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ilen

제16화. 기록된 틈새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9.09.2026 10:26:54

노트북 화면의 푸르스름한 빛이 방 안의 어둠을 차갑게 가르고 있었다.

이서는 민채린의 태블릿과 휴대폰을 연동해 그녀가 남긴 메신저 기록, SNS 비밀 계정, 그리고 암호화된 일정을 하나씩 파헤쳐 나갔다. 민채린이라는 여자가 구축해 둔 인간관계의 지형도를 그려내는 작업이었다.

화면을 넘기던 이서의 손가락이 멈춰 섰다. 지난 만찬장에서 자신이 의도적으로 접촉했던 세 사람의 이름이 민채린의 과거 연락망 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원그룹의 최대 경쟁사 대표, 상류사회 사조직을 주도하는 귀부인, 그리고 강무성 회장의 곁을 지키는 수석비서.

민채린 역시 이들에게 포셥의 손길을 내밀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부 일방적인 거절이나 차가운 무응답. 민채린은 이들을 포섭하는 데 완벽히 실패해 있었다.

이서는 턱을 괴고 빽빽하게 적히 ㄴ대화 기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실패의 이유는 명확했다.

민채린은 지나치게 급했고, 오만했으며, 상대를 오직 '이용해 먹을 도구'로만 취급
Lies dieses Buch weiterhin kostenlos
Code scannen, um die App herunterzuladen
Gesperrtes Kapitel

Aktuellstes Kapitel

  • 환생을 했더니 전 남편의 현 아내가 되어있었다.   제25화. 두 번째 갈등

    저택 거실을 채운 것은 서늘한 정적과 알코올의 알싸한 향이었다.외투를 벗으며 현관을 들어선 이서의 시선 끝에, 소파에 깊숙이 기댄 태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낮게 가라앉은 양주잔이 들려 있었다. 얼음이 다 녹아 미지근해진 주황빛 액체. 이미 몇 반을 연속으로 비워낸 듯, 그를 감싼 공기에는 보기 드문 열기와 피로함이 엉켜 있었다."어디 갔었어.""갤러리.""하- 갤러리라고?"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술 기운 탓인지,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묻어났다."그 갤러리 주인, 몇 번이나 만난 거야."이서는 걸음을 멈추어 태준을 바라봤다."나를 감시하고 있는 거야?""아니야.""그럼 내가 몇 번 갔는지 어떻게 알아?""................"태준은 몸을 일으켜 이서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큰 키에 순간 위압감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 너는 도대체 그 갤러리에 뭐 하러 가는 거야?""그림 보러.""그림 보러....그림 보러 라고?" 피식- 그가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말했다."너는 예전에 그림 같은 거 쳐다보지도 않았어.""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야."그 말에 태준이 잠시 멈췄다."그럼 너는 대체 누구야."이서는 그를 응시했다. 그의 입에서 이 질문이 나올 거라고, 그가 계속 묻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데?""몰라."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누군지 몰라. 왜 그 여자가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입는지 몰라. 왜 갑자기 그런 자리에서 말을 할 줄 아는지 몰라. 왜 그 그림들을 보며 그런 표정을 짓는지 몰라."연속적으로 말을 뱉은 태준은 이내 괴롭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신음했다."어떤 표정?""그 그림들을 아는 사람의 표정, 그림들이 너를 아는 것 같은 그 표정."이서의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태준이 그녀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 안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오래 눌러둔 것이, 오늘은 술기운 탓인지 제자리를 찾지

  • 환생을 했더니 전 남편의 현 아내가 되어있었다.   제24화. 닫힌 창 너머의 시선

    며칠후, 이서는 다시 갤러리를 찾았다. 손에 오래된 구 화첩 한 권을 들고서였다."찾고 싶은 그림이 있어서요."그녀의 덤덤한 말에 권제하는군말 없이 갤러리 뒤편의 작은 사무실로 그녀를 안내했다. 은은한 원목 향과 묵은 종이 냄새가 감도는 나지막한 공간. 두 사람은 작은 찻상 겸 서류함 앞에 나란히 앉아 옛 화첩의 서류와 자료들을 넘기기 시작했다.저택에서의 숨 막히는감시와 침묵과는 전혀 다른, 평화롭고 정갈한 적막.“왜 이 그림을 찾으시는 거예요?”“추억이 많은 그림이었어요.” 이서가말했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어요.”권제하는화첩위의그림사진을내려다보았다. 한참 보았다."이 그림." 그가말했다. "예전에 제 선배가 굉장히 좋아했던 작품이에요.""어떤 선배요?""큐레이터였던 분이에요." 그가말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잠시 저를 가르쳐주셨던 분이에요. 성함이한이서씨."이서는움직이지않았다."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권제하가말했다. "그분은 그림을 볼 때, 보는 사람이 감춘 걸 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보는사람이보여주고싶어하는게아니라.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나중에야조금알것같았고요."이서는화첩위의사진을응시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세요?" 권제하가물었다."몰라요." 이서가말했다.아주평평하게말했다. 그러고는 화첩을 접어 넣었다."이 그림들," 그녀가말했다. "그 수집가가 괜찮다면, 원작을한번보고싶어요. 사려는 게 아니고, 그냥한번."권제하는잠시생각했다."한번 여쭤볼게요." 그가말했다. "장담은 못 해요. 그수집가는좀처럼모습을드러내지않으니까.""네."갤러리를 나설 때, 제하는 현관문 밖까지 따라 나와 그녀를 배웅했다. 문 앞에서 두 사람은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잠시 이야기를 이어갔다.타인의 시선이 미치지않는 평범한 거리였지만, 모르는 사이치고는 두 사람의 거리가 조금 가까웠다. 민채린의 몸을 덮고 있던 가시 돋친 방어기제가 권제하라는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무장

