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촬영장 중앙에는 붉은색 소파가 놓여 있었다.
낮게 깔린 조명과 검은 커튼, 금속 장식이 달린 소품들이 영화 속 공간을 현실처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서율은 가운을 벗어 스태프에게 건넸다. 몸에 붙는 검은색 원피스가 드러나자 자신도 모르게 팔로 몸을 가렸다. 차태혁이 그녀의 앞을 자연스럽게 가로막았다. 카메라와 스태프의 시선이 그의 넓은 등 뒤로 가려졌다. “추우면 말해요.” “안 추워요.” “긴장한 겁니까?” 서율은 부정하려다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그건 괜찮습니다.” 태혁이 낮게 말했다. “무서운데 괜찮은 척하는 것만 하지 마요.” 감독이 두 사람을 불렀다. “우선 리허설부터 갈게요. 서율 씨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 태혁 씨가 손목을 잡고 소파 쪽으로 밀어붙이는 동선입니다. 그다음 목 근처로 손을 올리고요.” 태혁의 표정이 굳었다. “목은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감독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직접 잡는 거 아니고 가까이만 대는 건데요?” “그 동작도 뺍니다.” “태혁 씨, 이게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 주는 중요한 장면이라서—” “카메라 각도로 처리하세요.” 짧고 단호한 말에 감독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허설이 시작됐다. 태혁이 서율의 손목을 잡았다. 강한 힘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화면에서는 충분히 제압하는 것처럼 보일 각도였다. “뒤로 한 걸음.” 서율이 움직였다. “한 걸음 더.” 종아리 뒤로 소파가 닿았다. 태혁이 가까이 다가왔다. 우디 향이 짙어졌다. 그의 그림자가 서율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주변에 수십 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다른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나만 봐요.” 서율은 아래로 떨어졌던 시선을 들었다. 태혁의 눈동자가 바로 앞에 있었다. 그때 감독이 외쳤다. “좋아요. 태혁 씨, 원래 동작대로 목 가까이 손 올려 볼게요. 직접 닿지만 않으면 되니까.” 태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의 말만으로도 서율의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오래전 기억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 벽으로 밀려난 어머니. 목을 조르던 거친 손. 방문 틈에 숨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울음을 참았던 어린 자신. 숨을 쉬어야 했다. 그런데 가슴이 점점 조여 왔다. “서율 씨.” 태혁이 그녀를 불렀다. “네.” 대답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 불편합니까?” “아니요. 괜찮—” “멈춰요.” 태혁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는 즉시 손목을 놓고 스트랩을 풀었다. “다들 십 분만 쉬겠습니다.”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혁 씨, 아직 리허설인데 왜—” “그러니까 지금 멈추는 겁니다.” 태혁은 서율의 어깨에 가운을 둘러 준 뒤 세트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복도 끝 비상계단 앞에 도착하자 서율은 벽에 기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천천히 쉬어요.” 태혁은 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 앞에 앉았다. “들이마시고, 내쉬어요.” 서율은 그의 목소리에 맞춰 간신히 호흡을 되찾았다. “죄송해요.” “사과하지 마세요.” “저 때문에 촬영이 멈췄잖아요.” “우리가 정한 규칙 기억합니까?” 서율은 입술을 깨물었다. “불편하면 즉시 말한다.” “그런데 왜 말하지 않았죠?”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기다리게 두면 됩니다.” “차태혁 씨한테는 쉬운 일이겠죠.” 서율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저는 오늘 잘리면 곤란해요. 병원비도 내야 하고 월세도 밀렸어요. 어느 정도는 참아야 돈을 받을 수 있다고요.” 태혁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참는 걸 동의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그 말에 서율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목 주변은 안 되는 겁니까?” 한참 뒤 서율이 작게 답했다. “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혁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만 말하면 돼요.” 그는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목 주변의 모든 동작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상대가 뭐라고 말하든 그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장면보다 배우가 먼저입니다.” 