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고개를 젖히고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연우가 그녀 시선의 방향을 따라 보았지만 어두컴컴한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요 며칠 날씨가 좋지 않았다.전연우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여자에게 다가갔지만 여자는 그네에 앉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장소월은 그네를 떠나 별장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그 뒤를 계속 따랐다.그녀는 소파 앞에 앉아 TV를 켰고,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았다.새벽 4시가 되어서야 TV를 끄고 신발을 벗더니 소파에 누워 두 손을 가슴에 걸치고 조용히 잠들었다.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는 절반 남은 담배를 버리고 소파에 누워 있는 여자를 들어 위층으로 향했다.그녀를 안은 순간, 전연우는 그녀가 아주 가벼워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에 강씨 저택에 있을 때 살이 좀 쪘지만 지금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날이 밝기까지 두 시간 남짓했다. 침대에 누운 장소월은 스스로 침대 가운데로 굴러 들어갔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눈을 번쩍 뜨더니 곧 다시 잠들었다.15분 후, 남자는 욕실에서 나와 장소월이 사용하던 가운을 둘렀다. 물방울이 맺힌 군살 하나 없는 몸은 흰 가운 속으로 숨겨졌다. 건장한 몸에는 지네 같은 흉터가 눈에 띄었고 특히 가슴에 치명상을 입은 듯했다.수면제를 먹은 장소월은 유난히 깊은 잠을 잤다. 다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침대 끝에 걸친 가운과 침대 옆자리에 온기가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어제 전연우가 그녀의 방에 왔을까?하지만 그녀는 분명 문과 창문을 단단히 잠갔다. 특히 베란다의 문까지 잠갔는데, 전연우에게 벽을 뚫는 초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어수선했던 방도 깨끗이 정리되었고, 그녀가 안고 있던 간식 더미가 사라진 것을 보고 놀랐다.어제 종일 음식을 먹지 않아 그녀의 배는 꼬르륵거리고 위가 쓰렸다.하지만 그녀는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이미 자신을 혼자 가두는 것에 습관 되었다.테이블 위에 먹다 남은 토스트 반 조각을 보고 장소월은 침대에서 맨발로 뛰어내려
전연우는 장소월을 강제적으로 의자에 앉혔고, 젓가락을 들더니 한 입 먹었다.“봤지? 안전해.”장소월은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그녀가 빨리 죽기를 바라면서, 왜 그녀의 생사에 신경 쓰는지, 간식을 가져가더니 지금은 또 밥을 가져오고. 그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배가 너무 고팠는지, 그녀는 입맛이 하나도 없고 속이 메스꺼워 토하고 싶었다.그녀는 옷자락을 움켜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가 사용한 젓가락을 바라보았다. 그가 가져온 음식은 독이 없다고 해도 먹고 싶지 않았다.절대 호의로 가져왔을 리가 없다...“나... 배가 하나도 안 고파.”장소월이 일어서 도망치려는데 어깨가 짓눌려 강제로 앉게 되었다.“내가 먹여 줘?”“싫어.”장소월은 고민의 여지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그녀는 머뭇거리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휴지 한 장을 꺼내 천천히 젓가락을 닦았다. 전연우는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장소월은 천천히 먹기 시작했고, 남자는 욕실에서 빗을 가져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어제 감은 머리라 아직 달콤한 딸기 향이 남아있었다.여자는 몸이 굳은 채로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분명 자기 방에 있지만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그녀는 수프만 다 먹고 닭고기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다 먹었어. 세수할래.”전연우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고 마치 중독된 듯 계속 머리를 빗었다.“다 먹어.”“진짜 안 넘어가.”“안 넘어가도 먹어.”전연우는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얼굴에 혐오감이 가득한 여자를 보았다.다 빗은 후 남자는 서랍에서 보라색 머리띠를 꺼내 그녀의 머리 뒤에 묶었다. 이 머리띠는 예전에 그녀의 생일 때 전연우가 해성에서 사 온 선물이다. 장소월은 늘 애지중지하느라 쓰지도 못하고 서랍에 고이 넣어두었다.장소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대체 뭐 하려는 거야?”말을 내뱉자마자 그녀는 약간 후회했다.집에 장해진이 없으니 지금 전연우를 화나게 하는 것은 번거로움을 자초하는
