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지원의 말이 끝나고 난 뒤에도 예수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예수진은 그냥 예의상 얘기한 것뿐이었다.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받아들였다.계지원이 시선은 아래에 두고 입을 열려던 그때.“내가 물 틀어줄게.” 예수진이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계지원의 옆을 지나 바깥의 공용 샤워실로 가 물을 틀어주었다.물을 틀고는 다시 침실로 돌아와 잠옷과 남자 반바지를 찾았다.하도경은 여기에 옷을 두지 않았다. 여기에서 자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오늘 그가 자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민소매 원피스를 살 때, 하도경을 위해 커플 잠옷과 반바지 두 개도 사두었다.예수진이 걸어와 계지원에게 말했다. “우선 잠옷 입어.”“고마워.”예수진은 그에게 옷을 가져다주고는 그의 곁을 지나쳐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계지원은 예수진이 쪼그리고 앉아 하도경의 토사물을 치우는 것을 보고 있었다.예수진은 어렸을 때부터 육씨 가문에서 컸기 때문에, 옷이 오면 손을 뻗고, 밥을 주면 입을 벌렸다.그 덕에 집안일은 해본 적도 없었고, 음식은 더더욱 할 줄 몰랐다...환경이 그녀를 변하게 한 건지, 하도경이 그녀를 변하게 한 건지 모르겠다...계지원은 뒤돌아 나갔다.예수진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계지원의 차가운 뒷모습이 보였다.예수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계지원은 아마 그녀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겠지.육씨 가문에 있을 때, 그녀는 정말 교활한 사람이었다.예수진이 바닥 청소를 한 뒤, 다시 뜨거운 수건으로 하도경의 얼굴, 손을 닦아주고, 신발과 외투를 벗기고 그가 좀 더 편하게 있을 수 있게 해주었다.모든 걸 다 끝내고, 화장실에 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니, 그제야 자신이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잠시 감정이 요동치는 눈빛이었지만 이내 다시 진정했다.계지원에게 그녀는 아무런 매력이 없다.아무것도 안 입어도 없는데, 이런 건 신경도 안 쓸 것이다.그래도 그녀는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 저녁 하도경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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