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Kabanata 901 - Kabanata 910

986 Kabanata

제901화

사실 맨 처음 절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도 나는 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심지어 스님이 되겠다고 해서 나는 분명 그의 집안에서 발생했던 일들 때문에 충격받았을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기 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걸 그때부터 알았다.하여 이곳에 와서 여생을 보내려 했다.강유형은 평생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제 멋대로 살아왔다. 항상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서 사람들의 존경 어린 시선만 받으며 살아오다가 사랑에 빠지면서부터 그의 명성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그는 내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없이 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나를 지켜주기 위해 자기 형과 맞서 싸우는 것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비록 남들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일생이지만 살았던 날들은 참 찬란했고 다채로웠다.그리고 내가 아무리 슬퍼하고 그리워해도 그는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준석도 어느새 이곳에 도착했는데 강유형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 뺨을 연신 때렸다.“다 저 때문이에요. 왜 저마저도 눈치채지 못했을까요?”“어제 저한테 전화로 일도 부탁하셨고 오늘 보러 와달라고 하셨거든요.”고준석이 울먹거리며 말했다.강유형은 자신이 떠날 거라는 걸 그 누구에게도 귀띔 주지 않았고 나한테는 말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다.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이제는 완전히 놓아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혹은 그것조차 내가 부담스러워한다고 생각했을까?배려해 준다고 한 행동이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이제 그는 영원히 내 세계에서, 이 세계에서 떠나갔다.하여 그에 대한 그리움만 더욱 커갔다.우리는 그의 유언대로 시신을 화장한 뒤 산에 묻었다.내 정원은 강유형이 떠난 지 한 달 만에 다 정리되었고 ‘드림 가든’으로 이름을 지었다.그리고 안리영 등 사람들을 불러서 차도 맛보고 한참 동안 웃고 떠들었지만 문득 강유형은 이제 여기에 올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시렸다.하여 제일 먼저 끓인 차는 그에게 남겨뒀다.“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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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쏠리게 되었는데 웬 모피 코트에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다들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고는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누구야?”심지어 한 사람은 진정우의 팔을 툭 치면서 눈치 줬다.“밖에서 딴 여자 사귀었던 건 아니지?”그러나 진정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덤덤하게 답했다.“그럴 일 없어.”나는 그 여자에게 다가가 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당신이 누군데 알려줘야 하나요?”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옮겨졌고 눈앞의 여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팔짱을 끼고 답했다.“아직 진짜 진씨 가문의 사모님도 아니면서 벌써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거예요?”그녀의 말 한마디로 이번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진정우에게로 향했는데 이건 지금 진정우가 나에게는 제대로 된 명분도 주지 않고 결혼식도 올려주지 않은 나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려는 목적이다.“어느 가문의 사모님은 아니지만 저는 원래 이랬거든요?”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 선글라스 좀 벗어줄래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누구한테 맞아서 부은 줄 알겠어요.”“하, 사장님이면서 이렇게 손님을 막 대해도 되는 거예요? 어디 무서워서 차 마시러 오겠어요?”“손님이 없으면 저 혼자라도 차 마시면서 경치 감상하면 되니까 쓸데없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나는 정원에서 보이는 풍경을 둘러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깟 돈 안 벌면 그만이니까.”“나랑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이네요. 여러분은 이런 여자랑 어떻게 참고 친구로 지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말을 마치자마자 함소은은 선글라스를 벗고 자신의 정교해진 얼굴을 드러냈다.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다가 역시나 나와 아는 사이라고 생각하는 듯싶었다.어쨌든 함소은도 용씨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이다.