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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닫혀 있던 밤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7 07:19:47

문은 처음부터 열려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열려 있었다고 믿어왔던 기억이 잘못된 것이었다. 

건우는 그 사실을 문 앞에 서서야 알았다. 

손잡이를 잡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 

막상 손끝이 닿는 순간, 이 문을 자신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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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수의 밤   253. 닫혀 있던 밤

    문은 처음부터 열려 있지 않았다.정확히는, 열려 있었다고 믿어왔던 기억이 잘못된 것이었다.건우는 그 사실을 문 앞에 서서야 알았다.손잡이를 잡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고,오히려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막상 손끝이 닿는 순간, 이 문을 자신이 언제,어떤 방식으로 통과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비어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꼈다.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잡은 채로 잠깐 멈춰 있었다.이상하다는 감각이 올라왔지만, 그 감각을 붙잡고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은 따라오지 않았다.오히려 반대로, 이 문을 열지 않으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공백이

  • 형수의 밤   252. 살아 있으면 돌아가야 되니까

    건우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선 채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방금 전까지는 무엇이 사실인지, 어떤 기억이 맞는지그걸 구분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먼저,왜 그때 자신이 돌아보지 않았는지를 떠올려야 할 것 같은감각이 더 강하게 올라왔다.‘살아 있었어.’머릿속에 떠오른 그 한 문장은, 확신이라기보다는 가능성에 가까웠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가능성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이미 한 번 겪었던 장면처럼 남아 있었다.뒤에서 들리던 숨,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기척,그리고 그걸 알고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자신. 건우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아니야…”

  • 형수의 밤   251. 하나로 굳어지는 쪽

    “나는 안 들어갔어.”건우가 입 밖으로 그 문장을 꺼냈을 때, 그 말은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방금 전까지 머릿속에서 계속 갈라지고 있던 감각들이하나로 정리되듯이, 앞뒤를 따로 맞출 필요도 없이 그대로 이어졌다.문장에 힘을 주려고 하지 않았는데도,스스로를 설득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단단하게 들렸다.그는 숨을 한 번 고르고, 고개를 아주 조금 들어 올렸다.어둠 속에서 열려 있는 문이 여전히 시야에 들어왔지만,조금 전과는 느낌이 달라져 있었다.안쪽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던 감각이 사라지고,오히려 그 자리에 오래 서 있었던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들어가지 않은 쪽이 더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 형수의 밤   250. 나는 안 들어갔다는 착각의 덫

    건우는 혼자 남아 있는 공간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조금 전까지 서하와 마주 보고 있었던 자리에서몇 걸음 떨어져 나온 것뿐인데, 공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사람이 사라진 자리라서 조용한 게 아니라,방금 전까지 이어지고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끊겨버린 뒤에 남는 공백 같은 것이 더 크게 느껴졌다.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생각을 정리하려고 한 동작이었는데, 정리는 되지 않았다.오히려 조금 전까지는 붙잡고 있던 감각들이 더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서하가 했던 말, 그날 밤, 혼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그리고 마지막에 떨어졌던 그 한 문장까지 전부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긴 했는데,그걸 하나로 묶어서 이어 붙이려고 하면 자꾸 다른 방향으로 밀려났다.

  • 형수의 밤   249. 돌아보지 않은 이유

    서하의 말이 끝났을 때, 건우는 그 자리에 서서 바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귀로는 분명히 들었고, 그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이해는 됐는데,그걸 받아들이는 쪽이 따라오지 않았다.이해와 납득이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었고, 그 사이에 있는 감각이 계속 어긋나고 있었다.“형을… 두고 나왔다고? 내가???”그가 낮게 되짚었다.문장을 끊지 않고 이어가려고 했지만, 숨이 한 번 걸렸다.“그게 말이 되냐.”서하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건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조용해졌다.부정하려는 사람을 설득하려는 태도가

  • 형수의 밤   248. 기억 못 하는 건 버려야 했던 것

    “네가 아니었어.”서하의 말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건우는 그 다음을 바로 이어가지 못했다.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문장이 더 이상한 방향으로 퍼져 나갔고,그걸 붙잡아서 하나로 정리하려는 순간마다 중심이 미끄러졌다.‘내가 아니었다’는 말이 의미하는 게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동시에 떠올랐다.“그게 무슨 말이야.”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문장을 끊지 않고 이어가려 했지만, 호흡이 한 번 어긋났다.“내가 들어갔다면서, 그 다음이 내가 아니면… 그럼 누가”말을 끝까

  • 형수의 밤   10. 의심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밤이 깊어지고, 어둠이 가득한 방, 건우는 숫자를 다시 적었다.9:129:189:37그리고 그 옆에 한 줄을 덧붙였다.‘왜.’-형은 왜 전화했는가.-위험을 알리기 위해?-아니면 누군가의 도착을 확인하기 위해?그는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떠올렸다.형이 전화한 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면.그 생각은 섬뜩했다.만약 누군가와 약속이 있었다면.9시 18분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건우는 펜을 내려놓았다.기억은

  • 형수의 밤   9. 진동

    비는 오지 않았는데도, 저녁 공기가 눅눅했다.건우는 창문을 열어두고도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 걸 느꼈다.거실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숫자가 적힌 메모가 놓여 있었다.9:129:189:37그 아래, 어젯밤 그가 덧붙인 한 줄.‘조용했다.’그는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짚어보았다.조용했다면, 형은 움직이지 않았다.움직이지 않았다면, 누군가를 맞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그 생각이 목을 죄었다.하나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물 흐르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지는…건우는 문득 물었다.“그날… 진동 느

  • 형수의 밤   2. 문 안쪽의 사람

    시신을 실은 차량이 골목을 빠져나갈 때까지,건우는 비를 맞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경광등 불빛이 젖은 도로 위에 번졌다가 사라졌다.형은 그렇게 떠났다.설명도, 변명도 없이.경찰은 현장을 통제했고, 필요한 절차를 간단히 설명했다.참고인 조사 일정이 잡힐 거라고 했다.말은 또렷했지만, 건우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남은 건 한 문장뿐이었다.저녁 8시 전후.그 시간에 그는 집에 있었다.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하나는 경찰의 안내를 받아 현관을 나왔다.비는 여전히 세게 내리고 있었고,그녀의 코

  • 형수의 밤   1. 형이 죽었다.

    그날, 건우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아픈 건 아니었다. 몸은 멀쩡했다.다만, 일어나는 순간 모든 게 진짜가 될 것 같아서.부모님이 돌아가셨다.그 문장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정말로 세상이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자신은 살아 있고, 더이상 그의 부모는 없다.-그게 말이 되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1년.건우는 병실 침대 위에서 1년을 보냈다.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장례도, 화장도.향 냄새를 맡을 겨를도 없었고,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도 없었다. 울지도 못했다.그건 애초에 건우의 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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