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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Penulis: 일설연우
“콱!”

완부옥의 바늘이 서왕의 몸을 찌르는 순간, 그의 몸속에 있던 정충이 폭발하였다. 곧바로 서왕의 몸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서왕은 순간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마치 몇 달 동안 짓눌려 있던 무거운 짐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정충이… 드디어 사라졌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독이 이렇게 쉽게…

그러나 바로 그때, 눈앞에서 완부옥이 마른 낙엽처럼 휘청이더니 앞으로 쓰러졌다.

서왕은 즉시 그녀를 부축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냐?”

방금 전까지 멀쩡하지 않았던가?

그녀를 내려다보니 얼굴이 창백했고, 입술 사이로 아픈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제야 서왕은 깨달았다. 부작용이었다.

정충을 심으려면 반드시 자신의 몸에도 ‘모충’을 함께 심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그의 몸속에 있던 ‘자충’이 사라졌으니, 그녀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서왕은 정충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녀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목숨에 지장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는 주저 없이 명을 내렸다.

“유화! 어의를 불러...”

“그럴 필요 없어요.”

서왕이 의사를 부르려 하자, 완부옥이 힘겹게 그를 저지했다.

여전히 그의 품에 기대어,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고통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그냥… 저를 눕혀 주세요. 잠깐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서왕은 마지못해 그녀의 뜻을 따랐다.

완부옥은 자리에 눕자,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녀는 서왕을 올려다보더니,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옷 안 입으셨어요? 저를 유혹하려고 그러시는 건 아니죠?”

“…!”

순간, 그의 몸이 굳었다.

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빠르게 장막 밖으로 나가, 옆에 걸려 있던 옷을 주워들었다. 한 겹 한 겹 옷을 입는 손길이 빠르면서도 능숙했지만, 귓불이 살짝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그가 옷을 정리하는 동안, 완부옥은 아픈 감각을 잊으려는 듯 흐릿한 눈빛으로 과거를 떠올렸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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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부옥은 지금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자만했던 탓에 전부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서왕은 그저 이름만 걸친 지아비일 뿐, 생사 여부는 그녀와 무관한 일이었다.허나 그를 구하겠답시고 나섰다가 결국 본인까지 덩달아 갇혀버린 셈이었다.“정말이지, 손해도 이런 손해가 또 있을까.”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지금 가장 급한 일은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완부옥은 숨을 죽이고 목소리를 낮추어 서왕에게 말했다.“제가 폐하보다 먼저 깨어났습니다.”“이놈의 곳은 온통 함정투성이인데다, 한밤중이면 어딘가에서 귀신 울음소리 같은 것까지 들려옵니다.”“도망치려면 단번에 노려야 합니다.”“그러니 우선 생각해보세요. 대체 어떤 자가 폐하를 납치했겠습니까? 목적을 알아야 그것을 역이용할 수 있습니다.”서왕은 긴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딱히 떠오르는 자가 없다.”그는 평소 온화하고 무던한 성격이었기에 원한을 살 일이 별로 없었다.완부옥은 그런 그를 보며 속이 터졌다.“정말 생각 안 나십니까?”“어찌 되었건 노린 건 폐하였고, 전 구하러 따라왔다가 덤으로 잡힌 겁니다!”서왕은 머리를 부여잡았다.“미안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안 되는구나…”완부옥은 이를 갈았다.“그럼 지금 움직일 수는 있습니까? 무기는 있습니까?”서왕은 한숨을 내쉬었다.“전신에 기운이 없구나”“게다가 발엔 쇠사슬까지 채워져 있지. 무기라니, 입궐할 때 무기를 지니는 건 금지 아닌가.”완부옥은 말문이 막혀 한동안 침묵했다.서왕이 조심스레 물었다.“그쪽은 어떠한가. 몸을 움직일 수는 있겠느냐?”“내가 움직일 수 있었으면 진작 나갔다!”완부옥은 못마땅하다는 듯 쏘아붙였다.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혹시 약쟁이 무리의 짓이 아닐까요?”최근 조정에서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사건이었고, 서왕이 맡았던 설가 조사도 결국 그 사건과 맞닿아 있었다.서왕은 반박하지 않고 침묵에 잠겼다.그때였다.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바깥에서조차 한 줄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25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서왕이 누군가에게 노려질 줄은 말이다.소욱은 곧바로 도성의 모든 성문을 봉쇄하도록 지시하고, 서왕의 행방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을 명했다.아울러 도성 안에 방을 붙여 백성들에게 제보를 구하게 하였다.서왕부의 호위들 또한 사태 발생 직후 각지로 흩어져 수색과 감시를 병행했다.이튿날, 성 외곽에서 한 무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유화를 발견했다.유화는 서왕의 호위무사로, 전날 서왕이 꾀임에 빠져 마차에 올라탔을 때도 곁에 있었다.그가 정신을 차리자 곧 일행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마차가 중간쯤 갔을 때, 방향이 이상하단 걸 눈치채셨습니다. 제가 마차를 세우려 하자, 마부놈이 제게 발길질을 해 마차 밖으로 떨어졌지요.”“그때 왕비께서 뒤따라 오셨습니다. 마마께서는 놀랄 만큼 민첩하게 마차 위로 뛰어올랐고… 그다음은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마차가 서쪽으로 향한 것은 분명히 기억납니다.”이윽고 유화는 다급히 물었다.“전하께서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은 폐하께서 알고 계십니까? 구하러 가신 분은 있습니까?”……황궁, 어전.소욱의 얼굴은 짙게 드리워진 먹구름처럼 어두웠다.서왕을 납치한 자가 누구인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았다.약쟁이 무리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컸지만, 그들의 본거리는 이미 파괴되었고 대부분이 체포된 상황이었다.남은 잔당들이 있다 해도, 서왕 같은 인물을 일부러 노리고 데려갈 이유는 부족해 보였다.만약 도망이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짐이 되는 인물을 굳이 데려갈 리가 없었다.무언가, 납득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그날 밤, 자유각.소욱은 발걸음을 옮겨 봉구안이 있는 자유각을 찾았다.하루가 멀다 하고 가까운 인물들이 위험에 처하는 이 시국에, 그의 마음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었다.“구안아, 오늘 밤은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자.”“이렇게 궁 밖에 두는 건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하지만 봉구안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듯 눈빛이 깊어졌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24화

