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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먼저 움직이는 쪽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4 17:06:47

복원된 메일은 단순한 정황 증거가 아니었다.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는 문장은 사고 이후의 대응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고를 전제로 한 문맥처럼 읽혔다.

하나는 그 부분을 확대 출력해 두고 상부 보고서에 첨부했다.

문장의 뉘앙스 하나가 수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건우는 보고서 초안을 함께 검토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공식적으로 확대 수사에 들어가는 순간, 상대는 더 이상 간접적 경고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단계에서 바로 올려도 돼?”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나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여기서 멈추면, 우린 계속 밀려.”

그녀의 판단은 논리적으로 옳았다.

그러나 건우는 그 논리 바깥에 있는 위험을 더 선명하게 보고 있었다.

“올리는 순간, 저쪽도 올려.”

그가 낮게 말했다.

“이미 올라왔어.”

하나는 담담했다.

그녀는 두려움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두려움보다 결론을 우선에 두고 있었다.

그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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