  • 환생을 했더니 전 남편의 현 아내가 되어있었다.   제23화. 투명한 이방인

    무거운 두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을 때, 이서의 시선에 가장 먼저 닿은 것은 낯선 하얀 천장이었다. 코끝을 찌르는 매캐하고 서늘한 소독약 냄새, 그리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정체모를 기계음.이서는 지체 없이 손등에 꽂힌 바늘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사의 만류나 보호자의 동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제 몸의 주도권을 되찾자마자 서둘러 퇴원 수속을 밟은 그녀는 고요하게 저택으로 돌아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던 강태준과 시선이 마주했다.하지만 이서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무심히 지나쳐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도, 거실 복도를 지나치며 옷깃이 스쳐 지나갈 때도,단 한 번도 서로의 눈을 맞추지 않았다.서로를 외면하는 침묵은 가시처럼 돋아나 저택의 공기를 팽팽하게 죄어왔다.방 안에 홀로 앉은 이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지금의 나는 너무 눈에 띄어.'민채린이라는 껍데기르르 쓰고 움직이는 순간, 모든 행벅은 대원가와 성운그룹 양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강무성의 사냥개들과 강태준, 그리고 성운의 감시망이 촘촘하게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 이 판을 뒤흔들려면,양쪽 가문 그 누구와도 접점이 없는 '완벽하게 깨끗한 제3자'가 필요했다. 대원에서도, 성운에서도 감시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할 투명한 사람.이서는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몇 달 전, 그녀가 '민채린'의 신분으로 처음 만찬장을 걸었을 때, 한 그림 앞에 멈춘 적이 있었다. 그 그림은 . 액자 오른쪽 아래에 흐릿한 글씨가 있었다. 유리 너머라 그때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글씨가 그녀에게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그 그림이 예전에 자신이 일했던 거리 근처에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해 보니 원래 갤러리는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새 갤러리가 들어서 있었다. 이름도 달랐고, 분위기도 달랐다.그녀는 입구에 잠시

  • 환생을 했더니 전 남편의 현 아내가 되어있었다.   제22화. 낯선 경계 

    완벽한 패배였다. 거대한 장벽에 사정없이 부딪힌 절망감이 온몸의 피를 식혀버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저택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멍한 걸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어두운 거실으르 들어선 순간, 이서의 발걸음이 딱 멈추어 섰다. 소파 위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태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늘한 적막 속에서, 태준은 이서를 향해 아무런 말도 없이 몇 초간 그 짙은 눈동자로 빤히 응시했다. 마치 그녀의 옷자락에 묻어온 주차장의 흙먼지와 실패의 냄새를 한눈에 읽어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 어디 갔었어?" 메마르게 던져진 태준의 한마디. 그 나직한 음성이 도화선이 되었다. 그동안 민채린의 가면 뒤에서 차갑게 평정심을 유지하던 이서의 가슴 깊은 곳에서,무언가 뜨거운 덩어리가 목울대를 콱 치고 올라왔다. 통제할 수 없는 울컥함이 목구멍을 막아서며 눈시울이 시려왔다. "법무법인에 갔어." 이서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 나왔다. 태준은 단번에 그 미세한 균열을 알아채고는, 울컥함에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직시했다. 그리고는 피곤함이 짙게 깔린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어느 법무법인." "한성진." 거실이 2초 동안 조용해졌다. 그러고 나서 태준이 일어섰다. "그 사람한테 왜 갔어?" "당신과 상관없어." "상관없어." 그가 되뇌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사람이 누구 사람인지 알고는 있어?" "알아." 이서가 말했다. "대원 사람이지. 그 말을 하는 거라면." "알면서 갔어." 그의 취조하는 듯한 말투가 이서의 남은 이성을 완전히 꺼트렸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서의 언성이 순식간에 높아졌다. " 그래. 갔어. 그리고 또 갈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걸 전부 알 때까지 계속 갈 거야." 태준은 그녀의 음성에 거슬림이 묻어나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눈썹 뼈 부근을 느릿하게 문질렀다. 심기가 매우 불편할 때 나오는 그이 오랜 습관이었다. "못 찾아."

