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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믿었던 사람의 얼굴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6 19:47:39

김도현이라는 이름이 화면 위에 떠 있는 동안, 거실 안의 공기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숫자와 계좌를 따라가던 시선이 그 순간부터는 더 이상 화면에만 머물지 못했다.

건우는 노트북 앞에 서 있었고, 하나는 의자에 앉은 채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었다.

틀릴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싶었지만, 계좌 흐름은 지나치게 선명했다.

형이 죽기 전에 추적하던 돈의 끝에, 형이 가장 믿던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그 사실은 단순한 충격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기억들까지 한꺼번에 흔들어 놓았다.

“다시 봐.”

건우가 낮게 말했다.

하나는 아무 말 없이 로그 화면을 다시 열었다.

자회사 계좌로 들어온 돈이 싱가포르 투자회사를 거쳐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는 흐름은 숫자만 달라질 뿐 몇 달 동안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었다.

우연이나 일회성 실수라고 보기에는 구조가 너무 정교했다.

“계좌 명의는 확실해.”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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