    궁 밖, 자유각.소욱은 드물게 여유를 낼 수 있는 날이었다.곧장 자유각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는 오늘만큼은 봉구안과 함께 저녁상을 나누고자 했다.헌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여러 권의 책을 펼쳐놓고 있었다.고개도 들지 않고 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소욱이 조용히 다가서자, 그제야 봉구안이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폐하,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소욱은 그녀의 말에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오는 게 싫은 것이냐?”그 말과 함께 그는 주저 없이 그녀를 안아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직접 의자에 앉은 그는 그녀의 허리를 품에 안고, 손으로 봉구안의 배를 부드럽게 쓸며 아이에게 말하는 척 투정을 부렸다.“들었느냐, 너희 어미는 참 정이 없는 여자다.”“부디 보러 온 아비를 반가워해 줘야 할 텐데 말이다.”봉구안은 그 손을 떼어내며 어이없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싫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폐하께서 상주서를 다 보시지 못하실까 염려되어서입니다.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으시잖습니까.”그녀의 속뜻을 알게 된 소욱은 그녀의 손을 잡고, 가만히 입술을 가져가 살며시 입을 맞췄다.그의 눈빛에는 은근한 정과 깊은 감정이 서려 있었다.“내 걱정은 할 줄도 아는구나.”그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책상 위 책들을 훑었다.“이번엔 또 뭘 보고 있느냐.”“궁에서 은육에게 부탁하여 가져오게 하였습니다.”“혹시라도 모용가 선조들에 대해 알아두면 약쟁이 사건에 도움이 될까 해서요.”소욱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몸을 살짝 기댔다.“그럴 필요 없다. 그냥 내게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봉구안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폐하께서… 알고 계십니까?”소욱은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모용가라면 나도 잘 아는 편이지.”그리고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모용가의 시조는 남산왕과 서왕의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태조 황제를 도와 천하를 통일한 공신이었다.”“하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23화

