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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새 줄을 세우지 마라

Author: POTO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13 13:19:44

줄의 맨 앞에는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서 있었다.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잡고 있었다. 아이는 줄이 무엇인지 몰랐다. 줄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머니도 몰랐다. 아는 것은 간판을 세운 사람뿐이었다.

동쪽 장터의 간판은 지난 것보다 컸다. '공주 객사 별원. 궁녀 교육. 보증금 두 냥. 식사 제공.' 그 옆에 장부를 든 사내가 앉아 있었다. 얼굴이 넓적하고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장 거간이었다.

장터에는 생선 비린내와 숯 냄새가 섞여 있었다. 사내의 옷만 깨끗했다.

서련은 줄 옆으로 걸어 맨 앞에 섰다. 강무가 두 걸음 뒤에 섰고, 단비와 명선의 시종이 그 옆에 섰다. 시종은 명선의 진짜 도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

맨 앞의 아이가 서련을 올려다보았다.

“궁녀 마님이에요?”

“아니. 옷 짓는 사람이다.”

“그럼 왜 왔어요?”

“읽으러.”

서련은 장가에게 돌아섰다.

“계약서를 보여 주십시오.”

장가가 서련을 위아래로 보았다. 알아보는 눈이었다.

“서련 님이시군요. 소문대로 부지런하십니다.”

“계약서요.”

“보증금 내시는 분께만 드립니다. 그것도 글을 아셔야지요. 여기 어머님들은 글을 모르셔서 제가 대신 설명해 드렸습니다.”

“무엇이라 설명하셨습니까.”

“교육, 식사, 한 해 뒤 정식 선발. 그게 답니다.”

서련은 손을 내밀었다. 장가는 종이를 주지 않았다. 강무가 한 걸음 나왔다. 장가가 종이를 주었다.

서련은 읽었다. 앞장은 장가의 말과 같았다. 뒷장 끝에, 글씨가 작아지는 자리가 있었다.

“글을 못 읽으신다고요? 그럼 제가 읽어 드리지요. 큰 소리로.”

서련은 시장 한복판에서 종이를 들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다만 또박또박 끊어 읽었다. 시장이 조용해지는 데는 한 줄이면 충분했다.

“'교육 중 퇴소하는 경우 교육비 스무 냥을 낸다. 내지 못하면 교육 기간을 연장한다.'”

줄이 흔들렸다. 맨 앞의 아이 어머니가 아이의 손을 도로 잡았다.

“스무 냥이요?”

“두 냥을 내고 들어가면 나올 때 스무 냥입니다. 못 내면 못 나옵니다. 그것을 교육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 말 못 들었는데.”

“들으셨으면 줄을 안 서셨겠지요.”

“그럼 먼저 들어간 애들은요?”

“찾으러 다니는 중입니다. 아홉입니다. 이름을 다 압니다.”

어머니들이 손을 뗐다. 하나가 떼자 둘이 뗐고 줄이 풀렸다. 장가가 일어섰다. 웃음이 없어진 얼굴이었다.

“그건 형식입니다. 실제로 받은 적은—”

“그럼 지우시지요. 여기서, 지금.”

“…그 종이 이리 주십시오.”

장가가 손을 뻗었다. 서련의 손이 아니라 탁자 위의 장부였다. 서련이 먼저 장부를 집었다. 장가가 달려들었다. 강무의 손이 그 팔을 잡았다. 소리는 없었다. 장가가 무릎을 꿇었고 팔은 등 뒤로 돌아가 있었다.

맨 앞의 아이가 어머니 치마 뒤로 숨었다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단비가 아이 쪽으로 몸을 돌려 서서 그 광경을 가렸다.

“놔라! 내가 누구 사람인 줄 알고—”

“누구 사람이십니까.”

강무가 물었다. 장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를 물고 서련을 올려다보았다.

“서련 님. 위에 계신 분들이 이 일을 아시면 어찌 되는지 아십니까.”

“위에 계신 분이 아이 아홉을 어디로 보냈는지 아시면 그분도 어찌 되겠지요.”

명선의 시종이 종이를 펼쳐 읽었다. 공주 객사의 이름을 쓴 모든 모집을 정지한다. 보증금은 오늘 안에 돌려준다. 돌려주지 않으면 공주가 관아에 넘긴다. 시종의 목소리는 어제보다 컸다. 무릎 꿇었던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서련은 장부를 넘겼다. 보증금 낸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앞쪽 몇 장에 다른 것이 있었다. 아홉 이름, 그 옆에 간 곳.

염색터, 넷. 뽕밭, 셋. 옷감 창고, 둘.

“단비야.”

“보고 있어요.”

“베껴 둬. 두 벌.”

장가가 강무의 손 아래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 장부는 내 것이오.”

“이름들은 아닙니다.”

돌아오는 길에 단비가 물었다.

“큰 소리로 읽으실 때 손이 안 떨리셨어요?”

“떨렸어.”

“안 그래 보였는데요.”

“종이를 두 손으로 잡았거든.”

단비가 그 말을 곱씹더니 제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다음에 떨릴 때 쓸 생각인 모양이었다.

시종이 뒤에서 걸어오다가 서련 옆에 붙었다.

“오늘 제 목소리가 컸습니까.”

“컸습니다.”

“마마께서 크게 읽으라 하셨습니다. 작게 읽으면 시킨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요.”

시종이 처음으로 웃었다.

저녁에 이현이 백연전 마루에서 그 장을 읽었다. 그는 오래 읽지 않았다. 세 곳의 이름을 보는 데는 한 번이면 되었다.

“세 곳 다 윤태선 계열이오.”

“강나루 염색터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뽕밭은 그의 처가 땅이고, 옷감 창고는 그가 궁에 대는 물건이 쌓이는 데요. 아이들을 그리로 보냈다는 건 우연이 아니오.”

“궁 밖입니다.”

“그렇소. 궁 밖이니 공주의 위임도 통하지 않소. 관아가 움직여야 하는데, 관아가 윤태선의 땅에서 세를 받소.”

“그럼 아무도 못 갑니까.”

“군사는 갈 수 있소. 그러면 아이들은 구조가 아니라 압수가 되오. 윤태선이 그걸 바랄 거요.”

“전하께서 군사를 데리고 가시면 저는 전하의 짐이 됩니다.”

“짐이 아니라 이유가 되오.”

“이유는 아이들이어야지요.”

이현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동의였다.

서련은 장부를 덮었다. 단비가 베낀 두 벌 중 하나를 접어 소매에 넣었다.

“그럼 사람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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