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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 빌린 이름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9 20:21:03

Authorized legal visitor: Han Jae-wook

한재욱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오늘 구치소에 가지 않았습니다.”

태준이 차갑게 물었다.

“그럼 누가 당신 이름으로 들어갔죠?”

도윤이 접견 기록을 확대했다.

Visitor verification: legal foundation credential + facial match bypass

한재욱의 얼굴이 굳었다.

“안면 인증 우회?”

“법무재단 고위 자문 권한입니다. 변호사 신분 확인이 끝난 계정은 긴급 접견 시 얼굴 확인을 생략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지연이 헛웃음을 흘렸다.

“또 당신이 만든 편의 기능이에요?”

한재욱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으로 충분했다.

“…제가 승인한 제도입니다.”

서아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또 한 번이었다.

처음에는 산모를 보호한다는 조항.

이번에는 변호사의 긴급 접견을 돕는 제도.

좋은 이유로 만든 문마다 누군가 숨어 있었다.

서아가 말했다.

“접견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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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빛 유산   172화 — 빌린 이름

    Authorized legal visitor: Han Jae-wook한재욱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나는 오늘 구치소에 가지 않았습니다.”태준이 차갑게 물었다.“그럼 누가 당신 이름으로 들어갔죠?”도윤이 접견 기록을 확대했다.Visitor verification: legal foundation credential + facial match bypass한재욱의 얼굴이 굳었다.“안면 인증 우회?”“법무재단 고위 자문 권한입니다. 변호사 신분 확인이 끝난 계정은 긴급 접견 시 얼굴 확인을 생략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지연이 헛웃음을 흘렸다.“또 당신이 만든 편의 기능이에요?”한재욱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 침묵으로 충분했다.“…제가 승인한 제도입니다.”서아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또 한 번이었다.처음에는 산모를 보호한다는 조항. 이번에는 변호사의 긴급 접견을 돕는 제도.좋은 이유로 만든 문마다 누군가 숨어 있었다.서아가 말했다.“접견실 기록은요?”도윤이 고개를 저었다.“변호인 접견이라 영상 녹화가 없습니다. 출입 기록만 있습니다.”“목소리도?”“없습니다.”한재욱은 낮게 말했다.“그럼 이름만 있군요.”서아가 그를 보았다.한재욱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공포보다 분노에 가까웠다.“내 이름으로 들어가고, 내 권한으로 강도현을 만난 겁니다.”태준이 물었다.“누가 가능해?”한재욱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법무재단 내부에서 제 인증 토큰 구조를 아는 사람. 그리고 구치소 접견 사전등록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사람.”도윤이 접속 로그를 다시 확인했다.“접견 예약은 오늘 오전 11시 08분. 예약 등록자는…”그의 손이 멈췄다.Former Legal Foundation Compliance Officer — Park Seong-jin한재욱의 얼굴이 굳었다.“박성진?”서아가 물었다.“누구예요?”“예전 법무재단 준법감시실장이었습니다. 제가 482개 방해 템플릿을 폐기할 때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사람입

