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35화

Author: 레몬과 향수
유지영이 궁에서 돌아간지 채 한 시진도 되지 않아 다시 입궁하여 예를 올리니, 서 태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왕부에 돌아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던 게냐?"

유지영은 빨갛게 부어오른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왕부로 돌아간 후 있었던 일을 낱낱이 고했다.

탕!

서 태후는 찻잔을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놓으며 냉소했다.

"근본도 없는 후비 주제에 감히 네게 어머니 소리를 들으려 한단 말이냐?"

서 태후 자신조차 유지영에게 그런 대우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거늘, 경왕비 따위가 어찌 감히 그런 요구를 한단 말인가!

"태후 마마, 고정하십시오. 경왕비가 군주의 시어머니이니 어찌 됐든 그 도리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시어머니라는 호칭은 부르는 것이 맞사옵니다."

소 상궁이 다급히 만류했다.

서 태후라고 어찌 그것을 모를까.

다만 내심 유지영이 다른 이를 어머니라 부르는 것을 듣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내 기억으로 경왕비는 아직 황실 족보에 오르지도 못했고 첩에서 정실로 올라온 자니, 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피안을 거슬러   제271화

    정왕 부자가 입을 떼기도 전에, 밖에서 표기장군이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하객들은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경왕비는 경왕의 옷소매를 살짝 당기며 말했다."현준이가 왔습니다. 설마 혼례식을 엎으려는 건 아니겠지요?"경왕은 그제야 표기장군이 배현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불효막심한 놈, 한순간도 내 마음을 편하게 두질 않는군!"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은빛 갑옷을 차려입은 배현준이 안으로 들어섰다.등불이 갑옷에 비치며 서늘한 빛을 흘렸다.굳게 다문 입술과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에서는 매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그의 뒤로는 무장한 금군들이 따르고 있었다.하객들은 의아해하며 수군거렸다."경세자께서 어찌 군사를 이끌고 정왕부에 들이닥친 겐가?""남의 잔치 날에 소란을 피우다니, 참으로 경솔하군!"경왕은 불안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배현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외쳤다."묵산마을에서 숨겨둔 보물이 발견되었다. 정세자는 사사로이 이곳을 파헤쳤고, 수많은 보물과 함께 수백 상자에 달하는 병기가 사라졌다. 그 많은 병기를 몰래 숨겨둔 것은 반역과 다름없다!"반역이라는 두 글자가 정원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혼비백산한 경왕은 하려던 말을 꿀꺽 삼키고 다급히 말을 바꿨다."무,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게 아니냐?"배현준은 경왕을 흘겨보며 답했다."저는 어명을 받들어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였고, 현재 증인과 물증이 모두 확보된 상태입니다!"어명이라는 말에 경왕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필히 무슨 오해가 있었을 것이다. 정왕부가 어찌 반역을 꾀한단 말이냐?"정왕이 나서서 배현준의 곁으로 다가갔다."오늘은 정왕부의 경사스러운 날이거늘..."배현준은 그런 정왕을 밀쳐내고 배준형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배준형, 묵산마을의 보물을 네가 팠느냐?"떠밀려난 정왕은 체면이 깎이자 경왕을 노려보았다.아들 참 잘 키웠다는 힐난 어린 눈빛이었다.경왕은 못 본 척 시선을 피했다.배현준이

  • 피안을 거슬러   제270화

    유지영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외삼촌을 생각해서 드리는 충고입니다. 시령 언니는 정왕부로 시집가서는 안 됩니다."그 말에 한씨의 안색히 급격히 어두워졌다."배준형은 언니를 조금도 아끼지 않습니다. 철저히 이용할 뿐, 그의 마음속엔 오직 유선주뿐이지요. 게다가 배준형은 이미 태후 마마와 폐하의 눈 밖에 났습니다. 결코 큰 뜻을 이룰 수 없는 자입니다...""지영아. 태후 마마의 교지로 맺어진 혼사를 어찌 마음대로 물릴 수 있겠느냐. 나도 요즘 정왕부가 폐하의 눈 밖에 난 것은 알고 있다. 허나 사람 일이 어찌 늘 평탄하기만 하겠느냐. 굴곡도 있기 마련이지. 부부의 정이야 혼인한 뒤 천천히 쌓아가면 될 일이다."한씨는 타이르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정왕부와 경왕부가 앙숙인 것도 잘 안다. 허나 이 혼사가 아니었어도, 우리 담씨 가문이 경세자를 지지하는 일은 없었을 게다."한씨의 눈에는 유지영이 담씨 가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이 혼사를 깨려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유지영은 더 할 말이 없었다."그럼 시령 언니의 혼인 생활이 평안하기를 빌겠습니다."배현준의 말대로 사람의 운명은 각자 정해진 법이었다.그녀는 역시나 이렇게 될 줄 알고 오기 전부터 이미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해 둔 상태였다.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자를 말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곧이어 고개를 드니 저 멀리 서 있는 배현준이 보였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담성국이 남아서 저녁까지 먹고 가라며 붙잡았으나, 유지영은 정중히 사양했다.두 사람이 떠난 후, 담성국은 한씨를 바라보며 물었다."부인은 안색이 왜 그리 좋지 않은 게요?""지영이가 시령이더러 정왕부로 시집가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제가 소홀했던 것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시령이가 잘되는 걸 보기 싫은 모양입니다."한씨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쓸데없는 소리. 지영이는 그런 속 좁은 아이가 아니오. 굳이 부인에게 충고했다면 필시 숨겨진 내

