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부두 위로 올라온 순간, 바닷바람이 얼굴을 세게 때렸다.뒤에서는 배 전체가 어둠에 잠기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붉은 경보등이 번쩍이던 병동선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고, 이제는 바다 위에 버려진 검은 덩어리처럼 떠 있었다.서아는 엄마의 몸을 부축한 채 숨을 몰아쉬었다.“엄마, 조금만 버텨. 차까지 가면 돼.”엄마는 제대로 걷지 못했다. 몸은 너무 가벼웠고, 손은 차가웠다. 하지만 서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놓으면 다시 어디론가 끌려갈 것처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도윤이 달려와 엄마의 반대쪽 팔을 받쳤다.“차 준비됐습니다. 바로 이동해야 합니다. 여기 오래 있으면 추적 붙습니다.”태준은 저장장치를 손에 쥔 채 뒤를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서아가 그에게 물었다.“파일은?”태준이 바로 답했다.“살아 있어. 손상은 없어.”“다 열렸어?”“아직.”짧은 숨.“하지만 N-12 상태값은 봤어. Alive. 마지막 갱신도 남아 있어.”서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언제.”태준이 대답하기 전, 도윤이 태블릿을 받아 확인했다.“마지막 갱신 시각은 19시간 전입니다.”정적.그 짧은 문장이 서아를 붙잡았다.19시간 전.먼 과거 기록이 아니었다.죽은 흔적이 아니었다.아이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너무 최근의 표시였다.지연이 뒤에서 낮게 말했다.“그럼 진짜 살아 있네.”서아는 돌아보지 않았다.“응.”짧게.“살아 있어.”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오히려 더 무서워졌다.살아 있다는 건 기쁨이면서 동시에 공포였다.살아 있다면, 지금도 누군가의 손 안에 있다는 뜻이니까.엄마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제주…”서아가 바로 몸을 숙였다.“엄마, 제주 알아?”엄마는 입술을 힘겹게 움직였다.“바로… 가면 안 돼…”서아의 얼굴이 굳었다.“왜.”엄마는 숨을 삼켰다.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것도 너무 힘들어 보였다.“G-17은… 집이 아니야…”도윤이 바로 물었다.“시설명이 아닙니까?”엄마는 아주 약하게 고개를 저었다.“문…”
경보음이 배 안을 찢듯 울렸다.붉은 비상등이 하부 격리층 복도를 번갈아 비췄고, 금속 벽은 물결에 맞춰 낮게 흔들렸다. 도윤의 목소리가 이어폰 너머로 다급하게 들렸다.“선박 폐쇄 프로토콜 시작됐습니다. 6분 안에 빠져나오셔야 합니다. 하부 격리층부터 잠깁니다.”서아는 엄마의 손을 잡은 채 낮게 말했다.“도윤, 출구 열어놔.”“열고 있습니다. 다만 중앙 복도는 이미 잠겼습니다. 후면 계류 라인으로 빠져야 합니다.”태준의 목소리가 바로 이어졌다.“서아, 기록 복사 중이야. N-12 최종 이동지 뜬다.”서아의 손이 엄마의 손 위에서 더 꽉 굳었다.“어디.”“완전 주소는 아니야. 코드로 막혀 있어. 그런데 지역명 하나는 떠.”짧은 정적.“말해.”태준이 숨을 낮게 고르며 말했다.“제주.”공기가 순간 멎었다.지연도 민서윤을 막아선 채 아주 짧게 서아를 돌아봤다.“제주?”태준이 빠르게 말했다.“정확한 시설명은 아직 안 떠. 코드가 붙어 있어. G-17, Garden Line, Protected Observation.”도윤이 이어받았다.“Garden Line이면 위원회 보호 관찰 라인입니다. 일반 보육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외부엔 복지재단으로 위장된 관리시설일 가능성이 큽니다.”서아는 엄마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그럼 살아 있다는 쪽으로 봐도 돼?”태준의 대답이 아주 짧게 늦었다.“기록상으론.”“기록 말고.”“……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서아의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다.민서윤은 처음으로 뚜렷하게 표정을 잃었다.“그 파일은 여기서 나가면 의미 없어.”서아가 엄마를 조심스럽게 일으키며 말했다.“의미는 내가 정해.”민서윤이 한 걸음 움직이려 하자, 지연이 바로 앞을 막았다.“어딜 가.”민서윤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비켜.”지연이 웃었다.“아까 나 유지라며. 통제 가능하다며.”짧은 침묵.“그럼 어디 한번 통제해봐.”민서윤이 낮게 말했다.“윤지연, 넌 네가 반항한다고
