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에서는 모든 이가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폐하! 제 딸이 대체 어찌되었단 말입니까!”봉 대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목소리가 갈라졌다.그는 방금 막 자신의 딸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소욱의 눈빛은 어둡고 깊어, 마치 짙은 안개가 드리워진 듯했다.“생사가 불확실하다.”봉 대인의 마음속은 격랑이 일며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곁에 무릎 꿇고 있던 동료 관리를 붙잡아 거칠게 뺨을 후려쳤다.그러면서 외쳤다.“방금 너는 뭐라 하였소?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다 들었소! 자네를 죽여버릴 것이오! 왜 내 딸을 구하지 않는 것이오! 어? 왜!”“그 아이는 열여섯 살에 전장에 나갔던 아이오! 겨우 열여섯 살에 말이오! 자네 딸은 열여섯에 뭘 하고 있었소!”“이 입을 찢어버릴 것이오!”그렇게 맞은 문관은 그저 맹하니 있을 뿐이었다.‘미친 게 틀림없군!’다른 노신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그 ‘미친 사람’에게서 최대한 떨어지고자 했다.봉 대인은 너무 오래 참아왔다.그는 비밀을 지켜야 했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속이 너무나 답답했다.‘그 아이는 나의 친딸이란 말이다!’조상들이 정한 터무니없는 규칙이 아니었다면, 어찌 그녀를 버릴 수 있었겠는가!그녀가 전장에서 공을 세울 때마다 그는 얼마나 자랑스러웠던가! 하지만 그는 기뻐할 수도, 사람들에게 떳떳이 말할 수도 없었다.저 용맹한 사람이 자신의 딸이라 외칠 수도 없었다.이 비겁한 자들은 그녀가 전장에서 싸우고 있을 때, 그녀를 향해 오히려 반역을 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그는 그때부터 이들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이제 황제가 이 비밀을 공개했으니,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 아이는 제 딸아이입니다! 미래의 황후가 될 자란 말입니다! 왜 구하지 말라는 것입니까! 대체 왜!”봉 대인은 미친 듯이 소리치며, 손에 잡힌 관리를 놓자 또 다른 사람을 때리러 달려들었다.그가 때린 사람들은
외딴 초가집 밖에서, 흰머리의 노인이 약로 아래 불을 지키고 있었다. 어린 약동이 집 안에서 뛰어나오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스승님! 스승님! 그 분이 방금 움직이셨습니다! 이분…깨어나신 게 아닐까요?”노인은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허리를 굽힌 채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살펴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몸이 얼어붙어 버렸으니, 깨어나긴 어렵겠구나.”어린 약동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그럼 어쩌죠, 스승님! 제가 지금 약초를 캐올게요. 아주 많이, 많이 캐오면 되겠죠?”……천지 설산.맹 부인이 설산에 도착했지만, 호위병들이 그녀를 산 아래에서 막아섰다. 결국 오백이 와서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부인, 저희가 아무리 찾아봐도 소장군을 찾지 못했습니다.” 오백은 말라 비틀어진 모습이었다.“이게 소장군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겠죠?”그는 맹 부인을 바라보며, 희망을 담은 답변을 기다렸다. 맹 부인은 하늘로 솟아오른 설산을 올려다보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구안에게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아이가 아니야.”그 아이의 의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그녀는 살아남고자 한다면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그 믿음을 품은 채, 맹 부인은 굳건히 앞으로 나아갔다.……황성.옥양산, 선방.태황태후는 잠든 어린아이를 보며 기쁨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그토록 바라던 중손이 드디어 생겼구나.그녀는 이 아이를 반드시 황상에 앉히겠다고 다짐하였다.어제 모용란이 갑자기 아이를 안고 찾아왔을 때 그녀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태황태후의 눈엔 한없이 자애로움이 흘렀고, 옆에 있는 모용란을 돌아보며 물었다.“이 아이의 이름은 지었느냐?”모용란은 얼굴에 근심을 띤 채 대답했다.“아직 없습니다.”“서두를 필요는 없다. 황제와 아이가 서로를 인정하게 된 후에 황제가 이름을 짓게 하거라. 아이고, 황손… 정말 잘생겼구나. 그동안 네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태황태후는 마음이 벅차오르는 듯했다