  • 핏빛 유산   171화 — 살아 있는 열쇠

    D-02 biometric legacy key.강무진은 화면에 뜬 기록을 한참 바라봤다.서아는 맞은편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먼저 변명하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태준이 물었다.“47분 전입니다. 협박 전화 직전에 회장님 생체키가 사용됐습니다.”강무진의 얼굴이 굳었다.“나는 사용하지 않았다.”서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그 말부터 하지 마세요.”강무진이 그녀를 보았다.“아버지가 직접 했는지 묻기 전에 확인할 게 있어요. 아직도 그 키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침묵.그 짧은 침묵으로 충분했다.서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알고 있었네요.”강무진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폐기됐다고 생각했다.”“생각?”서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확인한 게 아니라?”강무진은 대답하지 못했다.도윤이 화면에 오래된 문서를 띄웠다.D-Line Emergency Biometric EscrowD-01 부재 시 D-02 생체인증으로 대리 집행 가능강무진의 서명이 있었다.서아가 물었다.“이것도 기억하세요?”“…기억한다.”“왜 만들었어요?”강무진은 한참 뒤 입을 열었다.“형이 사고를 당하거나 해외에 있을 때 그룹의 긴급 의료·복지 결재가 멈추지 않도록 만든 장치였다.”한재욱이 차갑게 말했다.“복지가 아니라 사람을 추적하는 권한까지 붙었습니다.”강무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건 나중에 붙은 거다.”“그래도 열쇠는 아버지 거였어요.”서아의 말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그 순간 강무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도윤이 화면을 보더니 굳었다.“잠깐.”문자 하나.법원 책임구조 전환 본인확인생체인증 재확인이 필요합니다.강무진이 화면을 보는 순간 표정이 변했다.서아가 알아챘다.“이거 본 적 있죠?”강무진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오늘 아침에.”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뭐라고요?”“같은 문자가 왔다.”회의실이 얼어붙었다.서아가 물었다.“그리고요?”강무진은 한참 동안 딸을 보지 못했다.“인증했다.”서아의

  • 핏빛 유산   170화 — 빈칸으로 남긴 이름

    쉼터 밖으로 차량 두 대가 들어온 것은 협박 전화가 끊긴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최은경이 창문 너머를 확인했다.“관할 아동보호기관입니다.”엄마들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아이를 안은 여자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진짜… 애 데려가러 온 거 아니죠?”서아가 대답했다.“제가 먼저 확인할게요.”현관문은 열지 않았다.최은경이 인터폰으로 신분과 방문 목적부터 확인했다.“방임 신고가 접수돼 현장 확인을 나왔습니다.”“대상 아동은요?”잠시 침묵.“신고서에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한재욱이 서아를 바라봤다.역시.강도현 쪽은 누구인지 몰랐다.그저 쉼터 전체를 신고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것이다.최은경이 단호하게 말했다.“독립 변호사 입회 조건으로 점검을 허용하겠습니다. 실명 확인, 가족관계 조회, 개별 면담은 당사자 동의 없이 불가합니다.”담당자는 잠시 상부와 통화한 뒤 동의했다.문이 열렸다.두 명의 공무원이 들어왔다.그들은 예상과 달리 아이부터 데려가려 하지 않았다. 시설 상태를 확인하고, 식품과 난방, 의료 지원 여부를 살폈다.그 모습을 보던 임산부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저희 이름… 안 적어도 돼요?”담당자는 최은경을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신고 내용 확인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그 한마디에 여자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서아는 알았다.강도현이 휘두른 가장 큰 무기는 제도가 아니었다.제도를 모르는 사람들의 두려움이었다.그는 엄마들이 ‘아이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스스로 이름을 적게 만들려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누군가 옆에서 말해주고 있었다.무엇을 거절할 수 있는지.어디까지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지.점검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담당자가 말했다.“현재 확인되는 즉각적인 방임이나 위험 징후는 없습니다.”쉼터 직원이 눈물을 훔쳤다.그 순간 한재욱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법원이었다.그가 통화를 마친 뒤 서아를 보았다.“긴급 결정 나왔습니다.”모두가 숨을 죽였다.“D-01 Spec