배 전체 조명이 한 번 더 깜빡였다.민서윤의 시선이 흔들린 건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서아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감정 하나 없이 사람을 분류하던 얼굴이, 처음으로 계산 밖의 상황을 마주한 사람처럼 굳었다.서아가 낮게 말했다.“하부 격리층.”태준이 바로 움직였다.“내가 앞에 선다.”서아가 그를 막았다.“아니. 넌 민서윤 봐.”태준의 눈이 서아에게 향했다.“서아.”“도망 못 가게 하라고.”짧은 정적.민서윤이 아주 낮게 웃었다.“날 붙잡아두면 아래는 못 열어.”서아가 그녀를 똑바로 봤다.“그럼 네가 열어.”“내가 왜.”“안 열면.”서아는 한 걸음 더 다가갔다.“네가 아까 말한 연결점, 내가 지금 여기서 끊어버릴 거니까.”민서윤의 눈빛이 식었다.“협박을 배우긴 했네.”서아는 웃지 않았다.“아니. 네 방식대로 말하는 거야.”그때 지연이 옆에서 낮게 끼어들었다.“언니, 말 길어지면 또 도망쳐.”서아가 지연을 봤다.“넌 뒤쪽 막아.”지연이 어깨를 으쓱했다.“아까도 그랬잖아.”“이번엔 진짜 막아.”지연은 잠깐 서아를 보다가 웃었다.“좋아. 오늘은 언니 말 들어줄게.”태준이 민서윤의 옆으로 천천히 이동했다.“열어.”민서윤은 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는 여전히 착각하네. 문 하나 연다고 사람이 나오는 줄 알아?”태준이 낮게 답했다.“안 열면 적어도 네가 뭘 숨기는지는 나오겠지.”도윤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급하게 들어왔다.“서아 씨, 하부 격리층 신호가 두 개로 나뉩니다. 하나는 생체 반응처럼 보이고, 하나는 저장 장치 쪽입니다.”서아의 눈빛이 더 깊어졌다.“둘 다?”“네. 하나는 살아 있는 반응일 가능성, 다른 하나는 기록입니다. 둘 중 하나가 미끼일 수도 있습니다.”민서윤이 조용히 말했다.“정확하네.”서아가 물었다.“뭐가 미끼야.”민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지연이 문 쪽에서 피식 웃었다.“또 입 닫네. 저 사람도 참 답답하다.”서아는 민서윤에게서 눈을 떼지 않
부두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바닷바람이 컨테이너 사이를 지나며 낮게 울었고, 멀리 정박된 낡은 병동선 하나가 검은 물 위에 떠 있었다. 공식 기록상 폐쇄된 선박. 하지만 배 안쪽 어딘가에서는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도윤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낮게 들렸다.“정면 진입로 쪽 움직임 없습니다. 후면 계류 라인 쪽으로 열 감지 하나. 지연 씨가 그쪽으로 붙고 있습니다.”서아는 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연 위치 놓치지 마.”도윤이 바로 답했다.“네. 다만 지연 씨가 의도적으로 신호를 끊었다 붙이고 있습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자기 동선 숨기는 거야.”서아가 피식 웃었다.“끝까지 지연답네.”태준은 배 입구를 보며 말했다.“들어가면 바로 말 줄여. 민서윤은 상대가 뭘 먼저 묻는지로 약점부터 잡아.”서아가 그를 돌아봤다.“그럼 더 좋네.”“뭐가.”“내가 뭘 먼저 묻는지, 나도 이제 정했거든.”태준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아이부터 묻지 말라는 말 들었잖아.”“알아.”서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그래서 나부터 물을 거야.”정적.태준은 더 말하지 않았다.둘은 좁은 계단을 올라 병동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병원과 선박이 억지로 섞인 공간 같았다. 벽은 흰색이었고, 바닥은 금속이었다. 복도 양쪽에는 오래된 격리실 문들이 줄지어 있었고, 일부 문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서아가 손전등으로 문 하나를 비췄다.O-04 / Hold그다음 문.M-19 / Observation태준이 낮게 말했다.“여긴 진짜 쓰였어.”서아가 더 안쪽으로 걸어가며 답했다.“지금도 쓰였고.”“왜 그렇게 확신해.”서아가 바닥을 내려다봤다.먼지 위로 아주 얇은 발자국이 나 있었다.“죽은 공간은 이렇게 깨끗하게 숨 쉬지 않아.”그때 도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서아 씨, 중앙 격리실 방향으로 신호가 강해집니다. 호출 응답이 거기서 다시 잡힙니다.”서아는 바로 걸음을 빨리했다.“좌표 보내.”