정오.왕가의 조묘.태황태후는 노신들과 황실 자손들을 데리고 약속대로 자리를 잡았다.수많은 왕자들은 한 달 전, 황제가 천지설산에서 사람을 찾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틈을 타, 황성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황성 근처에 몰래 모여 있었다.그들은 이미 태황태후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에는 아첨하는 말들이 가득했다.오늘 태황태후가 그들을 조묘로 불러 모으면서 각자 친위병을 데려오라 했을 때, 그들은 오늘 일이 단순치 않음을 직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의 가마가 조묘에 도착했다.소욱은 밝은 황색 용포를 입고, 옥관으로 머리를 묶었다.귀 옆에는 몇 가닥 은색 머리가 가려지지 않은 채 드러나 있었는데, 이는 고독함과 세상사의 무거움을 짊어진 자의 모습이었다.그의 눈에는 어떤 색채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 시선이 사람에게든 물건에게든 머무는 곳에는 죽음의 기운이 감돌았다.태황태후는 소욱을 오랜만에 보았다.그는 머리가 하얗게 샌 채였다.그 모습에 그녀의 가슴이 쓰라렸다.단지 소환 하나로 인해, 황제가 이렇게 변한 것인가?그는 그 여인을 얼마나 아꼈기에 이렇게까지 된 것인가?태황태후는 생각했다.이런 모습은 선제의 원비를 향한 사랑에 비할 만했다.그녀는 그를 보며 마음이 아프면서도 화가 났다.황가에서 이런 사사로운 감정은 용납되지 않는다.지금의 그 모습은 선제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왕자들은 소욱을 향해 예를 갖췄다.“폐하를 뵙습니다.”소욱은 그들을 무시하고, 그들 뒤의 친위병들을 훑어보았다.조묘에 도착했으니, 천자라 할지라도 먼저 선조들에게 향을 올려야 했다.노신들은 뒷편에서 작은 목소리로 수근거렸다.“태황태후께서 우리를 왜 부르셨지?”“글쎄, 이 진영을 보니 아무래도 심상치 않군.”조상들의 위패 앞에서, 소욱은 정면을 바라보며 저음으로 물었다.“할마마마께서 저를 부르신 것은 소환을 해친 자를 밝히기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이곳에서 또 다른 일들을 꽤하고 계셨던 것입니까?”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왕자들
낙담한 태황태후는 모용란과 황자가 모두 잡혀간 것을 보자, 날 선 말투로 꾸짖었다.“황상! 네 친자식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냐!”“정말로 그 소환에게 미쳐버렸구나!”“오늘, 조상들 앞에서 이 아이를 태자로 책봉하고, 영비를 궁으로 들여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네가 소환을 찾으러 떠나는 걸 내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그 천지설산은 '불귀산'으로 불리는데, 네가 황제임에도 그런 위험한 곳에 가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제후들은 하나둘씩 태황태후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폐하, 신도 태황태후의 의견에 찬성합니다!”“폐하, 태황태후께서 하신 말씀이 옳습니다. 친혈육마저 외면하실 수는 없습니다!”“폐하, 이는 정말 잘못하신 것입니다!”태황태후는 노련한 눈으로 신하들을 둘러보며 단호히 말했다.“그대들 생각은 어떠한가!”신하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한 목소리로 외쳤다.“폐하, 부디 태자를 조속히 책봉하십시오!”황제가 이 날들 동안 보여준 행동들은 신하들로 하여금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늘 조심스럽게 만들었다.이제 황제가 불귀산으로 떠나겠다고 나서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제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따라서, 조속히 후사를 정해 국본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황제가 후계로 내세울 다른 자식이 없다면, 앞에 있는 이 아이가 유일한 태자 후보임이 틀림없었다.“폐하, 부디 태자를 조속히 책봉하십시오!” 신하들은 다시금 목소리를 모아 청했다.소욱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검은 안개라도 낀 듯 어두워졌다.그는 차갑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모용란을 바라보았다.“모용란, 내가 널 건드린 적이 있었느냐?”모용란은 단호한 눈빛으로 맞서며 말했다.“폐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설마...”그녀는 갑자기 커다란 눈을 뜨며 뒤늦게야 깨달은 듯 억울하고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설마 제 아이가 폐하의 자식이 아니라고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폐하! 어찌 제 정조를 의심하시는 것입니까!”이때, 진한길이 나서며 말했다