“어때요? 예전보다 더 예뻐지지 않았어요?”함소은은 한껏 예쁜 포즈를 취하면 나에게 물었다.“소은 씨는 항상 예뻤어요.”예의상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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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나도 부모님이 금방 돌아가셨을 때 살점이 떨어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으니까 말이다.사무치게 그립다는 말을 그때 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자기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고집이 너무 세요.”함소은도 사실 인내심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면 주말에 저한테 한번 보내주세요.”나는 용은서를 매우 좋아했다.“저야 좋죠. 위탁비 제대로 낼게요.”“꽤 비싼데 괜찮겠어요?”그 뒤로 나는 함소은을 데리고 정원 곳곳을 더 둘러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내가 끓인 차를 같이 마셨다.“지원 씨.”문득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지금의 지원 씨가 너무 편해 보여요.”차를 마시다 보면 자기 인생을 돌이켜볼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그게 내가 이 정원을 가꾸게 된 원인이고 함소은도 이미 눈치챈 듯 보였다.“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더라고요.”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내려놓은 듯했다.그리고 다 끓인 차를 그녀 앞에 가져다주며 물었다.“소은 씨는 지금 당장 먹고살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그러자 함소은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원 씨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네요.”그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까지 저랑 친했던 사람들은 그저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쓸 수 있는지에만 관심있고 진정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힘들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더라고요.”사람의 감정이란 게 한순간에 올라오기 마련인데 나의 관심 어린 한 마디가 그녀의 감정 버튼을 눌러버린 것 같았다.그녀가 용진표 옆에서 얼마나 많은 서러움을 참고 살았는지 사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하여 실컷 슬퍼하도록 나는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얼마 후, 그녀는 코를 훌쩍거리며 나에게 말했다.“다 지나간 일이고 이제부터라도 제 인생을 살 거예요.”“그런데 아까 남자들의 돈을 번다는 건 뭐였어요?”“하하, 저를 나쁘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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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오늘 함소은 씨는 왜 갑자기 찾아온 거래?”밤늦게 진정우는 내 머리를 말려주다가 대뜸 물었다.아마 함소은이 다녀간 뒤로 내 기분이 다운되었다는 걸 알아챈 것 같았다.“용씨 가문의 세력이 완전히 정리되었다고 생각해?”내 말에 진정우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답했다.“겉으로는 그래 보이는데 아무래도 용진표 씨 주변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보니 그걸 한 번에 제거하기는 힘들 거야.”진정우는 드라이기를 끈 뒤 다시 나에게 물었다.“함소은 씨가 뭐라도 발견했대?”“그건 아니고 그냥 자기 은행 계좌를 주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사라졌거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돈을 모두 자기 딸한테 넘겨달라고 부탁했어.”“갑자기 찾아와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 분명 무언가를 발견했거나, 용씨 가문에서 무슨 짓이라고 할까 봐 무서워서 그러는 거 같은데?”“자세하게 말해주지는 않았어.”나는 진정우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어쩌면 아무 일도 아닌데 괜히 무서워서 그럴지도 모르지.”강유형의 사망 소식은 비록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도 한때는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라 그런지 점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함소은도 언제 알게 되었는지 문득 나에게 그 사람과 헤어진 게 후회되지는 않는지 물었다.“미리 자기 자신을 위해 계획을 세워두는 것도 나쁠 게 없잖아. 마치 우리가 모두 장기 기증에 사인한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분명 나를 위로해 주려고 한 말인데 나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왜 웃어?”“정우 씨가 예전에 가짜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장기기증 때문이었잖아. 엄청 슬퍼한 후에야 발견한 나도 참 멍청했지.”문득 그때의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그러자 진정우는 한껏 어두운 얼굴로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미안해.”이 얘기만 나오면 진정우는 나에게 사과했다.“앞으로 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과할 건 아니지?”