전화를 끊은 뒤 서율이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거예요?” 태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계약했으니까.” “종이에 이름 한 번 쓴 게 계약이에요?”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습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다시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서율은 잠시 망설이다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태혁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을 단단히 감쌌다. “이번에는 참지 말아요.” 두 사람이 다시 촬영장으로 향하던 순간, 태혁의 매니저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태혁 씨.” 그가 서율을 힐끗 본 뒤 목소리를 낮췄다. “제작사 명단을 다시 확인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태혁의 걸음이 멈췄다. “무슨 문제죠?” “한서인 씨 대역은 다른 사람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서율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매니저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작사 명단에 은서율이라는 이름 자체가 없습니다.”목요일 오전 9시 21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에서 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제작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었다.전날 전달한 수정 대본에 대한 답변은 아직 오지 않았다.대신 새로운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발신자는 독립서점 운영자였다.《은서율 작가님께 북토크를 제안드립니다.》서율은 이메일을 열었다.서점에서는 드라마 《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의 종영을 기념해 작가와 독자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소규모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다.참석 인원은 20명.주제는 《이야기 속 인물은 왜 다른 선택을 하는가》였다.서율은 흥미를 느꼈다.하지만 제안서 마지막에 적힌 날짜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12월 20일.겨울 바다 여행 둘째 날이었다.“하필 이날이네.”서율은 곧바로 답장하지 않았다.오전 10시 43분.최태혁은 거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서율이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다.“주인님, 저한테 북토크 제안이 왔어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좋은 소식이네.”“그런데 날짜가 일요일이에요.”“이번 주 일요일?”“네. 우리 여행 가는 날이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다른 날짜는 어렵대?”“아직 안 물어봤어요.”“그럼 먼저 물어봐.”서율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주인님은 괜찮으세요?”“뭐가?”“제가 여행 때문에 일을 미루는 거요.”태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서율아, 여행도 네가 정한 일정이잖아.”“그렇긴 하죠.”“먼저 잡힌 약속을 지키는 게 일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지.”서율은 미소 지었다.“맞아요.”그녀는 서점에 일정 조정이 가능한지 문의했다.오후 12시 17분.서율은 작업실에서 새로운 소설의 메모를 정리했다.1년 뒤 남편에게 도착해야 할 편지가 다음 날 돌아오는 이야기.편지에는 경고가 적혀 있었다.이 편지를 보낸 날로 돌아가지 마.서율은 주인공이 잃어버린 17분을 어떻게 추적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때 휴대전화에 알림이 떴다.독립서점에서 온 답장이었다.《작가님, 일정 조정 가능합니다. 12월
수요일 오전 9시 32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수정 대본을 최종 확인하고 있었다.어제 소극장에서 직접 확인한 배우들의 이동 동선을 반영한 상태였다.그녀는 마지막 장면을 다시 읽었다.차보배가 책을 옮긴다.서이강이 기다린다.그리고 보배가 차를 권하면 이강이 의자에 앉는다.서율은 문장을 더 고치지 않았다.대신 제작팀에 이메일을 보냈다.《무대 동선 검토 사항을 반영한 수정본 전달드립니다. 추가 수정은 제작 조건과 일정이 정리된 뒤 협의하겠습니다.》전송 버튼을 누른 뒤 의자에서 일어났다.이제 여행 전까지 연극 작업은 잠시 내려놓을 생각이었다.오전 11시 06분.최태혁은 거실에서 최종 자문 계약서를 검토하고 있었다.서율이 옆에 앉자 그가 말했다.“서율아, 조건은 거의 정리됐어.”“6개월 계약이요?”“응. 정기 회의는 월 2회, 추가 업무는 별도 협의.”“그럼 이제 결정하셨어요?”