  • 피안을 거슬러   제269화

    "시령아, 이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어찌 될 것 같느냐?"한씨는 딸을 다그쳤다.이 일이 정왕부 귀에 들어가면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 치밀하게 꾸민 자작극이 되어, 정왕비의 눈 밖에 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였다.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담시령은 이를 꽉 깨물었다."지영아, 내가 한순간 욱해서 헛소리를 했구나. 미안해."한씨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네 언니도 이용당했을 뿐이지 않느냐. 자매끼리 지난 일로 너무 앙심 품지 말고 이쯤에서 덮자꾸나."유지영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담시령을 보며 담담히 미소 지었다."외숙모 말씀이 맞습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요.""그래, 역시 우리 지영이는 속이 깊구나. 오랜만에 외할머니를 뵈러 왔으니, 우린 이만 나가보마."한씨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담시령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이 나가자 담씨 노부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시령이 저 아이도 참 철이 없군. 나중에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올 게다!"노부인은 다시 유지영의 손을 잡고 근황을 물었다."잘 지내고 있었습니다."한씨에게 이끌려 처소로 돌아온 담시령은 분통을 터뜨렸다."저 계집이 일부러 절 협박한 거 아닙니까!""그만하지 못할까!"한씨는 딸을 흘겨보며 말했다."지영이가 경성에 온 지도 일 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그 애가 어떻게 변했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처신이 바르고,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아이다. 네가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그 애가 무엇하러 굳이 지난 일을 꺼냈겠느냐? 말로 겁박하면 순순히 네 뜻대로 움직여 줄 줄 알았어?"한씨는 사리분별을 못 하는 딸을 보며 답답한 듯 혀를 찼다.담시령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군주로 책봉되자마자 국공부를 분가시키고, 제 어미의 혼수를 되찾으며 둘째 삼촌네를 풍비박산 냈다는 걸 잊은 게냐? 셋째네도 마찬가지다. 시집간 지 며칠 만에 그 깐깐한 경왕비를 단숨에 눌러버렸지. 헌데 네가 무슨 수로 그 애를 처리하겠다는 말이냐?

  • 피안을 거슬러   제268화

    두 사람이 담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담성국은 직접 대문 앞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세자께 문안 올립니다."두 사람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담성국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배현준은 손을 들어 그를 만류했다."담 대인, 그리 격식 차릴 것 없습니다.""외삼촌!"유지영도 담성국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일행은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유지영은 담씨 노부인이 마음에 걸려 먼저 문안을 드리러 갔고, 배현준은 담성국과 함께 서재로 향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복성당.뜻밖에도 외숙모 한씨와 담시령도 복성당에 와 있었다."외숙모, 언니."유지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두 사람의 태도는 몹시 냉랭했다.특히 담시령은 노골적으로 그녀를 비아냥거렸다."태후 마마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분이 여기까지 걸음하시니, 우리 담씨 가문의 영광이로구나."유지영은 담시령의 말을 가볍게 넘기고 담씨 노부인 곁으로 다가갔다."외할머니, 요 며칠 몸은 좀 어떠셨어요?"담씨 노부인은 애틋한 표정으로 유지영의 손을 맞잡았다."착하지, 할미는 괜찮다. 네가 북명 대사를 모셔와 준 덕분에 다리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어."담씨 노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걸어 보이기까지 했다.걸음걸이가 다소 불안정하긴 했으나, 병상에 누워만 있던 예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유지영은 진심으로 기뻤다."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잘난 척하긴! 다 우리 가문 덕을 본 주제에, 혼자 온갖 찬사를 차지하고 있네."담시령은 어제 정왕부가 황궁에서 수모를 당했다는 소식에 분통이 터져 밤잠을 설친 상태였다.유지영을 향한 증오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었다."시령아!"담씨 노부인은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치며 싸늘하게 꾸짖었다."억지 부리지 말거라! 정왕부에 벌을 내린 사람은 지영이가 아니라 폐하이시다. 그리 억울하거든 당장 폐하께 달려가 따지지 그러느냐!"담씨 노부인은 아까부터 무려 한 시진이 넘도록 담시령의 불평불만을 들어주고 있었다.좋은 말로 타일렀건만, 유지

