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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 화

Auteur: 풍월
서은주가 종아리를 살짝 주무르자, 육강민은 곧바로 그녀의 다리를 잡고 마사지해 주었다.

“어때?”

“좋아요.”

침실의 은은한 조명이 그의 냉정해 보이던 이목구비를 한층 더 온화하게 비추고 있었다.

예전의 그녀라면, 육강민이 다리를 주물러 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도 다시 찾았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육강민이 웃으며 그녀를 쳐다봤다.

“네?”

서은주는 잠시 멍해졌다.

“계속 날 쳐다보고 있잖아.”

“아닌데요.”

서은주는 그저 생각에 잠겨 있었을 뿐인데, 육강민은 그녀가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 눈빛이 너무나 노골적이고 뜨거워서 서은주는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

붉게 물든 그녀의 작은 얼굴이 육강민에게는 매우 매혹적이었다.

오늘 사무실에서 나눴던 뜨거운 키스가 떠오르자, 육강민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끝내 참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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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13화

    “너도 온다는 걸 알고 차로 데리러 갔었어. 그런데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부모님께 너랑 윤재 형이 이미 출발했다는 말을 들었지.”설도윤은 마치 아주 익숙한 사이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두 사람은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듯 보였다. 특히 송지아에게 말을 건네는 설도윤의 친근한 말투가 허경빈의 신경을 거슬렀다.불편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몹시 기분이 나빴다.허경빈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내내 불길 위에서 서서히 구워지는 듯한 괴로움을 느꼈다.두 사람의 관계를 말로 전해 듣는 것과,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잘 어울렸다. 남자는 준수하고 여자는 아름다웠으니, 다른 이들의 눈에는 더없이 보기 좋은 한 쌍으로 비칠 터였다.하지만 허경빈에게만큼은 그 모습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그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어느새 손은 테이블 위의 찻잔을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따뜻한 찻물이 도자기 잔을 통해 손바닥을 데웠지만, 정작 그의 온몸에는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서서히 사지를 잠식했다.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들어 설도윤을 걷어차 버리고, 송지아의 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이곳을 뛰쳐나가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그때 손안의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방주헌이 보낸 메시지였다. 허경빈이 송지아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뿐이었다.[연적이 나타났는데, 넌 왜 아무 반응도 없어?]허경빈은 태연한 얼굴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너무 침착해 보이잖아.][전부 연기야.][그럼 지금 기분이 어떤데?]허경빈은 억눌러 두었던 감정을 손끝에 모조리 쏟아 냈다.[젠장, 열받아 죽겠어. 미치겠다고! 아아아아악!!!]멀지 않은 곳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한 방주헌이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터뜨렸다. 어깨까지 들썩이는 걸 보니 제대로 신이 난 모양이었다.“삼촌.”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12화

    “민정아, 여기는 허경빈 삼촌이야.”송윤재가 딸에게 허경빈을 소개했다.며칠 전만 해도 허경빈의 집에 놀러 가 따뜻한 고양이 털을 실컷 쓰다듬고 왔던 송민정은, 타고난 연기파답게 그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말간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이내 입꼬리를 예쁘게 올리며 천연덕스럽게 인사했다.“삼촌, 안녕하세요.”“그래, 안녕.”허경빈은 아이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어쩔 수 없이 장단을 맞춰 주었다. 며칠 사이에 낯선 사람이 되어 버린 기분이 묘했지만, 송윤재 앞에서는 내색할 수도 없었다.“요즘은 어때? 잘 지내지?”송윤재가 무심한 듯 안부를 물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특별한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지만, 허경빈은 괜히 어깨가 굳었다.“그럭저럭요.”“설에 선물 들고 왔을 때는 내가 집에 없었잖아. 다음에 내가 밥 한번 살게.”“괜찮아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얼마 전에는 꽤 화제의 중심에 섰더군.”순간 허경빈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송윤재가 말하는 건 분명 하채린과 얽힌 그 일일 터였다.어린 시절 송윤재에게 깔려 죽도록 얻어맞을 뻔했던 기억 때문인지, 허경빈은 아직도 그 앞에만 서면 본능적으로 위축됐다. 게다가 송윤재는 워낙 기세가 강한 사람이었다. 육남혁이나 하이석처럼 존재감이 남다른 이들 곁에 서 있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묵직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그와 마주하고 있자니, 마치 혈통에 새겨진 본능이 먼저 굴복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하지만 방주헌을 비롯한 친구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 하나 그를 구하러 나서지 않았다.“허경빈과 송씨 집안이 묵은 감정을 푼 건가?”그 광경을 지켜보던 육강민도 꽤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그런가 보지. 워낙 오래전 일이고, 다 어릴 때 있었던 일이잖아. 이제 와서 계속 마음에 담아 둘 필요도 없고.”육남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뒤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는 급히 좌석 배치를 바꿔 허경빈과 송씨 집안사람들을 같은 테이블에 앉혔다.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11화