그녀는 여전히 전연우의 그늘에서 살고 있다.문손잡이가 내려가는 기척에 장소월은 고개를 번쩍 들었고 차가운 남자의 시선과 마주쳤다. 아직도 안 나갔다니!전연우는 세면대의 머리띠를 발견하고 눈 밑에는 폭풍우가 몰아친 것 같았지만, 그는 화를 꾹 삼켰다.“네 발로 나올래, 아니면 내가 끌고 나올까?”장소월은 화장실에서 나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약 먹어.”탁자 위에는 약 두 알과 따뜻한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그녀는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가끔 한 알을 더 먹곤 했다.확실히 약을 먹여야 할 시간이었다.“고마워.”장소월은 약을 집고 온도가 딱 맞는 물과 함께 삼켰다.“나가줘. 나 혼자 있고 싶어.”“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 학교에도 안 가고 계속 이렇게 지낼 셈이야? 떠난다는 게 자신을 방안에 가두는 거였어?”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방에서 끌고 나왔다.“무슨 짓이야! 이거 놔! 전연우... 놓으라고!”장소월은 그에 의해 계단에서 끌려내려갔고, 몇 번이나 계단에서 넘어질 뻔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장소월은 조심하지 않아 발목을 삐었지만, 남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짜릿한 뼈의 통증에 장소월은 절뚝절뚝 걸었다. 거실에 도착하니 하인은 이미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전연우가 손을 놓자, 장소월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별장의 하인들은 이런 상황을 보고 모두 고개를 숙이고 멀리 피했다.장소월이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발목에서 느껴지는 심한 통증 때문에 일어설 수가 없었다.전연우는 그제야 빨갛게 부어오른 여자의 발목을 보고 흠칫 놀랐다.남자가 손을 뻗자, 장소월은 도망치듯 일어서서 그를 밀쳐내고는 다친 발목으로 계단을 집고 절뚝거리며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전연우는 은경애에게 약을 준비해서 위층으로 가져가라고 분부하고, 한 손은 허리에 집고, 다른 한 손은 눈을 가리며 탄식했다.‘내가 너무 몰아 부쳤나?’처음으로 다른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강한 그룹.기획 1팀 책임자는 이미 대표 사
책상 위에 올려진 그림의 번호는 바로 장소월의 이름이었다.강영수는 손을 뻗어 그림을 만지며 말했다.“이번 대회 수상자야?”그녀에 관한 모든 것에 남자는 마음이 저절로 평온해졌다.“이건 주최 측에서 보내온 겁니다. 대표님의 의견을 묻고 있습니다.”사실 진봉은 장소월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리라는 것을 진작 예상하였다. 장소월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기량이 뛰어나 어느 전문 화가에게도 뒤지지 않았다.“소월이는 강한 그룹이 공동 주최한 대회라는 걸 알고 참가한 거야?”“아무도 모르니 소월 아가씨도 아마 모르고 계실 겁니다.”“일단 나가봐.”“네, 대표님.”진봉은 사무실 문을 닫고 떠났다. 강영수는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훑어보았다. 요즘 먼저 연락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구나...장소월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이성을 유지했다.가끔 강영수는 그녀가 억지를 부리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적어도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니.남자는 장소월이 그렇게 쉽게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것에 화가 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영수는 주최 측에 전화를 걸었다.5일 후, 오후.“아주머니, 먹을 것 있어요? 저 배고파요.”장소월이 입은 옷은 며칠 동안 갈아입지 않았고 머리카락은 이미 뭉쳐있고 기름이 떨어질 정도였고,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그녀의 지저분한 모습에 채소를 다듬고 있던 은경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아가씨, 아직 식사 시간 안 됐어요. 제가 계란 볶음밥이라도 해줄까요?”“안돼요. 앞으로 배고프면 식사 시간에 내려오라고 하세요.”그녀가 방으로 가져간 간식은 이미 거덜이 났고, 손으로 머리를 움켜쥔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아래층 소파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다리 위에 노트북을 얹고 회사 일을 처리하는 듯 보였다.그녀가 내려오는 것을 보자 전연우는 하던 일을 접었다.장소월은 그를 못 본 척하고 지나쳐 TV 캐비닛 아래를 열었더니, 평소 가
어차피 이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혼자였으니,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장소월이 위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 전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오 아주머니 차 사고 나서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하셨어.”장소월의 눈동자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그래. 잘 회복하시라고 해. 난 안 가.”아무리 깊은 애정이 있더라도 장소월은 그녀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10년 넘게 자신에게 약을 먹인 사람이 바로 유일하게 가족으로 여겼던 유모라니.사실 장소월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마주할 수 없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애써 외면했다.자신을 속이고 싶었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빨리 고통 속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연연하지 않고 살고 싶었지만... 언제쯤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자신도 몰랐다.어쩌면 평생을 이런 꼴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목적 없이, 영혼 없이...