태혁은 계약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맡아보려고.”서율은 미소 지었다.“주인님이 하고 싶으신 일이면 좋죠.”“다만 기존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조절할 거야.”“저희 여행도요?”태혁이 웃었다.“그건 이미 확정된 일정인데.”서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태혁은 전자서명 절차를 마무리했다.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예전처럼 모든 시간을 업무에 쏟을 생각은 없었다.오후 1시 18분.서율은 여행용 가방을 꺼내 침대 위에 펼쳤다.검은색 슬랙스와 베이지색 니트, 두꺼운 코트를 차례로 올려놓았다.그때 태혁이 침실로 들어왔다.“벌써 짐 싸?”“네. 이번에는 미리 준비하려고요.”“토요일까지 아직 며칠 남았는데.”“그래도요.”서율은 옷을 들고 거울 앞에 섰다.“주인님, 이 조합 어때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예쁜데.”“정말요?”“응. 그런데 바닷가에서는 추울 수도 있겠어.”서율은 잠시 생각하다 목도리를 꺼냈다.“그럼 이거까지 할게요.”태혁이 웃었다.“장갑도 챙겨.”“네.”서
화요일 오전 9시 24분.은서율은 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 제작팀으로부터 도착한 이메일을 열었다.제목은 《소극장 무대 사용 관련 확인 요청》이었다.지난 비공개 리딩 이후 무대 운영팀에서 전달한 의견이 정리되어 있었다.서율은 첨부된 무대 도면을 확대했다.객석 80석 규모의 소극장.무대 뒤편에는 배우들이 드나드는 좁은 통로가 있었고, 한쪽에는 오래된 책장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표시되어 있었다.그런데 도면 아래에 붉은 글씨로 적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마지막 장면의 의자 배치 및 배우 이동 동선 재검토 필요》서율은 곧바로 연출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의자에 문제가 있나요?”“의자 자체보다는 위치가 문제예요. 현재 배치대로라면 서이강이 앉는 순간 차보배의 얼굴이 일부 객석에서 가려집니다.”서율은 도면을 다시 살폈다.“그럼 의자를 옆으로 옮기면 되지 않을까요?”“그렇게 하면 배우가 앉는 동작이 지나치게 강조될 수 있어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제가 직접 무대를 봐도 될까요?”“물론이죠. 오늘 오후에 극장에 들르실 수 있으세요?”“네. 가겠습니다.”오후 1시 16분.서율은 소극장에 도착했다.객석의 조명은 희미했고, 무대에는 테이블 하나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연출가가 무대로 올라왔다.“작가님, 여기 앉아보시겠어요?”서율은 객석 중앙에 앉았다.연출가는 배우들의 위치를 표시한 테이프를 가리켰다.“보배가 여기 서 있고, 이강이 의자에 앉으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제작 담당자가 보배의 위치에 섰다.연출가가 의자에 앉자 서율은 문제를 이해했다.이강의 어깨가 보배의 손을 가렸다.보배가 책갈피를 쥐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서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의자를 조금 뒤로 빼볼까요?”연출가가 의자를 옮겼다.이번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모두 보였다.하지만 서율은 고개를 갸웃했다.“너무 멀어 보여요.”“그렇죠?”서율은 무대로 올라갔다.그리고 직접 의자 옆에 섰다.“이강이 앉는 위치를 바꾸기보다 보배가 먼
월요일 오전 8시 42분.은서율은 식탁에 앉아 달력을 확인했다.다가오는 토요일에는 최태혁과 겨울 바다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그런데 달력의 19일에 일정이 하나 더 적혀 있었다.《제18회 클래식 모터 헤리티지 특별전》서율은 눈을 크게 떴다.“아, 맞다!”며칠 전 태혁과 함께 신청했던 클래식 자동차 복원 시연이었다.참가 인원이 제한된 행사라 두 사람 모두 기대하고 있었다.서율은 일정을 다시 살펴봤다.오전에는 자동차 특별전.오후에는 바다로 출발.이동 시간을 계산하면 가능할 것 같았지만 여유가 많지는 않았다.그때 태혁이 커피잔을 들고 다가왔다.“무슨 일 있어?”“주인님, 우리 자동차 전시회 예약한 거 기억하세요?”“당연하지.”“바다 여행 가는 날이랑 겹쳐요.”태혁은 달력을 바라봤다.“그러네.”서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둘 다 갈 수 있을까요?”태혁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한번 확인해보자.”오전 10시 16분.두 사람은 전시회 안내문과 여행 일정을 나란히 펼쳐놓았다.복원 시연은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 약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숙소 입실은 오후 3시부터 가능했다.태혁이 말했다.“전시회 끝나고 바로 출발하면 돼.”“점심은요?”“가는 길에 먹으면 되지.”서율은 고개를 저었다.“주인님, 이번 여행은 쉬러 가는 거잖아요. 너무 바쁘게 움직이고 싶지는 않아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시연만 보고 나올까?”“아니요.”서율은 그의 손을 잡았다.“주인님이 좋아하는 자동차도 천천히 보고 싶어요.”“서율아.”“우리 숙소에 조금 늦게 도착해도 괜찮잖아요.”태혁이 웃었다.“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데?”“저녁 바다도 예쁘잖아요.”서율은 달력에 일정을 다시 적었다.오전 — 클래식 자동차 특별전오후 — 겨울 바다로 출발저녁 — 해변 산책태혁은 그 일정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대신 운전은 내가 할게.”“네. 저는 옆에서 음악 골라드릴게요.”오후 12시 28분.서율
