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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Author: 레몬과 향수
건양제가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배이수를 내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곧 대신들이 배이수에게 줄을 대려는 헛된 기대를 완전히 꺾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그를 군왕으로 책봉한 것은, 양나라의 옥좌가 배이수와는 아무런 연이 없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한 것과 같았다.

영보궁.

책봉 소식이 전해지자, 서 태후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건양제의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배이수와 단 귀인이 가까이 지내지 못하도록 일부러 사이를 갈라놓은 것이다.

이대로 궁 밖으로 내보낸 뒤 알아서 살게 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고개를 돌린 서 태후의 시야에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질린 단 귀인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녀는 가녀린 어깨를 바르르 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곧바로 정신을 차린 단 귀인은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서 태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태후 마마, 예전 일은 모두 신첩의 잘못이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대황자를 출궁시키지만 말아 주시옵소서. 때리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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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772화

    유영 군주의 말에 기씨 노부인은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혔다. 노부인 역시 기장천이 허지은과 혼인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허지은은 신분도 애매한 데다 이제는 평판까지 안 좋아졌으니, 노부인으로서는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방 안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의논해 보았으나, 큰집과 둘째네는 이 골칫거리를 떠맡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기씨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피곤하구나. 다들 그만 물러가거라."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연씨가 가장 먼저 마당을 나섰고, 유영 군주와 기장훈이 그 곁을 따랐다. 연씨는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가 듣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너희 할머니께서 나리를 부르시려는 모양이구나."유영 군주가 의아해하던 찰나, 과연 시녀가 기정혁을 불러세웠다."큰 나리, 노부인께서 찾으십니다."연씨는 이런 상황을 숱하게 겪어왔기에 노부인의 속셈을 진작부터 꿰뚫어 보고 있었다. 기정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연씨는 한숨을 내쉬더니 유영 군주를 바라보았다."오늘 너희 할아버지는 얼굴을 비치지 않으셨지만, 장천이는 그분이 끔찍이 아끼는 손자다. 두고 보거라. 분명 이번에도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릴 것이다."말을 마친 연씨는 안타까운 눈길로 유영의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유영 군주는 못 본 척 눈을 내리깔고 연씨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연씨의 짐작대로였다.기씨 어르신은 결국 이 일에 참견하고 나섰다.유영은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연씨의 곁을 지켰다. 그쪽에서 또 무슨 핑계로 억지를 부릴지 궁금하기도 했다.반 시진 후, 기씨 어르신의 시종이 기장훈을 부르러 왔다.연씨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기장훈은 조급해하는 어머니를 만류하며 일어섰다."어머니, 금방 다녀오겠습니다."기장훈의 뒷모습이 멀어지자, 연씨는 단호한 얼굴로 유영을 바라보았다."허지은은 절대 우리 큰집에 들일 수 없다!"유영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차를 따라 연씨에게 건넸다."허비가 총애를 믿고 기고만장하다 한들, 저희 어머니 역

  • 피안을 거슬러   제771화

    "누군가 우리 기씨 가문을 노린 것이라면, 필시 지난번 우리가 허씨와 이씨 양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이 큰 형님네와 둘째 형님네의 자식들을 해치려다 실패하고, 애먼 내 아들이 엮인 게지요!"원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기장준에게 손가락질했다."잇속이란 잇속은 네가 다 챙기고, 그 죗값은 온전히 장천이가 치르게 만들었구나. 본래 몸이 유약하여 요양이 필요한 아이인데, 오늘 물에 빠져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기장준은 굳이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죄책감 어린 표정만 지었다.잔뜩 화가 난 원씨는 기씨 노부인의 무릎 앞에 엎드렸다."어머님, 제게 아들은 장천이 하나뿐입니다. 장천이가 어찌 되기라도 하면 저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애처로운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기씨 노부인은 원씨의 손을 잡으며 다독였다."무슨 그리 흉한 소리를 하느냐. 장천이는 복을 타고난 아이이니 분명 무사할 것이다."원씨를 진정시킨 노부인은 기장훈과 유영 군주를 번갈아 바라보며 거듭 망설이다가 기장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허지은이 우리 집에 왔다가 명성을 더럽혔으니, 허씨 가문에서는 우리에게 책임을 묻고 나설 것이다. 이 일로 장천이가 큰 화를 당했으나, 몸이 약해 당장 혼인을 치르기에는 무리다. 그러니 장준이 네가 대신 허지은을 처로 맞거라."이는 상의가 아닌 명령이었다.기장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그는 둘째 집안의 귀한 적장자였다. 게다가 이제 막 경북 대영의 통령으로 발탁되었고, 소국공이나 현왕 전하와도 각별한 사이였다. 헌데 어찌 고작 허씨 가문의 서출을 정실로 맞이한단 말인가?기장준은 다급히 아버지인 기정태를 바라보았다. 기정태 역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오늘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지은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명성을 더럽힌 것은 장천입니다. 그런데 장준이가 대신 혼인을 치른다면 안 좋은 소문이 돌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할머니."기장훈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게다