장소월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 자신을 또 가두었다.예전보다 장소월의 상태는 이미 많이 호전되었다. 적어도 방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지금은 영혼 없이 몸만 있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장소월이 캄캄한 방에 들어서자 또 방 안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보았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어둠 속에 숨겨져 있었다. 고개를 돌렸지만 여전히 얼굴은 잘 보이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만 들렸다.“소월아, 엄마한테 할 말 있어?”“아빠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절 혼자 두고 가버렸어요.”“소월이에게는 엄마가 있잖아...”“네.”장소월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아가씨, 음식 준비했으니 나와서 좀 드세요.”입구에서 대화 소리가 났지만, 방금 수면제를 먹은 장소월은 머리가 어지러워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흐리멍덩해서 잠들기 시작했다.손잡이가 돌아가더니 문이 열렸다. 새로 맞춘 열쇠였다.방 안의 공기는 탁하고 불쾌한 냄새가 났으며 여전히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전연우는 손을 뻗어 벽의 스위치를 만졌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장소월은 늘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그녀도 이런 자신이 싫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싫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알려준 적이 없으니, 그녀는 겁에 질린 거북이 같았다.그래서 송시아는 물론, 전연우의 측근들도 모두 그녀를 무시했다.그녀가 살아온 환경이 이래서 장소월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원망했다.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는 남자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 베개를 안고 나가려는데 어두운 얼굴의 남자는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서 그녀의 팔을 잡았다. 손에 들고 있던 베개를 바닥에 던지고 강제로 욕실로 끌고 갔다.장소월은 고통받는 고양이처럼, 줄곧 힘껏 그의 손길을 거부했지만, 몸에 있는 옷들은 모두 그에 의해 찢겼고, 가슴팍 피부도 겉으로 드러났다.“만지지 마!”장소월은 그의 얼굴을 긁고, 빗을 집어 들어 남자에게 던졌지만, 욕실 문은 잠겨졌고, 그녀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추위에 떨어야 했다.남자가 화를 내며 그녀의 몸에 손댈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장소월의 앞에 쪼그려 앉더니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오빠는 널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일단 샤워부터 할까?”처음으로 그는 묻는 투로 말했다.10분 후,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남자는 장소월을 안고 욕조에 놓았다. 그녀의 옷은 강제로 벗겨졌고, 욕조에 앉아 있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농락당하는 인형 같았다.전연우는 외투를 벗어 벽에 걸고, 검은색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닦았다.“학교에서 너 언제 오냐고 전화 왔었어.”장소월의 눈빛은 텅 비어 아무런 생각도 없는 듯했다.“이 집에서 나가 줘. 보고 싶지 않으니까. 네가 여기 있으면 나한테 했던 짓들이 자꾸 떠올라. 만약 아직 내가 이용가치가 있다면, 내가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전연우를 마주하면 장소월은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이런 내 모습을 보고 만족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 복수도 성공했
장소월은 왠지 모르게 그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전연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려주었고, 방안에는 이상한 침묵이 감돌았다. 허리까지 오는 긴 곱슬머리에 숱까지 많아 말리고 손질하기 여간 어렵지 않았다. 매번 머리를 말리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대부분 장소월은 반건조 상태까지 말리고 수건을 깔고 잠자리에 들었다.머리를 말리고 나니 마침 12시였다.긴 밤을 또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몰랐다.전연우는 지저분한 방을 돌아보며 그녀를 안고 방에서 나왔다. 그가 무엇을 하려든, 장소월은 어차피 막을 수 없었으니 차라리 발버둥 치지 않은 것이 편했다.아래층으로 내려와 마침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은경애와 마주쳤다.‘뭐야, 두 사람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차마 쳐다도 못 보겠어!’“도련님, 닭고기 수프 가져올까요? 내일이 지나면 맛이 없어져요.”전연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먹을 것 좀 많이 챙겨서 내 방으로 가져오세요.”“네... 알겠습니다.”은경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어머, 두 사람 사이가 보통이 아니야. 맙소사!’