  • 핏빛 유산   169화 후반부 강화본 — 협박 즉시 폭발

    쉼터 직원이 창백한 얼굴로 다가왔다.“방금 전화가 왔습니다.”서아가 고개를 들었다.“누구한테요?”직원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화면에는 짧은 문자가 떠 있었다.D-01 Special Executor Office비협조 쉼터는 지원 종료 및 법적 책임 검토 대상입니다.금일 18:00까지 산모 명단 및 아동 동반 여부 제출.미제출 시 후원금 지급 중단, 시설 계약 해지, 아동 안전 점검 요청.방 안의 공기가 그대로 깨졌다.“아동 안전 점검…?”아이를 안고 있던 젊은 엄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게 뭐예요? 애 데려간다는 뜻이에요?”직원은 대답하지 못했다.다른 임산부가 배를 감싸 쥐었다.“후원금 끊기면 우리 여기 못 있는 거잖아요.”“계약 해지면 오늘 나가야 하는 거예요?”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뜨렸다.쉼터 안은 순식간에 무너졌다.방금 전까지 닫아도 된다고 말했던 문이, 다시 뒤에서 잠기기 시작했다.서아는 휴대폰 화면을 똑바로 보았다.강도현은 기다리지 않았다.그는 협박을 천천히 보내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그 문틀째 부수려 했다.한재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저건 법적 효력 없습니다.”지연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그걸 여기 엄마들이 어떻게 알아요?”한재욱은 입을 다물었다.맞았다.법적 효력이 없어도 공포는 효력을 가졌다.태준이 바로 말했다.“시설 계약서 확인해요.”직원이 서랍에서 서류를 꺼냈다.한재욱이 빠르게 넘기다 멈췄다.“해지 조항이 있습니다. 후원기관이 위험 관리상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즉시 지원 중단 가능.”최은경의 얼굴이 굳었다.“그 조항도 잘못됐습니다.”한재욱은 낮게 말했다.“제가 만든 양식입니다.”그 한마디에 직원의 눈빛이 흔들렸다.엄마들 중 한 명이 물었다.“그럼 결국 당신들이 만든 거잖아요.”한재욱은 고개를 숙였다.“맞습니다.”짧은 침묵.그는 도망치지 않았다.“제가 만든 문장 때문에 지금 여러분이 협박받고 있습니다.”젊은 엄마가 아이를 안고 뒤로

  • 핏빛 유산   168화 — 한재욱의 오래된 이름

    Founding Legal Advisor: Han Jae-wook그 이름이 화면에 떠 있는 동안, 회의실 안에서는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한재욱은 창백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남의 이름을 보는 사람처럼.아니, 지워버렸다고 믿었던 자기 이름을 다시 마주한 사람처럼.서아가 낮게 물었다.“설명하세요.”한재욱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태준의 시선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지연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 팔짱을 낀 채 그를 노려봤다.“한 이사장님.”서아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이번엔 ‘몰랐다’고 하면 안 됩니다.”그 말에 한재욱의 눈가가 흔들렸다.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기억납니다.”회의실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그때 이름은 달랐습니다. ‘위기 산모 회복지원 네트워크’. 태성 법무재단에서 외부 복지기관 설립을 자문했습니다.”지연이 차갑게 물었다.“아이랑 엄마 찾는 콜센터 만든 거네요?”“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그 말, 지금 제일 듣기 싫은 말인 거 아시죠?”한재욱은 고개를 숙였다.“압니다.”서아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계속하세요.”한재욱은 화면 속 업체 소개 문구를 바라봤다.위기 산모와 아동의 안전한 회복을 지원합니다.아름다운 말이었다.그래서 더 끔찍했다.“문서상 목적은 위기 산모 긴급 숙소, 의료 연계, 상담 지원이었습니다. 저는 비영리기관 설립 절차, 개인정보 처리 동의서, 의료기관 협약서, 후원금 관리 규정을 만들었습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그 안에 추적 조항도 있었겠지.”한재욱은 입술을 깨물었다.“있었습니다.”짧은 침묵.이번에는 변명하지 않았다.“12조. 안전 확인을 위한 관계기관 정보 조회 동의. 18조. 산모 위험 발생 시 후원기관 통보. 21조. 아동 보호 이력의 연속성 확인.”도윤이 조항을 화면에 띄웠다.Clause 12. Safety Confirmation AccessClause 18. Emergency Maternal Risk Notifi

