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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작가: 오월이
한원랑은 왕단영을 지나치게 몰아붙였다가 홧김에 골치 아픈 일을 벌일까 봐 퇴로를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한원랑은 왕단영의 속셈을 훤히 알고 있었다. 문승을 남겨 두고 훗날 더 많은 몫을 챙기려는 생각일 뿐이었다.

하지만 문승은 집안 재산에 뜻이 없었고 머릿속에는 오직 자동차 경주뿐이었다.

“문승이는 성인이야. 어디서 지낼지는 본인이 정할 일이고, 나는 간섭하지 않아.”

문승은 본가에 남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왕단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아들이 한씨 집안의 가업을 물려받으면 자신도 이곳으로 돌아올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

유호는 단 하루 만에 경비원 투신 사건을 정리했다.

KH그룹 위기관리팀이 각 언론사에 연락해서 거액을 제시하며 사건을 보도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압박을 받은 대부분의 언론사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두 곳은 KH그룹의 눈치를 보면서도 조회 수를 챙기고 싶은 욕심에, 기사 원고를 써서 익명의 온라인 채널에 몰래 올렸다.

그러나 글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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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원랑은 왕단영을 지나치게 몰아붙였다가 홧김에 골치 아픈 일을 벌일까 봐 퇴로를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한원랑은 왕단영의 속셈을 훤히 알고 있었다. 문승을 남겨 두고 훗날 더 많은 몫을 챙기려는 생각일 뿐이었다.하지만 문승은 집안 재산에 뜻이 없었고 머릿속에는 오직 자동차 경주뿐이었다.“문승이는 성인이야. 어디서 지낼지는 본인이 정할 일이고, 나는 간섭하지 않아.”문승은 본가에 남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왕단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언젠가 아들이 한씨 집안의 가업을 물려받으면 자신도 이곳으로 돌아올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유호는 단 하루 만에 경비원 투신 사건을 정리했다.KH그룹 위기관리팀이 각 언론사에 연락해서 거액을 제시하며 사건을 보도하지 말라고 요청했다.압박을 받은 대부분의 언론사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두 곳은 KH그룹의 눈치를 보면서도 조회 수를 챙기고 싶은 욕심에, 기사 원고를 써서 익명의 온라인 채널에 몰래 올렸다.그러나 글이 게시되자마자 해당 페이지는 차단됐고 아무리 시도해도 열리지 않았다.결국 사건은 널리 퍼지지 못한 채 묻혔다.유호가 예상한 대로 날이 밝기도 전에 KH그룹 사옥 앞에 찾아온 유족들이 울며 소란을 피웠다.원래라면 언론사도 몰려와서 현장을 생중계했을 테지만, 유호가 미리 손을 써 둔 탓에 감히 찾아오는 곳은 없었다.유가족은 직접 인터넷 방송을 켜고 KH그룹의 부당함을 폭로하려고 했다.하지만 방송에는 시청자가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노출 자체가 제한된 상태였다.유호는 억지를 부리는 유가족에게 끌려가지 않았다. 오직 사실과 충분한 증거를 내세워 KH그룹의 모든 결정이 법과 절차에 맞았음을 밝혔다.숨진 경비원의 아내 이명혜는 검은 상복을 입고 KH그룹 사옥 앞에 앉아 시부모를 바라봤다.“이제 어떻게 할까요? 방송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기자들도 오지 않잖아요. 계속 이러고 있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KH그룹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버티기도 어렵고요. 차라리 보상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95화

