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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or: 신선우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8-26 11:29:01

그러던 어느 날, 그 일이 벌어졌다.

아침부터 공장은 분주했다. 바닥엔 고무 가루와 접착제 냄새가 짙게 깔렸고, 기계는 쉴 새 없이 포효했다. 여름 신제품 출고가 몰리는 시기라 속도는 평소보다 두 배는 빨랐고, 공장 안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재욱이는 컨베이어 벨트 끝에서 완성된 신발 밑창을 금형에서 떼어내는 일을 맡고 있었다. 헝클어진 앞머리 아래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특유의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형, 이 속도면 오늘 기록 깰지도 몰라요!"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레 말하던 그 눈빛엔 여전히 열여덟의 빛이 있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 순간, 등골을 타고 스치는 싸늘한 감각이 있었다.

기계가 이상했다. 미묘하게 빨랐다. 베테랑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수군거렸고, 어제부터 안전센서가 간헐적으로 경고음을 내며 꺼졌다 켜지길 반복했다. 관리자에게 상황을 알렸지만 돌아온 건 차디찬 한마디뿐이었다.

"그냥 해. 오늘 물량부터 맞춰야 돼."

그 말이 불길했다. 하지만 아무도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쳤다.

"아, 잠깐만요!"

재욱이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기계에 그의 오른손이 끼어 있었다. 금형 틈에 박힌 신발 밑창을 억지로 빼내려다, 자동 회전축이 그를 덮친 것이었다.

"재욱아!!"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달려갔다. 이미 기계는 그의 손가락을 짓눌러버렸고, 바닥엔 고무와 피가 뒤섞인 붉은 액체가 번져 있었다.

그는 고통에 온몸을 떨면서도 이를 악물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동자는 크게 떨렸지만, 끝내 비명을 내지르지 않았다.

"괜찮아··· 형, 괜찮아요···"

그 와중에도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그 손을 붙잡았다. 차디찬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다.

"119 불러! 기계 멈춰!! 빨리!!"

공장이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누군가는 비상 버튼을 향해 달려갔고, 누군가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다행히 재욱이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고, 큰 후유증 없이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병원비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듣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뜨겁게 일었다.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가 일하다 크게 다쳤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그 모습이 너무도 뻔뻔하고 비열했다.

나는 결국 공장장을 찾아가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사람이 다쳤습니다. 고등학생 실습생이요. 병원비도 안 주신다고요? 이대로 넘기시면 노동부에 신고하겠습니다."

그의 얼굴이 굳었다. 잠시 입을 꾹 다물더니 머뭇거렸다.

"너가 왜 나서서 난리야!"

나는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당장 신고할까요?"

공장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지금 바로 처리할게."

그렇게 수술비는 지급되었고, 재욱이는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퇴원한 재욱이가 다시 공장으로 돌아왔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손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사이로, 그가 나를 발견했다.

잠깐 멈칫하더니, 곧장 걸어왔다.

"형."

숨이 조금 가쁜 상태였다. 막 투입된 사람처럼. 그가 내 앞에 서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감사합니다."

나는 잠깐 그를 내려다봤다. 붕대 아래로 힘이 들어간 손이 보였다.

"괜찮냐."

"네."

대답은 짧았지만, 눈빛은 전보다 단단해져 있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무리하지 마."

그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밤. 숙소는 늘 그랬듯 시끄러웠다. 기계 소리가 아직 귀에 남은 채, 사람들은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책을 펼쳤다. 익숙하게 줄을 긋고, 문제를 풀고, 다시 넘겼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맞은편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재욱이었다.

말없이 앉아, 내 손만 보고 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한참 뒤.

"형."

작게 불렀다. 나는 펜을 멈췄다.

"왜."

"어떻게··· 그렇게 해요?"

"뭘."

"이거요."

그가 턱으로 책을 가리켰다.

"일하고··· 와서 또 공부하는 거."

잠깐 생각하다가, 짧게 말했다.

"그냥 하는거야."

대답이 끝나도, 그는 계속 나를 보고 있었다.

"형은··· 나중에 뭐 할 거예요?"

이번엔 바로 답했다.

"법대 갈 거야."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변호사."

잠깐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내가 버틴 시간, 헛되게 안 쓰려고."

말이 떨어지자, 주변 소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재욱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형. 저도··· 해볼 수 있을까요."

조용한 목소리였다.

"대학 같은 거."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대로 그를 봤다.