    송지아는 그 말을 듣자 다급히 해명했다.“오빠, 설령 그 사람이 아니었어도 똑같이 도왔을 거야. 누군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고, 마침 내가 도울 수 있었다면 모른 척하지 않았을 거라고.”“그 사람이 허경빈이라서 도와준 건 아니고?”송요가 재차 묻자 송지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아니야. 난 사람을 보고 판단한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졌을 뿐이야.”송윤재는 피식 웃었다.“사실 너희 사이에 있었던 일도 전부 초등학생 때 일이잖아. 이제 와서 계속 마음에 담아 둘 필요는 없어. 아버지도 나이가 드시니 잔소리가 많아지신 것뿐이고.”그는 잠시 송지아를 바라보다 흐뭇한 목소리로 덧붙였다.“네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걸 보니, 정말 다 컸구나. 우리와 허씨 집안이 아주 가까워질 수는 없겠지만, 저쪽에서 먼저 호의를 보인다면 우리도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무슨 뜻인지 알겠지?”송지아는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송씨 남매가 육씨 집안의 만월연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쏠렸다.송윤재는 깊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단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차림을 하고 있었다. 눈에 띄게 화려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빼어난 골격과 특유의 기세가 있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존재감이 느껴졌다.다만 그의 손에 들린 분홍색 어린이용 보온병만큼은 그런 분위기와 영 어울리지 않았다.아내는 오지 않았지만, 딸은 함께였다.오늘 송민정은 파란색 솜옷을 입고 송지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모자를 쓴 앙증맞은 얼굴은 인형처럼 사랑스러웠고, 몸에는 복슬복슬한 작은 가방을 비스듬히 메고 있었다.“송윤재, 오랜만이네.”육남혁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송윤재의 딸을 본 그의 눈에는 자신도 모르게 부러운 기색이 스쳤다.우리 집에는 왜 아들만 둘인 거야!“오랜만이야. 축하해.”송윤재는 육남혁과 악수했다. 오랜 지인인 하이석도 다가와 자연스럽게 대화에 합류했다.“송지아가 손잡고 있는 저 꼬마는 누구야?”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방주헌이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10화

    경성 사교계는 결코 작은 곳이 아니었다.송지아와 설도윤의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퍼져 나갔다.주말에 가족과 식사하던 중 허진강마저 아들에게 물었다.“송씨 집안 딸이 곧 약혼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냐?”허경빈이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그 이야기는 누구한테 들으셨어요?”“밖에서 사람들과 카드 치다가 우연히 들었어.”허경빈은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두 집안의 수준이 맞는 것도 아닌데, 송씨 집안에서 설도윤을 왜 마음에 들어 하겠어요?”그러자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송씨 집안은 정략결혼으로 집안의 기반을 다질 필요가 없잖니. 오히려 자기 집안보다 조건이 조금 떨어지는 곳에 딸을 보내면 시집가서 무시당하거나 고생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겠지.”그녀는 설도윤을 제법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게다가 듣기로는 설도윤도 괜찮은 사람이라더라.”허진강도 고개를 끄덕였다.“젊은 나이에 벌써 혼자 중요한 일을 맡아 처리할 정도로 능력도 있고, 성격도 착실하고 점잖다잖아. 그 정도면 좋은 사윗감이지.”허경빈이 즉각 쏘아붙였다.“좋기는 뭐가 좋아요!”허진강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밥상머리에서 말버릇이 그게 뭐야? 입 다물고 밥이나 먹어!”그러고는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자기는 여자 친구도 없으면서 남이 연애한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배가 아픈 거냐? 그렇게 잘났으면 너도 송지아처럼 괜찮은 며느리를 데려와 봐!”허경빈은 입을 꾹 다물었다.아버지의 고함에 놀란 하랑이는 작게 “야옹” 하고 울더니 작은 집 안으로 몸을 숨겼다. 얼굴조차 내밀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발견한 허진강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었다.“아이고, 우리 착한 아기가 놀랐구나. 괜찮아, 괜찮아. 할아버지가 너한테 화낸 거 아니야.”허경빈은 할 말을 잃었다.아무래도 이 집에서 자신의 서열은 고양이보다 아래인 것이 분명했다.설도윤이 나쁜 남자일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뒤로 허경빈은 계속 사람을 통해 뒷조사를 했다.그러나 지금까지도 의심스러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09화

