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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게 된 곳은 료칸이었다.

Penulis: JANGO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7 12:46:19

"으아아아아!"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장을 빠져나온 수려는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폈다.

"겨우 도착했다! 매번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비행기 타는 건 너무 힘들어."

지금까지 일본에 온 건 대부분 KKB 공연 때문이었다.

늘 매니저와 스태프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팬들이 몰려들면 제대로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수려는 한동안 공항을 둘러보다 피식 웃었다.

"이것도 나쁘진 않네."

쪽지에 적힌 주소를 내려다봤다.

효고현 아리마온천.

"그래. 일단 가자."

캐리어를 끌고 나온 수려가 걸음을 멈췄다.

……어디서 타는 거지?

단발머리에 흰 셔츠, 청바지 차림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이었다.

'우와, 일본에도 이렇게 예쁜 애가 있다니. 한 번 길을 물어보자. 일본어도 연습할 겸.'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여기에 가려고 하는데요?"

여자는 쪽지를 확인하더니 말없이 버스 정류장을 가리켰다.

"아, 고맙습니다."

여자는 다시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엄청 불친절하네. 누가 일본 사람이 친절하대?'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탄 끝에 아리마온천역에 도착했다.

도시의 소음과는 전혀 다른 고요한 풍경이었다.

료칸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좁고 가파른 돌길이 끝없이 이어졌고, 저녁 공기 속에 유황 냄새가 옅게 섞여 들었다.

어디선가 온천물이 흐르는 소리, 나막신이 돌바닥을 딛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사라졌다.

"헉…… 헉……."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공연장에서 몇 시간씩 뛰어다니던 몸인데, 이제는 캐리어 하나 끄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내가…… 몸을 너무 망쳤나?"

언덕 정상에 다다르자 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대나무 숲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좁은 길 끝에 등불 몇 개가 떠 있었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대나무 잎이 서로 부딪히며 잔잔한 소리를 냈고, 그 사이로 물 흐르는 소리가 은은하게 섞여 들었다.

화려한 조명도, 무대도, 카메라도 없었다.

그저 대나무와 꽃, 그리고 달빛만이 료칸 지붕 끝을 조용히 타고 흘렀다.

코끝에 닿는 공기마저 서울과는 다른 냄새였다.

습기와 나무, 그리고 옅은 온천 냄새.

'……이런 곳이 있었구나.'

간판을 확인했다.

달빛 료칸.

나무로 깎아 만든 낡은 글씨체가 등불 아래 은은하게 빛났다.

'여기가…… 이제 내 인생의 무대인가.'

그때 꽃을 정리하던 예순 살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 수려를 발견했다.

"어머, 한 사마? 실제로 보니 듣던 것보다 훨씬 키도 크고 잘생겼네."

'역시 보는 눈은 있으시네.'

"짐은 거기 두고 들어와요."

료칸 안으로 들어서자 다다미 특유의 마른 풀 냄새가 훅 끼쳐 왔다.

여인이 따뜻한 차를 건넸다.

찻잔을 감싸 쥐자 언 손끝부터 온기가 스며들었다.

"오는 길에 고생 많았죠?"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괜찮아요. 앞으로 더 고생할 테니까."

수려의 표정이 굳자 여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농담이에요."

'……농담 맞나?'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공항에서 만났던 그 여자였다.

"어머, 두 분 벌써 인사했어요? 초행길이니까 아베 상한테 마중 나가라고 했거든요."

'아베……? 마중 나온 사람이 버스 타라고 손가락만 가리킨 거였어?'

아베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아베 상, 수고했어요."

"네."

짧은 대답뿐이었다.

수려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진짜 특이한 사람이네.'

"혹시 제가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편하게 오카미상이라고 부르면 돼요."

잠시 미소를 지은 여인이 말을 이었다.

"료칸의 안주인이라는 뜻이에요."

오카미상이 찻잔에 차를 한 번 더 따라 주었다.

"짐도 풀고 푹 쉬어요. 내일부터는 힘들 테니까."

"네?"

"이번엔 농담 아니에요. 호호호."

'……여기도 만만치 않네.'

직원용 숙소.

방은 작고 소박했다.

낡은 나무 창틀 너머로 대나무 잎 스치는 소리가 여전히 희미하게 들려왔다.

수려는 짐을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내가 정말 일본에 왔구나.'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배워라.

'대체 내가 여기서 뭘 배우게 된다는 거지?'

문득 아베가 떠올랐다.

공항에서도, 료칸에서도.

아베는 자신을 특별하게 대하지 않았다.

놀라지도, 반가워하지도 않았다.

마치 수려가 평범한 사람인 것처럼.

"……신기한 사람이네."

그때 얇은 벽 너머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베 상."

오카미상의 목소리였다.

"저 애?"

"네. 비서분에게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온 걸까요?"

"네?"

"자기 아버지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 말이에요."

"……!"

수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잠이 단번에 달아났다.

'아버지.'

한 번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

매번 출장을 다닌다는 말만 남긴 채 자신과 어머니 곁을 떠나 있던 사람.

그런 아버지가 이 료칸에 있었다고?

"모르고 온 것 같던데요."

"아직은 말하면 안 돼요."

"왜요?"

"회장님께서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수려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할아버지가…… 뭘 알고 있는 거지?'

더 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수려는 어둠 속에서 천장을 바라봤다.

아버지는 이 료칸에서 무엇을 했던 걸까.

그리고 왜 할아버지는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걸까.

'내일…… 꼭 물어봐야겠다.'

하지만 그때의 수려는 몰랐다.

이 료칸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흔적이,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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