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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Autor: 풍월
‘눈이 예쁘다고?’

서은주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열리며 육강민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 뒤로 육지성이 따라 들어왔다.

양이나를 본 육강민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했고, 조금의 동요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양이나는 활짝 웃으며 한마디했다.

“강민 오빠.”

오빠?

서은주의 호흡이 순간 내려앉았다.

“네가 왜 여기 있지?”

육강민의 표정은 여전히 냉정했고, 말투마저 날카로웠다.

“성세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홍보 모델을 찾는다면서요? 저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서요.”

“그런 일이라면 나를 찾아올 게 아니지.”

“알고 지낸 시간이 있는데 나한테만 살짝 편의 좀 봐주면 안 돼요?”

양이나의 말투엔 은근한 애교가 섞여 있었다.

예쁜 얼굴로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투정 부리는 모습은 여자들조차 거절하기 힘들 정도였다.

“안 돼.”

육강민의 단호한 거절에, 양이나의 얼굴이 잠깐 하얗게 질렸다가 금세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매니저를 가볍게 노려보았다.

“거 봐. 오빠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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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39화

    온유란은 병원 식당에 밥을 가지러 내려갔고, 병실에는 유 아주머니만 남아 도정숙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그때 문이 열리며 하이석이 들어왔다.유 아주머니는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하이석 대표님, 오셨네요.”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아이고, 그런 말씀을 다. 저는 밖에 나가 뜨거운 물 좀 받아 올게요.”유 아주머니는 눈치 빠른 사람이었다.곧바로 보온병을 들고 병실을 나가며 두 사람만 남겨 두었다.도정숙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하이석은 재빨리 다가가 베개를 집어 그녀의 등을 받쳐 주었다.오늘 병실에 와서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냈던 온유정과는 너무도 다른 태도였다.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도정숙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이석 씨랑 유란이 일은 다 들었어요. 저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하씨 가문 사람이었다는 걸. 첫인상부터 기품이 남다르다 싶긴 했어요.”병원비가 온창섭 쪽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다른 일들도 더는 숨길 수 없었다.경성에 하씨 성을 가진 집안이 한둘도 아니니 처음에는 연결 짓지 못했지만, 하이석이 바로 그 집안 사람이라는 걸 듣고는 꽤 놀랐다.처음엔 온유란이 호랑이 굴로 들어간 건 아닌가 걱정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함부로 그녀를 괴롭힐 사람은 없을 테니까.“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제 몸 상태도 남 일 깊게 신경 쓸 처지는 아니고… 그래도 한 가지만 묻고 싶네요. 그 마음, 진심인가요?”하이석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도정숙은 작게 웃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암이 전염되는 병은 아니라지만, 사람들 시선이라는 게 있잖아요. 다들 은근히 꺼리고, 최대한 멀리하려 들죠. 근데 당신은 이런 저를 조금도 싫어하지 않더군요. 아마도 유란이 때문이겠죠.”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온유란의 처지와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답이 나온다. 단순히 사람이나 몸을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38화

    온유정은 온창섭에게 신발로 몇 대 얻어맞은 뒤 눈이 시뻘게진 채 어머니 품에 매달려 흐느껴 울었다.양수진은 딸을 끌어안고 남편을 타박했다.“여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우리 딸이 저렇게 당하고 왔는데 대신 화를 내주진 못할망정 왜 애를 때려요?”“내가 진작부터 온유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말을 안 들으니까 그렇지. 난 때리는 걸로도 모자라, 아주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야!”양수진은 눈치 빠른 여자였다.남편 얼굴을 가만히 살피던 그녀는 조심스레 물었다.“온유란 뒤에 있는 남자… 우리 쪽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인 거예요?”온창섭은 이를 악물었다.“안 되는 정도가 아니야!”온유정은 눈물을 닦으며 작게 중얼거렸다.“그래 봤자 남자 하나 붙잡은 거잖아요. 그 잡종 같은 게! 사람한테 실컷 놀아나다 버려지면, 그때도 지금처럼 저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나 보자고요.”“온유정, 이리 와봐.”온창섭은 갑자기 웃으며 딸을 불렀다.온유정은 아버지가 자신을 달래 주려는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온창섭의 손이 그대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짝!온유정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졌다.“아빠?”“잡종? 누가 그런 말 쓰랬어!”“그건 아빠가 평소에…”“입 다물어!”온창섭은 버럭 소리쳤다.“앞으로 다시는 잡종이니, 굴러먹은 남자니 그런 말 입에 담지 마. 알아들었어?”“여보, 왜 애한테까지 이래요.”양수진은 급히 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도대체 온유란이 누구를 등에 업은 거길래 그래요?”이토록 겁먹은 남편 모습은 처음이었다.온창섭은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이석이야.”온유정은 오늘 하루 내내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고만 있다고 생각했다.당장이라도 떼를 쓰며 난리를 치고 싶었지만,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입술까지 떨며 중얼거렸다.“그, 그럴 리가 없어…”“지난번 집에 와서 그렇게 막 나갔던 거, 대체 누가 뒤를 봐주니까 가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37화