은경애는 지체하지 않고 급히 먹을 것을 챙겨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남자는 침대에서 장소월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마침 소매를 넣고 옷을 끌어내리는 장면을 본 은경애는 놀라서 하마터면 손에 든 물건을 제대로 잡지 못 할 뻔했다.‘아가씨의 몸을 다 본 거야?’“물건 내려놓고, 위층 방 깨끗이 청소해주세요.”장소월은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내일 제가 정리할게요. 시간이 늦었는데 아주머니는 가서 쉬세요.”“아... 네, 아가씨. 배곯지 말고 꼭 챙겨 드세요.”“네.”그의 방 인테리어는 아주 심플했다. 전체적으로 그레이와 화이트색으로 이루어졌고, 책상에는 몇 개의 서류만 있을 뿐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빈방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전연우는 옆에 있는 닭고기 수프를 들어 그녀에게 먹였다.“먹고 좀 자. 내일 같이 나가자.”“나 신경 쓰지 말라고
전연우는 닭고기 수프를 그녀에게 강제로 먹였다. 잠시 후, 위에 경련이 일어난 장소월은 침대 옆에 엎드려 모두 토해냈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 위가 텅 비었으니 마지막으로 토한 것은 모두 위산이었고 입에서는 쓴맛이 가득했다.이 역겨운 냄새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장소월은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전연우는 손을 뻗어 그녀를 화장실로 안고 갔다.장소월은 변기 옆에 엎드려 위까지 전부 토해낼 기세였다. 위산이 식도 전체를 부식시키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남자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얼마나 지났을까, 장소월은 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나른해져 일어나지 못하고 눈이 벌겋게 되었다. 전연우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지만, 장소월은 곧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소월아!”장소월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남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구부려 그녀를 안고 황급히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서울강남병원, 응급실.장소월은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환자분 가족이세요?”“네.”간호사: “환자분 영양실조가 있어요. 먹고 싶어 하는 걸 많이 주시고 속이 불편하지 않도록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이시면 안 돼요. 요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관찰하는 게 좋겠어요. 문제가 생기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네.”간호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철용이 들어와 입꼬리를 약간 올리더니 말했다.“천하의 전연우가 이런 꼴이라니? 동생을 좋아하게 된 기분이 어때?”특히 장해진과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두 사람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마음을 통제할 수 없었다.서철용은 만약 장소월이 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기대되었다.지금보다 더 미치게 될까?“무슨 일이야?”전연우는 쌀쌀맞게 물었다.서철용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앞으로 가더니, 여전히 의식을 잃은 장소월을 보았다. 보아하니 요 며칠 힘든 생활을 겪은 듯하다.“두 사람 유전자 검사라도 해
배가 고픈 데다 아기들이 발길질까지 하니 더욱 아팠다. “아가들아, 제발 차지 마. 규영 언니랑 미진 언니가 곧 맛있는 거 가져다줄 거야.” 그녀가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들을 달랬다. 규영과 미진은 그녀의 애처로운 눈빛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뱃속 두 녀석들이 워낙 시끄럽게 움직이고 있으니 더는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알았어요, 아가씨. 간단히 드실 걸 가져다드릴게요. 여기 앉아서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그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거듭 당부했다. 소현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여기 이렇게 많은 언니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절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게요.” 규영과 미진은 사람들에게 다시 신신당부한 뒤에야 먹을 것을 가지러 자리를 떴다. 지난번 일 이후로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게 되어 소현아의 음식은 반드시 그들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소현아는 혼자 소파에 앉아서 작게 아기들과 이야기했다. “아가들아, 소월 이모가 전연우 그 나쁜 놈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 전화를 왜 안 받은 거지?” “나 소월이가 너무 걱정돼. 근데 너희가 너무 무거워서 몰래 도망갈 수도 없어.” 그녀에게 돌아오는 답은 점점 잦아드는 태동뿐이었다. 소현아는 아기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누군가 문을 열었는지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얇은 연노랑 잠옷만 입고 있던 소현아는 추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곧이어 도우미들의 공손한 인사 소리가 들렸다. “효연 아가씨.” 천효연은 거만한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 보고는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여기 뒀던 내 꽃병은 어디 갔어?” 계단 모퉁이에 있던 꽃병이 사라진 걸 발견한 천효연이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현아 아가씨가 다치실까 봐 잠시 장식품들을 다 치웠습니다.” 소현아?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천효연의 눈동자에 냉기가 스쳤다. “그 바보는 지훈 씨가 방에 가둬놨잖아?” 도우미