조묘 밖은 모두 태황태후의 친병들로 가득 차 있었다.이 병사들은 선제께서 그녀에게 남겨준 군사였다.태황태후는 차마 이렇게 쓰게 될 줄 몰랐지만, 오늘만큼은 황제를 압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황제가 무정하고 무리한 짓을 먼저 시작했으니, 그녀는 깊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태황태후의 늙고 주름진 얼굴에는 결연한 기색이 드리워졌다.“황상, 오늘 네가 태자를 세우지 않으면, 할미는 절대로 네가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이어 왕자들에게 말했다.“너희들도 모두 나와 뜻을 같이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남제를 지키기 위함이다!”모든 신하와 왕자들도 황제가 지나치다고 생각했기에, 이번만큼은 태황태후의 편을 들었다.“저희도 동의합니다. 태황태후께서 옳으십니다! 황제 폐하, 태자를 세우십시오!”이때 무용하게 보였던 모용란이 아이의 손을 잡고 용감히 앞으로 나왔다.그녀는 두려움 없이 황제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폐하, 태황태후께서 이렇게 하시는 건 모두 폐하를 위한 일입니다.”“폐하께서 불귀산에 가시겠다는 고집을 부리시면, 그 어른께서 어찌 마음 편히 계실 수 있겠습니까?”“우리 아이를 태자로 세우기만 하신다면, 폐하께서 더 이상 근심하실 일도 없을 것입니다.”“폐하…”그녀는 황제 가까이 다가선 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폐하, 폐하의 생모께서 왜 돌아가셨는지 기억하시지요?”“만약 태자를 세우지 않으신다면…”“제가 그 진실을 온 천하에 폭로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소욱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대로 그녀에게 손바닥을 내리쳤다.이 한 방은 사정없이 내리쳐져 모용란이 몇 걸음 뒤로 밀려났고, 속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워 보였다.“어머니!” 아이는 그녀를 향해 달려가며 두려움에 떨었다.아이의 눈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서려 있었고, 소욱을 향해 증오 어린 눈길로 노려보았다.이때 마 대인이 나서서 모용란을 지켰다. 그는 음흉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황제 폐하, 소인은 폐하께서 빨리 결단을 내리시길
이 말이 떨어지자, 원래도 갈피를 잡지 못하던 사람들은 이젠 완전히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하지만 소욱만은 침착하고 태연했다.황제로서, 태산이 무너져도 얼굴을 바꾸지 않을 정도의 평정심을 가져야 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아에게 독을 쓴 이유가 다 있었군…”“첫째는 소환을 제거하기 위해서, 둘째는 주국공을 선성에서 떠나게 만들어 선성을 무주 상태로 만들려 한 것이군. 천룡회, 너희는 정말로 일석이조로 움직였구나.”마 대인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폐하께서는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이 빠릅니다.”“하지만 아쉽게도… 이제야 눈치 채신 게, 너무 늦었군요!”그는 냉정한 표정으로 바뀌며 말했다.“북연 대군이 남제를 공격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폐하께 달려 있습니다.”“지금 즉시 태자를 책봉하고, 퇴위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신호를 보낼 것입니다. 북연군은 신호를 보면 즉시 철수할 것입니다.”“하지만 만약 그러지 않으신다면… 남제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지금 선성이 무주 상태가 되면서, 남제는 이미 둘로 나뉘었습니다. 북부와 서부의 대군이 지원을 올 수 없으니, 북연군은 중부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황성을 직격할 수도 있죠! 폐하,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태황태후는 분노하여 외쳤다.“무엄하다! 북연이 너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주었기에, 너는 감히 네 나라를 이렇게 배신하느냐!”태자 책봉과 퇴위는 분명히 다르다.그들이 이런 계획까지 품고 있을 줄이야!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모용란을 노려보았다.“란아! 너도 이들과 한패란 말이냐!”모용란은 고통스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답했다.“고모님, 원망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하는 것도 모두… 아이를 위해서입니다.”마 대인은 무릎을 굽혀 아이의 얼굴을 만지며 웃음을 터뜨렸다.“태자 전하, 미래의 남제의 군주께 인사드립니다.”아이는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마 대인을 바라보았다.마 대인은 다시 일어나 소욱을 바라보며