  • 환생을 했더니 전 남편의 현 아내가 되어있었다.   제21화. 보이지 않는 벽

    쾅! 고요함을 유지하던 법무법인 대표 집무실의 문이 거친 충격음을 발산했다. 안내 직원의 경악한 비명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늘한 마찰음을 내며 단단한 골프공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날아갔다.콰창! 변호사 책상 바로 뒤편, 벽면에 걸려 있던 거대한 원목 액자가 산산조각이 나며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방으로 튄 유리의 날카로운 파편들이 고급 원목 책상 위와 대리석 바닥으로 비처럼 흩뿌려졌다. 민채린 특유의 오만하고 거침없는 기세를 덧씌운 이서가, 한 손에 묵직한 아이언 골프채를 쥐어잡은 채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그 표정에는 타인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악녀다운 당당함의 서려 있었다.책상 주인의 이름은 한성진."민채린 씨."그의 말투는 평평했다. 놀람도, 당황도 없었다.이서는 골프채 끝을 바닥에 대고 그를 바라보았다."제가 왜 왔는지 아시죠.""모릅니다.""그럼 더 분명하게 말하죠."이서가 말했다. "3년 전 대원그룹의 해외 인수합병 건. 변호사님이 맡았던 그 건. 중간에 자금 하나의 행방이 불분명합니다. 지금 그 서류를 제게 주시면, 이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한성진은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아주 옅은 표정을 지었다. 냉소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피로에 가까웠다."서류는 제게 없습니다.""그럼 어디에 있죠?""모릅니다." 그가 말했다. "3년 전 그 사건을 넘겨받은 사람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름만 올렸을 뿐입니다. 실제로 처리한 사람이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모든 걸 가져갔습니다. 제가 받은 건 깨끗한 종결 보고서 한 장뿐입니다."이서는 그를 응시했다."누가 가져갔죠?"한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말할 수 없습니다.""말할 수 없는 건가요, 모르는 건가요?""……"이번에 이서에게 대답한 것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내뱉지 않는 한 변호사의 평평한 입매뿐이었다.이서는 더 묻지 않았다. 잠시 서 있다가 돌아서서 나갔다. 복도는 조용했고, 그녀의 구두

  • 환생을 했더니 전 남편의 현 아내가 되어있었다.   제20화. 악녀의 수단

    이서는 민채린의 비밀 폰 속 오래된 파일을 뒤지다 그 이름을 발견했다.한성진. 3년 전 대원그룹의 한 해외 인수합병 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그 인수합병은 결국 '상대방 자진 철수'로 종결됐지만, 비밀 폰 안에는 암호화되지 않은 메모 하나가 남아 있었다. 한 줄뿐이었다."한성진, 해외 계좌, 사할."사할. 무엇의 사할인지 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원의 인수합병 건을 맡았던 변호사가 메모에서 '해외 계좌'와 나란히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찾아갈 이유는 충분했다.다음 날 오전 열 시, 이서는 법무법인에 도착했다. 프런트에는 젊은 여직원이 있었다. 훈련된 예의 바른 미소를 띠고 있었다."죄송합니다. 한 변호사님께서 갑작스러운 외부 미팅이 생기셔서 방금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다음에 다시 일정을……"이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프런트를 지나 복도 끝의 유리문 너머로 향했다. 유리문 뒤, 의자 등받이에 걸린 짙은 회색 정장 재킷과 탁자 위에 놓인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이 보였다."언제 돌아오시나요?""그게…… 확실하지 않습니다."이서는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돌아서서 엘리베이터에 올라 지하 주차장 버튼을 눌렀다.차에 앉아 잠시 조용히 있었다. 오래전, 자신이 갤러리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선배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그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너는 너무 물러. 네가 옳게 하기만 하면 남들도 너에게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러면 그러할수록 남들이 너를 더 밟아."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대원에서 쫓겨나고 나서야 그 말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이서는 시동을 걸고 차를 주차장 밖으로 내보냈다. 스포츠용품점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 골프채 한 자루를 샀다. 나올 때는 하늘이 흐려지고 바람이 세졌다.만약 세상이 '민채린'이라는 이름을 악녀라 부르며 멸시한다면, 굳이 그 이름을 정화하려 애쓸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모든 악명과 오명은 '민채린'이라는 껍데기가 전부 뒤집어쓸 터였다. 진짜 영혼은 그 악

Weitere Kapitel
Entdecke und lies gute Romane kostenlos
Kostenloser Zugriff auf zahlreiche Romane in der GoodNovel-App. Lade deine Lieblingsbücher herunter und lies jederzeit und überall.
Bücher in der App kostenlos lesen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