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99 화

작가: 양순이
last update 게시일: 2026-03-28 13:14:44
하지만 거칠게 밀고 들어올 줄 알았던 하륜의 움직임이 돌연 멈췄다.

그는 잔뜩 경직된 채 자조하고 있는 미옥의 속내를 귀신같이 읽어냈다.

“눈 떠라.”

하륜의 차가운 손끝이 미옥의 뺨을 감싸 쥐었다.

이내 그의 뜨거운 입술이 미옥의 닫힌 눈꺼풀 위로 다정하고도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스스로를 흠집 난 도구 취급하지 마라. 내게 너는, 단 한 순간도 온전치 않은 적이 없었으니.”

그의 말은 미옥이 세워둔 자학의 벽을 단숨에 허물어뜨렸다.

하륜은 굳어 있던 그녀의 어깨를 지나 느릿하게 아래로 입술을 묻었다.

봉긋하게 솟은 가슴 위로 뜨
이 작품을 무료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최신 챕터

  • 환관의 비   177 화

    **덜컹거리는 마차 안, 짙은 어둠 속에서 사혁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네가 홀려야 할 자의 이름은 선호(宣皓)다. 남원 바닥에서 돈이나 흩뿌리고 다니는 한량이지. 나이는 올해로 서른이다.”“……예? 고작 서른이요?”초희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당연히 오늘내일하며 관짝에 들어갈 날만 기다리는 쭈글쭈글한 늙은 영감탱이일 줄 알았다.그래서 송장 같은 노인네의 비위를 맞추며 수발을 들 각오까지 단단히 하고 있었건만, 혈기 왕성한 젊은 사내라니!그녀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화색이 돌았다.사혁은 그런 초희의 얄팍한 속

  • 환관의 비   176 화

    황궁의 집무실. 연호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 책상 너머로 강진을 내려다보았다.단정한 무관복으로 갈아입고 어전에 무릎을 꿇은 강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래, 하륜 그자의 꼬리는 밟았느냐. 이리 철저한 놈이 그냥 있을 리는 없고, 밖에서 도대체 무얼 하고 다니더냐.“강진은 고개를 깊게 숙이며 마른침을 삼켰다."……하륜은 최근 도성 안팎의 기방을 전전하고 있었습니다.""기방?“연호의 눈썹이 흥미롭다는 듯 위로 휘어졌다."기방을 드나든다라. 궐 밖으로 나가더니 뒤늦게 향락에라도 빠졌다는 것이냐?""단순한 향락

  • 환관의 비   175 화

    잰걸음으로 취홍루의 인적 드문 뒷문을 빠져나오자, 아직 가시지 안흔 새벽안개 속에 허름한 마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사혁.”하륜의 부름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사혁이 고개를 숙였다. 하륜은 보따리를 꽉 쥔 채 불안하게 서 있는 초희를 건조하게 훑으며 말을 이었다.“이 계집을 남원(南原)으로 데려가거라. 그곳에 낙화루(落花樓)라는 기방이 있을 것이다. 행수에게는 이미 전갈을 넣어두었으니, 당분간 그곳에서 몸을 낮추고 기회를 엿보게 해.”남원? 낙화루?초희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나으리, 낙화루라니요! 기껏 도성 기방을

  • 환관의 비   174 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성큼성큼 마당을 가로질렀다.**같은 시각, 취홍루의 별채.초희는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닦지도 못한 채 붓을 꽉 쥐고 있었다.종이 위에는 그녀의 이름 석 자가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었다. 먹물이 튀어 손가락 끝이 시커멓게 물들었지만 초희는 입술을 짓씹으며 다시 붓을 세웠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나으리께 칭찬받을 수 있어.‘하륜은 그녀에게 글은 몰라도 좋으니 그저 이름이라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초희는 욕심이 났다.이름만 겨우 쓰는 무식한 계집보다는,

  • 환관의 비   173 화

    미옥의 시선이 강진의 얼굴을 지나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날카롭게 벼려진 칼자루 아래, 산길을 헤매느라 흙먼지가 하얗게 눌러앉은 도포 자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칠게 트고 갈라진 입술에서는 지독한 갈증과 허기가 느껴졌다.‘물이라도 마시려면 여기서 나가 1시진은 더 가야할텐데.’그의 눈은 여전히 매서웠으나, 그를 지탱하고 있는 어깨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무거워 보였다.주인의 변덕 한 번에 내던질 수 있는.시키면 그곳이 벼랑 끝이라도 달려가야만 하는.그와 자신이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그 동질감이 미옥의 가슴 한구석

  • 환관의 비   172 화

    '……어째서냐.'황궁의 화려한 치장보다, 수수한 무명옷을 입은 지금이 왜 더 귀해 보이는 것일까.쾌락의 끝에서 허덕이던 눈동자가 어찌 저토록 맑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강진은 제 가슴을 짓누르는 기이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이곳까지 어찌 오셨습니까, 강진 나으리."미옥이 먼저 정적을 깨뜨렸다.강진은 삿갓 끝을 들어 올리며 그녀를 응시했다."하륜을 찾으러 왔다. 폐하의 안부를 전하러."“……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미옥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일말의 가식도 없었다.“혹 폐하께서 다시 부르시려는 걸까요? 하긴,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작품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