왕가의 조묘는 장엄하고 위엄 있는 장소였지만, 현재는 반역자들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다.“놓으시오... 제발! 날 만지지 마시오!”한 후궁이 땅바닥에 눕혀진 채 발버둥치며 울부짖고 있었다.그녀가 필사적으로 저항할수록 반역자들의 태도는 더욱 오만해졌다.갇혀 있던 우리 안에서 장공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그 여인을 건드리지 마라! 어서 나를 풀어주거라! 나는 장공주다!”장공주는 생각했다. 만약 맹 소장군이 여기에 있다면, 그도 반드시 자신을 희생해서 이들을 구했을 것이다.궁녀로서 살아가는 이들은 황제에게서 외면받으며 이미 충분히 불쌍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이제 이런 수모까지 당해야 하다니, 참으로 가증스러웠다.태후는 딸의 외침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급히 장공주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딸을 꼭 끌어안았다.한편으로는 옆에 있는 녕비도 품에 안으며, 마치 암탉이 병아리를 품듯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마 대인은 음침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공주를 끌어내라!”장공주는 황제의 친누이였다.태후의 마음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안 돼!누구도 그녀의 딸을 건드릴 수 없다!태후는 죽을 각오를 다지려던 찰나,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그들을 전부 죽인다 해도, 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소욱의 반응은 극도로 냉정했다.그의 시선은 멀리, 먼 곳을 향해 있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너희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내가 황위를 포기하기를 바란다면, 소환을 돌려줘야 할 것이다.”녕비는 놀란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들었느냐! 폐하께서 얼마나 무정한지!”“우리가 왜 폐하를 위해 고통받아야 하느냐! 너희들은 참으로 어리석구나!”그녀의 외침이 있은 후, 조금 전까지 땅바닥에 억눌려 옷이 거의 벗겨질 뻔했던 후궁이 기운을 쥐어짜며 악을 질렀다.“맞아! 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냐!”“그들은 궁에 들어온 지 여러 해가 지났건만, 단 한 번도 황제의 총애를 받은 적이 없었다!”“폐하께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 대인이 날쌘 동작으로 발을 뻗어 그 진천뢰를 걷어차 버렸다. 덕분에 내시들이 진천뢰에 불을 붙이지 못했다.그는 입을 벌린 채 소리쳤다.“다들 조묘 안으로 들어가십시오!”“죽고싶다고해서 마음대로 죽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그렇게 쉽게 죽일 줄 아셨습니까?”그야말로 모두 미쳐버렸다!황제를 포함한 모두가 조묘 내에 있는 방에 갇혔다.태황태후와 후궁들은 한 방에 갇혔고, 태황태후의 얼굴은 어두운 빛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나는 정말 몰랐다. 영비가 반역자들과 손을 잡을 줄이야…”그녀는 끊임없이 후회와 자책으로 중얼댔지만, 이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말은 녕비의 화를 돋구었다.녕비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태황태후를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태황태후마마! 그만 좀 하십시오!”“뭘 그렇게 무고한 척하십니까! 마마께서 나쁜 놈들을 도와주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되었겠어요? 병드신 지도 오래됐는데 왜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계신 것입니까!”태황태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평소 자신에게 공손하던 후궁이 이렇게까지 소리를 지르다니.“너, 감히… 무례하다!”태후는 녕비를 품에 안으며 그녀를 감싸안았다.“태황태후마마, 녕비도 너무 놀라셨기에 실언을 한 것뿐입니다.”“흐흑…” 방 구석에서 한 후궁이 엉엉 울면서 말했다.“나,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출궁할걸… 궁궐의 경비가 철저하다더니, 어떻게 반역자들이 우릴 이렇게 끌고 갈 수 있는 건가요!”현비가 그녀를 부드럽게 달래며 말했다.“겁먹지 마세요. 이 일도 지나갈 겁니다. 폐하께서 방법을 찾아주실 거예요.”장공주는 눈에 분노가 가득 찼다.“죽어 마땅한 모용란! 천룡회와 손을 잡고 멩 소장군을 죽이다니!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일 것이야!”태후가 막으려 했지만, 장공주는 벌떡 일어나 태황태후에게 다가가 그녀의 옷깃을 움켜쥐고 분노하며 외쳤다.“당신은 알고 있었던 거죠! 그렇죠? 맹