    권영자의 말을 들은 왕단영의 굳었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내가 한씨 집안의 안주인이 된다고?’ 왕단영이 꿈에서도 바라던 일이었지만, 한원랑에게 먼저 말을 꺼낼 기회를 잡지 못했다.예전에는 집 안의 세 여자가 팽팽히 맞섰다. 이제 나머지 두 사람이 사라졌으니, 왕단영은 자신이 사실상 안주인이나 다름없고 정식 명분만 부족하다고 여겼다.그런데 권영자가 먼저 혼인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왕단영의 얼굴에는 들뜬 기색이 가득했다.해인은 입술을 살짝 다문 채 마음속으로 권영자에게 엄지를 세웠다.‘역시 살아온 세월이 다르네.’‘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왕단영을 높이 띄워준 뒤에 떨어뜨릴 생각이야.’왕단영은 이미 한씨 집안 안주인이 된 듯 우쭐해져 있었다. 상석에 앉아 있는 한원랑의 표정이 싸늘하게 내려앉은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내가 저 여자와 혼인해요? 자격이나 있고요?”한원랑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눈에는 싸늘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왕단영은 머리 위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 굳은 채 한원랑을 바라봤다.“회, 회장님?”한원랑에게 아내는 서정란 한 사람뿐이었다. 서정란이 세상을 떠난 지 18년이 지나도록 다른 여자 누구에게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이유였다.천하솜에게 칼로 목을 위협받은 뒤, 한원랑은 집 안의 여자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한원랑은 그 여자들에게서 위안을 얻으려고 했지만, 뒤에서는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노리지 않았던가...“18주기 제사를 지내면 망자가 마지막으로 집을 둘러본 뒤 미련을 놓고 떠난다는 말이 있더라.”한원랑은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란이가 돌아와서 불편하게 여기면 편히 떠나지 못할 테니, 집에 다른 여자가 있어서는 안 돼.”“C시에 남는 집이 한 채 있으니 문승 엄마는 당분간 그곳에서 살아. 그 집은 앞으로 네 명의로 넘겨주지.”한원랑의 말은 왕단영과 관계를 정리하고 더는 왕래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C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94화

    ‘유서까지 빈틈없이 준비했다...’유호의 예상이 맞다면 곧 미성년 자녀와 연로한 어머니, 울며불며 매달리는 아내가 언론 앞에 나설 터였다. 냉혹한 대기업이 집안의 유일한 가장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호소할 게 뻔했다.처음부터 끝까지 잘 짜인 수순이었다. 앞길에 덫을 깔아 놓고 KH그룹이 덫 안으로 들어오기만 기다린 셈이었다.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에 해인도 수화기 너머 주헌의 말을 모두 들었다.해인은 손끝으로 유호의 찌푸린 미간을 가볍게 쓸었다.“나가 봐야 해? 내가 옷 가져다줄게.”말을 마친 해인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하지만 유호는 곧바로 해인을 누르면서 다시 침대에 눕혔다.“쉬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상대가 여론을 이용해 KH그룹을 비난의 중심에 세우려 한다면, 유호 측이 먼저 움직여야 했다. 사건이 더 크게 번지기 전에 선수를 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다.유호가 떠난 뒤 해인은 깊이 잠들지 못했다....다음 날 새벽빛이 채 밝아지기 전에 해인은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오늘은 드물게 한씨 집안 식구들이 모두 식탁에 모여 있었다.한원랑도 전날 밤 KH그룹에서 벌어진 일을 들은 눈치였다.투신 사건으로 사옥이 통제되면서 KH그룹 직원 전체가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못하게 됐다.권영자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유호한테 별일은 없겠지?”한원랑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정도 일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큰 회사를 어떻게 물려받겠습니까?”한원랑은 자식이 스스로 헤쳐 나가게 두는 편이었다. 최근 KH그룹에서 벌어진 일도 알고 있었지만 따로 자신이 손을 보태지는 않았다.왕단영이 해인을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해인이 네가 YD그룹을 다시 가져갔다며? 하필 이런 때에 그러면 유호한테 짐을 더 얹는 거나 다름없잖니.”해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또 괜한 분란을 만들려고 하지?’해인이 대꾸하기도 전에 권영자가 먼저 나섰다.“해인이가 빼앗아 간 게 아니잖아. 둘 사이가 좋으니까 유호가 해인이에게 피해가 갈까 봐 먼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93화