나는 이제 그가 그만 미안해했으면 좋겠다.그리고 나도 과거의 일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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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내가 아주 깜짝 놀랄만한 개업식을 준비해 줄 테니까 허락해 주라.”그는 나의 팔을 흔들며 한껏 애교를 부렸다.여태껏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어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너무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런데 내 정원을 너무 더럽히지는 말아줘. 그리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초대하지도 말고.”이 작은 정원은 온전히 내가 소유한 땅이고 손님이 오면 차나 끓여주고 우리끼리 석양이나 보면서 편하게 쉬는 곳이 되고 싶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사모님.”진정우는 너무 기쁜 마음에 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러나 금방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갑자기 내 입술을 베어 물었다...오랜만에 하는 입맞춤이라 그런지 그는 나의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았는데 어느샌가 나도 그의 신체 변화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나도 임신한 지 이제 석 달이 지났기에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안심할 수 없기에 기회가 되면 안리영에게 제대로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진정우는 겨우 이성의 끈을 붙잡고 결국에는 하던 걸 멈췄다. 내가 눈을 살짝 뜨고 바라보니 그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가쁜 호흡을 몰아쉬다가 내 귀에 속삭였다.“역시 신은 공평한 것 같다.”나는 흐트러진 호흡으로 그에게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여자들한테는 열 달 동안 아이를 품고 낳을 때의 고통을 주는 동시에 남자들도 열 달 동안 금욕이라는 고통을 주잖아.”그의 말에 나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그러다가 문득 그의 잠옷 안으로 손을 넣어보았는데 온몸이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그래도 남자들은 언제든지 해소할 수 있지만 여자들은 중간에 아이를 낳을 수도 없잖아, 남자가 더 낫지.”그러자 진정우는 한껏 긴장한 얼굴로 답했다.“난 그러지 않아.”“정 참기 힘들면...”내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순간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깊은 눈동자에는 억눌린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또 한줄기의 음산한 기운도 돌았다.한껏 탐욕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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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안리영은 늦게까지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밖에 조시언의 차가 보이지 않길래 그가 집에 없는 줄 알았다.하여 저녁밥도 굶었던 참이라 간단하게 라면이나 끓여서 나랑 통화하면서 먹고 있었다.바로 이때, 조시언이 갑자기 잠옷 차림과 머리에 물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분명 그가 집에 있었다는 걸 설명했다.“삼... 삼촌이 왜 집에 있어?”안리영은 서둘러 나와의 통화를 끝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끝내는 허둥지둥거리다가 라면 그릇을 엎어버렸는데 순간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 어디에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다.방금까지 배고파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제 보니 라면도 더 이상 못 먹게 되었다.분명 통화 내용을 다 들었을 텐데 테이블을 치우려는 안리영의 손을 조시언이 덥석 잡으며 말했다.“내가 할게, 어디 데이지는 않았어?”“그것보다 삼촌 때문에 더 놀랐어.”안리영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러자 조시언은 내가 엎지른 라면을 치워주며 말했다.“내 뒷담화는 잘하면서 뭐가 놀라?”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니 안리영도 더 이상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뒷담화는 무슨, 지원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잖아. 그 나이에 여자 친구도 없으니까 나도 이제는 삼촌이 어디 문제가 있나 의심이 들 정도라고.”순간,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던 조시언이 행동을 멈추고 안리영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여전히 다정한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사람을 얼게 만드는 서늘한 느낌도 들어 안리영의 심장은 또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그 눈빛은 사람을 꿰뚫는 마법이라도 있는 듯했는데 아마 그와 눈이 마주친 여자들은 이걸 당해내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조시언의 뜬금없는 한마디에 안리영이 흠칫 놀랐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어쩐지 삼촌이 조용하다 했네, 그러면 외국에서 만났던 거야? 