"공자님,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곧 다 됩니다!" 연상은 즐겁게 부산을 떨며, 자신의 이런 행동이 소탁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곧, 음식들이 다 되었다. 연상은 미역국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소탁을 바라보았다. "소 공자님, 오래도록 장수하시길 기원합니다. 모용길처럼...""아, 이런! 제 입이 이렇게 험합니다. 모용길 같은 악인과 소 공자님은 전혀 다르시죠." 소탁은 국을 먹지 않고 연상에게 물었다."너는 행복하니?" 연상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저야 당연히 행복하죠. 나쁜 사람들이 인과응보로 벌을 받지 않았습니까.""게다가 오늘 의원께서 말씀하시길, 공자님의 눈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하였어요.""전 공자님께서 곧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연상아, 너와 나는 이뤄질 수 없는 사이야."소탁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도 결국에는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연상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담담하게 웃었다. "공자님, 저도 알고 있어요. 공자님은 황실의 귀한 분이시고, 저는..." "네 신분 때문이 아니야. 연상아, 난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너에게 짐이 되고 싶진 않다."이 말을 듣자마자 연상의 눈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어렸다. "단지 절 걱정하시는 것 뿐이지, 절 싫어하시는 건 아니군요?" 소탁의 목이 갑자기 조여들었다. "나는..." 그의 일생은 큰 기복이 있었고, 혼자 살아가게 될 운명이었다. 한 번도 인연을 찾을 생각을 해본 적 없었고,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할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연상이란 아이는 그에게 있어 더 과분한 존재였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 시간 동안 그녀가 곁에 있어 그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사실이었다. "난 너에게 남녀 간의 사랑을 품고 있지 않아. 설령 내가 여자를 찾는다 해도, 그건 아내지 시녀가 아니야." 연상은 그의 말을 듣고 눈이 크게 떠졌다. 시녀? 소탁은 선의로 그녀에게 일깨워주었다
완부옥은 예로부터 여자를 좋아했다. 남자를 대할 때조차도, 가볍게 희롱하거나 농을 던질 뿐이었다.그런 그녀 앞에 서왕이 호의를 드러내자, 그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게다가… 분명 그도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던가.서왕은 그녀의 반응이 예상보다 격해 당황하며 서둘러 설명했다.“우리는 비슷한 처지가 아니더냐? 같이 사는 건… 서로에게 나쁘지 않지 않느냐.”“네가 떠나면, 난 또 다른 이와 혼인해야 할 텐데… 너처럼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여인은 없을 것이다.”“또다시 나 자신을 숨기며 살아야 할 테니… 차라리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그 말을 들은 완부옥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 말씀이셨군요.”그가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알고 긴장했건만… 그게 아니라니 다행이었다.……한편 모용길의 죄행이 세상에 밝혀지자, 남제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백성들 또한 믿기 어려워했다.“그 자가 그렇게 오래 살았다고? 분명 불로장생의 술법이 있었던 게지. 폐하께서 그걸 두려워해 제거한 거야.”“약쟁이 사건도 정말 복잡하군. 처음엔 모용욱이 범인이라더니… 이번엔 왜 모용길이 나와? 설마 이번에도 헛다리 짚은 건 아니겠지?”“뭐가 어쨌든 간에 약쟁이는 전부 모용가 짓이란 말이잖아. 그런 집안은 몰아내야지!”분노한 백성들은 결국 모용가로 몰려가 돌과 썩은 달걀을 던지며 고함쳤다.“남제에서 당장 꺼져라!”“모용가 놈들은 천벌 받아야 마땅해! 죄 없는 사람들 고통받게 했잖아!”며칠째 모용가는 백성들의 소란에 시달려, 누구 하나 문밖을 나서지 못했다.……성 외곽의 한 촌락.낡은 농가 안, 여인이 낮은 목소리로 다급히 말했다.“들었어? 약쟁이 사건 피해자한텐 조정에서 보상금을 준다더라. 장순이네도 그랬잖아. 우리도 당장 관청 가자고, 장대복! 내 말 듣고 있는 거야?”장대복은 장순의 친삼촌이었다. 어린 조카를 생각하면 늘 미안함이 앞섰다.“형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그 모자 둘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당신도 알잖아.”
