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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3-04 20:05:58
차 상시의 눈이 번뜩였다. 하륜이 숨겨둔 황제의 거처를 이리도 쉽게 파악해오다니. 그에게 유희는 단순히 차기 황후가 아니라, 하륜의 목을 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비수였다.

“마마, 유희 아기씨야말로 마마께서 보내주시는 안신향(安神香)보다 더 확실한 처방이 될 듯싶습니다. 황후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이, 아기씨께서 그 자리를 채우시기만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지 않겠습니까.”

차 상시가 말을 보태며 유희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유희는 그 무서운 말들을 듣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태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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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관의 비   261 화

    서늘한 달빛만이 무심하게 부서져 내리는 깊은 밤.하륜의 사저 뒷마당에는 뼈를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만이 맴돌고 있었다.달빛이 비치는 대청마루 위, 하륜은 미동도 없이 단정하게 앉아 난을 치는 중이었다. 새하얀 화선지 위로 유려하게 뻗어나가는 먹물은, 평소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우아하고 고결했다."……연월당 입구에 합환등(合歡燈)이 달렸습니다."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혁이 무거운 목소리로 고했다.연호와 미옥이 밤을 보낸다는 뜻이었다."그러하냐."하륜의 대답은 서늘할 정도로 건조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붓끝에 머물러

  • 환관의 비   260 화

    스스슥.초희는 두 발로 걷는 것조차 잊은 채, 네 발 달린 짐승처럼 엎드려 침상 위로 기어 올라갔다.그 낯선 기척에 미옥의 다리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던 연호의 움직임이 멈칫 굳어졌다.칠흑 같은 눈동자가 스르륵 치켜올라가며, 제 침상에 기어오른 불청객을 향해 찰나의 서늘한 의문과 짙은 살기를 뿜어냈다.'감히 겁도 없이?'연호가 단숨에 그녀의 목을 꺾어버리려 커다란 손을 들어 올리던 찰나였다.초희가 납작 엎드린 채,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내뱉었다."폐, 폐하……!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감히

  • 환관의 비   259 화

    츕, 츄우읍……."아! 앙! 흣, 하아……!"연호의 뜨거운 혀끝이 미옥의 음부 점막을 거침없이 갈라내고, 가장 예민한 꽃잎을 입술 가득 머금어 강하게 빨아올리기 시작했다.질척한 물소리가 고요한 연월당의 내실을 꽉 채웠다. 황제의 입안에서 터져 나오는 노골적인 소리는 음란하고 지독하게 초희의 고막을 자극했다.미옥의 잘록한 허리가 침상 위로 활처럼 꺾여 올랐다. 황제의 머리통을 감싸 쥔 미옥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쾌락에 겨워 바들바들 떨렸다.연호는 미옥이 느끼는 교성에 맞춰 쉴 새 없이 핥고 빨며, 그녀의 샘

  • 환관의 비   258 화

    마치 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를 보는 듯한, 한 치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서늘하고도 잔혹한 시선이었다."내 눈에는 그저, 감히 황제의 밤을 훔쳐보려 든 방자하고 천한 벌레 한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데.""폐, 폐하……!"초희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하얗게 질려 사색이 되었다.그녀가 덜덜 떨리는 입술을 달싹이기도 전에, 연호의 커다란 손이 미옥의 얇은 명주 저고리 섶을 움켜쥐었다.찌이익-!숨 막히는 정적을 찢고, 명주가 단숨에 뜯겨 나가는 파열음이 연월당을 갈랐다.“읏!"미옥의 짧은 비명과 함께, 저고리 안쪽에 감춰져 있던

  • 환관의 비   257 화

    초희의 다리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방 안을 가득 채운 질척하고도 농염한 열기.자신을 돌아보며 나른하게 미소 짓는 황제의 붉은 입술.그리고 그 품에 안겨 가쁜 숨을 내뱉고 있는 무 귀인의 적나라한 자태까지.'나를 안으려 부르신 게 아니야. 저 다리 병신이 황제를 홀리는 꼴을 똑똑히 보라고…… 나를 기만하신 거다.'상황을 파악한 초희의 얼굴이 수치심과 경악으로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움켜쥔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힘을 주며, 간신히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그 숨 막히는 정적을 깬 것은 연호의 나직한 음성

  • 환관의 비   256 화

    미옥이 저를 타인에게 밀어내면서까지 상처받고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연호의 지배욕에 불을 지폈다.그의 입술 끝이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는 미옥의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툭 풀며, 금방이라도 몸을 일으킬 듯 나른하게 속삭였다."그래. 네가 진정 내가 그녀에게 가기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일어서마."미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황제가 던진 잔혹한 덫이자, 시험이었다.미옥은 숨을 헉 들이마시며, 몸을 일으키려는 연호의 화려한 곤룡포 섶을 다급하게 움켜쥐었다."……폐하."절박하게 옷깃을 부여잡은 가녀린 손끝.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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