"당연하지!"

그가 시선을 피했다.

"근데, 자신이 없어요."

잠깐 정적. 나는 그의 어깨를 한 번 쳤다. 툭.

"버티면 된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 버티는 것보다 힘든 건 별로 없어."

그의 눈이 흔들렸다.

"넌 잘 할거야."

말을 마치자, 재욱이의 숨이 미묘하게 떨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번 저 해볼게요."

이번엔 목소리가 조금 더 또렷했다.

"대학도··· 가보고 싶고."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배우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나는 다시 책을 펼쳤다.

"잘 생각했어."

짧게 말했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재욱이는 더 이상 멍하니 앉아 있지 않았다. 쉬는 시간마다 뭔가를 적었고, 가끔은 내 옆에서 책을 펼쳤다. 공장은 그대로였고, 우리가 있는 자리도 변한 건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보고 있는 방향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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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을 닮은 달   1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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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을 닮은 달   1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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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을 닮은 달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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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을 닮은 달   131화

    잠시 후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수아는 무대 옆에서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조명이 자신을 향해 터져 오르는 순간 그녀는 무대로 걸어나갔다."안녕하세요. 태양그룹 부회장 김수아입니다."첫 마디가 공간을 가르며 퍼져나갔다. 수백 개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꽂혔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고, 앞줄에 앉은 기자들의 펜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오늘 저는 기술을 이야기하러 이 자리에 선 게 아닙니다."예상과 다른 첫 문장에 객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사람을 이야기하러 왔습니다."수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침묵이 공간을 더 단단하게 조였다."지난 3년간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붙잡고 살았습니다. 기술이 진짜로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는가. 위급한 순간에 가족을 대신해줄 수 있는가."&n

  • 태양을 닮은 달   130화

    수아는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나 오래전부터 회사 물려받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근데 결혼까지 아버지 뜻대로 하라니까, 솔직히 너무 힘들어."체념이 깊게 스며 있었다."내가 뭘 골라본 적이 있나 싶어. 학교도, 전공도, 회사도. 다 정해진 데로 갔어."나는 잔을 내려놓았다."태양그룹 회장으로 산다는 건 다 가질 수 없다는 뜻이잖아. 너도 알잖아.""알아. 아는데."수아가 잠깐 눈길을 피했다가 다시 나를 봤다."오빠. 예전처럼 나한테 가끔씩 사랑을 줄 수 없어? 나 그때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어."그 말이 방 안에 조용히 번졌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시선을 거뒀다.

  • 태양을 닮은 달   129화

    리허설은 예정보다 길어졌다.수아는 같은 문단에서 세 번 걸렸다. 원고를 외우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이 사람이 원고 때문에 걸리는 걸 나는 본 적이 없었다.네 번째에 겨우 넘어가고 조명이 꺼졌다. 수아가 무대에서 내려왔다."괜찮아?""나 많이 긴장하나 봐."그때 통로 쪽에서 누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낯익은 얼굴이었다.삼진그룹 둘째 아들 이준혁. 단정한 수트 차림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수아야."수아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잠깐 멈췄다가 미소로 번졌다."준혁아. 너도 왔어?""응. 아버지가 경험 좀 쌓아보라고 보내셨어."그가 수아 옆에 서서 전시장을 한 번 둘러봤다. 그러다 다시 수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나 소식 들었어.""뭘.""민호 형이랑 약혼한다며."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수아의 얼굴이 굳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일이었다. 양가에서만 오간 이야기였는데 태평양 건너에서 듣고 있었다.수아는 담담하게 웃었다."그렇게 됐어.""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디 마음대로 결혼 상대를 고르겠어.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하고 살아야지."농담처럼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이 농담만은 아니었다. 이 사람도 어딘가에서 같은 통보를 받았을 것이었다."그래도 민호 형이면 괜찮은 선택이지.""어···""일 잘 마무리하고, 시간 되면 한국에서 보자."그는 손을 가볍게 들어 보이고 돌아섰다.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며 사라졌다.수아는 그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봤다.짧은 대화였다.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말이 얼굴 위에 오래 남았다.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디 마음대로 결혼을 고르겠어. 그 한마디가 위로인지 체념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였을 것이다.나는 그 옆모습을 봤다.수아가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무슨 말을 얹든 이 사람 편을 드는 말이 될 것 같았다.---호텔로 향하는 길, 차 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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