  • 피안을 거슬러   제770화

    연회 내내 기씨 노부인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성씨를 노려보았다. 성씨는 잔뜩 움츠러든 채 기장준의 소매를 당기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이 일, 너와는 무관한 것이지?"기장준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어머니, 제가 어찌 감히 그런 짓을 벌이겠습니까."기정태는 모자의 은밀한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성씨는 아들에게 신신당부했다."어서 장천이가 어떤지 살펴보고 오너라. 그 아이는 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각별히 아끼는 손주이니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연회를 주관하겠다고 나서는 게 아니었는데……."성씨는 잔뜩 겁에 질린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기장준은 부드러운 어투로 어머니를 다독였다."어머니, 우리는 떳떳하니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 일을 어머니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치에 밝으신 분들이니 결코 어머니를 탓하지 않으실 겁니다.""그래, 그렇겠지."성씨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연회 무대에서는 가야금 연주가 이어졌다. 누군가는 무대에 집중했고, 누군가는 안절부절못했으며, 누군가는 억지로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기씨 노부인은 고개를 돌려 연씨에게 말했다."둘째가 연회를 주관하는 것이 처음이라 미숙한 모양이다. 네가 좀 더 신경 써서 지켜보고, 더 이상 소란이 일지 않게 하거라."연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기씨 노부인은 속으로 내심 기장천을 걱정하고 있었다. 결국 옷을 갈아입겠다는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친김에 성씨도 함께 데려갔다."할머니……."기장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가 고개를 숙인 채 간청했다."어머니께서 고의로 그러신 것이 아닙니다.""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그저 네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물어 허씨 가문에 해명을 하려는 것뿐이다. 뭘 그리 긴장하느냐? 설마 이 일이 너와 연관이 있는 것이냐?"기씨 노부인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기장준을 바라보았다.성씨는 연신 손을 내저었다."아닙니다. 장준이는 중상 때문에 방에만 있다가 근래 들

  • 피안을 거슬러   제769화

    "장공주 전하의 말씀이 지당합니다. 우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부터 묻는 것이 순서이겠지요."누군가 나서서 거들자, 기씨 노부인은 머쓱한 얼굴로 성씨를 불렀다."내가 방금 마음이 급했구나. 둘째야, 어서 일어나거라."그제야 성씨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영 군주는 앞으로 나서려는 연씨를 만류했다."어머님, 오늘의 일은 저희 큰집과 무관합니다. 어머님께서 굳이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연씨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않느냐.""하지만 어머님께서 나서서 둘째 숙모님 편을 드시면, 아버님 귀에 들어갔을 때 저희 큰집과 둘째 숙부네가 짜고 셋째 숙부네를 곤경에 빠뜨린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그 말에 연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둘째네가 불리해지면 그때 나서도 늦지 않을 터였다.호숫가를 지키던 시녀가 불려 와 심문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 부인도 달려왔다. 그녀는 울고 있는 허지은의 옷이 여러 군데 찢어진 것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허 부인은 곧장 하인들을 시켜 허지은을 데려가려 했다."허 부인. 허 소저가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서둘러 진상을 밝히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조령 장공주가 입을 열어 허 부인을 막아섰다."허씨 가문은 설마 지난달 일로 기씨 가문에 앙심을 품고 연회를 망치려 온 것은 아니겠지?"허 부인은 흠칫 걸음을 멈추고 다급히 변명했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오해십니다, 장공주 전하. 오늘 허씨 가문은 노부인의 생신을 축하하러 온 것입니다."조령 장공주는 차갑게 비웃었다."부인이 이렇게 가버리면, 어떤 일들은 영영 해명할 길이 없어질 것인데."허 부인은 하는 수없이 허지은을 데리고 자리에 남았다.성씨는 곧바로 시녀에게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게냐?""둘째 부인. 허 소저께서 호숫가를 거닐고 계셨는데, 장천 공자께서 갑자기 오솔길에서 튀어나와 소저를 호수로 밀쳐 빠뜨렸습니다."시녀가 대답했다.원씨는 길길이