    유호의 뜨거운 숨결이 해인의 피부를 간질이자, 귓바퀴에는 옅은 핑크빛이 번졌다.‘대가라니, 별말을 다 하네.’해인은 한 손으로 유호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다른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살살 긁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유호의 턱선에 먼저 입을 맞췄다.“이게 대가야.”부드럽고 향긋한 해인의 입술이 닿자 유호의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크게 침을 삼킨 탓에 해인이 입을 맞춘 목젖이 더 심하게 간질거렸다.해인이 먼저 다가오는 일은 드물었다.유호의 길게 뻗은 눈매에 짙은 욕망이 어렸다. 긴 손가락이 해인의 머리카락 사이를 천천히 헤집었다.“내가 받을 대가라면, 당연히 내 손으로 받아 내야지.”해인을 깊게 응시하던 유호가 입술을 덮고 거칠게 눌렀다.해인은 고개를 젖힌 채 소나기처럼 몰아치는 키스를 받아 냈다. 눈가에 물기가 차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목덜미가 길게 드러났다.세심한 키스가 하얀 목덜미를 따라 내려가자, 해인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방 안의 열기가 계속 높아졌다. 창밖에는 어느새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물이 창문을 따라 구불구불 흘러내리면서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해인의 뺨이 뜨겁게 달아오른 그때, 유호의 핸드폰이 집요하게 울리기 시작했다.유호는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해인과 손가락을 맞물리고 둘만의 분위기에 깊이 빠져들었다.숨 쉴 틈마저 빼앗긴 해인이 붉어진 얼굴로 유호의 가슴을 살짝 밀었다.“전, 전화 오잖아.”말을 꺼낸 뒤에야 해인은 자신의 목소리가 심하게 가라앉아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귓가에 바짝 붙은 유호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받아. 누구도 우리를 방해 못 해.”해인의 뺨은 더 붉어졌다. 유호의 키스에 견디기 힘든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유호의 시선은 사람을 통째로 삼킬 만큼 짙었다.하지만 계속 진동하는 핸드폰은 급한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해인을 재촉했다.해인의 마음은 둘로 갈라진 듯했다. 한쪽에서는 욕망 속으로 끌어당겼고, 다른 쪽에서는 그곳을 빠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2화

    밖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해인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잠시 뒤, 현관문이 열리며 태겸이 들어왔다.실내로 스며든 발소리는 조심스러웠고, 점점 가까워지다가 해인 등 뒤에서 멈췄다.이어 단단한 남자의 팔이 해인 뒤에서 감겨 왔다.해인의 허리가 갑자기 조여 들었다.“여보...”태겸의 입술이 머리칼 위로 내려앉았다.낮고 거친 숨이 섞인 남자의 목소리였다.“여보, 나 진짜 보고 싶었어.”밤공기를 머금은 태겸의 체온이 전해지자 해인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해인은 그대로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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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08화

    택시가 공연장 앞에 멈춰 섰다.오늘 만나기로 한 고객은 ‘주’ 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Y시에서는 이름만 대도 아는 부호였다. 자동차를 대량으로 구매하려는 이유도 분명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휴양 리조트가 수십 곳에 달하는데, 비즈니스 접대용 차량이 대거 필요했던 것이다.와세라 쪽 영업총괄이 이미 주 대표와 이야기를 거의 마무리해 둔 상태라고 했다. 다만 상대 쪽에서 기술 관련해 몇 가지를 더 깊이 확인하고 싶어 했고, 그 부분이 마침 해인 전공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소함청이 해인을 Y시로 보낸 것이다.해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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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은 말문이 막혔다.오늘의 유호는 그날의 단정한 군복 차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해인 앞에 있는 유호는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친 상태였고, 언뜻 드러나는 가슴 근육의 선이 거친 생기를 더했다.해인이 앉은 자리에서는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음... 한유호... 몸은 정말 좋네...’유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별생각 없는 듯 물었다.“손은 왜 다쳤어?”해인은 멈칫했다. 고개를 숙이고서야 언제 그랬는지 모를 새, 유리컵에 베인 손바닥에서 선혈이 번져 나온 것을 알아챘다.입술을 살짝 다문 해인은 손등을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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