엄마와 통화를 마친 뒤, 소현아는 장소월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연우 그 나쁜 놈이 소월이를 괴롭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혹시 소월이는 강용 소식을 알지 않을까... 소현아는 강지훈이 강용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장소월의 당부를 기억하며 감히 묻지 못했다. 통화음이 두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소현아는 흥분해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소월아! 드디어 전화 받았네! 있잖아, 강지훈 그 나쁜 놈이 나 계속 방에 가둬놓고 문밖으로 못 나오게 했어. 나 진짜 답답해 미치겠어!” “널 여기 데려와 같이 놀려고 했는데, 강지훈의 말이 전연우 그 나쁜 놈이 너 안 보낸다고 하더라고. 둘 다 진짜 짜증 나! 내가 간신히 휴대폰 구해서 전화한 거야. 소월아, 그 나쁜 놈한테 말하고 이쪽으로 놀러 와줄 수 있어?” 한참을 떠들었을 때, 저쪽에서 낮고 위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지훈이 내가 소월이를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고? 언제 나한테 물어봤는데?” 소현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몇 초 뒤에야 머뭇거리며 다시 말을 꺼냈다. “전... 전연우 씨? 왜 당신이 전화를 받아요?” 전연우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쁜 놈이 전화를 받아서 많이 실망했나?” 소현아는 겁을 먹고 눈알만 뒤룩뒤룩 굴렸다. “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잘못 들었어요! 소월이는요? 이거 소월이 폰이잖아요. 빨리 소월이한테 돌려줘요!” 전연우가 말했다. “소월이는 전화 안 받아. 다시 전화하지 마.” “소월이한테 나라고 말해줘요. 소월이가 제 전화 안 받을 리 없어요.”소현아는 다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는 소월이 찾지 마. 바빠서 너랑 소꿉놀이할 시간 없으니까.” “그리고 강지훈한테 전해. 내게 터무니없는 누명 씌우지 말라고.” 전연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현아가 다시 걸어봤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현아 아가씨, 이제 일어나서 운동할 시간이에요.” 규영과 미
소현아는 얼굴에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빨 자국을 달고서 원망 어린 눈빛으로 강지훈을 바라보았다. 강지훈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말을 들은 순간 소현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가 소월이한테 전화해도 돼요?” “그쪽에서 받기만 한다면야.” 소현아는 이제 아침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저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 강지훈은 단칼에 거절했다. “안 돼.” 신이 나 붕방거리던 소현아는 김빠진 공처럼 순식간에 축 처져버렸다. “하지만 방에만 계속 있는 건 너무 따분하단 말이에요.” “절대 도망 안 갈게요. 여기 아기들도 있잖아요. 그냥 아래층에서 좀 돌아다니게만 해줘요, 네?” 그녀가 지금 머무는 방은 집에 있던 침실을 완벽하게 똑같이 복원한 곳이었다. 소현아는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며칠 동안 줄곧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그녀는 방안을 끝없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은 갑자기 창고로 변해버렸고, 아무리 깨려고 해도 도저히 깨어날 수가 없었다. 강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현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밥을 한입 삼키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연우 그 나쁜 놈도 소월이가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건 허락하던데... 강지훈 씨는 날 침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하네. 전연우보다도 더 나빠.” “...” “아래층에서만 놀아. 방을 나서면 규영과 미진이 따라갈 거야.”결국 강지훈이 한발 물러섰다. 소현아의 눈에 다시 별빛이 들어왔다. “음, 당신은 전연우 그 나쁜 놈보다 조금 나아요. 정말 아주 조금.” 아침을 먹고 난 뒤 소현아는 바로 휴대폰을 요구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거의 즉시 연결되었다. “현아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명세진의 목소리는 흥분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듯 조심스러웠다.오랜만에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소현아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엄마,