일요일 오전 9시 17분.은서율은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작은 도서관으로 향했다.어제 발견한 결혼 1주년 편지를 다시 읽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편지 보관 봉투가 보이지 않았다.“어?”서율은 서랍을 열었다.분명 어젯밤 이곳에 넣어두었는데.그때 최태혁이 문을 열었다.“서율아, 뭐 찾아?”“주인님, 어제 편지 못 보셨어요?”“결혼 1주년 편지?”“네. 여기 넣어뒀는데 없어요.”태혁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어젯밤에 내가 옮겼어.”서율이 돌아봤다.“어디로요?”“거실 책장.”“왜요?”“그 편지만 따로 보관할 상자를 찾으려고.”서율은 웃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주인님, 말도 없이 옮기시면 어떡해요.”“미안. 네가 자고 있어서.”“제가 얼마나 놀랐는데요.”태혁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앞으로는 먼저 말할게.”오전 11시 03분.두 사람은 거실 책장 앞에 앉아 편지를 보관할 상자를 골랐다.서율은 짙은 초록색 천으로 감싼 작은 상자를 꺼냈다.“이거 어때요?”태혁이 뚜껑을 열어봤다.“크기도 괜찮네.”“앞으로 주인님이 주시는 편지는 전부 여기에 넣을래요.”“앞으로도?”“네.”태혁이 웃었다.“그럼 편지를 자주 써야겠는데.”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죠.”그녀는 편지를 상자에 넣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주인님.”“응?”“저도 편지 써드릴까요?”“지금?”“네. 그런데 바로 드리지는 않을 거예요.”태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왜?”“나중에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서율은 장난스럽게 웃었다.“10년 뒤에 열어보는 거예요.”오후 12시 38분.점심을 먹은 뒤 서율은 작은 도서관 책상에 앉았다.편지지 한 장을 꺼내 날짜를 적었다.2026년 12월 20일에 읽을 편지.서율은 잠시 펜을 멈췄다.10년 뒤에 열어보자는 말은 너무 멀게 느껴졌다.차라리 다가오는 겨울 바다 여행에서 남편에게 편지를 건네고 싶었다.그녀는 새 편지지를 꺼냈다.주인님께.우리가 함께한 시간
토요일 오전 9시 36분.은서율은 휴대전화 진동에 눈을 떴다.화면에는 정이현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정이현: 작가님, 어젯밤 최종화 관련 기사 보셨어요?정이현: 제작사에서 종영 인터뷰 요청도 들어왔대요.서율은 침대에 앉아 메시지를 읽었다.어젯밤 《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의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윤해온이 마지막 열차에 타지 않고 자신의 발로 역을 떠나는 결말이었다.서율은 답장을 보냈다.은서율: 이제 확인했어요. 인터뷰는 어떤 방식인가요?곧 답장이 도착했다.정이현: 서면 인터뷰래요. 질문지 보내주신대요.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때 최태혁이 침실로 들어왔다.“일어났어?”“네, 주인님.”“오늘은 쉬기로 했잖아.”“저 아직 일 안 했어요.”태혁이 휴대전화를 바라봤다.“그건?”“연락만 확인했죠.”서율은 웃으며 이불을 걷었다.“오늘은 진짜 쉴 거예요.”오전 11시 08분.서율은 거실에서 어젯밤 방송 반응을 살펴봤다.종영 후 올라온 기사들은 작품의 결말과 윤해온의 선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시청자 반응은 다양했다.마지막에 해온이 열차를 안 타서 좋았다.검은 구두의 인물에 관한 설명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듯.처음에는 미스터리인 줄 알았는데 결국 자기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였네.서율은 댓글을 읽다가 화면을 껐다.모든 해석이 같을 필요는 없었다.다만 마지막 장면에 담은 마음이 누군가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이 기뻤다.태혁이 옆에 앉았다.“반응 어때?”“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아쉬워하시는 분도 있어요.”“그렇겠지.”“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해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끝까지 네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로 마무리했으니까.”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서 그런가 봐요.”오후 12시 42분.점심을 먹은 뒤 두 사람은 작은 도서관을 정리했다.서율은 책상 한쪽에 쌓인 드라마 자료들을 분류했다.촬영용 수정 대본.작가 회의 메모.최종화 편집 의견서.태혁이 물었다.“이건 전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