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차갑고 따뜻한 두 사람의 체온이 점점 더 닮아가기 시작했다.랑우의 숨이 입술 위로 내려앉자, 이완의 눈꼬리가 가늘게 떨렸다.입술 끝이 천천히 벌어지고, 숨과 숨이 더욱 깊게 얽혀들었다.“하아…”매끈한 이완의 등을 타고 내려오는 랑우의 손길이, 허리를 넘어 더 아래로 미끄러졌다.그 손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퍼지는 저릿한 감각에, 이완의 호흡이 더욱 가빠졌다.“…흐으… 아읏….”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듯 몸을 떠는 이완의 목덜미에 랑우의 뜨거운 입술이 내려앉았다.“아으… 랑우….”신음을 참아보려는 듯 낮게 울리는 소리.순간 랑우의 입술이, 한껏 예민해진 가슴의 돌기를 덥석 물어왔다. 동시에 거친 손이 사타구니 사이를 거머쥐자, 이완은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아! …하읏!”등불 빛이 두 사람의 피부 위에서 잔물결처럼 떨렸다.이완은 눈을 감고 랑우의 손길과 품에 온전히 몸을 맡겼다.어느새 차가운 제 몸 안으로 랑우의 따뜻한 몸이 단단하게 밀고 들어오자, 뱃속에서 심장까지 불이 붙은 듯 단숨에 달아올랐다.“…하아!”랑우의 까슬까슬한 손끝이 이완의 손을 찾아 단단히 쥐었다.창호 밖은 여전히 눈발이 흩날렸다.그 밤, 그들은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서로의 품이, 백호부가 영원히 건재할 것이라고… 그리 믿었다.***다음 날 아침.성벽 위의 깃발이 바람에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펄럭였다.눈은 멎었으나, 공기는 여전히 매섭게 차가웠다.“족장님, 의원님께서 조용히 뵙고 싶어 하십니다.”비원의 말에, 이완은 랑우와 함께 염렬의 처소로 향했다.문을 열자, 따뜻한 온기와 은은한 차향이 흘러나왔다.염렬의 눈빛은 여느 때처럼 온화했으나, 그 깊숙한 어딘가에는 알 수 없는 빛이 스쳤다.“이완. 드디어 현웅이… 당신이 그리도 찾던 사람의 소식을 보내왔습니다.”이완의 푸른 눈동자가 동그랗게 크기를 키웠다.“…제 어머니 말씀입니까?”“그래요. ‘옥비’라는 이름으로 불리시던 분이죠.”염렬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비취구
백호부 경내 서편, 경렬의 처소.창호 틈으로 스며든 바람이 등불 심지를 가볍게 흔들었다.경렬은 나지막한 상 앞에 홀로 앉아 있었다.한 손에 술잔을 쥔 채, 무겁게 처진 어깨 아래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술잔 속에 비친 얼굴은 잔뜩 피로해 보였다.“이런 제길… 이제 정말로 지치는구나….”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엔, 오래 묵힌 독기가 가득 배어 있었다.“저 미천한 것들이 감히 내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는 것을, 이젠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이완은 백호부에서 신분의 귀천이 다 사라졌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여기서 그는 ‘의원님’, 혹은 그저 ‘경렬’.그러나 그 이름은 그의 수많은 가면 중 하나일 뿐이었다.그의 진짜 이름은… 염렬(炎列).현 상국 황제 염위의 사촌 염평(炎玶)의 아들.어머니가 천한 기생이라 태어날 때부터 버려진 패였고, 궁의 대리석 바닥조차 제대로 한 번 밟아보지 못했다. 그렇게 황족에게 받은 절반의 피는… 그에게 아무런 권리를 주지 못했다.밥상 위엔 찬밥.앉은 자리마다 된서리.그는 그때마다 잔잔히 웃었다.아버지라고 불러보지도 못한 친부의 적통이라는 그 반쪽짜리 형제들이, 자신을 사정없이 때리고 골방으로 내칠 때도 웃었다.언젠가는 반드시 그들을 무릎 꿇릴 날이 올 거라 믿었으니까.그는 사람 좋은 의원 행세로 환심을 사고, 현웅 같은 고아들을 어렸을 적부터 길러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산채 두목이었던 야귀를 이용해 사람 장사로 돈을 모았다.그러던 어느 늦은 밤.신비로운 능력으로 사람을 여럿 죽이고 탈출했다던, 후궁의 사생아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자신의 원대한 계획에 쓸모가 있을까 하여 수하들을 풀어 쫓던 중, 운 좋게도 연무곡 초입에 쓰러져 있던 그 은발과 벽안의 청년을 쉽게 손에 넣었다.냉궁 괴물, 염완.제 스스로 이름을 ‘이완’이라 바꾼 자.염렬은 그를 보자마자 직감했다.모든 것을 역전시킬 강력한 패.자신만을 위한 유일무이한 검이 될 존재.그의 힘을 손아귀에 넣으면, 상국 황실도, 자신을 조
