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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이 첫날부터 사고를 쳤다

Penulis: JANGO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7 13:06:09

다음 날 아침 7시.

"한 상!"

문밖에서 유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5분만."

"그럼 먼저 갈게요. 알아서 나오세요."

발소리가 멀어졌다.

수려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10초 뒤.

"……잠깐."

눈이 번쩍 떠졌다.

"오늘부터 일한다고 했잖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어젯밤 벽 너머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스쳤다.

아버지가 이 료칸에 있었다는 것.

"맞다. 어제 그거 물어봐야 하는데……."

옷을 꿰입으며 중얼거렸지만, 시계를 확인한 순간 그 생각은 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으악! 늦었다!"

로비로 뛰어 내려가자 아베가 녹색 유니폼을 내밀었다.

"이 옷으로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이걸 내가 입는다고?'

화려한 무대 의상 대신 녹색 나카이 유니폼이라니.

'사람 인생 참 알 수 없네.'

유니폼을 입고 나오자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수려 상! 저는 유코예요."

아침에 자신을 깨웠던 여자였다.

"저 오래전부터 수려 상 팬이에요. 한국 공연도 갔고, 오사카 공연도 갔어요."

수려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유코가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런 말 초면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학폭 사건이 터졌을 때도 저는 하나도 안 믿었어요."

무혐의가 밝혀졌지만, 이미 세상은 등을 돌린 뒤였다.

"……고마워요."

"앞으로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말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들렸다.

유코가 첫 업무를 설명했다.

체크아웃하는 손님에게 인사하고, 짐을 받아 차량까지 안내하는 일이었다.

"그 정도야 뭐."

수려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건 자신이 누구보다 잘하는 일이었다.

무대 위에서 수천 번 해 봤고, 카메라가 켜지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팬들이 손을 흔들면 적당한 각도로 손을 흔들었고, 상대의 반응에 맞춰 표정과 말투를 바꾸는 것도 익숙했다.

'이 정도는 쉽지.'

그렇게 생각했던 게 불과 십 분 전이었다.

첫 번째 손님이 객실에서 나오는 걸 발견하자 수려는 재빨리 다가갔다.

"안녕하십……."

그런데 손님은 수려를 지나쳐 그대로 로비 쪽으로 걸어갔다.

수려는 어색하게 멈춰 섰다.

'……못 들은 건가?'

두 번째 손님이 나오자 이번에는 조금 기다렸다가 적당한 순간에 다가갔다.

"짐을 제가 들어 드리……."

"다이죠부데스."

손님은 손을 내저으며 웃고는 혼자 캐리어를 끌고 갔다.

수려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억울함을 느꼈다.

'나 한수려인데.'

하지만 유코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곧바로 손님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며 캐리어를 받아 들었다.

"차가 앞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짐은 제가 들어 드릴게요."

손님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유코 역시 웃으며 손님을 배웅했다.

수려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저는 왜 계속 타이밍을 놓치는 거예요?"

"손님에게 다가가는 것도 타이밍이 있어요."

"타이밍이요?"

"네. 손님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먼저 보는 거예요. 무조건 먼저 다가가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피는 거죠."

수려는 대답하지 않고 손님들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무대에서는 자신이 언제 나가야 하는지 정해져 있었다.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시작되면 앞으로 나가면 됐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으면 웃으면 됐고, 박수를 보내면 그에 맞춰 손을 흔들면 됐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누가 자신을 불러 주지 않았다.

누가 박수를 쳐 주지도 않았다.

자기가 먼저 보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움직여야 했다.

'할아버지가 사람을 대하는 것부터 배우라고 했던 게 이런 건가.'

수려는 다시 손님들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짐이 많은 손님에게는 먼저 다가갔고,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에게는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동선을 살폈다.

아직 서툴렀지만, 적어도 아까처럼 무작정 자신의 방식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오전 업무가 끝날 무렵에는 온몸이 뻐근했다.

"생각보다 힘드네요."

수려가 허리를 두드리자 유코가 웃었다.

"처음이라 그래요. 조금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

"그럼 다음은 뭐예요?"

"온천 청소요."

유코가 뜰채를 하나 건넸다.

"물에 벌레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손님들이 이용하시기 전에 깨끗하게 정리해야 해요."

수려는 뜰채와 온천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것도 제가 해요?"

"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이돌이 온천 청소까지 하는 시대가 왔구나."

유코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아이돌 아니잖아요."

그 말에 수려도 웃었다.

"그러네요."

조금 씁쓸한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싫지는 않았다.

수려는 뜰채를 들고 온천 주변을 살폈다.

물 위에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떠 있었다.

"저런 것도 치우는 거죠?"

"네."

"이 정도면 별거 아니네."

첫 번째 벌레를 건져 올렸다.

"오, 쉽다."

두 번째도 건졌다.

"나 소질 있는 것 같은데?"

유코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잘하시는데요?"

수려가 괜히 어깨를 으쓱하는 순간이었다.

수풀 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고개를 돌리자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였다.

"유코 씨."

"네?"

"저거…… 뭐예요?"

수풀 사이에서 도마뱀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려는 순간 굳어 버렸다.

"……설마 저것도 제가 치워야 해요?"

유코가 대답하기도 전에 도마뱀이 갑자기 수려 쪽으로 튀어 올랐다.

"으아아아!"

수려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발밑이 미끄러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어?"

몸이 휘청하더니 그대로 온천으로 떨어졌다.

풍덩!

"수려 상!"

유코가 놀라 달려왔다.

수려는 온천물 밖으로 머리만 내민 채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나카이의 첫날이구나."

유코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수려도 결국 피식 웃었다.

"아이돌 시절에는 이런 건 없었는데."

"그래도 다치지는 않았으니까 다행이죠."

"그건 그렇네요."

수려는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일어났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베가 다가왔다.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아베의 시선이 수려의 젖은 옷으로 향했다.

"그럼 다행이고요."

그는 잠시 수려를 바라보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온천에서는 뛰지 마십시오."

"안 뛰었거든요."

"넘어진 겁니까?"

"……네."

"그럼 더 조심하십시오."

말투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수려는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수려는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업무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체크인이었다.

유코는 손님이 도착하면 인사를 하고 객실까지 안내하면 된다고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수려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겠습니다."

"화이팅!"

유코가 주먹을 쥐어 보였다.

잠시 후, 료칸 앞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왔다.

수려는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까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손님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을 지켜보다가,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살필 생각이었다.

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나이는 수려보다 훨씬 많아 보였지만,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쉽게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어딘가 낯설었다.

남자는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섰다.

그리고 수려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의 시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얼굴을 확인하는 사람처럼 수려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렇게 보지?'

수려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남자의 입가에 아주 미세한 미소가 번졌다.

'설마 나를 알아본 건가?'

그때 유코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인사하세요."

"아."

수려는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숙였다.

"이랏샤이마세."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수려의 이름을 불렀다.

"한수려?"

수려의 몸이 굳었다.

"……네?"

남자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믿을 수 없는 말을 꺼냈다.

"아버지와 많이 닮았네."

순간 수려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아버지.

그 단어가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의문이었다.

왜 할아버지는 자신을 이 료칸으로 보냈을까.

왜 아버지는 이곳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말을 아끼는 걸까.

수려는 남자를 바라봤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눈빛에는 자신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 사람……."

수려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우리 아빠를 알아?"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수려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수려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가 단순히 나카이 일을 배우기 위해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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