    황성 동쪽 교외.약쟁이 무리의 본거지가 발각되어 관군의 손에 의해 철저히 봉쇄되었다.그곳에 몸 담고 있던 무리 또한 하나하나 사로잡혀 옥에 갇혔다.이어진 엄한 문초 끝에, 그들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약쟁이 무리는 수년간 약쟁이를 만들어 여기저기 팔아넘겨왔다고 했다.그 대상에는 반란을 꾀하던 천룡회는 물론, 동산국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문초하던 관리가 다시 물었다.“이 일에 설가가 어떤 연관이 있느냐. 설 대인을 죽인 것도 너희냐.”“예… 저희가 했습니다. 현비마마께서 두 번째로 잡혀가신 이후, 주인어른께서 직접 명을 내리셨습니다. 설가를 제거하라 하셨지요.”“그날 설 대인께서 댁을 나서자마자 손을 썼습니다.”“그가 너희를 고발하려 했던 것이냐.”문초자는 낮게 목소리를 눌렀다.“그렇습니다. 하지만… 설 대인께서 무언가를 알아내신다 하여도 주인어른께서 직접 엮일 일은 없었습니다.”“그분이 아신 건 기껏해야 홍련초와 관련된 일 정도였습니다.”“딸을 살리기 위해서였지요. 그래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으셨습니다.”“설 대인이 알던 건 무엇이더냐.” 관리의 어조가 더욱 날카로워졌다.잡힌 자는 낮게 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그해, 영비마마께서 현비마마를 제거하고자 하셨습니다.”“허나 궁 안의 약물은 태의원이 일일이 기록하여, 함부로 쓸 수 없었습니다.”“영비마마께선 귀가하시는 날을 틈타 독약을 구하려 하셨고, 어디서 들으셨는지 저희 주인어른께서 독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손을 내미셨습니다.”“주인어른께선 처음엔 약을 지어드렸지만, 영비마마께서 제멋대로 약창고에 들었다가 엉뚱한 약을 들고 나왔습니다.”“그 탓에 약쟁이의 독이 세상에 드러날까 주인어른께선 설 대인을 찾아가 경고하셨습니다.”“‘딸을 살리고 싶다면 입을 다물라’는 뜻이었지요. 대신 해독약을 주셨고, 홍련초를 심게 하여 해독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동시에 저희도 독을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지요.”“설 대인께서는 저희를 몰래 추적하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22화

    족보에 오르지 못한 인물들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바로 모용가 대노인의 일곱째 아들 모용욱이었다.혈통으로 따지면 그는 모용란의 일곱째 작은 아버지에 해당하였다.모용욱이라는 자는 세상과 인연을 끊은 채 숨어 지내며 살아왔고, 모용가의 잔칫날이건 매해 열리는 조상 제사건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오랜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조차 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그러나 요근래 들어 그의 손길을 여러 차례 받았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때때로 보내온 은자가 있었고, 그것이 모두 모용욱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었다.그 말을 들은 모용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갸우뚱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분이 있었던가…”“아, 그러고 보니 칠숙이라는 분이 계시긴 했지.”“장사하신다던데?”“화상을 입은 적 있다던 그 칠숙 말씀인가?”기억은 제각각 흐릿했고 누구 하나 확신을 갖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맏며느리 안씨는 솔직히 털어놓았다.“서방님이 세상을 떠난 뒤 칠숙께서 여러 차례 도움을 주신 것은 사실입니다.”“헌데 그분은 늘 하인을 시켜 은자를 보내셨고 제가 뵌 것도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관리가 물었다.“그 자의 생김새는 어떠하였소? 거처는 어디요?”“걸음이 불편하여 다리를 절었고, 얼굴은 다른 형제들과 닮은 편이었습니다.”“사는 곳은 저도 모릅니다. 혹시… 칠숙을 의심하시는 겁니까?”안씨의 눈이 크게 휘어졌다.그녀가 보기에 모용욱은 말수가 적고 마음씨 고운 사람이었다.그런 이가 악행을 저질렀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무엇보다 조상 사당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는 이가, 후원에 그리도 무시무시한 독초를 심을 수 있었단 말인가.하지만 관리는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스스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여 남을 시켜 심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소.”안씨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자유각.봉구안은 탈을 벗어내며 얼굴을 드러냈다. 흩어진 머리칼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그녀의 뒤로 다가온 소욱이 조심스레 팔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21화

    태황태후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이, 관군이 이미 모용가의 조상 사당에 들이닥쳤다.뜰 안에 있던 모용가 사람들은 모두 제압당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불안과 당혹이 얽힌 시선들만 이리저리 오갈 뿐이었다.“무슨 일이냐? 어찌 관군이 우리 조상 사당에 들이닥친 것이냐!”그 시각, 염 신의와 약쟁이 사건을 맡은 태의들이 후원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직접 눈으로 독초를 조사하려는 것이었다.한참을 들여다본 끝에, 태의들은 서로 눈빛을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에 자란 독초와 홍련초를 함께 쓰면, 약쟁이를 만드는 독을 충분히 제조할 수 있습니다.”현장에서 증거가 확보된 것이었다.모용가 사람들은 무더기로 체포되었고, 특히 사당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는 지위 높은 남자들은 따로 분리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그제야 태황태후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자신을 굳이 사당까지 오라 부른 이유는 바로 이곳을 수색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넌 정말이지… 나를 조금도 생각지 않는구나…”태황태후는 관군들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멈추거라! 모두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느냐!”“차라리 나도 같이 잡아가거라!”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원 몇 명이 앞으로 나섰다.“태황태후마마, 저희는 폐하의 명을 받아 마마를 체포하러 왔습니다. 약쟁이 사건 조사에 협조해주시지요.”태황태후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정말로 자신까지 잡아가려 한다니!그녀는 약쟁이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였다.……도성 외곽.한 시종이 다급히 방으로 뛰어들었다.“주인님, 모용가 조상 사당이 관군에게 들이닥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잡혀갔다고 합니다!”짧은 침묵이 흐른 뒤, 책상 앞에서 붓을 들고 글을 쓰고 있던 사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진정하게.”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모습이었다.이미 일이 이 지경이 되었음에도, 그는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았다.감옥.모용가 사람들은 각각 따로 수감되어 심문을 받고 있었다.그러나 대다수는 뒷뜰에 독초가 심겨 있었다는 사실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20화