상국 동북 변방의 산맥은 숨을 삼킨 듯 고요했다.한겨울 밤.차가운 산등성 위로 희뿌연 서리가 내리고, 가느다란 나무껍질 틈새마다 얼음 결정이 매달려 있었다. 저 멀리 골짜기에서 늑대 울음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올 뿐, 세상은 온통 은빛 정적에 잠겨 있었다.그 고요 속을, 검은 그림자들이 빠르게 내달리고 있었다.흑의로 전신을 감싸고, 날카로운 칼을 품에 숨긴 수십 명의 사내들.상국 군부 최정예 중의 최정예,그들은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확했으며, 그 어느 성읍이든 하룻밤이면 무너뜨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상국 황실의 오랜 치욕인, 저주받은 사생아.지금은 백호부의 주인인, ‘은발의 괴물’을 죽이는 것.“그놈의 머리를 베어, 이 밤에 황상께 올린다.”우두머리의 속삭임에, 나머지 그림자들이 눈빛으로만 대답했다.산길을 벗어나자, 어느새 그들의 시야에 하얀 성곽이 모습을 드러냈다.백호부.마치 빙설을 쌓아 올린 듯 매끈한 돌벽이, 달빛을 받아 서리처럼 반짝였다.높은 성루 위에는 횃불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그 너머에서는 희미한 인기척이 스쳤다.바람조차 얼어붙은 밤인데, 성곽에서 풍겨오는 공기는 묘하게 뜨겁고 단단했다.이 성은 단순한 방어 거점이 아니었다.‘백호족이 이 땅에 뿌리내렸다.’그 사실을 온 세상에 당당히 선언하는 상징 그 자체였다.자객들의 발끝이 굳은 눈밭 위에서 잠시 머무르는 순간, 갈고리가 성벽 위로 날아올랐다.쇠사슬이 성벽에 걸리자마자, 그림자들은 일시에 성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그때.성벽 귀퉁이의 망루 꼭대기.달을 가만히 등지고, 또 다른 그림자가 서 있었다.하얀 도포 자락.바람에 찬란하게 흩날리는 은빛 머리카락.그 사이로, 푸른 불꽃 같은 눈이 노려보듯 번뜩였다.그 눈빛이 자객들의 몸을 훑는 순간… 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었다.자객들의 팔과 다리가 무거워졌다.칼자루가 하나둘씩 손에서 미끄러졌다.마치 목울대를 보이지 않는 손이 움켜쥔 듯,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했다.그 존재는 여전히 아무
상국 곳곳에 소문이 번지고 있었다.동북 변방, 사람의 눈이 쉽게 닿지 않는 깊은 산맥 속.그곳에 신비로운 흰 여우가 산다는 이야기였다.푸른 눈동자와 은빛 머리칼을 가진 사내.분명 사람이나, 마치 신수(神獸)처럼 신비로운 모습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자.죽음의 벼랑 끝에서 보란 듯 다시 살아 돌아온 자.그리고 그 옆에는, 상국을 배신한 검은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한때 토벌군의 선봉장 중 한 명이었던, 상국 최고의 젊은 장수.그가 은빛 사내에게 무릎을 꿇고, 그를 대신해 검을 휘두른다는 소문.처음엔 모두가 비웃으며, 패배자들의 망상이라 치부했다.그러나 점점 더 많은 발걸음이 하나둘 그 산을 향했다.귀족의 횡포에 땅과 가족을 잃은 농부들, 역적의 누명으로 멸문당한 이들, 도망친 노예, 버려진 병사와 전쟁에서 패하고 포로로 끌려온 이들까지.사람들은 입을 모아 속삭였다.“그 산에는 버려진 자들을 받아주는 흰 여우가 산다는군.”처음 그곳은, 그저 관군들의 눈을 피해 숨죽여 사는 이들이 모인 작은 공동체였다.그러나 그 중심에 ‘흰 여우’라 불리는 두목이 있었고, 그 곁에는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보필하는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있었다.이완은 버림받고 그에게로 피한 모든 이들을 기꺼이 받아주었고, 랑우는 그런 그의 곁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두 사람을 두려워했으나, 곧 모두가 알게 되었다.그들이 이끄는 무리는 무의미하게 피를 흘리지 않으며, 약자를 지키고 품는다는 것을.그렇게 ‘도망친 자들의 숲’은, ‘살기 위해 모인 자들의 성채’로 변모해 갔다.눈처럼 하얀 여우가 그려진 깃발 아래, 그들은 스스로를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백호족(白狐族, 흰 여우 부족).달이 밝은 어느 밤.소나무 위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그림자.랑우가 조용히 말했다.“완, 모두가 널 믿고 따르고 있어.”이완은 달빛을 바라보며 잔잔히 미소 지었다.두 개의 푸른 눈동자에 달이 나란히 비추었다.랑우는 그의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경렬의 낮은 목소리가 동굴의 공기 속에 울렸다.“극한의 음기를 지닌 몸에, 너무 많은 양기가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몸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내부가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그의 말은 차갑고도 명확했다.달리 방도가 없다는 뜻은, 굳이 더 자세히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랑우의 심장은 이를 부인하듯, 더욱 거칠게 뛰었다.그 순간, 이완이 힘겹게 눈을 떴다.