아닌데, 전에 내가 물어봤을 때는 여자 친구가 없다고 했잖아.”조시언은 말끔하게 정리를 마치고 쓰레기까지 처리해 준 뒤 테이블도 깨끗이 닦았다.그리고 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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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술 냄새가 안 나는데?”그 말에 순간 조시언이 갑자기 안리영 쪽으로 바짝 붙는 바람에 안리영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심장이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지금은? 지금도 술 냄새 안 나?”귀를 자극하는 조시언의 목소리와 너무 가까이 붙은 탓에 안리영은 지금 그의 입술만 보이는 상황이었다.‘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한번 입 맞춰보면 엄청 부드럽겠지?’순간 안리영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런 빌어먹을 생각들로만 가득 차게 되었다.그리고 어느새 조시언의 기분 좋은 술 냄새가 약간씩 풍겨왔고 혹시나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 그와 입술이 부딪힐 것 같아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아마 다른 사람이었으면 단번에 밀치고 도망쳤을 텐데 눈앞의 그는 안리영이 어렸을 때부터의 성장 과정을 모두 봐왔던 사람이라 분명 지금 그녀를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물이 끓어요.”안리영이 적막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물이 끓어서 집안도 어느새 후끈후끈해졌다.그러자 조시언은 자연스레 몸을 돌리더니 다시 끓는 물에 조미료를 넣었다.안리영은 빠르게 식탁 쪽으로 가면서 몰래 손을 가슴에 대보았는데 심장이 거의 튀어나올 정도로 요동치고 있었다.‘안리영, 요즘 욕구 불만이야, 아니면 지원이한테 나쁜 물이 든 거야? 어떻게 네 삼촌한테 이런 불순한 마음을 먹을 수 있냐고!’절대 있으면 안 되는 일이다.이러다가 제대로 사고 치는 날이면 집안 전체가 발칵 뒤집어질 것이다.이때, 조시언이 어느새 다 끓인 국수를 그릇에 담아 가져왔는데 비주얼이 아까와는 참 대비되는 것 같았다.“김치도 꺼내줄게.”조시언이 냉장고에서 깍두기를 꺼내 오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다른 분한테 부탁했던 건데 네 입맛에 맞는지 한번 먹어봐.”오랜만에 먹어보는 깍두기였고 조시언이 이 정도로 자신을 생각해 줄 줄은 몰랐다.“삼촌, 땡큐.”안리영은 인사 후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그저 국수만 묵묵히 먹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시언은 한껏 복잡한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방금 기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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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우유를 들고 있던 조시언의 손이 살짝 떨리더니 얼굴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안리영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무 핑계나 대려고 하던 이때, 조시언이 먼저 답했다.“그래.”그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리영은 우유를 받았다.“고마워, 삼촌.”그러나 이 고맙다는 인사가 자신을 통쾌하게 보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인지, 아니면 미리 데워준 이 우유에 대한 감사인지 안리영도 헷갈렸다.그리고 냉큼 자기 방으로 돌아갔지만 조시언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어차피 조시언도 허락했으니 안리영은 더 지체할 필요 없이 바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원래 물욕이 없고 처음부터 이곳에 잠시만 머물다가 갈 생각이었기에 사실 정리할 짐도 없었다.안리영은 순식간에 가방을 싼 뒤, 방안을 한번 훑어보다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안녕.”아마 조시언이 서운해하는 게 마음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당장 떠났을 것이다.하지만 시간도 늦었고 굳이 한밤중에 갈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 내일 아침 조시언이 깨나기 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러면 다시 그와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문득 그가 준 우유가 생각난 안리영은 우유를 마시자마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빨리 자야 내일 아침 일찍 갈 수 있을 텐데 이상하게 안리영은 잠이 오지 않았다.가능한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 했으나 머릿속에는 온통 조시언 뿐이었고 아까 가까이에서 맡았던 쌉싸름한 알코올 향기도 그대로 나는 것 같았다.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괴로워하고 있던 이때,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밖에서부터 들려왔다.조시언이 분명 오늘에는 차를 몰고 오지 않았다고 했으니 아마 다른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잠도 오지 않았던 참에 안리영은 커튼을 살짝 열어서 확인해 봤는데 그는 조시언의 둘도 없는 친구인 서민호였다.“한밤중에 왜 부르고 난리야.”