  • 피안을 거슬러   제267화

    "아바마마께서는 어찌 핏줄인 저 말고 남을 더 아끼시는 것입니까!"배이수는 분통이 터져 숨을 헐떡이다가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혼절하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배준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시종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시종이 목청껏 소리쳤다."경군자께서 쓰러지셨습니다! 게 아무도 없소!"한참을 떠들고 나서야 내관 한 명이 다가와 시종에게 호통을 쳤다."방자한 놈. 궁에서 함부로 소란을 피우다니 죽고 싶으냐?""내관 어르신, 경군자께서 쓰러지셨습니다. 어서 폐하께 고하고 태의를 불러주십시오."시종이 다급히 말했다.하지만 내관은 쓰러진 배이수를 힐끗 보더니 경멸 어린 말투로 내뱉었다."폐하께서 명하셨다. 하늘에서 벼락이 치든,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든 반드시 두 시진을 다 채워야 출궁할 수 있다고 하셨다!"서슬 퍼런 으름장에 시종은 말문이 막혔다.한편 배현준은 건양제의 부름을 받고 태화궁에 들었다.건양제는 산더미처럼 쌓인 상소문을 읽고 있다가, 발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폐하."건양제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상소문으로 시선을 돌렸다.한참을 고민하다 상소문에 윤허의 뜻으로 '허' 자를 적은 그는, 다음 상소문을 집어 들며 무심하게 물었다."짐이 이수에게 너무 매정하게 군다고 생각하느냐?"배현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답했다."조금 그렇습니다."그 대답에 건양제는 콧방귀를 뀌었다."이수는 정왕의 손에 이끌려 유일한 황자라는 명분을 쥐고 입궁했습니다. 폐하께서 이름을 하사하신 그날 밤, 정왕부에는 수많은 문객이 몰려들었지요. 만약 폐하께서 이수에게 조금이라도 여지를 주셨다면, 대신들은 동요했을 것이고 앞다투어 황자의 비위를 맞추려 들었을 것입니다."배이수가 주제넘게 군 탓이었다.분수를 지켰더라면 황자라는 신분 하나만으로도 평생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이다.건양제는 바쁜 와중에도 고개를 들어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런 이유도 없진 않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그는 더 이상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 피안을 거슬러   제266화

    건양제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슥 둘러보자, 한 대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폐하, 정왕 전하께서는 요즘 정무로 몹시 바쁘십니다. 경군자를 가르치는 일까지 맡으신다면 힘에 부치실까 염려됩니다."그 말이 나오자마자 정왕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엄습했다.건양제는 뒤늦게 나타난 배현준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현준아, 오늘부터 너는 정왕이 맡고 있던 정무를 모두 넘겨받거라."배현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는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정왕의 표정을 힐끗 보고는 두말없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신, 어명을 받들겠나이다!""폐하...""현준이도 이제 정무를 익혀야지."건양제는 정왕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배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짐은 다음 달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울 터이니, 그동안 네가 대리청정을 맡도록 하거라."안 그래도 건양제의 거침없는 행보에 얼이 빠져 있던 문무백관들은 그 엄청난 선언에 또다시 경악했다.배현준은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답했다."어명을 받들겠나이다!"건양제는 처리할 공무가 남았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전각 안은 서서히 고요해졌다.서 태후가 유지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연회의 흥이 다 깨졌구나. 너는 자녕궁에 가서 나와 차나 한잔 마시자꾸나.""예, 마마."그렇게 서 태후도 자리를 떴다.연회의 주인공들이 모두 사라진 셈이었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황제의 속뜻을 짐작하지 못했다.정왕의 안색은 먹구름이 드리운 듯 어두웠다.배이수를 궁으로 데려온 대가가 이토록 참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곁에 있던 몇몇 대신들은 경왕에게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폐하께선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경세자를 아끼시니, 훗날 반드시 큰 뜻을 펼치실 수 있을 겁니다."경왕은 감히 정왕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억지웃음만 지었다.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곁에 선 경왕비 역시 한참이나 넋을 잃은 상태였다.마음속에 수만 가지 의문이 피어올랐으나 감히 겉으로 내색하지는 못했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