강지훈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돌아왔다.옆방에서 샤워를 마친 강지훈은 잠옷을 입고 소현아의 방으로 들어갔다.소현아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2.2미터나 되는 퀸사이즈 침대에서 편안하게 팔다리를 쭉 뻗은 채 말이다. 무슨 꿈을 꾸는지 웅얼거리며 입가에 흘린 침을 닦고 있었다.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강지훈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는 이불을 끌어다 그녀의 배를 덮어주고는 코를 꼬집었다.“윽...”잠시 후 소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한 듯 눈을 떴다.“강지훈 씨 너무 싫어요. 숨을 쉴 수가 없잖아요. 빨리 놔줘요.”침대 곁에 있는 사람을 본 소현아는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 했다.강지훈이 말했다. “말해 봐.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제대로 말하면 놔줄게.”소현아는 씩씩거리며 눈을 감고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숨을 쉬었다. 가슴이 뻐끔뻐끔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복어 같았다.강지훈은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까지 막아버렸다.몇 초 지나지 않아 소현아는 다시 웅얼거리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강지훈은 그저 잠시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이지만, 한번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그는 손을 떼어 그녀의 허리에 얹고 반바지를 벗기려 했다.소현아는 필사적으로 바지를 붙잡고 엉덩이를 비틀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강지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손 놔. 살살할게.”“저 졸려요. 자고 싶으니까 강지훈 씨도 빨리 자요.”그녀는 강지훈이 또 키스하려 할까 봐 입술을 굳게 다물고 낑낑거리며 그를 밀치고는 죽은 척 눈을 감았다.강지훈이 어떻게 하든 소현아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정말로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곤히 잠든 그녀를 바라보는 강지훈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다음 날 아침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 꼭 안겨있었다. 그녀의 코끝에 그의 단단한 가슴이 닿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어젯밤 일이 떠오른 소현아는 그의 가슴을 힘껏 깨물었다.곧이어
분개하고 있던 천효연의 시야에 문득 옆 방문 앞에 놓인 목욕 가운이 들어왔다.목욕 가운 허리띠에는 검은색 은은한 무늬가 수 놓여 있었는데 누가 봐도 강지훈의 것이었다!강지훈이 그녀를 침대에 버려두고 저 바보 같은 여자를 찾아온 것이다!그 사실을 깨달은 천효연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강지훈은 바람기가 있긴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천효연은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하여 그녀는 강지훈이 바깥에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저 바보 같은 여자가 나타난 이후로, 강지훈은 그녀를 안고 있으면서도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그 바보를 위해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했다!설상가상으로 그 바보는 강지훈의 아이까지 가졌다...천효연은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댄 채 바닥에 놓인 목욕 가운을 쏘아보았다. 동시에 숨을 죽이고 방 안에서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도우미가 다가오자 천효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서 요염한 자태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아.”소현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미진이 밥을 먹여주기를 기다렸다.그녀도 남의 손을 빌려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부터 손목이 끊어질 듯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아침밥은 강지훈이 직접 먹여주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규영과 미진에게 밥을 먹여주라고 지시하고 서둘러 떠났다.“아가씨, 오늘은 어디 불편한 곳 없으신가요?”어제 주인님의 모습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가 아이를 해치지는 않았을까, 규영과 미진은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들의 마음을 알 리 만무한 소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손목이 너무 아파요. 어떡하죠?”두 사람은 안도하며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달랬다. “이따가 저희가 마사지해 드리면 괜찮아지실 거예요.”소현아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규영과 미진은 의사의 말에 따라 소현아를 데리고 방안을 걸어 다녔다.
