챙겨 주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부러워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천하솜은 멀찍이 숨어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다.예전에는 거의 매일 직접 조우를 데리러 왔다.요 몇 달 엄마가 나오지 않았으니 조우도 서운했을지 몰랐다.다만 이 꼬맹이가 벌써 여자아이한테 뭘 챙겨 줄 줄 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대체 누굴 닮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조우가 혼자 있고 주변의 시선도 뜸해진 틈을 타서 천하솜이 빠르게 다가갔다. 조우의 손목을 잡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아들, 엄마랑 가자!”조우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솜사탕을 거절당한 서운함에 빠져 있던 조우는 천하솜을 보자 눈을 크게 떴다.“엄마?”천하솜은 길게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그날은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 오해가 있었던 거야. 엄마가 너 데리고...”말을 끝내기도 전에 천하솜이 고개를 돌렸다. 언제 나타났는지 건장한 경호원 몇 명이 앞길을 막고 있었다.한씨 집안에서 십 년 넘게 지낸 천하솜은 경호원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앞에 선 사람은 주헌이었다.천하솜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주헌이 이렇게 빨리 나타났다는 건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천하솜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한유호가 진작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었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73화

    천하솜은 법원 앞을 떠나면서도 뒤에 누군가 붙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선보의 지시에 따라 유호와 해인의 동향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지만, 정작 천하솜 자신이 더 오래전부터 감시망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주헌은 멀어지는 천하솜의 뒷모습을 확인한 뒤 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천하솜 씨가 법원 앞을 떠났습니다.]“응. 계획대로 해.”모든 흐름은 유호가 예상한 대로였다. 주헌은 이런 데까지 내다본 유호의 판단력에 새삼 감탄했다.오늘은 금요일이라 초등학교 수업이 평소보다 일찍 끝나는 날이었다.천하솜은 운전하면서 자꾸 정신이 다른 데로 흘렀다. 조우를 보지 못한 지도 벌써 석 달 가까이 됐다.자기 손으로 키운 아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엄마는 없었다.그날 한씨 집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천하솜은 어쩔 수 없이 조우를 다치게 했다. 그 일은 줄곧 마음에 걸렸지만, 그 방법이 아니었다면 도망칠 수가 없었다.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조우가 그 사정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터였다. 천하솜 역시 말 몇 마디로 풀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내 아들이 엄마를 얼마나 미워할까?’천하솜은 이선보가 한원랑 곁에 심어 둔 사람이었다. 오래전 이선보에게 목숨을 구원받았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천하솜은 이선보의 지시를 따랐다.벌써 석 달이 흘렀다. 한원랑도 이제는 경계를 어느 정도 풀었을지 몰랐다. 천하솜은 이제 아들을 한 번쯤 만나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천하솜은 조우가 다니는 초등학교로 차를 몰고 가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세웠다.차에서 내리며 생각했다. ‘김 집사만 피해서 조우와 잠깐이라도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과거 한원랑 곁에 자연스럽게 남아서 이선보를 더 깊숙이 돕기 위해서, 천하솜은 자신의 삶까지 그 안에 묶어 버렸다.하지만 조우를 갖게 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처음에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임신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아이의 작은 심장이 뛰고 있었다.아이를 낳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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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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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70화

    해인은 아직 놀란 기색이 남은 얼굴로 말했다. “진건훈이 죽었어. 차희정이 죽였어.”방금 본 광경은 너무 잔혹했다.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아까 법원 안으로 경찰 인력이 급히 들어가면서, 무전기에서도 뭔가 다급한 말이 오가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유호의 눈빛이 차가워졌지만 곧 해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왔잖아. 네 옆에 있어.”희정은 정말 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가 버린 사람이었다. 이미 손에 피를 묻히고도 마지막에 또 한 사람을 죽음으로 끌고 갔다.도수희도 오늘 선고를 보러 오려고 했지만, 마침 병원 검사가 잡혀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해인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방금 그 끔찍한 광경을 도수희가 직접 봤다면 몸이 더 상했을지도 몰랐다.해인은 유호에게서 익숙한 서늘한 우디 향을 맡았다. 유호가 곁에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놓였다.불안으로 거세게 뛰던 가슴도 금세 차분해졌다.해인은 팔을 들어 유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고 품 안에 파고들었다. “당신이 내 옆에 있어서 정말 좋아. 당신이 있으면 마음이 놓여.”유호는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 품도 해인에게는 가장 안전한 곳처럼 느껴졌다.유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가 너한테 정말 그렇게 중요해?”해인은 고개를 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당연하지. 당신은 우리 아이 아빠고, 내 남편이고, 내... 가족이잖아.”유호는 뭔가 빠졌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게 다야?”해인은 모르는 척했다. “왜? 그걸로 부족해?”유호가 낮게 말했다. “너도 내가 더 듣고 싶은 말이 뭔지 알잖아.”해인은 입꼬리를 올리면서도 끝까지 모르는 척했다.눈앞의 해인은 촉촉한 입술에 혈색도 좋았다.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이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이미 아이를 낳은 사람인데도 맑고 단정한 얼굴은 아직 어린 아가씨처럼 보였다.해인이 유호의 허리를 꽉 안은 채 태연한 표정을 짓자, 유호의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해인은 일부러 그러고 있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69화