서민호는 차에서 창문만 내린 채 대뜸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그러나 안리영은 조시언이 뭐라고 답하는지 전혀 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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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악! 조시언, 이 미친놈아!”좌석에 머리를 부딪힌 서민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차는 멈췄으나 빠르게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조시언이 앉고 있던 운전석 쪽이 이미 뒤틀려있었고 그의 얼굴도 조금씩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그리고 쓸린 자기 팔을 힐끗 쳐다보더니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다.“신고하지 말고 일단 구급차부터 불러.”“신고 안 하면 내 차는 누가 배상해 주는데?”서민호는 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 절망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내가 할게. 나 술 마셨어.”그의 말에 서민호는 단번에 욕설을 내뱉었다.한편, 안리영이 눈을 떠보니 겨우 새벽 5시 30분이었다. 어제 분명히 늦게 잤지만 이상하게 일찍 눈이 떠졌다.그리고 눈앞에 익숙하지만 낯선 자기 방을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제야 조시언의 집에서부터 나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으로 뉴스 기사를 열었는데 맨 먼저 [서씨 가문의 황태자, 차 사고로 병원에 입원]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다.사실 해동에 서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황태자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서민호, 한 사람뿐이었다.어제 분명 조시언도 같이 나가는 걸 보았던 안리영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고 기사를 쭉 내려보니 구급차에 실려 간 사진이 몇 장 더 뿌옇게 올라와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희미하게 찍힌 사진이라고 해도 안리영은 그 사람이 조시언이란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겨우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주 선생, 혹시 어젯밤 교통사고 났던 환자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요?”“새벽에 차 사고만 총 4건이었는데 어떤 걸 말하는 거예요?”새벽만 되면 사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꺼번에 몰려온다.그러자 안리영이 빠르게 답했다.“기사에 난 서씨 가문의 환자분요. 몇 명이 다쳤어요? 많이 다쳤어요?”“아, 두 분이었는데 그중 한 분이 좀 심하게 다쳤어요. 조씨 가문의 황태자분이라던데 기사에는 내지도 못했대요.”의사는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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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병실 안.서민호는 핸드폰 카메라로 자기 얼굴을 이리저리 찍다가 다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나도 다쳤다고 누가 소문을 퍼뜨린 거야? 이 정도 부상은 나가서 보여주기도 애매하잖아!”가볍게 머리만 좌석에 부딪혀 빨개졌을 뿐이지 피나거나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다.이 틈에 조회수나 올려보겠다는 양심 없는 기자들이 마치 그가 거의 목숨을 잃을뻔했던 것처럼 자극적인 기사들을 낸 바람에 그의 어머니도 방금 울면서 전화를 걸어왔다.“그러면 기사 내용처럼 어디 돌이나 벽에 머리를 박으면 되겠네.”조시언의 농담 같지도 않는 말에 서민호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뻔뻔스러운 놈, 그 차는 내가 어제 금방 뽑은 따끈따끈한 새 차란 말이야. 당장 물어내.”서민호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팠다.“내 비서가 이따 올 테니까 지금 걸을 수 있으면 바로 가서 한 대 사든지.”조시언은 말에 서민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퐁퐁 뛰기 시작했다.“당연히 걸을 수 있지. 발레도 가능한걸?”역시나 단순한 서민호의 모습에 조시언은 어이없는 나머지 웃음이 나왔다.“아니다.”방금까지 아이처럼 좋아하던 서민호가 갑자기 조시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아닌데?”“뭐가 아니란 거야?”서민호가 조시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뭔가 알아챈 듯 물었다.“너 일부러 차 사고 냈지?”방금 발레 춤을 추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좋아졌나 보다.역시나 사람은 운동해야 머리도 좋아지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것 같다.“일부러는 무슨, 얌전히 차 받고 싶으면 그 입 다물어.”조시언의 경고에 서민호는 냉큼 자리에 앉았다.“왜 일부러 몸까지 다쳐가면서 이런 일을 벌였어? 혹시 자학하는 걸 좋아해?”그러나 조시언은 그저 덤덤한 얼굴로 답했다.“그렇다고 치자.”“대체 왜? 무슨 억울한 일이 있어서 자학까지 하는 건데? 아니면 화가 나는 일이 있는데 어디 풀 곳이 없었어? 그것도 아니면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야?”이제 보니 서민호의 망상증은 거의 중증에 가까운 것 같았다.“응, 병에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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