강지훈의 움직임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소현아는 배가 짓눌리는 느낌에 불안해졌다. 또한 콧속으로 불쾌한 향수 냄새가 흘러들어왔다.“윽...”너무나 불편하니 그만해달라고 강지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입을 틀어막고 있어 다급해진 소현아는 그의 입술을 꽉 깨물어 버렸다.순간 입안에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나갔다.강지훈이 통증에 약간 뒤로 물러섰다.“강지훈 씨 때문에 아기가 눌렸어요. 그리고 당신한테서 이상한 냄새 나요. 토할 것 같아요.”소현아는 찡그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아 퉤퉤 침을 뱉었다.강지훈의 서늘한 표정을 본 소현아는 토끼처럼 재빨리 배를 감싸 안고 구석으로 도망쳤다.험악한 인상에 입가에 피까지 묻히고 음침한 눈빛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납기 그지없었다.소현아는 겁을 먹고 몸을 웅크렸다.“의사 선생님이 아기 다칠 수도 있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 찾아가서 같이 자요. 하지만 자고 나서는 깨끗하게 씻고 저 찾아와야 해요. 낯선 냄새가 나면 토할 것 같단 말이에요.”그녀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당신 옷에서 이상한 냄새 나요. 도우미 언니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 같아요. 저도 싫고 아기들도 싫어할 거예요.”강지훈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의 욕망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끓어올랐다.눈앞의 이 토끼 같은 여자를 당장이라도 삼켜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몸에 걸치고 있던 목욕 가운을 벗어 던지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옷 벗으니까 냄새 안 나지? 이리 와.”소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갈래요. 당신 때문에 아기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 찾아가세요.”강지훈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네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소현아는 밖으로 도망쳐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문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강지훈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가고 말았다.그의 무릎에 앉혀진 소현아가 또 울먹거리기 시작하자 강지훈이 소리쳤다.“울지 마!”강지훈도 어
“지훈 씨, 아랫부분으로 도와줄게요...”그녀의 말은 파편처럼 흩어져버렸다. 강지훈은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천효연은 더 이상 요염한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손가락으로 강지훈의 다리를 꽉 움켜쥐어 길게 할퀸 자국까지 남겼다.죽을 것 같이 괴로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도 강지훈의 마음속엔 조금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여전히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짜증 섞인 얼굴로 천효연의 입에서 물건을 빼내고 그녀를 잡아 벽에 밀어붙인 다음 다시 아래로 밀어 넣었다.질식하기 직전, 천효연은 삽입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허리를 비틀며 그에게 맞춰 움직였다.“지훈 씨, 정말 대단하네요...”강지훈의 붉게 충혈된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천 조각을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천효연의 목소리는 입안에 갇혀버렸다. 쾌감에 찡그려졌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 예전에는 분명 신음소리를 내는 걸 좋아했었는데...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효연은 기진맥진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제서야 강지훈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흥분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침대에 널브러진 여자를 힐끗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일어나 욕실에서 간단히 씻은 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새 잠옷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소현아의 방으로 향했다.소현아는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규영과 미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강지훈이 옆에서 방해하지 않으니 밥상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규영과 미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아가씨, 오늘 너무 많이 드셨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조금만 드시라고 하셨잖아요...”소현아는 퉁퉁 부은 눈으로 그들을 가련하게 바라봤다.“이번 한 번만 먹을게요. 강지훈 씨가 먹으라고 했어요.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세요.”확실히 강지훈이 시킨 것이다. 하여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지만, 걱정스러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그때 강지훈
