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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화] 바스러진 영혼, 껍데기의 진실(2)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5 00:01:15

그것만이 살인마인 내가, 이 숨 막히는 지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속죄의 길이었으니까.』

종이를 쥔 서연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리다 못해 푸르게 변해갔다.

종이 위로 후드득,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져 이헌의 먹물 글씨를 기괴하게 번지게 만들었다.

과잉보호.

자신이 걷는 길목의 돌멩이를 치우게 하고, 비단옷의 질감에 집착하며 수라간 상궁들의 목을 치려 들었던 그 병적인 애정.

사랑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헌신이 단 1푼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자신이 부수어버린 죽은 여자의 완벽한 대용품을 흠집 없이 보존하려는. 미치광이 수집가의 역겨운 강박증에 불과했다.

서연은 숨을 헐떡이며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가장 최근에 쓰인 듯한 참회록 한 장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

그 종이에는 유독 많은 눈물 자국과, 손톱으로 긁어 파낸 듯한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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