  • 피안을 거슬러   제768화

    며칠 후, 기씨 노부인의 생신 연회가 열렸다.예상대로 사람들의 이목은 둘째네로 쏠렸다. 수많은 이들이 기장준을 바라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유영 군주 역시 귀중한 선물을 보냈다. 기씨 노부인은 선물을 받아 곧장 곁의 시녀에게 넘겼다."군주가 마음을 많이 썼구나."입으로는 칭찬했으나 다분히 건성인 태도였다.유영은 내색하지 않고 큰부인 곁을 지켰다.큰부인 연씨는 둘째네의 출세를 시기하지 않았다. 수년간 성씨와 줄곧 사이가 좋았고, 이 자리가 어떻게 온 것인지 내막을 알고 있었다. 연씨는 진심으로 둘째네의 경사를 기뻐했다.하지만 셋째네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이날 연회에는 조령 장공주도 참석했다. 수많은 빈객이 기씨 노부인의 생신을 축하하러 모여들어 장내는 무척 북적였다.성씨는 조령 장공주를 향해 가볍게 눈인사를 보냈다.조령 장공주는 뜻을 알아차리고 손수건으로 입술을 가린 채 헛기침을 했다. 유영 군주도 신호를 눈치채고 시어머니인 연씨의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잠시 후."큰, 큰일 났습니다!"시녀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와 성씨를 찾았다."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와 저희 공자께서……."잔뜩 긴장한 시녀의 목소리에 성씨는 짐짓 못 들은 척했다.곁에 있던 셋째 부인 원씨가 벌떡 일어나 목청을 높였다."장준이와 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가 어찌 되었다고?"앙칼진 목소리에 사람들은 의아한 눈길로 원씨를 바라보았다.성씨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동서가 잘못 들었네. 장준이가 아니라…….""형님. 방금 시녀가 우리 공자라고 하는 걸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셋째 부인은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성씨를 향해 은근한 눈짓을 보냈다."형님은 어서 가보세요. 이곳은 제가 맡을 테니."기씨 노부인도 성씨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어서 가보거라."성씨가 막 일어서려던 찰나, 등 뒤에서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사람 살려요! 저희 아가씨가 호수에 빠졌습니다!"소리는 바로 뒤편 후원에서 들려왔다.사람들은 곧장 뒤편 호숫가로 걸음을

  • 피안을 거슬러   제767화

    유지영은 목소리를 낮춰 장공주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였다. 이를 들은 조령 장공주는 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기씨 가문의 내막을 어찌 이리 훤히 꿰고 있는 것이냐?""장공주 전하, 저희는 동맹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씨 가문의 둘째 부인을 불러두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조령 장공주는 다소 의아해했다. 유지영은 기씨 가문의 둘째 부인이 허씨 가문을 고발하기 위해 친아들인 기장준을 제 손으로 때려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조령 장공주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 부인 역시 오랫동안 울분을 삭여왔던 모양이군. 일이 성사된다면, 내 반드시 둘째 부인에게 후하게 보답하겠다."반 시진 후, 기씨 가문 둘째 부인 성씨가 당도했다. 문을 열고 방 안의 두 사람을 확인한 성씨는 흠칫 놀라며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장공주 전하, 현왕비 마마를 뵙습니다.""기 부인, 예는 거두십시오. 부인을 급히 모신 것은 상의할 일이 있어서입니다."유지영은 굳이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이미 한 번 손을 잡은 적이 있으니, 피차 어색할 것은 없었다.성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현왕비 마마,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저택의 후원에 틀어박혀 지내는 아녀자가 무슨 재주가 있어 마마를 돕겠습니까.""둘째 부인께서는 기씨 가문에서 분가하여 독립하고 싶지 않으십니까?"유지영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성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두 사람의 진지한 안색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결심한 듯 자리에 앉으며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원합니다!"조령 장공주는 그 모습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세 아들이 분가를 원한다 해도, 그 깐깐한 노친네가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 입 밖에 내지 못할 터. 내가 보기에 둘째 부인의 수완이라면 한 집안의 안주인 노릇을 하기에 차고 넘치네. 넷째 공자의 결단력 또한 내 높이 사고 있지. 기씨 가문에 얽매여 사느니, 차라리 독립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기씨 둘째 부인은 쓴웃음을 지었다."장공주 전하께서는

  • 피안을 거슬러   제1화

    7월의 장안 거리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마차 한 대가 성문 입구에서 멈추었다.털썩!유지영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마대에 담겨 바닥에 내던져졌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특히 하반신에서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읍….”지나가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대를 풀어주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사내의 옷가지를 걸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이 사람은 정왕 세자비 아닌가?”누군가가 유지영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옷매무새가 이 모양인 것을 보아 불결

  • 피안을 거슬러   제10화

    동금은 원래 표사의 딸이었으나 부모를 잃은 뒤 전당포에 팔려간 데다가, 전생에서는 실족사로 죽기까지 했다.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생에 유지영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매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송씨에게서 문서를 기어코 받아낸 것을 보면 눈치도 빠르고 수완도 있는 듯했다.나머지는 아직 관찰 대상이었다.“오늘부터 종령각을 배신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유지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엄명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은 주향 일당이 내쳐지는 것을 보았기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방으로

  • 피안을 거슬러   제3화

    옥신각신하는 사이, 유씨 노부인이 소식을 듣자마자 대전으로 달려왔다. 송씨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지영이는 다 좋은데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에요. 분명 마음속에 세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못해 세자에게 심통을 부리고 있지 뭐예요. 내일 혼사가 정해지지 않으면 우리 유씨 집안은 온 인주의 웃음거리가 될 텐데 말이에요.”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었다.유씨 노부인은 불쾌한 눈으로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세자께 사죄드리거라.”양모가 돌아가신 뒤, 유씨 노부인은 유지영을 슬하에 두고 보살

  • 피안을 거슬러   제2화

    종령각 이층 누각.유지영은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유난히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정원을 단장하며 내일 있을 성년례가 떠들썩할 거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아픔이 몰려왔고, 곧바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녀는 죽임을 당한 뒤 성년례 하루 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이때 밖에서 고씨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인께서 대전으로 들라 하십니다. 경성에서 사람이 온 듯합니다.”전생의 배준형도 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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