소현아의 울음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강지훈은 잠시 달래주다가 금세 인내심이 바닥났다.그는 탈옥수를 쫓느라 며칠 동안 뜬눈으로 지새웠음에도 부랴부랴 먼 길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이 여자를 품에 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토록 난동을 부릴 줄이야.“아직도 다 못 울었어?”강지훈은 그녀를 품에 가두고 한 손으로 턱을 쥐어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소현아의 속눈썹은 눈물에 젖어 엉겨 붙어 있었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인지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괴로워진 그녀는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딸꾹질을 멈추려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강지훈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안에 집어넣었다.조금씩 훌쩍거리던 소현아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당신 싫어요. 당신은 전연우랑 똑같이 나쁜 놈이에요! 소월이한테 갈 거예요. 소월이는 나 굶기지 않을 거라고요...”“흐엉, 소월이가 해주는 밥 먹고 싶어요. 소월이가 만든 밥이 제일 맛있는데...”한참을 울고 나서도 머릿속엔 여전히 먹을 것뿐이다.강지훈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요리사한테 다시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라고 해!”잠시 후 따뜻한 음식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향긋한 냄새를 맡자 소현아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멈추었다.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서 내려와 식탁에 앉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 일이 기분을 상하게 한 듯했다.“주인님, 아가씨께선 임신 중이십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는 정서가 불안정하기에 기분을 잘 살펴줘야 한다고 하셨어요.”규영과 미진은 소현아의 붉어진 눈과 코를 보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강지훈에게 말했다.강지훈은 섬뜩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복도에서 여자 도우미가 새 목욕 가운을 들고 안방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녀 앞에 나타나 손에 들린 옷을 빼앗았다.“줘. 내가 가져다줄게.”도우미는 당황스
소현아는 접시를 끌어안고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다.“오늘 모처럼 입맛이 돈다고요. 규영 씨, 미진 씨, 저 조금만 더 먹으면 안 될까요? 아주 조금만 먹고 강지훈 씨에게는 말 안 할게요.”규영과 미진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들 역시 소현아를 좋아하는지라 마음껏 먹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 때문에 주인님에게 혼나는 건 더더욱 싫었다.“아가씨, 배고프시면 제가 과일 좀 가져다드릴까요? 과일은 아기에게 좋을 거예요.”규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와 협상했다.소현아는 고기가 가득 담긴 접시를 눈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왈칵 차올랐다.하지만 배에서 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결국 접시를 내려놓았다.“알겠어요. 그럼 과일 많이 먹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저녁에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거든요.”규영과 미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기를 치우고 과일을 잘라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맛있게 먹고 있는 소현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사실 소현아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은 아니었다. 많이 먹어도 과도하게 뚱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글동글 귀여운 편이었다. 식사량을 줄이자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밖에서 돌아온 강지훈은 한눈에 그녀의 얼굴이 핼쑥해졌음을 알아챘다. 살이 빠져 더 커진 눈은 전보다 더욱 청순하고 순진무구해 보였다.“그동안 제대로 못 먹었어?”그가 손을 뻗어 뺨을 꼬집었다. 감촉도 예전만큼 부드럽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살도 별로 없었다.소현아의 얼굴이 그의 손에 일그러졌다. 그녀는 배고픔에 가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강지훈 씨, 저 배가 너무 고파요. 아기 낳는 거 너무 힘들어요. 그만두면 안 될까요? 아기 그냥 다시 돌아가게 해줘요!”강지훈은 어이없음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돌아가? 어디로 돌아가?”소현아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 역시 아기가 어디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