    온유정은 그 모습에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하지만 온유란은 오히려 그녀를 향해 느긋하게 웃어 보였다.“경찰 부르고 싶어? 그래, 불러. 전에 네가 내 목걸이 훔쳤을 때 난 그냥 돌려받는 걸로 끝냈지, 따로 고소는 안 했어. 근데 경찰까지 부르게 옛날 일까지 전부 제대로 따져물을 거야.”“너… 그 일은 이미 끝난 거 아니었어?”“누가 끝났대?”온유정의 얼굴에 순간 두려움이 스쳤다.“난 한 번도 네 절도 건이 끝났다고 말한 적 없어. 너에게 책임을 물을지 말지는 아직도 나에게 달렸고, 내가 고개 끄덕이기 전까진 그 일 절대 안 끝나.”온유란의 표정은 지나치게 태연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어디 한번 해봐.’온유정은 분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얻어맞고도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하는 처지가 될 줄은 몰랐다.“온유란,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온유정이 분에 못 이겨 발을 구르자 온유란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꺼져.”“뭐?”“나가라고.”“네가 감히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해?”온유정은 악에 받쳐 소리쳤다.“난 네 부모 아니야. 네 버릇까지 받아줄 이유도 없고. 계속 안 나가면 사람 불러서 끌어내게 할 거야.”원래는 온유란에게 따져 묻고, 아버지 대신 분풀이를 해줄 생각으로 왔던 온유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꼴만 우스워진 채 씩씩거리며 병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때,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잠깐.”온유정은 돌아서며 이를 갈았다.“또 뭐!”온유란은 그녀의 구두와 가방을 집어 병실 밖으로 휙 던져 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 아주머니를 바라봤다.“전 아주머니 모시고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병실 청소 좀 부탁드려요. 소독약도 좀 뿌리고요. 공기가 너무 더럽네요.”온유정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자기가 더럽다는 소리인가?유 아주머니는 오히려 민망한 얼굴이었다.“유란 씨, 죄송해요.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네요.”“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놀라기도 하셨고 괜히 마음고생도 하셨잖아요. 월급 더 챙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36화

    도정숙은 온유정의 저 노골적인 태도에 속이 편치 않았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말을 건넸다.“대표님은 요즘 어떠세요? 몸은 좀 괜찮으시고요?”그녀는 병원비를 아직도 온씨 가문에서 내주고 있다고 믿었기에, 자연스레 온창섭의 안부를 물은 것이었다.하지만 그 한마디가 온유정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렸다. 마치 일부러 비꼰다고 받아들인 것이다.온유정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아직도 우리 아빠 걱정할 낯이 남아 있어? 온유란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나 봐?”“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도정숙은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하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겠지. 온유란이 빽 좋은 남자한테 붙어먹었으니 우리 온씨 가문을 눈에 넣기나 하겠어? 아빠까지 병원에 처넣고, 완전 배은망덕한 년이 따로 없다니까! 어디서 굴러먹던 남자 하나 붙잡았다고 평생 호강할 줄 아나 본데, 나중에 남자한테 실컷 놀아나다 버려지고 나면, 누가 그런 걸 다시 거들떠보겠냐고.”“당신!”원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도정숙이 저런 말을 듣고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숨도 거칠어졌다.“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온유란이 우리 아빠를 병원에 처넣지만 않았어도 내가 여기까지 왔겠냐고! 당신도 걔한테 엄마나 다름없는 존재잖아. 그럼 좀 말려. 밖에 나가 우리 집안 망신 좀 그만 시키라고. 잡종 같은 게.”온창섭에게 워낙 자주 듣던 말이라, 온유정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 내뱉었다.도정숙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혈압이 치솟았다.병상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그녀는 온몸을 떨며 손을 들어 올렸다. 당장이라도 온유정을 때릴 듯한 기세였다.“진정하세요!”유 아주머니가 급히 그녀를 붙잡아 말렸다.온유정은 오히려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왜? 나 때리게? 당신은 원래 우리 집 가정부일 뿐이었잖아. 늙어 죽지도 못한 게.”지난번 온유란이 맞춤 목걸이를 빼앗아 가고, 아버지까지 유치장에 넣어 버린 일로 온유정은 속에 한가득 화가 쌓여 있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35화