    송민정은 말과 함께 송지아의 손을 붙잡더니, 다른 손으로 허경빈의 손까지 끌어왔다.그러고는 두 사람의 손을 억지로 포개어 단단히 붙여 놓았다.절대로 떨어지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이제 화해한 거예요.”송민정은 뿌듯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하지만 송지아는 당황스럽기만 했다.어쩌다 허경빈과 이렇게 손을 잡게 된 걸까.송민정이 두 사람의 손에서 작은 손을 떼자 송지아도 얼른 손을 빼려고 했다.처음에는 그저 조카의 성화에 못 이겨 손바닥을 맞댄 것뿐이었다.그런데 송지아가 손을 거두려던 순간, 뜻밖에도 허경빈이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붙잡았다.그리 강한 힘은 아니었다. 그저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가볍게 감싸 쥐었을 뿐이었다.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 송지아의 숨이 순간 멎었다. 심장도 갑자기 반 박자쯤 멈춘 듯했다.맞닿은 손바닥 사이로 불안할 만큼 뜨거운 온기가 흘렀다.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호한 기류가 두 사람을 감싸며 숨을 막히게 했다.허경빈도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놓았을 때는 이미 송지아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어 있었다. 허경빈의 손바닥에도 뜨거운 땀이 흥건히 배어났다.‘젠장. 허경빈,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송민정은 아무리 영리해도 아직 어린아이였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변화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먹고 싶다고 졸랐다.세 사람은 근처의 레스토랑을 찾아 조용한 구석 자리에 앉았다.송민정은 고양이도 실컷 만지고 좋아하는 감자튀김까지 먹자 더없이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면서 허경빈과 하랑이를 다시 만나러 갈 날짜까지 신나게 약속했다.반면 송지아는 식사하는 내내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그녀도 바보는 아니었다.남녀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때로는 단 하나의 행동이나 한 번의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드러나는 법이었다.그리고 조금 전 허경빈의 행동은 너무나도 분명했다.송지아는 원래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설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08화

    “아저씨, 오늘 시간 있으면 저 고양이 보러 데려가 줄 수 있어요?”“시간은 있는데, 네 아빠랑 할아버지가 나랑 놀러 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걸?”그런 이유로 허경빈은 애초에 약속이 성사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송민정은 우유처럼 앳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은밀한 계획을 제안했다.“아빠랑 할아버지가 모르게 하면 되잖아요.”“네가 집 밖으로 나가는데 어떻게 모르실 수가 있어?”이제 겨우 다섯 살인 아이였다. 온 가족이 귀하게 여기며 보호하는 아이가 마음대로 외출할 수 있을 리 없었다.그런데 송민정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저 벌써 나왔는데요. 아저씨, 우리 어디에서 만날까요?”허경빈은 순간 긴장했다.“너 지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아이가 혹시 혼자 몰래 집을 빠져나온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웠던 허경빈은 하던 일을 모두 내팽개치고 차를 몰아 아이가 알려 준 곳으로 향했다.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송씨 집안의 어린 손녀는 KFC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그리고 맞은편에는 송지아가 앉아 있었다.송민정은 창밖으로 허경빈을 발견하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그 모습을 따라 고개를 돌린 송지아와 허경빈의 시선이 유리창 너머에서 맞닿았다.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굳어 버렸다.“송민정, 설마 이 사람을 만나려고 나더러 데리고 나오라고 한 거야?”송지아는 조카에게 완전히 속은 셈이었다.허경빈이 집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비밀로 해 주는 대가로, 송지아는 조카의 부탁 하나를 들어주기로 약속했었다.송민정은 고모를 KFC까지 데려오더니 친구 한 명에게 전화하겠다고 했다.그런데 그 친구라는 사람이 허경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송민정이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저씨를 만나려고 한 게 아니에요. 아저씨가 키우는 고양이를 만나려고 한 거예요.”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천연덕스럽게 덧붙였다.“고모, 제가 고모를 도와줬으니까 고모도 제가 한 일을 아빠랑 엄마한테 말하지 않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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