소욱은 미소를 지었다.“부창부수라 하지 않느냐. 함께 손잡고 세상을 다스릴 것이다. 황부도 결국 한 여자의 지아비이지 않겠느냐.”그 말을 들은 서왕은 한껏 조이던 가슴이 결국 힘없이 내려앉았다.그는 즉시 두 손을 모아 절하며 간언했다.“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폐하께서는 일국의 군주이십니다. 어찌 여인의 그늘 아래 계시겠습니까?”“이 일이 만에 하나라도 세상에 알려진다면, 조롱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평소 성정이 온화한 서왕이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기면 은근히 고집이 세지는 성격이었다.소욱은 목소리를 날카롭게 높였다.“그래서 말이지. 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서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폐하도 이게 창피한 줄은 아시는구나…’“황후 마마께서는 폐하께서 황부가 되겠다는 걸 허락하셨습니까?”소욱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황후가 왜 반대하겠느냐? 설마 다른 사내를 맞이해야한단 말이냐?”서왕은 잠시 헷갈려 그 말에 말려들 뻔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황후마마께서도 이 일이 폐하께 불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신지 여쭈려는 것입니다.”소욱은 눈을 좁히며 말했다.“내 너를 형제로 생각하니까 이런 말도 하는 것이다.”“이미 내가 결정한 일이야. 누구도 바꿀 수 없어.”“너는 그저 국정을 맡아 잘 처리하거라. 내가 황후와 함께 돌아올 때까지 말이다.”그러자 서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지만 폐하 신도 이번에는 휴가를 청하려 했습니다.”매번 국정을 떠맡는 것도 지치는 일이었다.아무리 가까운 형제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지 않겠는가.‘이 나라는 분명 소씨 가문의 일국이지 않는가.’ ‘잠깐… 순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서왕은 방금 스쳐간 생각에 스스로 놀랐다.감히 황제에게 이런 불만을 품다니. 마음으로도 짜증을 내다니, 감히 내가?’소욱은 인내심을 다잡으며 물었다.“휴가를 내겠다고? 무슨 연유냐?”서왕은 몇 초간 머뭇거리다, 정색하며 대답했다.“왕비와 함께할 시간이 필요합니다.”소욱은
서왕의 심문이 시작되자, 손추의 수하였던 자객은 결국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그… 그 일은 저희가 꾸민 일입니다.”“모용길이 왕가의 피를 원했고, 손추가 직접 그 일을 맡았습니다.”“하지만 그분은 왕이셨고, 무공도 출중하셨습니다. 손추는 선제를 이간질해 부친을 의심하게 만들었고, 결국 모반의 증거를 조작했습니다.”그 뒤의 이야기는 서왕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의 아버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조정에 충성을 다했다.군주의 명이 떨어지면, 신하는 죽는 수밖에 없었다.유배길에 올라서도 그의 아버지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그는 끝까지 선제가 자신의 결백을 밝혀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그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약쟁이단이 아버지의 목숨을 노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진실이 드러났을 때, 서왕은 마치 천근 무게의 짐을 내려놓은 듯 가슴이 후련해졌다.그러나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쓰라림으로 번져왔다.그가 정원으로 돌아오자, 멀리 나무 아래서 완부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서왕은 한 걸음에 달려가 그녀를 와락 안아 올렸다.“이번 일을 해결해줘서… 정말 고맙다!”“드디어 모두가 알게 되었어. 부친께서 얼마나 억울하게 누명을 썼는지…”“선제도 진범을 찾고자 했었지만, 결국 오늘에서야 제대로 밝혀졌어. 정말, 정말 고맙다…”서왕은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고, 완부옥은 조금은 지겨워하며 그를 말렸다.무엇보다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그녀를 직접 껴안을 줄은 몰랐다.조금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완부옥은 조용히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였다.“됐습니다. 됐어요. 그렇게 큰일도 아닌걸요.”“정말 제게 보답하고 싶다면, 폐하께 소환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여쭤봐 주세요.”서왕은 그녀를 놓고,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아직도 포기 못 한 것이냐?!”완부옥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게 아닙니다.”“그저 소환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은 것뿐입니다.”“정인이 아니더
세상일이란 참 아이러니했다. 열무신은 한 발 늦게 도착했다. 그가 천옥에 도착했을 때, 모용길은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모용길의 시신을 바라보며 열무신은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고, 낮은 포효를 내뱉었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은 일찍 죽고 재앙은 천 년을 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모용길 같은 자는 200살이 넘게 살다가 죽었는데, 맹성주 같은 이는 관례도 치르기 전에 죽임을 당했다. 이를 생각하니 열무신의 증오심이 하늘을 찔렀지만, 이 빚을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열무신은 천옥을 나서자마자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기절해버렸다.황궁. 봉구안은 임시로 자진궁에 거처하고 있었다. 그녀는 회임 중이었고, 점차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회임이 실감 났다.