    유주만은 찻잔을 들고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후후 불어 식히며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문득 서은주를 바라봤다.“그 환자 보호자랑 많이 친한 모양입니다.”“원래는 안 친했는데, 최근에 가까워졌어요.”“인간관계가 꽤 좁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랑 알게 된 겁니까?” 유주만은 전부터 그게 꽤 궁금했다.“하이석 씨 아내예요.”“푸흡—”유주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차를 뿜어 버렸다.“뭐, 뭐라고요?”서은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의 입가를 가리켰다.“입에 찻잎 붙었어요.”“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방금 그 애가 하이석 부인이라고요?”“네. 혼인신고까지 끝낸 사이예요.”유주만은 급히 입가의 찻잎을 닦아 내며 연신 혀를 찼다.“세상 별일 다 있다더니, 올해는 유난히 더하네요. 육남혁이 갑자기 큰 애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도 기겁했는데, 설마 이것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 줄이야.”“하이석 씨 쪽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서은주가 묻자 유주만은 멋쩍게 웃기만 할 뿐,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서은주가 온유란을 찾아 나간 뒤에도 유주만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차를 마시다 혀를 데일 뻔할 정도였다.*온유란이 서은주를 찾은 건 도정숙의 상태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유주만이나 다른 전문의들 앞에만 서면 괜히 긴장됐지만, 조금 친한 의사에게는 좀 더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항암 반응은 꽤 좋아요. 몸 상태 지표도 대부분 안정적이고요. 아마 느끼셨을 거예요. 요즘은 통증도 전보다 훨씬 덜하잖아요.”서은주의 말에 온유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좀 걱정돼서요.”“수술 때문에요?”“네. 의사 선생님들이 신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그냥…”두 사람은 입원동 뒤편 작은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한편, 병실 안에서는 유 아주머니가 도정숙의 몸을 뒤집어 주고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추가로 돈을 더 받게 된 덕에 일하는 손길에도 힘이 실렸다.그때였다.쾅—!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34화

    온유란이 눈을 떴을 때, 하랑이는 침대맡에 앉아 앞발을 핥으며 야옹야옹 울고 있었다.그 시각, 하이석은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기척이 느껴지자 그는 고개를 돌려 온유란을 바라봤다.“깼어요?”그는 아직도 어젯밤의 온유란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뒤로 갈수록 그녀의 목소리에는 울먹이는 기색이 짙게 배어들었다. 하이석이 욕실에서 따뜻한 수건을 적셔 와 그녀의 다리를 닦아 주었을 때에는 눈가에 물기까지 어려 있었다.억울한 듯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그의 목덜미를 붙잡고 살짝 깨물기까지 했다.하지만 온유란은 워낙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하이석이 낮게 신음하자 금세 입을 떼어냈다. 결과 그의 목덜미에는 옅은 붉은 자국 하나만 남게 되었다.온유란은 이불 속에 얼굴 절반을 묻은 채 웅얼거리듯 대답했다.어젯밤 일이 떠오르자 다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하이석이 의외로 능숙하고 능글맞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자신에게 그런 걸 시킬 줄은 몰랐다.온유란은 숨까지 멈춘 채 얼굴을 붉혔다.하이석은 아침을 먹고 회사로 향했고, 그가 떠난 뒤에야 온유란은 문득 중요한 걸 빼먹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어젯밤 재기로 했던 허리 치수.분명 제대로 일을 하려던 거였는데, 어쩌다 마지막엔 그런 분위기가 되어 버린 건지.병원으로 가는 길, 온유란은 예전에 도정숙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나이 든 남자는 사람을 잘 챙겨 준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했다.나이 든 남자는 아는 게 너무 많다!온유란은 다리에 자꾸 힘이 풀리는 기분이라 걷는 것조차 어색했다.*삼정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유주만이 회진을 돌고 있었다.그런데 그의 곁에는 뜻밖에도 서은주가 함께 있었다.머리를 단정히 묶고 흰 가운을 걸친 채, 손에는 메모장과 펜까지 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실습 따라다니는 분위기였다.서은주는 온유란을 발견하자 슬쩍 눈짓하며 웃어 보였다.온유란은 그 모습이 괜히 신기했다.박사 과정 진학까지 확정된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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