갈라진 입술이 바싹 메마른 채 열리며, 희미한 바람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나는… 완전히 더럽혀졌어….”그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소리였다.랑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낙심한 이완이 제 생명을 그대로 놓아버릴까. 두려움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그는 망설임 없이 이완의 뺨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점점 식어가는 삶의 의지처럼 차가운 체온이 손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아니야.”랑우는 이를 악물고, 마디마다 힘을 실어 단호히 말했다.“그 누구도, 그 무엇도 너를 더럽힐 수 없어. …이런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넌 여전히,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해, 완.”말끝은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속의 의지는 바위처럼 단단했다.이완이 천천히 눈을 들어 랑우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 속에, 망설임과 절망이 뒤섞여 흔들렸다.“…나를 씻겨 줘, 랑우. 네 손으로… 깨끗하게….”마치 마지막 같은 부탁 속에는, 한없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랑우는 대답 대신 강하게 이완을 안았다.그리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히 동굴을 나섰다.은월단 중 그 누구도 그들의 앞을 막지 않았다.***랑우는 이완을 안은 채로, 이제는 은어곡이라 불리는 둘만의 장소로 향했다.사랑하는 이의 연약한 숨결이, 품 안에서 겨우 이어지고 있었다.그 호흡이 그대로 멈춰버릴까 두려워, 랑우는 이완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계곡 위로 달빛이 부서지고, 은빛 조각들이 비단결처럼 흘러내리며 그들을 감쌌다.랑우는 물속에 그대로 앉은 채, 제 무릎 위에 이완을 조심스레 눕혔다.차가
은월단의 산채는 완전히 무너졌다.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검게 그을렸고, 꺾인 기둥과 무너진 담장이 잔해처럼 흩어졌다.남은 사람들은 깊은 산속의 어두운 동굴 속으로 피신했다.그들 앞에, 핏물에 젖은 장신의 무사가 나타났다.은월단 무리가 이미 여러 차례 전장에서 마주해,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얼굴이었다.그의 품에는 찢기고 터진 몸을 겨우 가린 채, 의식 없이 늘어진 자신들의 두목이 안겨 있었다.불안과 의심이 가득한 눈빛들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우리 두목을 왜 저 군인 놈이 데리고 있어?”“…물어볼 것도 없어! 죽여라!”칼끝이 일제히 랑우를 향해 겨누어졌다.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변명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다만 이완을 안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순간, 비원이 급히 달려들어 검들을 막아섰다. 그의 몸 또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다들 그만해! 이 사람은 두목을 해칠 자가 아니다. 어디 한 번이라도 이 자가 우리를 제대로 공격한 적이 있었느냐? 지금도 두목을 저놈들 손에서 구해오지 않았느냐!”어리둥절해하던 이들 중에, 문득 한 사람이 말했다.“…소나무 향이야!”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쑥덕였다.“저 사람한테서 소나무 냄새가 나는데? 두목이 그리도 좋아하던….”“뭐야, 저 사람…? 두목이랑 대체 무슨 사이야?”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사이로, 목소리 하나가 담담히 들려왔다.“…잠시만요, 여러분. 다들 진정하십시오.”모든 시선이 순간 목소리의 주인공에게로 쏠렸다.무리 앞으로 나온 경렬은, 잠시 이완의 처참한 몰골을 바라보다가 랑우에게 말을 건넸다.“저는 은월단의 의원입니다. 제가 그를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사람들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무기들은 어느새 하나둘 내려갔다.랑우는 이완을 품에 안은 채, 경렬의 인도를 받아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축축한 돌바닥 위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랑우는 여전히 이완을 품에서 놓지 못한 채, 바위벽에 등을 기댔다.경렬은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