정말로 아이가 서서히 자라고 있었다. 소욱이 정해준 태의는 매일 그녀에게 와서 맥을 짚었다. 최근 그녀의 태상은 안정되어, 더 이상 안태약을 마실 필요가 없고 그저 조용히 쉬기만 하면 되었다.아이의 일에 대해서, 봉구안은 걱정하지 않았다. 약쟁이 사건도 이미 해결되어, 그녀의 큰 근심을 덜어주었다. 현재 유일하게 장미에 대해서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장미의 옛 병이 재발할까 걱정되었다.그것이 만약 재발한다면, 그녀의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을 터였다.봉구안이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황제가 도착했다. 소욱은 약쟁이 사건의 최신 진전을 가져왔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열무신이 붙잡은 그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다는구나. 이미 200년 전에 태조는 돌아가셨고, 부활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하엿다. 모든 것이 모용길의 환상이었던 거야.”“짐은 이 사건의 모든 세부 사항을 대중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모용길이 남긴 큰 돈은 모두 약쟁이 매매로 얻은 것이야. 짐은 이 돈을 피해자들과 그 친척들을 위로하는 데 쓸 것이다.”“이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그는 걱정이 가득했다.봉구안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이 조치는 백성
마지막으로 태조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병석에 누워 숨이 끊어질 듯했다. [모용길... 내 아우야, 너는 내 마음을 알지. 짐에겐 아직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다. 새 정치를 세우지 못했고, 태자는 아직 어리지. 난 단지 하늘이 인색해서 짐에게 몇 년을 더 주지 않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단 일 년이라도 짐이 일 년만 더 산다 해도 좋을 텐데... 남쪽의 수해, 북쪽의 기근, 남제는 사방에서 적에 둘러싸여 있고, 북연은 우리를 업신여기며, 내부에는 반적이 있는데... 어찌할까, 염라대왕이 목숨을 거두어 가니, 짐은... 그저 손을 놓을 수밖에 없구나. 아우야, 나라의 일을 모두 네 손에 맡기노니, 너는 태자를 보필하라. 너는 그의 고모부이자, 또한 그의 상부이니. 아우야, 짐은 오직 너만 믿는다.]기억 속의 태조가 눈앞의 그와 겹쳐졌다. 모용길은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 그의 눈에 태조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수척했다."형님! 형님께서 원하던 것을 제가 마침내 이루어냈습니다! 형님께서는 불로장생할 것이고, 이 남제는 반드시 형님의 통치 아래 번영하며, 장차 천하를 통일하여 대업을 이룰 것입니다!"당초 남제가 새로 세워졌을 때 태조는 약속대로 그에게 강산의 절반을 주려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태조의 뜻이 천하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태조와 계속해서 사방을 정벌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태조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어, 그는 마침내 모든 짐을 내려놓고 평안히 떠날 수 있게 되었다.모용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바닥에 쓰러졌다. 눈물로 가득 찬 시선 속에서,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그를 데리러 온 것이다. 그는 팔을 뻗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울었다.여인은 몸을 숙여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대고, 그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대인, 남은 길은 제가 당신과 함께 걸을게요." 모용길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 함께..."
열무신은 이번에도 큰 공을 세웠다.그가 아니었다면, 또 누군가 새로운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그는 사로잡은 자객들을 직접 데리고 돌아와 천옥에 넘긴 뒤, 단 한숨도 쉬지 않고 곧장 심문에 들어갔다.자객들은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하지만 모용길이 이미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그들의 희망도 이미 무너진 셈이었다.이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저희는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폐태자를 노린 건 그 분의 ‘혈’ 때문이었습니다.”그들은 태조 황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불로장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태조 황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백골이었습니다. 이백 년 전, 모용길이 시신을 도굴해갔을 때부터 이미 시체에 불과했습니다. 살려낼 수 있을 거라는 건, 망상이었어요!”“애초에 죽은 자였다고요!”그들이 그 이야기를 꺼낼 때, 말투에는 모용길을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이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 쓸모없는 일에 목숨을 건 그를 그들은 미련한 바보로 여겼다.같이 심문을 진행하던 관리가 물었다.“너희는 어떻게 아는 것이냐?”“태조 황제께서 살아난 적이 없다는 걸 말이다.”“모용길이 그렇게까지 집착한 이유가 뭐였지?”자객들 중 한 명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모용길이 약쟁이를 만든 건, 그들로 실험해 불로장생의 약을 완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약을 제조한 의원들은 손수 기록을 남겼고, 그 손책들엔 분명히 쓰여 있었죠. 이백 년 동안 그들이 상대한 건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시체’였다고요.”“아무리 약을 먹여도 살아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입니다.”다른 자객 하나는 공포 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모용길은… 이미 오래전에 미쳐 있었습니다. 그는 자주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어요. 마치… 마치 그 자리에 태조 황제가 서 있기라도 한 듯이 말이에요.”또 다른 자객이 덧붙였다.“그 자는 단지 태조 황제를 살리려 한 게 아닙니다. 자신도 불로장생 하고 싶었던 거에요.”“그리고 그게… 그 자는 정말로 성공했