    다음 날 아침.그날 밤 소욱은 오랜만에 깊고 편안한 잠을 잤다.아침이 밝자 그는 품 안에 안겨 잠든 여인을 바라보며 마음마저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그럼 난 궁에 다녀오마.”그는 봉구안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응…”봉구안은 반쯤 잠든 채 고개를 끄덕였다.방을 나서려던 순간, 오백이 뜰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폐하, 문안 드립니다.”오백은 숨을 몰아쉬며 급히 인사했다.소욱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어디 있었느냐.”어젯밤 그는 오백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황후를 지켜야 할 자가 자리를 비운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오백은 숨을 가다듬고 솔직히 말했다.“마마의 명을 받고 모용가 사람을 추적했습니다. 이번엔 확실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폐하, 모용가는 의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수상한 자를 붙잡은 뒤 봉구안의 명에 따라 즉시 심문하지 않고 잠시 지켜봤다. 예상대로 모용가 쪽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오백은 그 틈을 타 시골 장원에 갇혀 있던 모용선을 찾아냈다.그리고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폐하, 모용선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뭔가 비밀을 알아낸 탓에 가족에게 감금되었다고 합니다.”“무슨 비밀이지?”소욱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오백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모용선이 말하길, 조상 사당 뒤편에서 수많은 독초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신하의 판단으로는 그 독초들이 모두 약쟁이 독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일 가능성이 큽니다.”그때 문이 열렸다.봉구안이 단정한 옷차림으로 나왔다. 아직 머리는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조사하러 가야겠다. 바로 조사하러...”오백은 급히 입을 열었다.“모용선에 따르면 모용가 조사는 매우 삼엄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합니다. 무작정 들어갔다간 경계심을 자극해 모든 흔적을 없애버릴 수도 있습니다.”그들은 이미 약쟁이단의 수법을 여러 번 겪었다. 그들은 증거를 지우는 데 거침이 없었다. 약쟁이의 은신처도 불태워 없앴던 자들이었다. 하물며 독초쯤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9화

    “폐하, 피곤하시다면 조금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여인의 부드러운 음성이 어전 안에 은근한 따뜻함을 더했다.소욱은 지친 몸을 이끌고 억지로 눈을 떴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눈앞에 선 이는 궁녀 차림이었고, 얼굴은 어딘가 봉구안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천자의 자리에 앉은 그에게 세상의 온갖 요사와 속임수는 낯설지 않았다. 후궁 안에서 총애를 얻기 위해 벌어지는 숱한 계략은 굳이 보지 않아도 다 꿰뚫을 수 있었다.그는 즉시 상황을 간파했고 눈꺼풀에 내려앉던 졸음은 단숨에 사라졌다. 곧바로 냉엄한 목소리를 높였다.“거기 밖에 아무도 없느냐. 유사양, 당장 안으로 들어오거라.”기둥 옆에서 졸고 있던 어린 내관이 놀라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기어와 머리를 조아렸다.“폐하, 의부께서 병환으로 자리를 비우셨기에 오늘은 소자가 대신 모시기로 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폐하, 용서해주시옵소서…”이 시각에 졸다니 목숨이 위태로울 만한 중죄였다.그때, 그 궁녀도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폐하,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그러나 소욱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이 자를 당장 끌어내라. 어디서 굴러들어온 자인지 철저히 조사하여야 할 것이다.”궁녀는 억울한 듯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폐하…”“어서 끌어내라.”소욱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짜증이 잔뜩 서린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궁녀는 곧 끌려나갔다. 아직 본격적인 취조도 시작되기 전 그녀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황후와 자신이 조금 닮았다는 점에 기대어 황후가 없는 틈을 타 황제에게 접근하고자 했다는 것이었다. 듣자하니 그녀는 이 기회를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하지만 하늘을 향해 날기도 전에 그녀는 깊은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았다.자녕궁소식을 전해 들은 태후의 안색은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황상은 뭐라 하더냐.”곁에 있던 계 상궁이 재빨리 대답했다.“태후 마마, 폐하께선 그런 여인은 도무지 두어선 안 된다 하시며 태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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