    법정 한가운데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법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이었다.희정이 건훈을 찌르는 걸 본 교도관과 법원 경비 인력이 사방에서 달려들어서 희정의 두 팔을 완전히 제압했다.혹시 희정이 또 다른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서, 경비 경찰 한 명은 권총까지 꺼내 희정을 겨눴다.건훈에게 달려든 행동 하나로 희정의 힘은 거의 다 빠져 있었다.양팔은 등 뒤로 꺾인 채 잡혔고 상체는 앞으로 숙여졌다. 저항할 수 없는 굴욕적인 자세였다.교도관이 희정의 여윈 몸을 단단히 붙잡았다. “움직이지 마십시오!”서진의 눈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곧 시선을 다시 정면으로 돌렸다.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서진은 다른 계호 인력의 안내를 받아서 먼저 법정을 빠져나갔다.하선미는 불과 몇 분 사이에 아들이 숨을 거뒀다는 걸 깨닫자 가슴을 치며 절규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선미는 집사와 건훈이 중형을 피했다며 크게 잔치를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뻐할 틈도 없이 아들이 죽어 버렸다.진씨 집안에 건훈은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온 가족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애지중지하며 원하는 건 뭐든 해 줬는데, 그런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하선미에게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분노한 하선미가 희정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마구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이 년! 이 악마 같은 년! 왜 우리 아들을 죽여! 대체 무슨 원한이 있다고 사람을 죽여!”건훈의 아버지도 아들이 죽었다는 충격에 얼굴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집안의 유일한 아들을 잃은 셈이었다.교도관들에게 제압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희정은 하선미의 분노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예쁘던 얼굴에는 손톱자국이 깊게 나 피가 맺혔다. 눈가의 피부까지 찢어져 눈에서 피가 흐르는 것처럼 섬뜩하게 보였다.그런데도 희정은 전혀 아픈 줄 모르는 사람 같았다. 오히려 하선미를 향해 웃기까지 했다.“진건훈은 죽어도 싸! 시간이 있었으면 바로 죽이지도 않았어! 오래 괴롭혀서 절망한 채 죽게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화

    예주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미묘한 빛이 스쳤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오빠가 해인 언니한테 너무 잘해 주는 거죠. 언니가 그걸 몰라주는 거예요.”그 말에 태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예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까 그 진주 목걸이 말이에요...”태겸은 대답하지 않고 해인 옆자리에 앉았다.곧 첫 번째 경매 물품이 무대 위에 올려졌다.진주 목걸이였다.윤기 좋은 진주들이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해인은 한눈에 마음이 갔다.시작가는 4억 원. 해인은 망설임 없이 패들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화

    해인은 말문이 막혔다.오늘의 유호는 그날의 단정한 군복 차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해인 앞에 있는 유호는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친 상태였고, 언뜻 드러나는 가슴 근육의 선이 거친 생기를 더했다.해인이 앉은 자리에서는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음... 한유호... 몸은 정말 좋네...’유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별생각 없는 듯 물었다.“손은 왜 다쳤어?”해인은 멈칫했다. 고개를 숙이고서야 언제 그랬는지 모를 새, 유리컵에 베인 손바닥에서 선혈이 번져 나온 것을 알아챘다.입술을 살짝 다문 해인은 손등을 위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화

    해인은 뒤로 밀리면서 중심을 잃었다.태겸은 뒤쪽에서 급히 끼어들었고, 그때의 반동으로 깨진 유리컵의 날이 해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손끝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너무나 선명해서 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예주 앞을 가로막고 선 태겸이 난처한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봤다.“이게 뭐 하는 거야? 예주는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그 말을 듣자 해인은 쥐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눈가가 젖은 채 태겸을 향해 말했다.“내가 난리야? 고태겸, 하예주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들어볼 생각은 있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화

    말을 꺼낸 사람은 윤준이었다.태겸의 오래된 친구였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했다.윤준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든 오늘만큼은 잠깐 접어 둬. 오늘은 내 여자친구 생일이잖아. 내 체면 좀 세워줘.”곧바로 맞장구가 이어졌다.“맞아. 태겸이 마음속엔 늘 해인 씨밖에 없는 거 다들 알잖아. 둘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해인 씨랑 조금만 삐걱해도, 나중에 태겸이 술 취하면 친구들 붙잡고 난리 나는 거 다들 봤잖아.”“야, 그런 소리 하지 마. 태겸이 언제 울어. 술병 안고 ‘여보, 사랑해’만 반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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