붉은 불빛이 깜빡이자 창고 안 공기가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다.도윤은 바로 통신 장비 앞으로 이동했고, 서아는 문혜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반응 왔지.”도윤이 화면을 빠르게 읽으며 답했다.“네. 호출 키 일부에 응답 패턴이 붙었습니다. 완전한 연결은 아니고, 확인 핑에 가까운 짧은 응답입니다.”지연이 곧장 물었다.“위치 잡혀?”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장비와 태블릿을 케이블로 연결하며 말했다.“지금부터 잡습니다. 두 번 튀면 놓칩니다.”서아가 물었다.“민서윤 쪽이 맞아?”문혜린이 아주 낮게 말했다.“그 이름을 건드리고, 호출 키까지 열었으면.”짧은 침묵.“반응은 거기서 올 수밖에 없어.”태준이 차갑게 말했다.“확신해?”문혜린은 그를 봤다.“지금 이 순간까지도 반만 믿고 있는 거야?”태준의 턱선이 굳었다.서아가 둘 사이를 잘랐다.“지금 싸울 때 아냐.”짧은 정적.“도윤.”“네.”“얼마나 걸려.”도윤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답했다.“첫 경유지만 잡는 데 20초, 그다음 실위치 좁히는 데 1분.”지연이 피식 웃었다.“1분이면 길지.”서아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넌 조용히 해.”지연이 눈썹을 올렸다.“왜. 나도 같은 이름 잡으러 왔는데.”“같은 이름을 잡으러 왔지, 같은 편 하러 온 건 아니잖아.”짧은 침묵.지연이 웃음을 지웠다.“그래도 이번엔 방향은 같네.”서아가 아주 짧게 답했다.“방향만.”도윤이 그 대화를 끊지 않으면서도 바로 말했다.“잡혔습니다. 첫 경유지 부산 동항 통신 노드.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서아가 곧바로 물었다.“더 가.”“네. 두 번째 반사망 타고 있습니다. 이건 고정된 사람이 아니라 이동 중 노드가 쓰는 패턴입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움직이고 있네.”문혜린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늦었어.”서아가 바로 물었다.“왜.”문혜린이 낮게 답했다.“민서윤은 한 자리에 오래 안 있어. 응답이 왔다는 건, 지금 이
창고 안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윤지연은 문 앞에 기대 서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안으로 한 발 들어와 있었다. 숨도 흐트러지지 않은 얼굴, 늘 그렇듯 다 아는 사람처럼 웃는 표정. 하지만 서아는 안다. 지연은 전부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상대가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한 조각을 물어뜯는 데엔 천재에 가깝다.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여기까지 따라왔네.”지연이 웃었다.“따라온 거 아니야.”짧게.“먼저 왔지.”도윤이 바로 끼어들었다.“호출 파일 일부를 복사한 뒤 곧장 내려오신 거군요.”지연이 고개를 기울였다.“와, 진짜 딱딱하다.”짧은 정적.“근데 맞아.”서아의 시선은 지연에게 고정돼 있었다.“뭘 가져갔어.”지연은 이번엔 웃음을 조금 줄였다.“말했잖아.”짧게.“이름 하나.”문혜린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 있었다. 아까까지 버티고 서 있던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가장 피하고 싶던 걸 마주한 사람의 얼굴이었다.서아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좋네.”짧게.“네가 저 표정을 만들 정도면, 진짜 위험한 이름이네.”지연이 웃었다.“그러니까 더 재밌지.”태준이 낮게 말했다.“지연아.”지연이 바로 받아쳤다.“왜, 오빠.”“선 넘지 마.”지연은 피식 웃었다.“지금 와서?”짧은 침묵.“여기 있는 사람 중에 선 안 넘은 사람 있어?”공기가 싸늘하게 갈라졌다.서아는 지연의 그 말조차 흘리지 않고 다시 물었다.“이름.”짧게.“말해.”지연은 바로 말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 이름 하나가 얼마나 큰 무게를 갖는지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아주 천천히 문혜린을 봤다.“언니.”짧은 정적.“얘가 왜 이렇게 하얗게 질렸는지 알아?”서아가 차갑게 말했다.“네가 말 돌리는 건 알겠어.”“아니.”지연이 고개를 저었다.“이건 말 돌리는 게 아니라 확인이지.”짧은 침묵.“내가 잡은 조각이 맞는지.”서아는 더 이상 받아주지 않았다.“문혜린.”문혜린의 눈이 서아에게 향했다.“지연이 뭘 물고 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