  • 핏빛 유산   167화 — 아이보다 먼저 도착한 이름

    태성이 만든 절차의 버릇을, 강도현은 아직도 읽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회의실에 뜬 이름 하나가 모두를 얼어붙게 했다.Mothers First Care ServiceFounding Legal Advisor: Han Jae-wookLegacy contact restored by D-01 emergency network.도윤의 화면에 그 문장이 떠오른 순간, 회의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강도현.그는 구치소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아직 밖을 걷고 있었다.병원 접수대. 약국. 보호 숙소.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문 앞까지.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CP-02 보호자는요?”최은경이 바로 답했다.“이동했습니다. 병원 진료는 끝났고, 약은 받았습니다. 숙소도 바꿨습니다. 위치는 저만 알고 있습니다.”태준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병원 쪽에서 이름을 넘겼을 가능성은?”“아직 없습니다.”도윤이 기록을 빠르게 넘겼다.“문의는 병원 대표번호로 들어왔습니다. ‘태성 복지회복 연락관’이라고 신분을 밝히고, 미성년 보호 대상자의 보호자명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접수 직원이 이상하게 여겨서 답하지 않았고요.”지연이 이를 악물었다.“그 직원 아니었으면 바로 뚫렸겠네.”“맞아요.”도윤의 목소리도 낮았다.“이번엔 운이 좋았습니다.”운.서아는 그 단어가 싫었다.아이 하나가 이름을 빼앗기지 않은 이유가 절차가 아니라 운이어서는 안 됐다.최강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태성 복지회복 연락관이라는 부서는 현재 없습니다. 과거 복지재단, 의료지원팀, 법무 리스크팀이 같이 쓰던 외부 연락 명칭입니다.”한재욱이 낮게 덧붙였다.“피해자를 돕는 척 접근할 때 쓰던 이름입니다.”민유라가 화면 너머에서 작게 말했다.“그 이름으로 나한테도 왔었어.”서아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민유라는 오래된 기억을 꺼내듯 천천히 말했다.“도와주겠다고 했어. 병원비, 숙소, 서류. 그런데 마지막엔 늘 이름을 물었지.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누구

  • 핏빛 유산   10화 — 탈출

    문이 잠긴 소리가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철컥.그 짧은 금속음이—이 방을 완전히 밀실로 바꿔버렸다.윤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눈앞.한수민을 닮은 여자.하지만—전혀 다른 존재.“…엄마 아니야.”그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도윤이 먼저 움직였다.문으로 달려갔다.손잡이를 잡았다.철컥.돌아가지 않았다.“잠겼습니다.”낮고 짧은 보고.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당황하지 마.”도윤이 뒤를 돌아봤다.“상대가 유도했습니다.”“알아.”짧은 침묵.서아의 시선이 방 안을 훑었다.문. 창문. 가

  • 핏빛 유산   9화 — 죽은 줄 알았던 여자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차창 위로 흐르는 물방울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윤서아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손에는—반지.피가 말라붙은 채 남아 있는 반지.“…이상해요.”강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아의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뭐가.”“당신 어머니.”짧은 침묵.“죽은 기록이 없습니다.”서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뭐?”도윤이 말을 이었다.“사망 신고.”“없습니다.”정적.“장례 기록도 없고.”“화장 기록도 없습니다.”차 안 공기가 멎었다.“…그럼 뭐야 그게.”

  • 핏빛 유산   2화 — 기억이 돌아왔다

    어둠 속에서 소리가 먼저 떠올랐다.삐— 삐— 삐—규칙적인 기계음.그 다음에야 감각이 돌아왔다.차가운 공기. 무거운 몸. 그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답답함.윤서아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한 천장. 형광등 불빛이 번져 보였다.“…여기…”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그때였다.“환자분! 눈 뜨셨어요?”간호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고, 곧 의사가 따라 들어왔다.서아의 시야에 여러 얼굴이 겹쳐 보였다.“의식 돌아왔습니다. 동공 반

  • 핏빛 유산   1화 — 핏빛 유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윤서아는 비를 맞은 채 서 있었다.숨이 가빴다.“…태준.”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눈앞.강태준.그리고—그 옆에 서 있는 윤지연.“왜 여기 있어…”짧은 침묵.지연이 먼저 웃었다.“언니.”한 걸음 다가왔다.“죽은 줄 알았는데, 끈질기네.”공기가 식었다.서아의 시선이 태준에게 향했다.“…너.”입술이 떨렸다.“설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서아를 보고 있었다.감정 없는 얼굴.“…말해.”“아니라고 해.”정적.하지만—그는 끝내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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