태황태후는 직접 선조를 만나기 위해 천옥으로 향하려 했다.하지만 황제의 명이 내려져 있었다.그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모용길을 접견할 수 없었다.하는 수 없이, 태황태후는 궁으로 전갈을 보냈다.하지만 설령 황제가 허락하더라도 모용길이 누구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그는 오직 태조는 아직 살릴 수 있다는 집념 하나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런 그가 천옥에 갇힌 지금, 마음은 타들어가듯 초조했다.“그 어린 황제놈은 어딨느냐! 어서 나를 뵈러 오라 하지 못할까!”모용길에게 후손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는 생각했다.이 나라 남제는, 태조와 자신이 함께 세운 나라였다.그런 자신을 막고 있는 소욱 따위가 어찌 감히 군림한단 말인가.천옥에 갇힌 날부터,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소리쳤다.“태조를 살려야 한다! 어서 황제를 데려와라!”하지만 그는 몰랐다.그의 그 모든 고함과 분노는 소욱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그를 흔들기 위한 계략이었단 사실을 말이다.그리고 다섯째 날.천옥의 간수가 냉정한 얼굴로 명을 전했다.“폐하의 어명이십니다.”“모든 죄를 자백하고 문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이곳을 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죽을 때까지 말입니다.”모용길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허튼소리 마라! 그 어린놈이 과연 알기나 한단 말이냐, 내가 이 모든 짓을 왜 해왔는지를 말이다!”간수는 능청스럽게 웃었다.“나으리,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자백했다고 당장 목을 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태조께서 하사하신 면사금패는 아직도 가지고 계시잖아요?”그 말에 모용길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졌다.그렇다.면사금패만 있으면, 그는 죽지 않는다.황제 따위가 그를 처형할 권한은 없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태조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었다.결심이 선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종이와 붓을 가져오너라!”두 시진 후.모용길이 쓴 자백서가 궁으로 들여졌다.그 문서는 곧장 어전으로 올라갔다.문서를 넘겨받은 소욱은 한 장, 또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
염 신의가 모용길의 상태를 진찰한 결과, 그의 몸은 웬만한 노인들보다 훨씬 건장했고, 외견상으로도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폐하, 이 자가 망언을 일삼는 이유는… 실성, 즉 정신 착란 증세로 보입니다.”“나는 미치지 않았다! 미친 건 너희들이다!”모용길이 즉각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리고 소욱을 향해 고함쳤다.“어서 저놈들을 다 내쫓아라! 나는 태조 폐하를 반드시 살려낼 것이다!”“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모두 다 목이 날아갈 줄 알아라!”하지만 소욱은 모용길의 광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그저 곁에 있던 병사들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붙잡아 두거라. 절대 도망 못 치게 해야 한다.”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모용길의 움직임을 단단히 제압했다.염 신의는 환자의 행동에 개의치 않으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실성이란 곧, 마음의 병입니다.”“이 병은 뇌와 정신의 균형이 무너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죠.”“예컨대, 저희는 백골을 보지만 이 자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그만큼 이 자의 마음속 집착이 깊고, 오래도록 그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이미 병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으니, 소인으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의술이란 외상이나 내상은 다스릴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속 병, 특히 집착이라는 건 손쓸 수 없는 법이다.그건 눈에도 보이지 않고, 손으로도 만질 수 없는 것이기에. 소욱은 여전히 ‘태조를 살려야 한다’며 중얼거리는 모용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자였다.그러나 유일하게 태조에 대해서만은 지극한 충성과 집착을 드러내고 있었다.“저 자를 별실에 따로 가둬라. 아무도 면회하지 못하게 하라.”“명 받들겠습니다!”……자진궁.봉구안은 모용길이 실성 증세를 보였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늘 제가 본 그 백골은 최근에 죽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그 말인즉, 모용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병들어 있었단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